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작가이자 정치인, 그리고 위대한 인간 빅토르 위고. 1802년에 태어나 1885년에 삶을 마감한 위고는 《레 미제라블》과 《파리의 노트르담》 외 여러 문학 작품을 써낸 작가이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정치인이었다. 오늘날까지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 속 여러 주인공을 만들어냈고, 첨예한 정치적 이슈들에 맞서 원대한 투쟁을 이끌었으며, 열정적 사랑도 누렸다.
그러나 이런 성공도 그에게 닥친 운명의 타격을, 내밀한 슬픔을 막아주지는 못했다. 84년의 삶 동안 숱한 정치적 격변을 겪었으며, 19년이나 영국의 외딴 섬에서 망명 생활을 해야 했고, 네 명의 자식을 병으로 사고로 먼저 떠나보내야 했다. 그런 삶의 와중에도 그는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인류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성찰했고 그것을 문학 작품에 담아냈다.
‘민중’은 위고에게 영원한 관심의 대상이었고, 그들을 위한 ‘정의’는 그의 삶의 지표였다. 그는 평생 ‘민중’과 ‘정의’를 향한 자기 생각을 받들고 지켜냈으며, 자기 삶을 한 편의 파란만장한 소설로 만들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바로 그 빅토르 위고라는 인간을, 그의 위대함을 만나는 일이다.
목차
머리말 6
01 숭고한 아이 11
02 혁명 16
03 아델 푸셰 21
04 《에르나니》 논쟁 27
05 민중에 대한 사랑 32
06 파리37
07 무한43
08 추함 48
09 청춘기의 글 53
10 위고와 여자들 58
11 신 63
12 리비도 68
13 나폴레옹 1세 73
14 꼬마 나폴레옹 78
15 쥘리에트 드루에 83
16 《레 미제라블》 88
17 “말은 생물이다” 93
18 레오폴딘 98
19 망명 103
20 바다 108
21 유년기의 시인 112
22 《관조》 117
23 유럽의 꿈 121
24 셰익스피어 126
25 뤼 블라스 130
26 광기 135
27 위대한 여주인공들 140
28 사형제도 144
29 유머 149
30 중세 취향 154
31 할아버지가 되는 법 159
32 교육 163
33 그림 그리는 위고 168
34 흑인 옹호 172
35 올랭피오 177
36 심령술로 움직이는 탁자 181
37 《여러 세기의 전설》 186
38 떠나가는 힘 190
39 위고, 유감스럽게도! 194
40 밤에 맞서는 낮 198
41 음악 203
42 테오필 고티에 208
43 외젠 들라크루아 214
참고문헌221
옮긴이의 말 226
저자
로라 엘 마키, 기욤 갈리엔 (지은이), 백선희 (옮긴이)
출판사리뷰
“나는 산다. 그리고 나의 위험과 역경을 생각한다. 때때로 내가 어리석어 보일 거라는 데 동의한다. 나는 나의 어리석음이 자랑스럽다.”
빅토르 위고라는 인간 속으로, 그의 대양 같은 작품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
1862년에 빅토르 위고가 발표한 소설 《레 미제라블》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이나 감옥에 살다 나온 주인공이 인생의 밑바닥에서 ‘빛’을 만나 인간다운 삶에 다가가게 되고, 그 빛이 또 다른 사람의 빛이 된다는 스토리는 얼마나 희망차고 인간적인가. 오늘날까지도 빅토르 위고의 책들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힌 책이며, 영화로 가장 여러 번 각색된 고전문학 중 하나인 이 매혹적인 소설을 위고는 영국에서의 망명 생활 중에 탈고했다. 주인공 장 발장의 복역 기간과 같은 19년간의 망명 생활이었다.
위고의 대표작 《레 미제라블》이 오늘날까지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로 뮤지컬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가장 큰 요인은 단연코 강렬한 스토리의 힘일 것이다. 이 작품에는 여러 상징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친 장 발장,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느라 거리의 여자가 될 수밖에 없는 팡틴, 새로운 나라를 꿈꾸며 시민혁명에 뛰어든 마리우스, 너무나 힘든 삶을 사는 가난한 사람들…. 위고는 60여 년의 삶에서 겪고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이 등장인물들을 만들고 그들의 목소리에 자기 생각을 실었다. 더없이 비참한 인간을 역사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신념도.
위고는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인간상을, 각각이 모두 주인공이기에 충분할 만큼 빛을 발하는 그 인물들을 그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담아낼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의 삶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할 만큼, 곡절의 연속이어서일 것이다. 왕정주의와 공화주의가 대립하던 시절, 위고는 자신이 지지한 루이 나폴레옹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쿠데타를 선택하자 격렬하게 정부를 비판하다 프랑스 밖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망명 생활의 시작이고, 그 세월은 19년이나 지속된다.
영국의 저지 섬으로, 그리고 다시 건지 섬으로 옮겨간 유배의 삶은 가족에게는 고통이었으나 위고에게는 창작의 샘이 분출하는 시간이었다. 격리와 분노의 세월 동안 그는 “도시도 시간도 요새도 존재하지 않는 곳, 절벽 같은” 그곳에서 《레 미제라블》을 비롯해 여러 작품을 집필한다. 그는 [울티마 베르바]라는 시에 자신의 심경을 담는다.
“나는 모진 유배를 받아들인다, 기한도 끝도 없을지라도.
굳세리라 믿었던 누군가가 굴복했는지
머물러야 마땅한 여러 사람이 떠나갔는지
이젠 나와 함께하는 이가 천 명뿐인지 아니면
백 명뿐인지 알려고 하지 않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나는 여전히 스킬라에 맞선다.
열 명만 남는다면 내가 그 열 번째 사람이 될 것이고
한 명만 남는다면 내가 그 한 명이 될 것이다!” _ 81p
자식 넷이 병으로 사고로 죽고 하나 남은 딸마저 정신병원에 들어간 가정사의 비극은 그의 삶에 큰 슬픔을 드리웠지만, 그는 평생 “위대한 행위로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죽기”를 바란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정치가들을 향해 세상에서 가난을 없애야 하고 약자에 대한 강자들의 착취를 몰아내야 함을 목소리로 주장했고, 야만스러운 사형제도를 없애야 함을 펜으로 외쳤다. 미래에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정치적 노선이 좌파가 되든 우파가 되든 개의치 않았다. 그의 말과 글의 기준은 오직 하나, 그의 양심이다.
“(…) 우리가 무얼 하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어떤 영감이나 조언을 구하려 할 때마다 나는 우리가 양심이라고 부르는 처녀와 우리가 국가이성이라고 부르는 매춘부 사이에서 절대 망설이지 않을 사람에 속한다.” _ 147p
위고를 수식하는 표현들 가운데는 유독 위대하다는 단어가 많은데, 그 역시도 담대하게 사는 사람들을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에는 영웅적인 인물들이 많다. 영혼의 힘이 포기를 모르도록 부추기는 인물들. 장 발장, 코제트, 카지모도, 뤼 블라스 등, 삶의 밑바닥에서도 전혀 포기하지 않고 희망으로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이다.
“아름다움은 한 가지 유형뿐이지만 추함에는 천 가지가 있다.” 위고의 《크롬웰》 서문에 있는 문장이다. 그는 늘 추함에 매혹되고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괴물 같은 사람들에게 끌렸다. 추함에 대해 말한다는 건 추한 사람의 인간성을 살필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는 거리의 사람들의 비참함을 보고 빈민의 삶을 알면 알수록 민중의 편에서 그들을 대변하고자 했다. 위고가 책에서 민중에 대해 수없이 말한 건 민중의 조건과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민중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담았다. 그의 작품은 그를 닮아서, 그의 행동과 말을 비추는 거울이다.
성공한 작가이자 존경받는 정치인이 되었으나 “다른 사람들처럼 존재감 없지도 않고 오만하지도 않게, 그들이 보는 것을 보고 그들이 만지는 것을 만지며” 살기를, 그리고 글을 통해 그들을 빛으로 인도하며 살기를 바랐던 위고, 위대한 위고.
《빅토르 위고와 함께하는 여름》을 펴내며 이 책의 저자는 “위고를 읽는 건 하나의 약속이다.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요동친 세기 중 하나를 가로지르는 약속이고, 숭고함을 스치고 무한을 경험하게 해주는 약속이다. 우연이 구해낸 고아들을 만나게 해주는 약속이고, 절름발이들이 사랑을 만나는 걸 보게 해주는 약속이다. 그리고 정치적 용기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약속이다. 위고를 읽는 것은 문학 속으로 들어서는 일이다”고 말한다.
위고를 만날 수 있게 해준 이 책을 통해 이 위대한 인간 속으로, 그의 대양 같은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 보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