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보통 사람들의 소소하지만 특별한 선택과 도전을 보여 주는 ‘별별이웃’ 시리즈의 세 번째 책 『빈 공장의 기타 소리』가 출간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와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하는 공장 노동자들이 만나 서로에게 든든한 이웃이 되어 가는 모습을 그렸다. 전진경 작가는 회사의 부당 해고에 맞서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는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과 함께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주인공 ‘나’와 공장 노동자들이 함께 먹고, 놀고, 울고, 웃으면서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개인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이 어떻게 슬픔을 이기고 희망을 회복해 나가는지 보여 준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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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진경
출판사리뷰
노래하며 투쟁하는 기타 노동자 이야기
화가인 ‘나’는 오래전 문을 닫은 공장을 찾아온다. ‘나’는 어두컴컴하고 텅 빈 공장에 들어선 순간, “여기서 예술을 하면 멋진 게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당장 공장에 작업실을 마련하기로 한다. 그런데 전기도 수도도 끊긴 이곳에서 이미 오랫동안 지내 온 사람들이 있다. 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공장 뒷마당에 천막을 치고서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었던 것. 처음에 무뚝뚝하게만 보이던 아저씨들은 ‘나’를 위해 빛이 제일 잘 드는 공간을 내주고, 전선을 끌어와 전등을 달아 주고, 따뜻한 음식을 나누어 준다. 아저씨들을 경계하던 ‘나’도 이들의 투박하지만 다정한 마음에 동화되어 어느새 함께 먹고, 놀고, 이야기하면서 허물없이 어울려 지내게 된다.
이 책은 10년째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는 콜트콜텍 기타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았다. 전진경 작가는 인천 부평의 콜트 악기 공장에 이른바 ‘스쾃(Squat, 빈 공장이나 공간을 점거해서 사회적 공유를 시도하고 상징하는 행위)’ 활동으로 작업실을 차리고, 그곳에서 2012년 4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열 달을 머물며 기타 공장 노동자들과 함께 지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쓰고 그렸다.
『빈 공장의 기타 소리』는 낮은 연령의 어린이들에게도 해고와 실직, 복직 투쟁, 노동조합과 같은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어린이들이 이런 말들이 그저 뉴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 혹은 이웃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노동자에게도 명예가 있어.”
명예를 되찾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
아저씨들이 일하던 기타 공장은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았다. 아침에 출근한 사람들은 쇠사슬로 잠겨 있는 공장 문을 바라보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일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공장을 떠났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눈앞이 캄캄’해진 채로 일터를 떠나는 대신 공장에 남아 해고가 부당함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길을 선택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명예가 있어. 노동자에게도 명예가 있어.
사장은 그걸 몰라. 함부로 해고하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해.
잘못을 알리고 당당하게 일자리를 되찾을 거야.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명예가 있고, 그 명예를 지키고 싶다는 아저씨들은 특별히 힘세고 강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뜨신’ 밥 먹는 것이 중요하고, 여느 아빠처럼 딸의 문자 메시지 한 통에 마음이 먹먹해지는 보통 사람들이다. 밤늦도록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나’의 모습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어렵게 내린 삶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웃에게 전하는 우정과 연대의 마음
실제로 전진경 작가가 콜트 공장에 작업실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콜트 악기 해고 노동자들은 이미 몇 년 동안 공장 뒷마당에 살면서 복직 싸움을 하고 있었고, 몇 차례나 회사와의 갈등으로 봉변을 당한 적이 있어서 작가를 말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추리, 기륭전자, 용산, 강정마을 등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에 스스로를 예술가로 파견하며 ‘파견 미술가’로 활동해 온 작가는 해고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마음으로 공장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서먹해하던 해고 노동자들은 마실 오듯 전진경 작가의 작업실에 들렀다 가곤 했다. 그림은 얼마나 그렸는지 참견하고, 겨울에는 난로에 마른 귤을 구워 먹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함께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책을 읽기도 했다.
책 속에서도 ‘나’의 작업실은 어느새 아저씨들이 꾸린 밴드의 연습실로 뒤바뀐다. 같은 공간에서 ‘나’는 그림을 그리고, 아저씨들은 어설픈 연주를 한다. 공장 뒷마당은 노동자를 돕는 마을 주민, 신부님 들이 찾아와 북적인다.
그러던 어느 새벽, 공장이 철거된다. 그래도 아저씨들은 ‘우리가 오뚝이’라며 일어나 길거리에서 천막 농성을 계속한다. 천막은 불법 시설이라며 부서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찾아와 천막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시간과 일손과 음식을 나누는 ‘나’와 다른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개인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이 어떻게 슬픔을 이기고 희망을 회복해 나가는지 보여 준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웃이 되어 함께 울고 웃으면서 우정과 연대의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전할 것이다.
* 『빈 공장의 기타 소리』는 책에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 통신) 태그를 부착해, 스마트폰의 NFC 기능을 켜고 책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종이책과 함께 오디오북을 즐길 수 있는 ‘더책’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