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침이 고인다
맛있는 건美食 아름다워美!
맛으로 떠나는 식탁 위 중국 여행
아는 동파육, 오향장육, 짜장면, 마파두부, 훠궈의 몰랐던 이야기
몰랐던 솬양러우, 쑹수구이위, 량반황과의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와 역사로 중화요리를 맛보다!
‘북경오리구이 외교’의 달인 저우언라이는 1954년에 채플린을 초청했다. 채플린은 기꺼이 응했고 저우언라이는 역시 북경오리구이를 대접했다. 그러나 채플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오리를 먹지 않습니다. 제가 연기한 우스꽝스럽게 걷는 캐릭터는 바로 오리의 걸음걸이에서 영감을 얻은 겁니다. 오리에 감사하는 마음 때문에 오리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저우언라이는 겸연쩍었다. 그때 채플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은 예외입니다. 이건 미국 오리가 아니니까요!” 채플린의 입담으로 분위기는 달아올랐고 연회는 흥겨웠다. 채플린이 말했다. “중국 오리구이는 과연 명불허전입니다. 세상 최고의 맛입니다.”
맛은 혀끝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진정한 진미를 느끼는 데 아는 것은 힘이 된다. 맛있으면 궁금해지고, 알고 먹으면 더 맛있으니까! 『중화미각』은 한국중국소설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열아홉 명이 중국 역사와 문학 속 스무 가지 음식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알면 알수록 당장 근처 중화요릿집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맛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목차
서문
전채(前菜)
세상의 모든 향신료와 함께: 오향장육(五香醬肉)
위장을 여는 시큼한 맛: 량반황과(凉拌黃瓜)
주요리(主菜)
위풍당당한 멋과 맛: 북경오리구이(北京?鴨)
천재가 만든 돼지고기 요리: 동파육(東坡肉)
운명을 바꾼 회 한 점: 농어회(?魚膾)
다람쥐 모양 생선 칼집 탕수: 쑹수구이위(松鼠桂魚)
마음씨 고운 아주머니의 서민 음식: 마파두부(麻婆豆腐)
식사류(飯·食事類)
온 가족이 한데 모여 빚고 먹는 맛: 만두(饅頭·包子·餃子)
바삭하고 고소한 오랑캐 떡의 여행: 호떡(胡餠)
금가루를 뿌린 듯 포슬포슬: 양주볶음밥(揚州炒飯)
경계를 넘고 넘어 탄생한 유혹의 맛: 짜장면(炸醬麵)
탕(湯)
북경의 뜨거운 겨울을 먹다: 솬양러우(?羊肉)
맛, 소리, 향의 삼중주: 훠궈(火鍋)
후식(後食)
과거급제의 소망을 담은 과자: 장원병(狀元餠)
첫사랑의 설렘: 광동당수(廣東糖水)
여신의 디저트: 반도 복숭아(蟠桃)
음료(飮料)
향기롭고 뜨겁게 취하다: 백주(白酒)·약주(藥酒)
황제를 총애를 받은 차: 용정차(龍井茶)
간식(小吃)
도성의 밤거리 시끌벅적 야시장: 야식(夜宵)
연회차림표(宴會菜單)
최고의 만찬: 만한전석(滿漢全席)
저자
권운영, 김경석, 김명구, 김명신, 김민호, 김수현, 김지선, 문현선, 송정화, 송진영, 이민숙, 이시찬, 이윤희, 이주해, 이현서, 임대근, 정광훈, 정민경, 최진아 (지은이)
출판사리뷰
맛있는 건 어렵지 않아
마파두부, 동파육, 만두…… 평범한 우리 모두의 음식
동파육은 항주의 인기쟁이 소식이 백성들에게 잔뜩 선물 받은 돼지고기를, 다시 백성들과 함께 나눠먹으려고 만든 요리다. 마파두부는 다리 옆 작은 식당 진씨 아주머니가 상인과 노역자들의 허기를 달래주기 위해 부스러기 고기와 두부에 갖은양념과 기름을 넉넉하게 넣고 맛있게 볶은 요리다. 만두, 포자, 교자, 소매, 혼돈…… 소가 있거나 없거나, 옆이 터졌거나 막혔거나. 이름도 모양도 재료도 다양하고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만두는 사람 머리를 대신해 제갈량이 신에게 제물로 바쳤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태생부터 애민정신 가득한 음식인 셈. 친숙한 중국 음식 중에는 얽힌 이야기도 조리 방법도 ‘서민적인’ 것이 많다. 어렵지 않기에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지역별로 입맛별로 응용하기도 쉬웠다.
만두라는 명칭이 원래 ‘오랑캐 머리’라는 뜻의 만두(蠻頭), 사람 머리로 속였다는 뜻의 만두(瞞頭)에서 음식을 뜻하는 만두(饅頭)로 변모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 만두의 탄생 배경에 인간과 생명을 존중하는 정신이 담겨 있다. 남만 현지 사람들은 사람을 죽여 그 머리를 제물로 바쳐 신의 분노를 잠재웠지만 제갈량은 가짜 사람 머리, 즉 만두를 만들어 누구의 생명도 희생시키지 않았다. 제갈량으로 상징되는 중원의 이성적 인문문화가 남만의 야만적 인신제사를 대체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남만인의 생명이나 중원인의 생명을 똑같이 소중하게 여긴 생명존중과 애민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만두는 신의 노여움을 잠재울 만큼 맛있었다. 과연 강물의 신은 사람의 머리와 밀가루 머리를 구별하지 못했을까? 어쩌면 사람 머리 모양을 한 만두의 황홀한 맛이 신의 분노를 가라앉힌 것은 아닐까? 입안에 퍼지는 달콤한 육즙의 맛에 신조차 고개를 끄덕이며 제갈량의 군대를 통과시켜주었으니 사람들이 만두를 얼마나 맛보고 싶어했을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_본문에서
떠돌며 섞이고 변신한 짜장면과 호떡
만주족과 한족의 진귀한 요리를 모두 모아놓은 최고의 연회, 만한전석
중국 음식은 유전을 거듭했다. 변신의 대표 선수로 꼽아도 좋을 두 가지가 짜장면과 호떡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 짜장면은 산동 상인들이 한국에 정착하고 나서 새로운 맛을 더해 만들어낸 국수다. 국경을 넘어와 변신한 화교표 짜장면은 사실 태생부터 초경계적이었다. 멀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 발상지로부터 가깝게는 만주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대륙 서쪽 끝과 동쪽 끝에서 기원한 음식문화가 대륙을 가로지르고 발해를 건너 중국 산동에서 만나 탄생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호떡은 오랑캐라고 지칭되던, 중국 서북쪽 유목민으로부터 전래된 음식이었기에 ‘오랑캐 호(胡)’, ‘떡 병(餠)’을 써서 ‘호병(胡餠)’이란 이름으로 표기되었다. 중국 한나라 무렵, ‘병’은 중원으로 들어온다. 당시 황제인 영제가 참깨호떡의 탐식가였다. 이후 호떡은 개방적이고 융합적인 당나라 문화에 편입되며 동아시아 각지로, 조금씩 다른 형태로 퍼져나갔다.
만한전석(滿漢全席)은 만주족과 한족의 진귀한 요리를 모두 모아놓은 최고의 연회로 알려져 있다. 만한전석의 기원은 강희제가 만주족과 한족의 화합을 위해 천수연을 연 것에서 비롯되었다. 무력으로 중국을 통일한 만주족은 폭력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공감을 이끌어내야 했다. 이를 식탁 위에서 실현하려고 연 연회가 바로 만한전석이다.
북경오리구이를 굽는 세 가지 방법은?
훠궈 소스 만들기는 어떻게 도전할까?
뜻밖에 이 책은 훌륭한 미식 가이드도 된다. 북경오리구이를 굽는 방법으로는 오리에 쇠꼬챙이를 꽂아 숯불 위에서 구워내는 ‘차사오(叉燒)’와 화로 위에 오리를 거꾸로 걸어두고 은은한 불로 굽는 ‘과루(掛爐)’, 그리고 외국인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화로 안에서 뜸들이듯 굽는 ‘먼루(?爐)’가 있다는 사실. 훠궈는 대표적인 요리법만도 여섯 가지다. 입문자에겐 개인 소스를 만드는 일이 심리적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데, 어렵지 않게 시작하려면 마장이나 간장을 기본으로 하여 다른 것을 첨가해나가는 게 좋다.
큰 양이 아름답다? 맛있는 건 아름다워!
생선에 얽힌 중국인의 금기와 공자의 회 사랑
음식에 얽힌 이름이나 특정 재료에 대한 선호나 금기를 알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요즘은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해진 양고기. 그런데 아름답다는 말이 사실은 ‘큰 양’에서 비롯됐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글자인 미(美) 자도 양과 관련되어있다. 양(羊)과 대(大)를 위아래로 연결해놓으면 바로 아름다울 미 자가 만들어진다. 미 자는 원래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라 맛있다는 뜻을 가진 글자다. ‘맛 좋은 음식(美食)’, ‘맛있는 술(美酒)’ 등에서 지금도 맛있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설문해자』에서는 미의 뜻을 “맛있다(甘也)”라고 했다. 큰 양이란 바로 살진 양으로, 살이 찔수록 지방이 많아지고 몸집이 커져서 양의 육질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_본문에서
한편, 중국에는 손님을 열렬히 환대할 때 꼭 내오는 생선 요리가 있다. 약간은 낯선 이름, ‘쑹수구이위’라는 다람쥐 모양의 생선 칼집 탕수 요리다. 그런데 생선이면 그냥 생선이지 왜 하필 다람쥐 모양일까? 이는 쑹수구이위의 재료 잉어가 원래는 신에게 바치는 제사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맛있는 걸 그냥 지나칠 리 없는 청나라의 대표 미식가 건륭제가 잉어를 요리로 만들어 바치라 명했고, 요리사는 고심 끝에 잉어의 모습을 쏙 감춘 다람쥐 모양을 한 탕수 요리를 만들어 식탁에 올린다. 그것이 바로 쑹수구이위다.
한편, 중국에서 생선회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데 그건 왜일까? 중국에서 생선은 여유의 상징(‘어(魚)’의 중국어 발음인 ‘위’가 풍족함과 여유를 뜻하는 ‘여(餘)’의 발음과 같다)이기 때문에 잘게 토막 내서 식탁에 올리는 것 자체가 께름칙한 일이어서다. 온전한 하나의 생선이어야 넘치는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머리와 꼬리가 제대로 붙어 있어야 유시유종(有始有終), 선시선종(善始善終), 그야말로 처음과 끝이 다 좋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그 맛있는 생선회를 안 먹었을까? 그럴 리 없다. 공자가 회를 좋아했다. 공자는 “밥은 정갈한 것을 아주 좋아하고, 회는 잘게 썬 것을 아주 좋아한다(食不厭精, 膾不厭細)” 했다 한다. 북송 때 기록에는 ‘회장(?匠)’이라는 재미있는 단어도 나온다. 글자 그대로 ‘회 뜨는 장인’이다. 목공 일을 잘하는 목장, 돌을 잘 다듬는 석장처럼 회 잘 뜨는 사람을 회장이라고 특별하게 불러주었다.
개봉의 호사스런 술집과 풍성한 야식, 밤놀이 문화
개봉의 호사스런 술집과 밤거리 이야기에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1000년 전 북송의 수도 개봉에는 주교(州橋) 야시장이 있었다. 그런데 밤마다 불 밝혔던 이 거리의 흥겨움이 놀랍다. 오소리고기에 들여우고기 같은 야생동물 요리부터 각종 안주까지 야식은 풍성했고 늘어선 술집들은 규모 면에서나 서비스 면에서나 호탕했다. 술집에선 500여 가지 이상의 음식을 팔았다. 허영기 많은 손님들은 고명까지 순살이냐 비계 낀 살코기냐를 따져 까탈스럽게 주문했고, 그러면 종업원들은 이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한 번에 주발 20개씩을 어깨에 쌓아 나르며 분주히 안주를 날랐다. 술집에 없는 안주는 다른 데서 시켜 먹어도 개의치 않았다. 먼 데서 술 주문이 들어오거나 기생집에서 술을 시키면 값 비싼 은 술병에 술을 담아 보내주는 배짱도 있었다. 밤놀이 문화도 화려했다. 상원절, 즉 정월대보름 때면 부녀자들도 머리에 환히 빛나는 등을 달고 밤거리를 마음껏 돌아다녔다. 처음 만난 남녀가 서로 마음에 들면 쿨하게 야합을 하고 헤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현대 대도시의 밤거리와 비교해도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 풍경들이다.
한국중국소설학회는 책의 서문에서 2019년 학회 30주년을 맞이해 그간 연구해온 ‘이야기의 힘’을 오늘,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 가까이 있는 중화요릿집 차림표처럼 친근하게 구성했다. 책은 새콤한 전채, 기름진 생선과 고기 요리, 그리고 든든한 식사와 개운한 후식으로 이어진다. 입맛 다시며 차림표를 살펴봤다면, 이제 책 곳곳에 넘쳐흐르는 이야기를 맛볼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