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알코올 중독에 걸린 당나라 송나라 시인들을 진찰하다
: 문학적이고도 의학적인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1년 365일 매일 고주망태가 되었다는 자칭 주선酒仙 이백은 술꾼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주태백’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중독 전문 의사인 저자가 고찰한 당송 시대 시인(문인) 14명의 음주 진찰록이다. 그들의 시詩와 사詞를 통해 현대 의학의 눈으로 접근한 저자는, 시인들의 음주 스타일과 주벽 등 음주 양상에 대해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운 진단을 내린다. 시인들의 주량을 계산하거나 술을 즐기는 까닭을 생리학적으로 분석하고 기이한 주벽의 원인을 파헤치는 등 시인 개개인의 음주 행태와 중독 의학의 연구를 흥미롭게 접목했다.
문학 작품, 특히 시와 사에 나오는 술과 관련한 이야기에는 멋과 향이 있다. 한마디로 ‘풍류’다. 이와 대척점에 있는 ‘중독 의학’은 일견 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극인 듯하다. 하지만 저자는 둘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 독자들에게 풀어놓는다. 책을 읽는 동안 술을 마시고 싶기도 하고, 술을 끊고 싶기도 한 ‘양자역학적’ 심리가 발동한다. 문학적이면서 동시에 의학적인, 어쩌면 저자는 그 누구보다 술에 도통한 풍류인이 아닐까.
목차
음주 시인들의 생애 연표
프롤로그: 3000년 전의 계주문
진찰록: 고궁 박물원의 암호-알코올 중독은 만성 질환
1부 그대, 한 잔 드시게
01. 소식 북송의 문호, 술을 빚으며 무엇을 넣었을까?
진찰록: 주량을 가늠하다-알코올 함량 계산
02. 이백 자칭 주선, 최고의 술 홍보대사
진찰록: 술을 즐기다-술의 생리 화학 특성과 뇌에 미치는 영향
03. 두보 인생난제, 어찌할 도리 없어! 술로 푸는 수밖에
진찰록: 스트레스를 풀다-음주와 스트레스 해소의 상관관계
04. 유영 북송의 슈퍼 아이돌, 밝히지 않은 음주의 폐해
진찰록: 초췌한 것은 당연해-음주 후 신체와 심리가 받는 영향
05. 이청조 마시자! 한 잔의 술, 길을 잃고 헤매다
진찰록: 쓸쓸하고 처량하고 근심될 때-청소년과 여성 음주의 특징
06. 하지장 이백과 두보가 만든 주선, 술에 취해 우물에 떨어져
진찰록: 기이한 행동의 배후-장기 음주와 노년 음주의 특징
07. 이상은 낭만적 사와 술, 사랑이 깊을수록 상처도 깊어
진찰록: ‘그때 그 광경’ 아픈 추억-음주 후 뇌 신경의 3단계 변화
2부 그대, 술잔을 내려놓으시게
08. 백거이 술 권하는 시인, 그의 친구가 되려면
진찰록: 알코올 중독-알코올 사용 장애
09. 석만경 기괴한 음주 스타일, 나뭇가지 위에서도 술을 마셔
진찰록: 술을 끊고 죽다-무모한 금주의 금단 증세
10. 육유 알고 보니 당뇨병 환자, 죽 끓이고 술도 마셔
진찰록: ‘건강 음식 준칙’-음주가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
11. 신기질 술잔에게 전하는 말, 다시 오면 박살 내버리겠다
진찰록: 음주 원인과 갈등-알코올 중독의 배후 뇌 보상 시스템
12. 구양수 술 취한 늙은이, 모순된 심경과 금주 묘책
진찰록: 술 대신 차-몇 가지 금주 심법
13. 매요신 금주 인생 풍경, 금주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할 길
진찰록: 순조로운 금주-금주의 단계별 표현과 방법
14. 양만리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번뇌, 단주 처방전은 어디에
진찰록: 금주 애한-금주를 위한 약물
에필로그 도연명 술을 끊기 위한 선전포고, 왜 나만 따라해
진찰록: 금주 원로의 메시지-알코올 중독은 만성 질환, 금주는 장기적 도전
특집 그대, 술을 끊으시게
옛 시인 음주 운전 TOP 5
후기 문학과 의학의 만남
나의 음주 스타일
추천 서문 신기한 지식이 늘었다
인문 의학이 새로운 영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언가에 중독된 자만이 그 이름을 남기리
술을 마주하고 노래 부르자. 인생, 살면 얼마나 사는가
미주
참고 자료
저자
랴오보차오 (지은이), 김성일 (옮긴이)
출판사리뷰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하늘에 주성이 없었을 것이고
땅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땅에 주천이 없었겠지
하늘과 땅도 술을 사랑했으니
내가 술 사랑하는 건 부끄러운 일 아니지
-이백, 〈월하독작사수〉의 제2수 가운데
송나라 문학의 거장 소식(소동파)은 술 담그는 일에 ‘진심’이었다. 술 담그기뿐만 아니라 음주도 즐겼는데 알딸딸한 ‘황홀’ 상태에 빠지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의 주량은 작은 맥주 한 캔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중국 최고 시인이자 시선詩仙 이백은 술을 ‘애정’하기에 술을 즐겼고, 이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성詩聖 두보는 장기간의 실업과 자녀의 죽음으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술을 마셨다. 북송의 ‘슈퍼 아이돌’ 유영은 연회와 음주를 사로 옮기며, 음주의 아름다움과 알코올의 영향을 언급했다. 북송의 여성 문인 이청조는 소녀 때부터 술을 마셨는데 만년이 되기까지 허구한 날 술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이백과 두보의 망년지교忘年之交인 하지장은 술에 취해 말을 타다가 우물에 빠질 정도였고, 음주 후 섬망 증세(의식 장애)가 있었다. 하지장이 세상을 뜬 뒤 이백은 술을 마주하니 하지장이 생각난다는 시를 지었다.
지난날 잔 속의 물건(술)을 그리 좋아하더니
지금은 소나무 아래 한 줌 흙이 되었습니다, 그려
-이백, 〈대주억하감이수병서〉 제1수 가운데
당나라 대시인 백거이는 새벽부터 술을 마셨다. 술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폐병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되자 되레 폐병을 탓할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술을 다섯 말이나 마셔서 ‘석오두’라 불린 석만경은 주량이 송나라 최고라고 알려졌지만 술을 끊자 죽고 말았다. 남송의 시인 육유는 애주가이며 양생(건강 관리)을 중시했다. 당뇨병이 있어, 술 마신 뒤에는 갈증으로 고생하면서도 술을 끊지 못했다. 역시 남송의 시인 신기질 역시 유명한 애주가였다. 그는 병이 들어 금주를 결심하면서도 다시 술 마시기를 반복했다. 송나라 문인 구양수는 나이 마흔에 스스로를 ‘취옹醉翁’이라 부를 만큼 술을 좋아했으나 건강에 이상이 생겨 술 대신 차를 마셨다. 송나라 시인 매요신도 다른 시인들처럼 술을 마시고 시를 지었으나 단계별로 금주를 실행했다. 술만 마시면 호기만장豪氣萬丈인 남송 시인 양만리는 의학 책과 의사의 도움으로 금주를 시도했다.
병으로 수척하니 꽃술이 따뜻하게 느껴져
마음이 답답하고 갈증이 날 때 봉단차의 향을 맡는다오
-구양수, 〈감사〉 가운데
당송 시대 시와 사에 등장하는 술은 정서를 자극하는 매혹적인 역할을 한다. 물론 오늘날에도 술의 이미지는 매우 풍부하여 여전히 교육과 문화를 통해 노래의 주제가 되고 있다.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술을 문학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많지만 과학으로 해석한 사람은 적다. 문학적 시각에 의학 상식과 기본 과학 개념을 더한다면 작품 속 술에 대한 접근 방법은 물론이고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욱 다양하고 폭넓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옛 시인의 시와 사에 넌지시 드러난 정서와 정보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세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느끼게 하는 까닭이다. 문학과 의학에 앞서 삶에 풍성함을 더하기도 하고 깊은 상처를 내기도 하는 술 앞에서 어쩌면 인간은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 취한 듯 취하지 않은 듯, 우리를 갖가지 중독으로 내모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저자는 사람으로 살면서 지켜야 할 것을 오랜 역사 속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넌지시 전한다.
란양문학상, 타이난문학상, 황시문학상을 수상한 의사의 문학과 의학의 컬래버레이션
저자이자 의사인 랴오보차오는 시와 사에 담긴 이들의 술 이야기를 중독 과학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중독 의학과 문학이 결합된 이 책은 전문 지식과 교양이 일반 대중의 눈높이로 잘 다듬어진 융합의 본보기로 손색없다. 저자는 이 책으로 이란현宜蘭縣과 타이난시, 장화현彰化縣에서 우수한 문학 작품을 선발하여 수여하는 란양문학상과 타이난문학상, 황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1부, 2부, 특집으로 구성했다. 현전하는 문헌 가운데 최초로 금주를 권한 3000년 전 이야기로 본문은 시작한다.
1부 〈그대, 한 잔 드시게〉에서는 특이한 주벽이 있는 시인들을 다루었다. 북송의 대문호인 동파 소식, 최고의 술 홍보대사인 이백, 스트레스를 술로 풀었던 두보, 북송의 슈퍼 아이돌 유영, 청소년 시절부터 술을 마신 이청조, 기이한 행동을 일삼았던 하지장,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술을 홀짝인 이상은이다. 저자는 이들의 시를 살펴 시인과 술의 관계, 음주 행태, 음주 후 주벽 등을 서술했다. 특히 현대 의학의 알코올 중독 연구를 접목했는데 각 시인에 맞게 알코올 중독 형태의 주제와 내용으로 구성했다.
2부 〈그대, 술잔을 내려놓으시게〉에서는 음주를 즐겼으나 어떤 식으로든 금주를 시도하거나 성공한 시인들이 등장한다. 술 권하기를 좋아한 백거이, 기발한 방법으로 술 마시는 스타일이 다양했던 석만경, 당뇨병으로 생활 습관에 신중을 기한 육유, 의용군 출신 신기질, 취옹에서 차옹이 된 구양수, 단계별로 금주를 실행했던 매요신, 금주하려고 노력한 양만리이다. 이들의 음주와 금주 노력과 관련된 문헌 구절을 인용하여 시인의 음주 행태와 금주를 위한 노력과 방법 등을 서술했다. 마찬가지로 현대 의학의 알코올 중독 연구를 접목했는데 각 시인의 알코올 중독과 금주 시도, 금주 후의 금단 현상에 맞는 주제와 내용으로 구성했다.
시인마다 제시한 ‘진찰록’은 쉬운 말투와 감정이입의 기법으로 옛 시인들의 음주 문제를 다루었다. ‘음주 문제 선별 검사 설문’과 금주 방법 등 전문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쉽게 풀어 제시하는 등 음주에서 금주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서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