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랑하는 이를 잃는 순간부터
애도는 평생 계속된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읜 여성 92명을 인터뷰해 엮은 책 『엄마 없는 딸들』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이래 30여 년간 애도와 슬픔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써온 호프 에덜먼의 신간 『슬픔 이후의 슬픔』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사랑하는 이와의 사별로 인한 슬픔은 결코 사라지거나 끝낼 수 있는 종류의 감정이 아니며 그것을 억지로 극복하거나 없애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오래도록 표출되지 못한 사별의 아픔은 도리어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저자는 10대 시절에 어머니를, 20대 때 아버지를 잃은 자신의 경험과 그동안 겪어온 감정을 세심하게 돌아보며 자기 고백을 털어놓는 동시에 오래전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 100명 이상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수많은 상실을 들여다본다. 더불어 슬픔과 애도에 관한 다양한 학술 연구를 폭넓게 아우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지, 거대하고도 깊은 상실의 슬픔을 끌어안으면서도 보다 건강하게 삶을 지속해나갈 수 있을지를 탐구한다.
온 힘을 다해 상실과 애도를 이해하려는 저자의 끈질기고도 절박한 사투는 독자들로 하여금 사별로 인한 슬픔이 ‘비정상’도 ‘질병’도 아닌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오히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특성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나아가 그 슬픔을 통해 성장하고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까지 전한다. 『슬픔 이후의 슬픔』은 2022년 코로나로 인한 거대한 상실의 흐름 한가운데 서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슬픔에 대한 깊은 통찰과 다정한 위로를 동시에 선사해줄 것이다.
목차
추천의 글_ 슬픔을 슬퍼하기 · 5
프롤로그_ 극복을 극복하기 · 11
1장_ 애도 이야기 · 33
2장_ 애도의 과거와 현재 · 65
3장_ 눈앞에 닥친 고통, 새로운 애도 · 93
4장_ 반복해서 찾아오는 묵은 애도 · 131
5장_ 단 한 번 찾아오는 새로워진 애도 · 171
6장_ 애도의 고리들 · 207
7장_ 이야기의 힘 · 229
8장_ 우리 이야기 좀 해요 · 251
9장_ 여섯 가지 예외 · 283
10장_ 상실의 이야기 다시 쓰기 · 331
11장_ 이야기 분할하기 · 359
12장_ 연속성을 찾아서 · 387
에필로그_ 애도의 다른 얼굴 · 410
참고문헌 · 420
저자
호프 에덜먼 (지은이), 김재경 (옮긴이)
출판사리뷰
누구나 한번은 경험하는 보편적 감정,
사별의 슬픔에 대하여
우리는 살면서 반드시 한번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마주한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혹은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가까운 사람을 잃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그 대상이 부모나 배우자, 형제자매, 자녀 등 가족이나 연인일 경우 남겨진 사람은 상실의 충격과 고통, 그리움, 슬픔 같은 감정에 휩싸인다. 이처럼 사별로 인한 슬픔은 피할 수 없는 경험이자 보편적인 감정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상실로 인한 고통에 대해 선뜻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사별의 슬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도,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나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데도 익숙하지 않다. 며칠 혹은 몇 주, 장례를 치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별의 아픔은 잊고 극복해야 할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이제 그만 잊고 나아갈 때야.” 같은 말들 속에서 억눌린 슬픔은 평생의 응어리가 된다.
『슬픔 이후의 슬픔』은 바로 그런 응어리를 품에 안고 사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저자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애도는 결코 단시간에 없애버릴 수 있는 감정이 아니며 ‘왜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것인지’ 스스로를 다그치는 태도가 오히려 상실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일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10대 시절에 어머니를 유방암으로 잃은 저자가 정확히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의 조언은 뼛속 깊이 와닿는다.
당시 저자는 ‘슬픔을 빨리 털어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야 할 집안의 장녀로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수험생으로서 마음 가득 차오르는 슬픔을 무시하고 부지런히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고, 그래도 될 줄 알았다. “이제 그만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모두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러나 제때 해소되지 못한 애도는 남은 삶 내내 저자를 괴롭혔다. 가까이는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부터 성인이 된 이후에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이후에도 슬픔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저자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그때부터 수차례의 상담과 연구, 인터뷰를 한 뒤에야 저자는 자신이 제대로 된 애도를 하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잘못된 애도의 대표적 사례로 내세우며 애도를 둘러싼 깊은 통찰과 사유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참된 애도와 슬픔의 필요성을 몸소 입증하는 산 증인으로서 고통스러웠던 기억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통렬한 자기고백과 깊은 공감을 녹여낸 수많은 인터뷰, 애도에 관한 방대한 연구 자료를 폭넓게 아우르며 글을 써 나간다.
애도를 둘러싼 수많은 오해,
그리고 슬픔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
그렇게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애도와 슬픔을 공부하며 얻은 지식과 통찰을 집대성한 책이 바로 『슬픔 이후의 슬픔』이다. 저자는 어쩌다 우리 사회가 슬픔이라는 감정을 극복하고 뛰어넘어야 할 ‘허들’로 여기게 되었는지 애도의 역사를 살피는 한편 오늘날 우리의 애도 문화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점검한다. 동시에 오래 전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과의 장시간 인터뷰와 연구 자료를 촘촘하게 엮어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며 슬픔과 애도를 둘러싼 수많은 오해를 하나씩 풀어낸다.
이를테면 널리 알려진 ‘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 이론’은 사실상 애도 이론으로서는 힘을 잃은 지 오래이며, 처음 해당 이론을 제안한 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조차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신의 이론을 부정했다. 저자는 어머니를 여의었을 때 자신의 애도를 이 다섯 단계 이론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실패한 경험담을 밝히며 상실을 경험하는 모두가 동일한 과정을 획일적으로 따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그런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발상이나 강요가 슬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일종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무엇보다 이 책은 슬픔과 애도를 올바르게 풀어내는 고유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돋보인다. 사별로 인한 슬픔은 누구나 경험하는 보편적 경험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기도 하다. 각자가 경험하는 애도의 양상과 형태가 모두 다르다. 때문에 애도의 방법도 그만큼 다양해야 한다. 여기서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이야기 만들기’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경험했다면 그 상실에 대한 정보와 자신의 감정을 면밀하게 돌아보고 우리에게 익숙한 서사 구조에 따라 자기만의 ‘상실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 이야기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에게 털어놓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하는 상실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또 고쳐 쓴다. 이 같은 행위를 통해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한 단계 성장하고 비로소 치유에 이를 수 있다고 저자는 확신한다. 저자의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저자 그 자신이 ‘이야기하기’를 통해 슬픔의 수렁에서 벗어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열일곱 살 때 어머니를 막 여의고 자신이 만들었던 이야기와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자신이 그 상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두 가지 이야기를 상세히 밝히고 비교하면서 ‘삶을 치유하는 상실 이야기’를 몸소 입증해낸다.
『슬픔 이후의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고 진심을 다해 위로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에 담긴 진솔한 자기 고백, 수많은 상실 이야기, 과학적 연구 자료, 방대한 지식과 사유는 이제 막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오래전 고통스러운 상실을 경험하고도 아직 그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제대로 애도할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동시에 길고 막막해 보이는 애도의 여정에도 끝내는 반드시 빛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