속세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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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수령지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31길 9, 2층
ISBN
9791169092371
출판사
글항아리
저자
펑지차이 (지은이), 이영남, 조은 (옮긴이)
발행일
2024-05-27
속세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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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민간풍속 기담!
중국 톈진 지역의 역대급 기인들 대거 출연
『전족』『백 사람의 십년』 펑지차이 작품

“평범함을 거부하는 이들을 눈여겨보고 들여다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신선이로다!”


톈진天津은 1386만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도시다. 강과 바다를 낀 항구도시인 이곳은 옛 연燕나라와 조趙나라의 땅이었고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뒤섞여 성격과 기질이 저마다 다르다. 사람들이 혈기 왕성하고 강직하며, 물이 짜고 토양에 염분이 많아 민풍도 억세고 사납다. 톈진은 근대 시기 전쟁과 지진 등 백여 년 동안 재난이란 재난은 다 겪었으며 그 피해도 가장 컸던 도시다. 때문에 기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끊임없이 등장해 재주를 뽐냈는데, 상류층에도 있었지만 민간에 더 많았다.

저자 펑지차이는 1942년 톈진에서 태어난 작가로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어찌나 많이 들었는지 오랫동안 내 기억에 아로새겨져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더러 소설에서 이들 기인을 다루기도 했지만 미처 세상에 알리지 못한 채 한쪽에 방치된 이야기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이런 기인들이 펼치는 기묘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지 않고 그냥 내버려둔다면 얼마나 아깝겠는가?”라고 생각하던 끝에 민담에 살을 붙여 단편 소설로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는데 그러길 십수년만에 기인 민담집이 3권에 이르러 전집 풍모를 갖추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번역된 한국어판은 펑지차이의 기인 삼부작 중 가장 최근의 작품 『속세기인 전본傳本』을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펑지차이의 이 책은 명대의 구어체 단편소설인 『삼언이박三言兩拍』을 오마주하여 반문반백半文半白, 즉 문어체와 구어체가 뒤섞여 있으며 톈진 지역 사투리가 유려하게 펼쳐져 번역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책이 아니다. 그래서 중국 광시사범대학의 이영남 교수가 많은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초벌 번역을 했고, 조은 번역가가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재벌 번역을 해서 완성도 높은 한국어판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

목차

기인이 끊임없이 배출되다: 책머리에 부쳐
서문
01. 소 칠원
02. 이 쇄자
03. 술꾼 노파
04. 죽일 놈의 새
05. 장 대력
06. 풍오야
07. 남안
08. 말재간꾼 양파
09. 채 도령
10. 양 배두
11. 이를 알아보다
12. 청운루주
13. 소양월루와 이금오의 의리
14. 장 니인
15. 기가 막힌 도둑
16. 소달자
17. 대회
18. 살아 있는 유도원을 발인하다
19. 흑두
20. 신의 왕십이
21. 피 대취
22. 황금손가락
23. 마흔여덟 가지 약탕
24. 마이
25. 냉검
26. 일진풍
27. 장과로
28. 구불리
29. 닭을 낚다
30. 정 용포
31. 진사가 뇌물을 보내다
32. 제비 이삼
33. 대박 연화
34. 꼴불견
35. 황련성모
36. 견 일구
37. 대관정
38. 화회를 따라가다
39. 고현관
40. 대고당
41. 입아
42. 최가포
43. 백사야가 말로 소설을 쓰다
44. 니왜
45. 십삼불고
46. 양 탄궁
47. 초칠
48. 뚱보와 말라깽이
49. 방망이 모양 코담뱃병
50. 맹 왕코
51. 비웅
52. 자전거 밟기
53. 제 할머니
54. 깃대
내가 쓴 소설에 내가 삽화를 그린 사연

저자

펑지차이 (지은이), 이영남, 조은 (옮긴이)

출판사리뷰

『속세기인』의 구성과 인물 면면

손재주를 비롯한 몸을 사용한 각종 재간, 기발한 장사 수완, 권력자나 악당을 혼내주는 기기묘묘한 착상, 세상을 티끌만하게 여기는 도도한 처세에서 나오는 고급 술수 등 이 책은 세속을 헤쳐 나가는 민간 고수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단편 길이로 연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쇄자刷子李」는 한 미장공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톈진에는는 업종마다 놀랄 만한 재주를 지닌 살아 있는 신선이 여럿 있었다. 이를테면 벽돌무늬 새기는 유 각전(각전유刻?劉)*, 진흙인형 빚는 장 니인(니인장泥人張), 연 만드는 위 풍쟁(풍쟁위風箏魏), 기계 고치는 왕 기기(기기왕機器王), 미장공 이 쇄자(쇄자리刷子李) 등이었다. 이 가운데 이 쇄자는 허베이 대가河北大街에 있는 건축회사의 숙련공이었다. 특히나 기가 막힌 것은, 그는 매번 위아래 모두 까만 옷을 입고 회칠을 하는데 일이 끝날 때까지 옷에 하얀 점 하나 묻히지 않는다
는 사실이었다. 행여나 일하다가 하얀 점이 하나라도 묻으면 그날은 돈을 받지 않고 공짜로 해준다는 것이었다. 어느 해 어느 날인가, 이 쇄자는 조소삼曹小三이라는 견습공을 받았다. 견습공이 되면 처음에는 스승의 찻잔을 들고 담뱃불을 붙이고 스승을 따라다니며 물건을 날랐다. 조소삼도 물론 스승의 특기에 대해 들은 적은 있지만 줄곧 반신반의하던 터라, 이참에 반드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작정이었다. 천장 회칠이 특히 힘든 작업이다. 멀건 석회액을 담뿍 먹인 붓솔을 머리 위로 쳐들면서 무슨 수로 한 방울도 안 떨어지게 하랴? 하지만 촥촥 소리가 날 때마다 천의무봉의 솜씨로 하얀 줄이 빈틈없이 그어졌고, 붓솔이 지나간 벽은 마치 반듯하게 펼쳐놓은 새하얀 병풍 같았다. 이 쇄자가 마지막 벽을 다 칠하고 앉았을 때였다. 스승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던 조소삼은 뜻밖에도 스승의 바지에서 콩알만 한 하얀 점을 발견했다. 검은색 속의 흰색은 흰색 속의 검은색보다 훨씬 눈에 잘 띈다. 맙소사! 스승의 실수가 드러나다니, 그는 신선이 아니었던 것이다. 조소삼의 마음속에서 전설 속 그 태산 같던 형상이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조소삼은 스승이 난감해할까 두려워 감히 말도 못하고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눈길이 자꾸 그리로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이 쇄자가 문득 말했다.
“소삼아, 네가 내 바지의 하얀 점을 봤구나. 이 사부의 재주가 가짜이며 명성도 속임수라고 여기는 게냐? 멍청한 녀석, 더 자세히 살펴보거라.”
그러면서 이 쇄자는 손가락으로 바지를 집어 살짝 당겼다. 그러자 하얀 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러고서 다시 바지를 놓자 점이 다시 나타났다.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조소삼이 얼굴을 바짝 대고 유심히 살펴보니 그 하얀 점은 작은 구멍으로 속에 입은 흰 내의가 비치는 것이었다.

「술꾼 노파酒婆」는 매일 2각의 돈을 써서 잔뜩 취하는 외로운 노파를 묘사했다. 노파는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수선가首善街에 자리 잡은 작은 술집에 나타났다. 이 술집에서 파는 술은 딱 한 가지였다. 말린 마로 빚은 술인데 값이 싸고 맛이 독했다. 수선가 일대에서는 여태껏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 고양이가 길을 잃어도 독한 술 냄새를 좇아 집을 찾아왔으니 말이다. 노파가 계산대에 돈 2각을 놓으면 주인은 ‘불꽃술’을 반 사발 남짓 따라주었다. 사발을 건네받은 노파는 손을 쳐들고 고개를 젖히고 그대로 사발을 뒤집어 입안에 술을 털어 넣었고, 그러면 술통에 쏟아붓듯 술이 노파의 뱃속 깊은 곳으로 쭈욱 내려갔다. 그러고서 노파는 바로 술집을 나섰고, 그 순간부터 비틀거리며 두 발로 땅바닥에 괴발개발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노파는 동으로 휘청, 서로 휘청하면서 북쪽으로 걸어갔다. 술집에서 백 걸음쯤 떨어진 곳에 네거리가 있는데, 수레가 오가다가 종종 사고가 나는 곳이었다. 허나 곤드레만드레 취한 노파를 보면서 마음 졸일 필요는 없었다. 건널목에 다다를 즈음이면 노파는 어김없이 정신을 번쩍 차렸으니! 그렇게 노파는 보통 사람과 똑같이 조금의 취기도 없이 멀쩡하게 큰길을 건너가곤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똑같은 모습이었다.

사실 그 이유는 주인이 술에 물을 타 희석시켰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주인은 개과천선해서 다시는 술에 물을 타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 후 진짜 술을 마신 노파가 건널목에 이르러서도 술이 깨지 않고 뱅뱅 도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이후 노파는 사라졌다. 그래도 사람들은 노파야말로 진정한 술꾼이라고 했다. 언제나 안주 없이 술을 마셨고, 늘 단숨에 사발을 비웠으며, 술탐을 부리지 않고 취기만 돌면 만족했고 외상 한 번 없었다. 진정한 술꾼이란 이처럼 스스로 즐길 줄 알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장 니인泥人張」은 천경관 안의 작은 충돌을 묘사했다. 재물이 많은 소금 장수 해장오, 사람들은 앞에서는 그를 장 나리라고 부르고 뒤에서는 해장오海張五라고 불렀다. 톈진은 장사꾼이 제일인 곳으로 돈만 많으면 누구나 떵떵거릴 수 있었다. 하지만 손재주로 벌어먹고 사는 수공업자는 그렇지 않았다. 장 니인은 술을 마시고 안주를 들며 이리저리 둘러볼 뿐 해장오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누군가가 목소리를 낮춰 이렇게 말했다.
“장 니인은 무대 아래서 공연을 보면서 소매 속에서 진흙을 주물러 인형을 빚는다더군. 꺼내놓으면 무대 위 배우들 모습하고 완전히 똑같대.”
그러자 해장오가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어디서 주물러? 소매 속이라고? 사타구니 속이겠지!”
그러고는 낄낄대며 장 니인을 비웃었다.
천경관에서 식사하던 모든 사람이 이 얘기를 들었다. 사람들은 재주 좋고 배짱 두둑한 장 니인이 어떻게 받아칠지 궁금해졌다. 진흙 덩어리라도 집어 던지려나? 그런데 장 니인은 아무 말도 못 들은 양 왼손을 탁자 밑으로 내리더니 신발 밑창에서 진흙 한 덩이를 후벼 파냈다. 오른손으로는 여전히 술잔을 기울이고, 두 눈은 탁자에 놓인 안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왼손으로는 진흙 덩어리를 연신 주무르는데 손가락 움직임이 마술사 유 독자劉禿子보다도 교묘하고 민첩했다.

과연 장 니인의 솜씨였다. 호두알 만한 진흙인형의 완성품은 해장오보다 더 해장오 같았다. 사람들은 감탄했고 해장오조차 2장쯤 떨어진 곳에 앉아서도 자신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문을 나서는 장 니인의 뒷모습을 향해 해장오가 소리쳤다.
“저 따위 형편없는 손재주로 돈을 번다고? 아무리 싸게 팔아도 아무도 안 사겠네.”
장 니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산을 펼쳐 들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하지만 톈진에서는 이야기가 이리 심심하게 끝나는 법이 없으니? 다음 날, 북문 밖 구이가에 있는 작은 노점 여러 곳에 해장오 진흙인형이 줄줄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몸통까지 붙어 앉아 있는데 거들먹거리는 태도마저 영락없었다. 게다가 틀로 찍어 대량으로 만들었는지 똑같은 인형이 족히 100~200개는 되었다. 노점마다 흰 종이가 한 장씩 붙어 있었고, 종이에는 붓글씨로 ‘해장오 염가 판매’라고 적혀 있었다.

「소 칠원蘇七塊」에서는 전설적인 정골 의사를 다루는데, 접골과 추나로는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소 의원은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만 보고도 피부 안쪽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즉각 알아냈다. 이어 그의 두 손이 한 쌍의 백조마냥 환자의 몸을 위아래로 번개처럼 오가면 우드득우드득 소리가 나면서 환자가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부러진 뼈가 이어졌다. 그러고서 고약을 바른 뒤 석고판으로 고정하면 환자는 집에 돌아가 알아서 나았다. 만약 환자가 다시 찾아온다면 필경 큰절을 올리고 커다란 액자를 선물하며 소 의원의 은혜에 사의를 표하려는 것이었다.

재주 있는 사람에게는 괴팍한 면이 있기 마련이다. 소 의원 또한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는 부자든 가난뱅이든 친척이든 이웃이든 무조건 먼저 은전 7원을 진찰대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이게 무슨 원칙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소 의원이 돈밖에 모르고 의술도 7원어치밖에 안 된다고 욕하면서 소금산蘇金傘인 본명을 두고 그에게 ‘소 칠원蘇七塊’이라는 시답잖은 별명을 붙여주었다.
하루는 그가 친구들과 마작을 하는데 인력거꾼 장사張四가 뛰어들어오더니 오른손으로 왼쪽 팔꿈치를 받친 채 문에 기대고 섰다. 머리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 목 주변 적삼이 흥건히 젖어 있는데, 보아하니 팔이 부러져 몹시 아픈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인력거꾼에게 은전 7원이 어디 있겠는가? 장사는 일단 치료만 해주면 나중에 꼭 갚겠다고 끙끙거리며 사정을 했다. 그런데 웬걸, 소 의원은 듣는 둥 마는 둥 계속 패만 들여다보며 뭘 내놓을까 궁리할 뿐이었다.

같이 마작을 하던 화 의원은 사람이 좋기로 유명했는데 상황을 보다 못해 소변을 보러 가는 척 장사를 불러 호주머니에 돈을 찔러주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돌아와 마작을 계속했다. 이후 장사는 무사히 치료를 받고 돌아갔다. 그날의 마작은 이리저리 승패를 주고받으며 계속 이어지다가, 불을 밝힐 시간이 되고 저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서야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나서려 할 때 소 의원이 할 얘기가 있다면서 야윈 손으로 화 의원을 붙잡았다. 다른 두 친구가 나간 뒤, 소 의원은 자기가 딴 돈 더미에서 은전 7원을 집어 화 의원의 손에 쥐여주었다. 당황스러워하는 화 의원에게 소 의원이 말했다.
“할 말이 있네. 나를 심보 고약한 사람으로 여기진 말아주게나. 나는 내가 세운 원칙을 깨뜨릴 수 없는 것뿐이니!”

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속세기인
저자/출판사 펑지차이 (지은이), 이영남, 조은 (옮긴이),글항아리
크기/전자책용량 140*210*30mm
쪽수 464쪽
제품 구성 상품상세참조
출간일 2024-05-27
목차 또는 책소개 상품상세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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