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수십 년을 살아도 ‘나’를 이해하고 오롯이 ‘나’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아동문학 박사이자 라캉 연구자인 저자 김수영의 안내를 따라, 욕망과 무의식, 트라우마 등 라캉의 이론을 바탕으로 친숙한 그림책들을 밀도 있게 읽으며, 그림책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를 만난다. 애쓸수록 허무해지는 마음을 견디기 어려울 때, 도대체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생각에 움츠러들 때, 짧고 강렬하게 인생의 핵심을 짚으며 인간의 내면에 바투 다가서는 그림책을 펼쳐 보라. 나도 모르는 ‘나’를 이해할 실마리를 찾는 과정에서 ‘너’와 ‘우리’를 알아 가고 그 관계 속에서 작으나마 위안을 찾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는 말 … 06
1부. 내 맘대로 안 되는 나
1. 나는 왜 거울에 비친 나를 사랑할까? … 13
2. 나는 왜 배고프지 않아도 끊임없이 먹을까? … 31
3. 나는 왜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을까? … 54
2부. 욕망과 관계의 마법
1. 사랑받고 싶은데 왜 버려져야 해? … 73
2. 뻥 뚫린 가슴, 누가 채워 줄 거야? … 98
3. 말리지 마, 신나게 살 거야! … 112
3부. 무의식, 너란 녀석
1. 내 안에 똬리 튼 넌 누구냐? … 129
2.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 146
3. 나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까? … 164
4부. 트라우마 달래기
1. 나는 왜 이유도 없이 슬픈 거야? … 189
2. 죽고 싶다는 말, 정말일까? … 208
3. 트라우마는 애도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 … 230
나오는 말 … 252
저자
김수영 (지은이)
출판사리뷰
나도 모르는 나를 깊이 비추는
그림책이라는 거울을 들여다보다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으로 아동문학을 연구해 온 김수영이 ‘그림책으로 라캉 입문하기’, ‘프로이트-라캉으로 그림책 읽기’, ‘그림책과 함께하는 라캉 읽기’ 등 다년간 다양한 강연에서 대중에게 전한 명료한 언어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냈다. 이 책에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독자를 웃기고 울리고 놀래는 국내외 유수한 그림책 50여 편을 라캉 정신분석의 주요 키워드인 주체와 타자, 무의식, 충동과 욕망, 상실과 애도 등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시니피앙, 주이상스, 트라우마, 리비도, 멜랑콜리… 대체로 한 번쯤은 들어 본 말일 테고, 일상에서 종종 쓰는 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뭔데?”라고 묻는다면 얼른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도 한 문장으로 간명히 설명하기 어려운 이 단어들이 모두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을 구성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특히 “언어처럼 구조화된 무의식”을 근간으로 한다는 라캉의 이론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다. 반면에 인간이 ‘욕망하는 주체’로 살면서 생기는 끝없는 질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는 것도 바로 라캉의 이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 자신이 라캉을 공부하면서, 이것이 “삶의 고비마다 겪은 이해할 수 없고 황당했던 기억을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주는 유일한 학문”임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강소천 문학을 정신분석 이론으로 분석하여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라캉을 좀 더 쉽게, 우리 삶과 결부하여 이해할 매개로 ‘그림책’을 찾았다. 저자에 따르면, 작가의 무의식이 담긴 직관적인 그림과 압축적인 언어의 유희로 삶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그림책은 라캉의 이론을 이해하기에 가장 탁월한 매체다. “라캉의 이론을 그림책에 접목해 살펴보니, 이만큼 짧고 강렬하게 인생의 핵심을 짚어 주면서 인간의 내면에 바투 다가가는 장르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들어가는 말’ 중에서)
이 책은 그림책을 통해 라캉에 입문하려는 독자와 라캉 이론으로 그림책을 더 깊이 읽으려는 독자 모두에게 각각의 입문서나 개론서에 뒤지지 않을 균형적인 지식과 그 이상의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문학이나 예술 비평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도 의미 있는 참고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책은─그림책으로 라캉을 읽든 라캉으로 그림책을 읽든─그림책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의 욕망과 무의식을 납득할 수 있는 이론으로 풀어 보려는 시도이다. 예컨대 라캉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어머니에게서 받았던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상징계로 들어선 까닭에 아무리 노력해도 욕망을 충족할 수 없다. 『어부와 아내』의 아내처럼 정신없이 가짜 욕망에 휘둘리다가 파국을 맞이하거나 문득 허무함에 휩싸이는 것이 그런 이유다. 그럴 때는 대상물이 아니라 움켜쥔 그것을 내려놓고 손을 잡으면 가질 수 있는 관계(『나도 같이 놀고 싶어!』)나 무언가를 찾기 위해 소중한 사람들과 의기투합하는 과정(『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으로 눈을 돌려 대상물 밖에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 책에서 ‘나는 왜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림책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 책은 두 종류 독자에게 모두 유용하다. 라캉을 더 잘 알고 싶은 사람과 그림책을 더 잘 읽고 싶은 사람. 결국 책을 덮으며 가장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일 테다!”라는 이은주 대표(제이포럼)의 추천사가 이 책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잘 보여 준다.
『나를 알고 싶어서 그림책을 펼쳤습니다』가 결코 술술 읽히는 쉬운 책은 아니다. 여러 번 곱씹어야 체하지 않고 소화할 수 있는 이론적인 내용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공들여 읽다 보면, 감성적인 언어로 써 내려간 미문이 아니라 명징한 언어로 핵심을 파고드는 분석에서도 크나큰 감동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