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조선 최고의 궁궐, 경복궁
500년 역사 속에서 빛나는 전통 과학을 만나다
제14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기획 부문 대상 수상작 『창덕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의 저자 김연희가 경복궁을 무대로 새롭게 들려주는 전통 과학 이야기.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경복궁은 조선의 으뜸가는 궁궐이자 찬란한 과학 기술이 꽃핀 무대였다. 『경복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은 광화문·근정문·경회루·수정전·향원지·건청궁 등 경복궁의 주요 장소를 답사하며, 그 속에 깃든 조상들의 유교적 이상과 백성들을 위해 펼쳤던 선진 과학 기술을 알아본다. 다채로운 사진과 아기자기한 삽화를 곁들인 책을 읽다 보면 옛 궁궐의 아름다움 속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발견하는 안목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창비 ‘과학과 친해지는 책’ 시리즈의 17번째 책이다.
목차
머리말
1부 유교의 가르침을 따라 궁궐을 짓다
1. 경복궁 터 잡기: 새 나라의 이상에 걸맞은 새 터전
2. 경복궁의 구조: 유교 나라의 이상향을 본받다
3. 흥례문과 근정문: 임금과 궁궐, 나라를 지키다
- 집중 탐구: 새로운 과학 기술로 신무기를 쏘다
4. 근정전: 경복궁의 중심, 자연의 이치를 드러내다
5. 사정전: 임금의 뜻과 능력을 발휘하는 곳
6. 강녕전: 임금의 몸과 생각이 머무는 곳
- 집중 탐구: 강녕전에서 탄생한 훈민정음의 뜻깊은 원리
7. 교태전: 나라의 어머니가 사는 곳
8. 경회루: 우주의 원리를 담다
2부 하늘과 땅의 뜻을 살피다
9. 흠경각: 높은 하늘을 받들어 시간을 알리다
10. 보루각: 자격루를 지키는 집
- 집중 탐구: 경복궁 안의 국립 천문대, 경회루 북쪽
11. 앙부일구 백성도 시각을 알게 하다
12. 관상감: 백성에게 하늘의 움직임을 알려라
13. 동궁: 임금으로서의 자질을 갈고닦다
3부 백성의 삶을 돌보다
14. 수정전: 백성이 풍요롭게 살도록 도우라
15. 평시서: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다
16. 내의원: 병든 백성을 도울 책을 만들라
17. 주자소: 백성을 가르칠 책을 만들다
18. 사옹원: 조선의 그릇을 만들다
4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다
19. 건청궁과 향원지: 밤 세상이 밝아지다
20. 집옥재: 도대체 서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작가의 말
참고한 책과 글
사진 제공
저자
김연희
출판사리뷰
정밀한 건축 구조 속에서 조선의 이상을 살피다
경복궁의 모든 터는 삐뚤어짐 없이 반듯하다. 바로 임금은 곧고 바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유교적 이상이 건축 과정에서 반영됐기 때문이다. 조선을 세운 사람들은 음양오행과 오상(인의예지신)의 기운이 가장 조화로운 한양을 새 도읍지로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궁궐의 모든 터가 어느 한쪽으로 중심이 치우치지 않도록 경복궁을 꼼꼼히 설계하였다. 『경복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 1부는 이러한 조선의 유교적 이상이 어떻게 건축 구조에 녹아 들어가 있는지를 각 건물마다 차례대로 안내한다. 광화문에서부터 시작해 흥례문과 근정문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문은 음양의 조화를 드러내는 수인 ‘3’을 상징하며, 가로세로가 모두 다섯 칸으로 짜인 근정전 내부는 우주 만물의 근본인 오행이자 중용을 상징하는 수 ‘5’의 정신을 담았다. 또한 경회루는 아름다운 경치와 더불어 우주의 원리를 담은 건축 구조로도 유명하다. 경회루의 2층을 떠받치는 48개의 기둥을 선으로 이으면 하늘·땅·사람을 상징하는 3겹의 사각형이 보이면서, 자연과 우주의 원리를 구현하고자 한 조상들의 생각이 드러난다. 이처럼 책은 건물의 짜임새 하나하나를 상세하게 살펴, 경복궁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를 온전히 이해하고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답사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경복궁 옛터에 숨은 첨단 과학 기술을 만나다
조선의 왕들은 ‘백성이 곧 하늘’이라 여겨, 백성들이 편히 생활하고 농사를 잘 짓도록 돕기 위해 하늘을 정확히 관찰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많은 노력들을 경복궁의 옛터에서 찾아내는 것은 경복궁을 답사하는 즐거움 중 하나다. 『경복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의 2부와 3부에서는 조상들이 전통 과학의 원리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룬 업적들을 경복궁 곳곳에서 살핀다. ‘흠경각’과 ‘보루각’은 왕실 사람들과 백성들에게 시각을 알려주는 시계를 발명해 두었던 곳이다. 특히 모든 사람들에게 밤 시각을 알리는 시계인 자격루를 발명한 덕분에 별의 관측이 정밀해지고, 천체 관측과 관련한 기구들도 많이 만들어졌다. 해시계인 앙부일구 또한 조상들이 자연을 정밀히 관찰하고 수학적으로 다루는 능력이 뛰어났음을 보여 주는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다. 무엇보다 당시 서양보다 약 200년이나 앞섰던 조선의 과학 발전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더욱 의미 있다. ‘집중탐구’로 마련된 지면에서는 각종 천문 기구를 비롯해 신무기와 훈민정음 등 경복궁에서 꽃핀 과학적 유산을 상세히 탐구한다. 비록 지금은 남아 있지 않은 유산이더라도, 옛사람들의 흔적을 차근히 알려 주는 설명을 읽다 보면 조선의 발전을 위해 경복궁 안을 바삐 오갔을 조상들의 수고와 노력이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경복궁에서의 과학 활동은 천문 관측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세종은 ‘평시서’라는 기관에서 도량형을 정해 국가 경제의 토대를 튼튼히 쌓았다. 백성이 세금으로 고통받지 않고, 왕과 백성이 부모와 자식처럼 서로를 믿고 아끼는 사회를 이룩하려 한 것이다. 또한 ‘내의원’에서는 『향약집성방』과 『의방유취』를 편찬해 우리 땅에서 나는 약으로 우리 몸을 다스린다는 큰 꿈을 이뤘고, ‘관상감’에서는 백성들이 때에 맞춰 농사를 짓고 생활을 하도록 알려 주는 달력도 만들었다. 이처럼 『경복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은 경복궁에서의 과학 활동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토대가 되었음을 끊임없이 상기해, 과학과 사회의 발전을 통합적으로 사고했던 조상들의 깊은 뜻을 넌지시 전한다.
경복궁을 거닐며 조선의 역사를 생각해 보다
경복궁의 역사가 찬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복궁의 대부분을 태워 버린 큰 화재도 여러 차례 있었으며, 외세의 침략을 받고 많은 건물들이 사라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복궁에서 이루어진, 탄탄한 유교 국가를 이루려는 노력들 덕분에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같이 큰 전쟁을 치르고서도 500년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조선은 건국 당시 나라의 기틀을 명나라로부터 그대로 베껴 올 수도 있었지만, 조선의 임금들은 늘 ‘우리 하늘과 땅’을 강조했다. 발달된 문물을 수용하면서도 조선에 맞는 사회 질서와 제도, 문화를 만들고자 꾸준히 노력했기에 훌륭한 과학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조선 말기에도 이어져, 전기와 통신 시설 등 서양의 발달된 문물들을 도입해 새로운 나라로 거듭나고자 애썼다. 특히 고종은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경복궁에서 힘껏 펼쳤다.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새 시대를 향한 자주적 노력은 안타깝게도 위기를 맞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렇듯 과학 기술을 중심으로 경복궁을 살피다 보면 조선의 역사를 생각해 보는 기회까지 가질 수 있다. 경복궁에 깃든 전통 과학 기술과 조상들의 사고, 역사에 대한 자세를 통합적으로 소개하는 『경복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이 어린이들의 경복궁 감상을 돕는 친절한 안내서가 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