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의 대표 소울로더 12인이 선사하는 영혼의 길찾기
길은 철저히 개인의 사유 영역이다. 그래서 10인 10색의 길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길에서 사유하는 방식’을 고민한다. 그런 고민의 흔적들이 다양한 물음을 만들며 더욱 깊고 넓고 진하게 삶의 성찰을 다듬는 데 제 몫의 역할을 한다. 『소울로드』는 가급적 길에 대한 직관적ㆍ철학적ㆍ인문학적ㆍ감성적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다. 그래서 글을 잘 쓰는 문예인보다는 길을 체험적으로 느끼며 그 고통과 행복, 여유를 제 몸으로 풀어내는 소울로더들에게 길에서 직접 느꼈던 다양한 사유와 감성의 조각들을 펼쳐보이도록 했다. 다수는 길 에세이라는 독특한 삶의 방식에 자신만의 삶결을 입혔고, 소수는 자기만의 철학적 삶의 편린을 거칠고 뜨겁게 토해냈다. 그래도 제각각 ‘왜 나에게 이 길이 의미가 있는지’는 저만의 방식으로 글 속에 소통하고 있다.
크게 세 부류의 소울로더들이 이 책의 내용을 풍성하게 연출해냈다. 문화사학자들이 그려낸 소울로드, 예술가들이 형상화한 소울로드, 그리고 길을 만든 사람들의 소울로드. 길을 떠난 사람들은 다시 돌아와 길에서 얻은 깨달음을 얘기하고, 그 깨달음을 들은 사람들도 깨달음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났다. 떠나고 다녀 온 사람들은 길 위에 문화가 있었고 역사가 있었고 인연이 있었으며, 살며 사랑하며 행복함이 모두 있다고 얘기했다. 배움도 깨달음도 모두 길 위에 있었고 만남도 인연도 길 위에 있었다. 사람은 언제나 길 위에 있다. 길을 통해서 세상을 만나고 삶을 꾸려가므로.
목차
길을 열며|걷기를 뼈저리게 사랑하는 열두 사람의 길 고백
길은 산을 넘어 들로 흐르고
춘천 봄내길|옛길따라 봄계곡을 더듬었던 날들
강화 둘레길|질펀하게 펼쳐진 엄마의 바다
외씨버선길|첩첩산중 숲의 향 가득한 마음의 오지
그대에게 가지 못하고 바다로 가면서
부산 해파랑길|먼 길, 나에게 돌아오는 길
남해 바래길|사부작사부작 걷는 삶의 길
안면도 노을길|선(線)과 색(色)이 그리는 한 폭의 동양화
선율처름 흐르는 푸른 숲의 매혹
북한산 둘레길|산허리를 돌고 돌아 마음으로 걷는 길
내포문화숲길|참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정
소백산 자락길|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는 천년의 오솔길
홍천 용소계곡길|심심산천(深深山川)의 산향기를 맡으며 걷는길
풍경은 마음을 넘지 못하고
토영 이야~길|사랑하였기에 행복하였네라
전주 마실길|바람으로 머리 빗질하며 걷는 숲길
운부암ㆍ백흥암 길|곱게 늙어가는 절집으로 이어지는 길
금강산 가는 길|그리움 따라 희망 찾아 가는 길
그 섬에 가고 싶다
청산도길|섬, 삶과 죽음의 경계 어디쯤에서
신안 증도길|천국보다 낯선 느린 오후의 평화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도 시작되고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아름다운 명품길
울진 십이령길/질마재길/대전 계족산성길/제주 돈내코길
거진~통일전망대 길/울진 망앙리길 /무주 강변길/화순 정자길
길을 마치며|길의 문화, 길의 철학
저자
신정일
출판사리뷰
『소울로드』는 대한민국 명품길에 관한 걷는 자의 사유와 명상을 담은 길 에세이이다. 아스팔트를 달리는 자동차나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더욱 고도화 되고 빨라졌는데, 일부 사람들은 걷는 것에 더욱 매료되어 갔다. 빠른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과 그것으로 인하여 잃는 것에도 부피와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우리 땅 걷기」라는 원시적 사회 활동이 결성되었다. 한강, 섬진강, 낙동강, 영산강 등 남한의 8대강을 걸어 다니고, 400여개의 산을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땅 끝 해남에서 서울까지 삼남대로 400킬로미터를, 부산에서 서울까지 영남대로 380킬로미터를 걷는다. 단지 두 발로. 그후 2011년 우리 산하의 모든 길들이 ‘걷기’ 열풍에 휩싸였다. 멀리 제주 올레에서부터 북한산 둘레길에 이르기까지 ‘길’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산, 바다, 계곡, 섬들에 홀로 걷고, 함께 걷는 수많은 트레일러들의 발자국들이 온 국토를 몸살 나게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근본적이고 직선적으로’ 걷는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성찰은 미흡했다는 점이다. 『소울로드』는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했다. 바로 내 영혼의 치유처이자 사유의 공간으로 ‘걷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되묻기 위해서이다.
걸을 때면 몸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사유는 근원으로 향한다.
진정으로 사물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걸어야 한다.
걸으면서 나는 생각하고 생각을 접고 생각의 끝을 본다. -본문 중에서
소울로드, 우리 길의 아름다움과 길 위의 인연에 대한 로드 엔솔로지
PART 1 ‘길은 산을 넘어 들로 흐르고’에서는 다양한 직업(길 탐사자, 여행작가, 여행기자)을 지닌 저자들의 개성적인 시선으로 우리나라 대표 들길인 ‘춘천 봄내길’, ‘강화 둘레길’, ‘외씨버선길’을 소개한다. ‘춘천 봄내길(신용자, 봄내길 탐사자)’은 길을 개척하며 만나게 된 특별한 인연들과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로 엮어졌다. 40대 여성 특유의 곰살 맞고 쫀득한 글맛의 탐사기를 통해 춘천을 대표하는 석파령 너머길, 실레 이야기길, 의암호 나들길, 들깨말 구구리길 등 길 개척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정성을 통해 탄생되었는지를 소개한다.
‘강화 둘레길(박기성, 여행작가)’은 강화 갯바다를 거닐며 어릴 적 어머니와의 추억 어린 바다를 반추한다. 아련한 추억과 더불어 한국의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강화도의 속살을 저자 특유의 비판적 서정으로 버무려내며 독특한 서사의 길 이야기를 선보인다.
‘외씨버선길(이병학, 한겨레신문 여행기자)’은 경상북도 청송에서 영양, 봉화를 거쳐 강원도 영월 김삿갓길에 이르는 49킬로미터의 대장정을 여행기자의 눈으로 섭렵하고 있다. 글에서 기자는 외씨버선처럼 오봇하고 가냘픈, 울울창창한 숲길들의 매혹을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섞어 따뜻하고 정감 있게 그려낸다.
PART 2 ‘그대에게 가지 못하고 바다로 가면서’는 진한 바다와 그 길의 각별한 인연이 감성적인 필치로 펼쳐진다. ‘부산 해파랑길(박수자 시인)’에서는 저자의 신산했던 개인사가 운명과도 같은 길과의 인연으로 이어지면서 어떤 시절 바닷길을 방황했던 한 영혼의 고백을 들을 수 있다. 남해 바래길(문찬일 사무국장)에서는 이 길을 만들고 발전시켜 나갔던 이의 애환과 길 사랑이 녹아 있다. 남해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바래길을 사람냄새 폴폴 나도록 진솔하게 표현한다. 태안 노을길(현관욱 사진가)에서는 사진가의 시선으로 읽어낸 색과 공간에 대한 회화적인 느낌, 길에 얽힌 사색 등이 버무려지면서 익숙한 안면도의 정경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PART 3 ‘선율처럼 흐르는 푸른 숲의 매혹’에서는 산허리를 돌고 돌아 아름다운 청춘의 한 시절을 벼렸던 소울로더들의 묵직한 길 고백이 매혹적이다. 북한산 둘레길(맹한승 작가)은 서울 시민들의 친근한 쉼터인 북한산을 3개월여 걸으며 느꼈던 길에 대한 철학을, 자연지리학적 사유가 돋보이는 내포문화숲길(김종대 사무처장)의 이야기는 가야산 내포문화유적지를 둘러보며 깨달았던 마음의 여정을 유적지 설명과 함께 풀어놓았다. 또한 문화사학자의 길 개척기인 소백산 자락길(신정일 대표)은 유서 깊은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와 자연의 어우러짐을 돌아본다. 홍천 용소계곡길(이병학, 한겨레신문기자)은 원시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첩첩산골 홍천 계곡의 야생과 비릿한 숲 내음을 전해준다.
PART 4 ‘길은 마을을 넘지 못하고’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친숙하게 드나들던 마을길을 소개한다. ‘토여이야~길(이민, 여행작가)’은 시와 미술, 문학과 역사가 어우러진 통영의 바닷길을 감성 어린 필체로 담담히 읊조리고 있으며, ‘운캺암 길(도영주 의사)’에서는 옛 절에 이르는 고아하고 소담한 산책로를 통해 마음의 쉼터를 찾아가는 길을 그린다. 철원길(김영규 대표)에서는 한국 분단의 비극적 운명을 내포한 철원 금강산 가는 길을 걸으며 전쟁과 분단의 상흔이 평화와 통일의 여정으로 나아가길 기원하는 저자의 가슴 깊은 울림을 들을 수 있다.
PART 5 ‘그 섬에 가고싶다’에서는 청산도길, 신안 증도길(맹한승, 자유여행가)이 개인적인 기억과 만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사유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는 섬 길을 거닐며 타지인으로 체험하는 길을 그리며 인생 여정으로서의 ‘길’에 빗댄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꼭 걸어야만할 한국의 명품길 8곳(울진 십이령길, 질마재길, 대전 계족산성길, 제주 돈내코길, 거진~통일전망대 길, 울진 망양리길, 무주 강변길, 화순 정자길)을 선정해 PART 6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또 시작되고’(신정일, 문화사학자)에 담았다.
『소울로드』는 걷기를 뼈저리게 사랑하는 열두 사람의 전도서며 경험담이다. 길을 걸으면서 “생각하고, 생각을 접고, 생각의 끝을 본다”는 이도 있고, 왼쪽 신장 반을 떼어낸 뒤 살기 위해서 걸었다는 이도 있다. 걷기 시작하면 마음속의 먼지가 훨훨 날아가는 느낌이 든다는 필자도 있으며 고향 문화의 향기를 퍼뜨리기 위해 산 넘고 물 건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작가도 있다. 결국 이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영혼의 걷기 여정은 칼릴 지브란의 다음 같은 서늘한 결론에 다름 아닐 것이다. “진리를 찾았다고 말하지 말고 참된 것을 하나 보았다고 하라. 영혼의 길을 찾았다고 하지 말고 내 영혼이 그 길 하나를 걷고 있다고 하라. 영혼은 한 길로만 가는 게 아니다. 갈대처럼 위로만 자라는 게 아니다. 영혼은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는다. 꽃잎 숫자를 정해놓지 않은 연꽃처럼.”
자연주의 사진가와 저자들이 빚어낸 대한민국 명품길 사진들
글이 내면의 세계의 표현이라면, 사진은 직관의 풍경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도구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걷기의 사유’를 보다 깊고 진한 울림으로 표현해주는 건 바로 그곳에서 찍은 길 사진들이다.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명상철학적인 사진활동을 펼쳐온 현관욱 사진가의 묵직한 울림을 주는 30여컷의 사진들과 저자들의 진솔한 내면으로 건져올린 70여편의 사진들은 길을 걷고, 느끼고, 사유하며 체험했을 소울로드들의 아픔과 고통, 환희와 생명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숨쉬며 가슴 저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뜨거운 감동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