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정신질환을 탐구하는 과정이 인간의 정체성을 찾아나서는 지적 여정임을 증명하는 재미있고 특별한 책
이 책은 정말 특별하고도 재미있다. “특별하고도”라고 말한 것은 이런 책을 다우어 드라이스마 이외에 누가 감히 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재미있다”고 말한 이유는 정신의학과 신경학계 질환들의 시조명들을 추적한 일종의 역사서인데 마치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집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적확한 내용은 부제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사람의 이름을 갖게 된 마음의 병들”이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정신의학과 신경학 관련 병명들의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는가를 탐구한 책이다. 우선 병명의 시조가 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초의 발견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저자는 물론 추천사를 쓴 정재승 교수도 언급한 것처럼 과학이나 수학 분야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를 ‘스티글러 법칙’이라 하는데, 과학적 발견의 공로가 최초 발견자를 빗겨가는 걸 꼬집는 이 법칙에는 어떤 과학적 사실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그저 최초의 목격자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이는 자신의 관찰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다른 발견과 구별되는 새로운 현상임을 증명하고,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원인을 밝혀야 비로소 과학적 발견에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과학의 발전은 재발견의 역사이다. 이처럼 이 책의 여러 마음의 병들도 재발견의 역사이며, 이 스티글러 법칙이 적용된다.
목차
추천사: 신경정신의학의 아버지들에게 경배를―정재승(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서문: 드라이스마 증후군은 없다
01 해질녘이면 나타나는 이미지: 보네 증후군
02 한 차례의 고통스러운 떨림: 파킨슨병
03 피니어스 게이지의 죽은 뒤의 산책: 게이지 행렬
04 셀레스틴 묘지의 예언: 브로카 영역
05 라이덴 병에서 나온 불꽃: 잭슨 간질
06 시베리아 브랜디: 코르사코프 증후군
07 꺼져, 멍청아!: 질 드 라 투렛 증후군
08 매듭들의 미로: 알츠하이머병
09 신경학의 메르카토르: 브로드만 영역
10 광기의 총본산: 클레랑보 증후군
11 도플갱어와 차 한잔: 카프그라 증후군
12 어린 교수들: 아스페르거 증후군
13 과학이라는 카르단의 고리
주
찾아보기
저자
다우어 드라이스마
출판사리뷰
정신질환을 탐구하는 과정이 인간의 정체성을 찾아나서는 지적 여정임을 증명하는 재미있고 특별한 책
이 책은 신경질환과 정신질환을 처음 발견하고 그 원인과 증세를 세밀하게 밝힌 ‘학문적 아버지들의 치열한 지적 여정’을 그린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정신의학과 신경학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역사를 이해하고,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질병들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얼마나 복잡한가! 뇌는 그것을 정교하게 조절하며, 작은 부위라도 그 네트워크에 이상이 생기면 고통스런 증세가 우리를 덮친다. 이 책은 그것을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재승, KAIST 바이오공학및뇌공학과 교수
어느 장부터 펼쳐 봐도 좋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당신은 이 책을 내려놓지 못할 것이다. 묘하게 잡아끄는 내러티브와 심오한 지식이 결합되어 있으며 매력적인 정보와 생각들로 가득한 이 책은 전문가와 일반 독자 모두를 즐겁게 해줄 보기 드문 역작이다.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뉴욕 대학교 의과대학 신경학 교수
이 책은 정신과 뇌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귀중한 저술이며, 아울러 의학의 역사와 인간 행동의 다양성에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쉽게 쓰였다.
-사이먼 배런 코헨Simon Baron-Cohen, 케임브리지 대학교 발달정신병리학 교수
이 책은 정말 특별하고도 재미있다. “특별하고도”라고 말한 것은 이런 책을 다우어 드라이스마 이외에 누가 감히 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재미있다”고 말한 이유는 정신의학과 신경학계 질환들의 시조명들을 추적한 일종의 역사서인데 마치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집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적확한 내용은 부제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사람의 이름을 갖게 된 마음의 병들”이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정신의학과 신경학 관련 병명들의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는가를 탐구한 책이다. 우선 병명의 시조가 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초의 발견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저자는 물론 추천사를 쓴 정재승 교수도 언급한 것처럼 과학이나 수학 분야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를 ‘스티글러 법칙’이라 하는데, 과학적 발견의 공로가 최초 발견자를 빗겨가는 걸 꼬집는 이 법칙에는 어떤 과학적 사실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그저 최초의 목격자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이는 자신의 관찰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다른 발견과 구별되는 새로운 현상임을 증명하고,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원인을 밝혀야 비로소 과학적 발견에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과학의 발전은 재발견의 역사이다. 이처럼 이 책의 여러 마음의 병들도 재발견의 역사이며, 이 스티글러 법칙이 적용된다.
이 법칙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이 책의 1장에서 다루는 ‘보네 증후군’을 계기로, 저자가 발견보다 발견 이후에 일어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저자도 이 책을 집필한 후에 배운 사실이다. 다시 말해 뇌과학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12명의 ‘이름 기증자’들에 관한 연구를 통해 깨달은 중요한 사실은, 발견은 그 후속 전개 국면에서 공식적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와 관련해 각각의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관례가 있다. 보네가 자신이 관찰한 것을 책에서 기술한 데 반해, 오늘날의 신경과 및 정신과 의사들은 전문지를 통해 소통하고 리서치와 연구 결과를 선보이는 데도 특정한 기준이 있다. 요즘은 단일 사례에 관한 단순한 기술로는 거의 설득력이 없다. 장차 ‘이름 기증자’가 되기를 꿈꾼다면 상당수의 유사 사례를 수집해야 하고(100건이 50건보다 낫다) 연령, 성별, 이미지의 내용, 복용약, 학력 같은 세부 사항을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연구자는 그 현상에 대한 이유도 제시해야 하는데, 가급적이면 어떤 요인이 이러한 이미지 발생에 영향을 주는지 규명하는 실험들로 입증하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 문제의 그 현상을 정말 기존의 정신의학이나 신경학 증후군으로 분류할 수 없는지에 관한 과학 공동체 내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지점까지 도달해야 한다. 그런 다음 권위 있는 동료(또는 위원회)가 그 질병에 저자의 이름을 붙이고자 제안해야 한다. 그리고 과학계가 실제로 그 이름을 인용하기 시작할 때야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발견자’를 뇌과학 연보에 추가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간파해야 하는 한 가지 사실은 시조명을 붙이는 방법에서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이며(현대는 ‘통계적 모집단’이라는 방법에 대부분 의존한다는 사실), 다른 하나는 명성이 시조명을 부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보네 증후군에서는 드 모르시에가 자주 언급되었고, 아스페르거 증후군은 윙이란 이름과 짝을 이룬다. 브로카에게는 페리에, 코르사코프에게는 졸리가, 카프그라에게는 르비 발렌시가 있다. 즉 페리에, 졸리, 윙 등 스스로 견고한 명성을 가진 연구자들이 아니었다면 실제로 그것들을 제기할 만한 위치에 있었더라도 그들의 제안을 높이 샀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시조명이 주어진 경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병명이 그 무엇이든 상관없이 결국은 스티글러 법칙이 지켜졌음을 잘 알 수 있다.
스티글러 법칙이 시조명을 부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이 책 내용의 기조라면 아무래도 이 책이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그 첫째는 이 책이 각 병명을 부여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역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네 증후군이면 보네 증후군이라는 병명이 붙게 된 과정을 탐구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것은 보네 증후군 발견의 역사가 될 수밖에는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파킨스병은 파킨스병 발견의 역사이며, 아스페르거 증후군은 야스페르거 증후군 발견의 역사 등 12개 각 병명들의 발견의 역사이다. 이 책을 흥미롭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저자의 글을 쓰는 솜씨와 전개 방식이다. 저자는 철저하게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글을 전개해 나간다. 예를 들어 4장을 “셀레스틴 묘지의 예언: 브로카 영역”의 경우를 보자. 우선 저자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자신보다 앞선 콜럼버스처럼 ‘브로카 영역’ 발견자는 스스로 무엇을 발견했는지 정확히 몰랐다. 해부학적 사실은 충분히 확실해 보였다. 1861년 4월, 브로카가 외과의로 일하던 파리의 비세트르 병원에서 언어 능력을 상실한 한 남자의 사망 사실을 기록했다. 고인의 뇌를 부검한 브로카는 왼쪽 전두엽 아래쪽에서 심각한 손상을 발견했다. 뇌 조직의 일부는 사라졌고, 남은 것들의 구조는 과육처럼 걸쭉했다. 결론은 명백한 듯싶었다. 요컨대 그곳은 틀림없이 언어 생성에 관여하는 뇌 부위였다. 많은 신경학 편람들은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재구성하곤 했다. 브로카는 좌뇌반구 특정 부위의 손상과 언어 장애의 관계를 발견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브로카 영역’ 그리고 이와 관련한 ‘브로카 실어증’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실을 재조합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브로카는 자신이 매우 다른 어떤 것을 발견했다고 믿었다. 그가 일본이 아니라 신세계에 발을 디뎠다는 걸 깨달은 것은 2년이 지난 뒤였다. 그 발견을 호할 이유는 결코 없었다”고 4장의 문을 연다. 그러면서 피에르 폴 브로카의 간단한 이력을 밝히고, 비세트르 병원에서 “탕 탕”과 “빌어먹을!”이라는 말만 할 줄 아는 사람이 죽은 후, 그의 뇌 해부를 통해 좌뇌의 손상과 언어 상실이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을 밝힌다(탕 씨라고 명명). 그다음에 좌뇌와 우뇌의 차이에서 오는 신경정치학이라는 사실을 길게 분석한다. 물론 그것도 브로카의 결혼 생활과 공적인 생활 리듬 전개와 관련지우면서. 여기에 언급되는 인물들은 지각·기억·운동은 골상학을 연구한 프란츠 요제프 갈이 발견한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뇌 전역에 분포해 있음을 발견한 1820년대 파리의 의사 피에르 플루랑스, 갈을 지지하여 1825년 언어 능력 상실이 전두엽 손상의 결과인 것 같다고 주장한 장 바티스트 부이요, 탕의 기념비적인 프레젠테이션이 있기 몇 개월 전인 1861년 2월 인류학회 모임에서 언어 장애는 전두엽 손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부아요의 사위이자 의사인 에르네스트 오뷔르탱(물론 당시에 브로카는 고차원적인 기능의 재현은 뇌 전역에 걸쳐 분포해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등이다. 그러면서 연구 전개와 양상을 개략적으로 펼친다. 물론 좌측 뇌의 손상과 결합된 실어증 사례의 증가는 천천히 그리고 원치 않았지만 억지로 브로카가 훗날 자신의 ‘발견’이라고 부른 어떤 방향으로 그를 몰아가고 있었다. 그다음에는 브로카가 좌뇌반구와 언어 상실에 관한 증거를 발견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그 증거들을 많이 모은 몽펠리에 부근의 작은 마을 소미에 사는 부자 의사들인 마르크 닥스와 귀스타브 닥스에 관해 길게 서술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발표에 대단히 느슨했다. 아들 닥스가 행동을 취한 것은 제화공 탕의 뇌 프레젠테이션을 둘러싸고 언론의 관심이 생긴 1861년에 들어서였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사실을 세밀하고도 자세하게 서술한다. 그리고 마침내 브로카가 시조명을 부여받는 과정을 드라이스마는 자세하게 그리고 길게 밝힌다. 마침내 브로카는 1865년의 논문에서 대뇌의 비대칭에 관한 최초의 설득력 있는 공식화로 역사에 기록되었음을 밝히는 동시에 언어 장애의 중심 부위를 전두엽이 아닌 훨씬 뒤쪽인 측두엽임을 공인한다. 브로카의 법칙은 1세기 동안 영향력을 유지했고, 이런 오해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연구 인력이 필요했지만, 평시가 아니었던 당대에는 단순히 사람을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음을 밝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브로카의 법칙이 틀렸음을 알리는 연구 결과들을 분석한다. 특히 클라우스 콘라트는 제2차 세계대전의 부상병들 가운데 언어 상실자들을 대상으로 뇌의 엑스레이를 이용해 언어 중추를 연구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언어 중추는 70퍼센트 정도에서 왼쪽에 위치하며, 15퍼센트는 오른쪽, 나머지 15퍼센트는 왼쪽과 오른쪽에 나뉘어 있었다. 이는 분명히 브로카의 법칙과 어긋나는 결과다.
이처럼 저자가 사실에 근거해 책을 집필하는 방식은 어느 역사가보다도 철저하고, 그 사이 사이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저자 특유의 방식을 가미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시조명은 영예임과 동시에 결투의 장이다. 권력과 권위가 쟁점이 되고, 과학적 증거를 둘러싼 갈등을 조정하고, 분류와 범주화라는 사안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묘책과 조작의 현장이다. 일찍이 신경학 역사학자 앤 해링턴이 말했듯 “인간의 정신과 뇌가 ‘진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무엇보다도 관심을 가진 현대의 과학자라면 어떻게 과학이 ‘진짜로’ 돌아가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마침내 우리 시대의 뇌공학 연구자인 정재승으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공감을 얻기에 이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연구해온 환자를 처음 마주한 100년 혹은 200년 전의 의사들과 강하게 유대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됐다. 그들의 학문적 열정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져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