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슬프고 어두운 세계를 이기는 따뜻한 힘
아동청소년문학을 향한 열렬한 비평의 기록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및 『어린이와 문학』 신인평론가상을 수상하고, 동시와 동화, 청소년소설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개성 있는 언어로 비평적 임무를 수행해 온 김재복의 첫 평론집 『다정의 세계: 아동청소년문학의 사유와 감각』이 출간되었다.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섬세하고 다정한 비평 언어, 작품과 직접 대면하고 대화하려는 소통 의지, 작품의 의미와 가치와 가능성을 탐색하는 비평적 사유가 돋보인다. 또한 코로나 시대 어린이들의 망가진 삶을 수습하는 데 아동청소년문학이 유용함을 역설하는 한편, 비인간 존재를 문학적 주체로서 발견하고 사유하는 것이야말로 상호인정과 연대의 첫걸음이 될 것임을 밝혀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목차
책머리에
1부
동시, 주기와 말하기 사이에서
동시의 북소리
2부
당도한 혹은 곧 도래할 주체들: 아동문학의 인물에 대하여
비인간, 오래된 문학적 주체들의 재발견
또 하나의 실재, 가상 공간의 동화적 상상
소재를 넘어 이야기로: 아동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에 나타난 소재주의
아동청소년문학의 ‘신스틸러’를 위하여
분단 상황에 대한 아동문학적 대응: 탈북을 다룬 동화를 중심으로
우리 아동문학의 정치성, 세 개의 풍경
3부
상상하면 살아나는 비밀: 송찬호 동시론
주술적 놀이의 가능성: 이안 동시론
구름의 사랑학: 김륭 동시론
사이를 보다: 이장근 청소년시
나누기의 감성: 진형민론
닫힌 죽음과 갇힌 질병에 관한 보고서: 유은실의 『마지막 이벤트』와 『2미터 그리고 48시간』
막다른 골목에서 문이 되는 아이들: 최영희 청소년소설을 중심으로
4부
스밈과 번짐: 김이구 『해묵은 동시를 던져 버리자』, 이안 『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
처음 배우는 것 같은 말: 차영미 『으라차차 손수레』
일상, 어쩌면 오롯한 집중: 방주현 『내가 왔다』
뜨개질의 상상: 임수현 『외톨이 왕』
나도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성명진 『오늘은 다 잘했다』
재생의 리듬: 송현섭 『착한 마녀의 일기』
마음이 하는 일: 임동학 『너무 짧은 소풍』
마음이 환해지는 동시: 윤동주?윤일주 『민들레 피리』
일상의 힘: 김유진 『뽀뽀의 힘』
칫밧골족 이야기: 장동이 『엄마 몰래』
지속 가능해야 하는 세계의 상상과 그 주체들: 장동이 『파란 밥그릇』
삶의 한 순간을 잡아채는 권법: 박경희 『도둑괭이 앞발 권법』
리얼리즘적 동시와 문학적 상상의 힘: 곽해룡 『축구공 속에는 호랑이가 산다』
가만하고 유순한 연대의 모험: 신재섭 『시옷 생각』
무질서의 즐거움: 김준현 『토마토 기준』
관계 맺기의 조건에 대하여: 박승우 『힘내라 달팽이!』
수록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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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재복 (지은이)
출판사리뷰
생(生)과 활(活)로 꽉 찬 언어예술,
아동청소년문학과 열렬히 나눈 대화의 기록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김재복은 우리 시대 아동청소년문학 평단에서 동화적 언어, 동시적 언어, 청소년소설적 언어만이 갖는 특별함과 그것이 담아내는 사유에 가장 열정적으로 반응하고 기꺼운 대화를 나눌 줄 아는 평론가 중 하나다. 그의 첫 평론집 『다정의 세계』에는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이 슬프고 어두운 세계를 이겨 내는 따뜻한 힘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하는 비평의 기록이 담겨 있다.
「상상하면 살아나는 비밀: 송찬호 동시에 대하여」로 2018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은 그답게, 『다정의 세계』는 다 하지 않은 말이 있어 그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동시문학에 가장 먼저 주목한다. 저자는 어린이가 거치는 생애의 한 대목이 “생(生)과 활(活)로 꽉 찬 마음의 시기”이며 “동시는 이러한 마음을 회복하고 재현하는 데 정성을 다하는 장르이다.”(「상상하면 살아나는 비밀」)라고 정의한다. 더불어 “동시는 인간의 이성과 이성적 주체성을 가장 전위적으로 해체하려는 의지”임을 확인하고, “동시를 읽는 행위는 인간 너머의 세계와 존재들을 만나 내 감각의 일부가 변형되는 것을 경험하는 일”(「주술적 놀이의 가능성」)이었음을 고백한다. ‘나’라는 해석 주체가 느낀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저자의 언어는 문득 내밀한 독서의 기록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언어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삼은 섬세함과 다정함이 있어, 작품과 직접 대면하려는 소통 의지와 더불어 개별 작품이 지닌 의미와 가치, 가능성을 탐색하는 비평적 사유가 돋보인다. 아동청소년문학만의 고유한 문장에 끊임없이 탐닉했고 열렬하게 반응해 온 저자의 비평은 독자들에게도 아동청소년문학 텍스트와 적극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을 친절히 안내해 줄 것이다.
이분법적 가르기 너머로 다정한 세계가 펼쳐진다
비인간 존재와 소외된 감각을 감싸 안는 아동청소년문학의 힘
김재복은 “약자와 노약자, 소수자, 비인간 자연의 편에 드는 걸 주저하지 않”고(「가만하고 유순한 연대의 모험」) “자기 삶에 닥친 이 사건을 해석하고 자위할 언어”를 어린이에게 쥐어 주는 것(「동시의 북소리」)이야말로 아동청소년문학의 분명한 지향이며, 그 지향 덕분에 코로나 시대 아이들의 망가진 삶은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다시 탄탄해질 수 있었음을 밝힌다. 문학의 힘은 동시의 언어로 번역되어 다양한 은유로 드러날 수도 있고, 익숙한 형질로 시대를 명료하게 그려내는 현실주의 동화에서도 발현될 수 있다. 다양한 텍스트 속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오래된 문학적 주체”인 비인간 존재들을 발견하고 사유할 수 있는 것은 아동청소년문학 장르만이 지닌 훌륭한 토양이며, 아를 감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상호인정과 연대의 형식을 고민하고 나누기의 가능성을 실천”(「나누기의 감성」)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분법적 가르기를 멈출 때 비로소 다정한 세계가 펼쳐지리라는 저자의 신념은 작고 어리거나 인간이 아닌 것들, 쓸모가 적거나 소용이 다한 것들, 생활에 무용해 보이는 것들을 발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도 보듬어 안는다. 일례로 방주현 동시집 『내가 왔다』(문학동네 2020)를 평한 「일상, 어쩌면 오롯한 집중」에서 저자는 시인이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더 강력한 고통에 묶여 있는 피해자”로서의 목격자에 주목했음을 발견한다. “도끼에 몸이 잘릴 나무의 운명”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모탕(나무를 패거나 자를 때 받쳐 놓는 나무토막)이 문학적 주체로 나섬으로써 우리는 가해와 피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갇히지 않고, 어쩌면 더 강력한 고통에 묶여 있을지도 모르는 목격자의 마음에 이르게 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최근 몇 년간 겪어 내야 했던 거대한 참사의 슬픔과 집단적 애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비평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발견하고 명명하여 처음 만나”게 하는 아동청소년문학의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