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깊은 눈망울로 바라본 세상에
밝고 따뜻한 안부를 전하다
권정생문학상 수상 작가 김성민의 두 번째 동시집
2012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성민 시인이 두 번째 동시집 『고향에 계신 낙타께』를 펴낸다. 호기심 어린 시선과 섬세한 관찰이 두드러지는 첫 동시집 『브이를 찾습니다』에 이어 이번 동시집에서 그의 시선은 한층 더 넓고 깊게 확장되었다. 물리적인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은 특유의 유머와 상상력으로 작은 존재들까지 살뜰하게 감싸 준다. 통통 튀는 색감과 절제된 표현으로 돋보이는 박요셉 화가의 그림은 경쾌하면서 따뜻한 동시집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깊이 빠져들게 한다.
목차
머리말 | 내 모자 너 가질래?
제1부 사막이 되는 방법
사막이 될 시간
사막이 되는 방법
고향에 계신 낙타께
거미줄
남과 북이 만나
냉장고 달걀들이
까닭
돼지 왕
호랑이는 가죽
천둥이
예끼!
휴식이 필요해
토끼풀 시계
월식
제2부 축구공과 골키퍼
눈물
축구공과 골키퍼
빠름 빠름 빠름
유리
주전자
자동판매기
질소 철학
돼지갈비
이봐, 테디 베어!
꼬르륵
미사일의 꿈
소풍
방충망
걀
제3부 뱀, 너무 길다
산수풀떠들썩팔랑나비
봄 봄
색동저고리
우지끈!
헐이 된 알
민물장어의 꿈
지네
혹등고래
곧 공연이 시작될 거야
뱀, 너무 길다
도토리 가게
과속 주의
자유형
제4부 소리를 심는 일
채송화 꽃씨
언덕 너머에 누가 살고 있을까?
창문을 닦자
거미집 1
거미집 2
소리를 심는 일
공손
나비
4월이 오면
달의 얼굴
직박구리 기차
비행운
강가에 앉아서
고까옷
해설 | 모래·바람·편지의 무게로 여행하기_김준현
저자
김성민 (지은이), 박요셉 (그림)
출판사리뷰
세상 곳곳에 안부 인사를 건네는 동시
사물에 대한 호기심 어린 시선과 섬세한 관찰이 돋보인 첫 동시집 『브이를 찾습니다』(창비 2017)에 이어 김성민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고향에 계신 낙타께』가 출간되었다. 시인이 세상이 재미있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첫 번째 동시집을 펴냈다면, 이번 동시집에는 세상이 조금은 재미있어졌는지 조심스럽게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더 넓고 깊게 확장된 시인의 시선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 곳곳을 향한다. 그는 잘 지내지 못한 채 소외당하는 작은 존재들을 살뜰히 챙기고 감싸 준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가볍게 떠다니는 모래바람처럼 먼 곳까지 자유롭게 여행하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바위는 진화 중이에요 // 커다란 덩어리에서 / 쪼끄만 알갱이로 // 꿈쩍 않는 무거움에서 / 작은 바람에도 굴러가는 가벼움으로 // 바위는 변하고 있어요 /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천천히 // 사막을 건너가는 낙타 발자국이 될 때까지 ― 「사막이 될 시간」 전문
달팽이가 빨리 달리고, 달이 우주를 바라보는 세상
『고향에 계신 낙타께』에는 코끼리, 낙타, 바위처럼 커다란 존재부터 거미, 풀, 모래같이 자그마한 존재까지 저마다의 무게로 발자국을 남기는 수많은 대상이 등장한다. 시인은 크고 무겁다 해서 우러러보지 않고, 작고 가볍다 해서 얕보지 않는다. 그저 존재 그 자체로 존중할 뿐이다. 여기서 어른과 어린이를 동등하게 대하는 시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준현은 해설 「모래·바람·편지의 무게로 여행하기」에서 어른임을 내세우거나 부러 어린이의 목소리를 빌리지 않는 점이 이 동시집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머지않아 풀들은 / 세상을 / 무섭게 점령해 갈 거야 // 전쟁 같은 건 우습지도 않을걸 ― 「봄 봄」 전문
과자를 두 손으로 받지 못해 걱정하는 코끼리의 고민을 노래하고(「공손」), 팔랑거리는 나비의 날갯짓 소리에 눈을 질끈 감고(「나비」), 움직이는 달팽이에게 속도위반이라고 경고하는(「과속 주의」) 등 크기, 속도, 무게 등의 한계를 탈피해 새로운 관점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시인만의 관찰력이 돋보인다. 예측하지 못한 낯선 장면을 처음 마주했을 때 독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으나 익숙한 관점에서 벗어나 다시 읽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달의 얼굴」은 달이 항상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볍게 뒤집으면서 꼬집는 동시다.
달은 /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 달은 / 우리를 보고 있는 게 아니었어 / 달은 / 지구의 반대쪽을 보고 있었던 거지 / 멀고 먼 우주 어딘가를 말이야 / 달은 / 지구가 도는 골목을 따라 걷고 있으면서도 / 달은 / 까마득히 먼 저쪽을 꿈꾸었던 거야 ― 「달의 얼굴」 전문
현실을 이겨 내는 유머와 상상력
김성민 시인은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을 이야기할 때도 특유의 밝고 경쾌한 문체, 담백한 유머와 상상력으로 무겁지 않게 위로를 건넨다. 바위를 뒤덮은 이끼를 “예끼!” 하고 혼내 준다거나(「예끼!」), 주전이 되지 못한 후보가 주전자를 들고 있는 쓸쓸한 마음을 알아준다거나(「주전자」), 쓸모없어 보이는 ‘걀’이라는 글자를 ‘달’ 옆에 놓아 ‘달걀’이라는 글자로 새로 태어나게 해 주면서(「걀」) 유쾌한 언어유희로 웃음을 준다.
때로는 어린이에게 익숙한 대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인만의 유쾌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자신을 유일하게 안아 주던 골키퍼에게 배신당하는 축구공, 인간에게 발로 차여 슬퍼하는 자판기, 과자 봉지가 뜯어지는 순간 자유를 찾는 질소 등 각각의 입장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 새롭게 상상하는 재미를 준다. 그러면서 우리 주변을 둘러싼 근심과 걱정이 가뿐하게 날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힘들거나 웃음이 필요한 순간 이 동시집과 함께한다면 우리 앞에 펼쳐질 세상은 조금 더 괜찮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