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40여 년간 보들레르의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을 발굴해 연구하고, 국내 초역으로 번역해온 저자 이건수는 『저주받은 천재 시인 보들레르』 등 다양한 보들레르 관련 서적을 출간한 바 있는 보들레르 전문가다. 이 책의 본문에는 『벨기에 기행』 소개는 물론 보들레르가 현대문명을 비평한 흐름을 분석하며, 전통 보들레르 연구에서 사용돼왔던 기존 서명에 관해 검토까지 보들레르 지식의 정수가 담겨 있다.
여기에 부록으로 『우아한 벨기에』 전문(全文)과 『불쌍한 벨기에여!』를 위한 「개요」 전문 그리고 보들레르 생전의 마지막 시집(1866년 브뤼셀)이 된 『표류물』 속 시 세 편을 주석과 함께 실었다. 『우아한 벨기에』와 「개요」는 국내 첫 완역이므로, 본문의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숨겨진 보들레르의 진품(珍品)을 찾아 읽는 기쁨을 함께 제공한다.
목차
들어가면서: 벨기에 풍자를 통한 보들레르의 현대문명 비판
I. 1864년의 보들레르 기행문
II. 보들레르 시대의 벨기에 왕국
III. 원숭이에서 똥 묻은 막대기까지: 벨기에 사람에 대한 보들레르의 정의(定義)들
IV. 풍속 연구의 예시: 제4장 「풍속들. 여인들과 사랑」
V. 보들레르 풍자의 두 방향: ‘관례주의’와 ‘순응 정신’ 비판
VI. 『벨기에 기행』의 제목 선정과 문학적 의의
VII. 운문시집 『우아한 벨기에』
VIII. 풍자 문학의 절정, 미완의 산문집 『불쌍한 벨기에여!』
[부록 1] 보들레르의 풍자시집 『우아한 벨기에』(국내 최초 완역)
[부록 2] 『불쌍한 벨기에여!』의 「개요」(국내 초역)
[부록 3] 잊혀진 시집 『표류물』 에 실린 세 편의 익살 풍자시
주
샤를 보들레르 연보
참고문헌
저자
이건수
출판사리뷰
샤를 보들레르 탄생 200주년 기념!
『악의 꽃』의 시인, 보들레르의 벨기에 기행
“벨기에는 똥막대기” “여자는 없고 암컷만”
풍자시집 『우아한 벨기에』 등 국내 최초 완역 수록
『악의 꽃』 시인 보들레르의 벨기에 기행, 당시 선진공업국 벨기에의 물질주의와 몰개성화를 통렬히 풍자함
현대시의 창시자 보들레르의 가시 돋친 벨기에·벨기에인論
『우아한 벨기에』(全), 『불쌍한 벨기에여!』(개요) 국내 초역 수록
4년 전 압류된 시집 『악의 꽃』이 1861년 마흔 살 때 해금되며 재판을 찍고, 이후 몇 년 동안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1867)는 도대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파리의 우울』 『현대생활의 화가』로 묶일 시와 미술비평 원고를 한 편 두 편 발표하게 된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에 입후보했다가 가당찮다며 문단의 집중포화를 얻어맞은 끝에 이듬해 1862년 후보에서 사퇴한 것이 어쩌면 그의 ‘잠복하고 있던 병(매독으로 인한 뇌병변)’을 도지게 했거나, 아니면 그 반대인지도 모른다.
궁지에 몰린 시인은 독립한 지 30년이 갓 지난 이웃 벨기에왕국을 ‘자발적인 유배’ 장소로 점찍는다. 교육부에 지원받고자 예산을 신청했으나 무산된 뒤 1864년 봄, 강연이나 해서 펀딩을 할 요량으로 벨기에 수도 브뤼셀을 찾았다. 그러나 강연회는 실패로 끝나고 보수도 보잘것없어, 돈을 마련하러 잠깐 파리를 다녀간 것 말고는 극도의 빈곤과 우울 속에서 만 2년 이상 그곳에 머문다.
『악의 꽃』의 산문·산문시 버전이라 할 일련의 칼럼·메모 들은 생전에 출판은커녕 연재조차 거절당한다. 그는 끝내 반신마비가 되어 넉 달간 병원 신세를 진 끝에 파리로 이송되고, 2년 뒤 숨을 거둔다(1867년, 46세). 시인의 방탕한 사생활처럼 결코 아름답지 않은 이 백조, 아니 ‘흑조(黑鳥)의 노래’가 바로 유작이 된 벨기에·벨기에인 비판 『우아한 벨기에』 『불쌍한 벨기에여!』다.
“동물계의 어떤 종자에 / 벨기에 사람을 분류해 넣을 것인가?” (중략) / (대학자 퀴비에가) “연체동물부터 원숭이까지 / 도대체 어떤 자리에 넣어야 할지 / 도통 알 수가 없어 난 포기하겠소!” (71~72쪽 『우아한 벨기에』, 「퀴비에(Cuvier)의 발언」 중에서)
여기(벨기에)에는 암컷들이 있다. 여자들은 없다. (82쪽 『불쌍한 벨기에여!』, 「개요 - 4. 풍속들, 여자들과 사랑」 중에서)
벨기에는 똥 묻은 막대기다. 그래서 이 나라는 불가침이 된다. “벨기에를 건들지 마시오!” (94쪽 『불쌍한 벨기에여!』, 「개요 - 21. 프랑스와의 합병」 중에서)
그런데 도대체 벨기에와 그곳 사람들의 그 무엇이 이 프랑스 시인을 그토록이나 부아가 나게 만든 것일까? 에스파냐에 이은 오스트리아의 지배, 나폴레옹 프랑스의 점령, 네덜란드에 병합 등 굴곡진 역사를 지나 1831년 왕국으로 독립한 벨기에는, 문화적으로야 프랑스에 비할 바 못 되었다 해도 산업화와 경제적 풍요에서는 프랑스를 능가했다. 그러나 얼핏 ‘늙은 대국의 배알 꼴린 시인’의 토악질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일련의 메모들 속에서 저자는 신랄한 ‘현대문명 비평’을 간취해낸다(여기서 현대modernite란 보들레르의 당대이니 우리에게는 근대다. 그런데도 저자가 읽어내는 보들레르의 비판에서 우리는 ‘보들레르의 낡은 근대’가 아니라 정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그림자를 언뜻 볼 수 있다).
‘야만적’인 나라 벨기에의 ‘상스러운’ 국민들에서 보들레르가 느낀 혐오의 본질을 저자는 그들의 ‘따라쟁이’ 기질, 즉 ‘관례주의=순응주의(conformite)’로 요약한다. 벨기에 사람들이 원숭이이고 브뤼셀이 ‘원숭이들의 수도’인 이유다. 40여 년간 보들레르의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을 발굴해 연구하고, 국내 초역으로 번역해온 저자 이건수는 『저주받은 천재 시인 보들레르』 등 다양한 보들레르 관련 서적을 출간한 바 있는 보들레르 전문가다.
이 책의 본문에는 『벨기에 기행』 소개는 물론 보들레르가 현대문명을 비평한 흐름을 분석하며, 전통 보들레르 연구에서 사용돼왔던 기존 서명에 관해 검토까지 보들레르 지식의 정수가 담겨 있다. 여기에 부록으로 『우아한 벨기에』 전문(全文)과 『불쌍한 벨기에여!』를 위한 「개요」 전문 그리고 보들레르 생전의 마지막 시집(1866년 브뤼셀)이 된 『표류물』 속 시 세 편을 주석과 함께 실었다. 『우아한 벨기에』와 「개요」는 국내 첫 완역이므로, 본문의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숨겨진 보들레르의 진품(珍品)을 찾아 읽는 기쁨을 함께 제공한다.
그래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다
“보들레르의 벨기에 기행(紀行)은 한 민족 전체에 대한 그 신랄한 풍자성으로 인해 병든 천재 보들레르의 문학적 기행(奇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60쪽).” 그런데 이렇게 벨기에와 거기 사람들을 대놓고 과장, 왜곡, 폄하하는 글을 썼다가 필화(筆禍)를 입지는 않았을까? 실제 보들레르 자신이 “벨기에를 떠난 다음에야 출판할 수 있겠다”고 평할 정도였다니 말이다.
그러나 원고 뭉치(라기보다는 쪽지 더미)를 유고로 남긴 채 보들레르는 세상을 떠났고 그해 『유작집』에서 내용 일부가 공개됐을 뿐이다. 그중 책에서 『불쌍한 벨기에여!』로 소개하는 글들의 전모는 그로부터 100년도 더 지나 1976~80년에야 『불쌍한 벨기에여!』와 『옷이 벗겨진 벨기에』라는 같은 내용, 다른 제목의 두 책으로 빛을 보았으니, 시인은 자기 글에 대한 반응을 볼 기회가 없었다. 책을 보고 사후에나마 짙은 유감을 표한 벨기에인이 있기는 했다.
“개인적인 기억이 없더라도, 조금만 역사를 참조해보거나 벨기에의 삶, 특히 1865년경의 브뤼셀의 생활상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만 봐도, 보들레르가 내린 평가와 그의 단언들의 진위를 쉽게 판단하고 가려낼 수 있다(49쪽).”
그러나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에 안장된 보들레르 시인의 무덤을 찾아오는 그 어떤 벨기에 사람도 침을 뱉지는 않는다(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