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자연과 삶에 대한 풋풋한 감성과 천진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해 온 김미혜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
『아빠를 딱 하루만』(창비 2008)을 펴낸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동시집 『안 괜찮아, 야옹』은 그간 꽃, 벌레, 새 등 자연의 모습을 그리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은 유지하면서도 한층 깊어진 사유와 섬세한 관찰로 인간에 의해 폭력적인 상황에 놓인 동물들을 그려 냅니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시편들이 돋보입니다. 더불어 세월호 참사나 붕괴 사고 등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벌어진 고통스러운 현실을 동시에 담아냈습니다.
목차
머리말
제1부 너만 먹냐
별이 빛나는 밤에 / 너만 먹냐 / 꽃들아 안녕? / 모두 내 꽃 / 산딸기의 작전 / 꽃보라 / 개불알꽃이라니! / 토끼풀 잠자는 시간
버들잎 / 말매미의 노래 / 방울벌레와 숨바꼭질 / 감 하나
제2부 누가 코끼리를 울게 했을까
안 괜찮아, 야옹 / 노랑 턱을 가진 새 / 누가 코끼리를 울게 했을까 / 멍텅구리 / 맛있게 드셨습니까? / 원앙 가족의 나들이
아기 두꺼비 / 우리 식구 / 개 꼬리 / 봄이에요 / 해피 바이러스 / 편지 받는 개 / 밤 12시 / 개 조심 / 약도
제3부 꿈, 거기서는
왈 왈, 개가 말하기를 / 폭탄 돌리기 / 잊지 않겠습니다 / 개나라로 피어 / 원뿔 그리기 / 뒤통수 / 인간형 / 사나운 마음
아는 사람 / 꿈, 거기서는
제4부 어떤 로봇
청개구리 연못 / 아기 호박 / 영철이 / 시험 시간 / 고등어 한 손 / 어떤 로봇 / 다른 별에서 온 가족 / 은빛 머리칼
밥해야 된다고 / 뻥쟁이 / 도레미파솔라시도 종을 흔들어요
해설 | 꽃과 새의 이름을 부르며 생명을 보듬기_ 김이구
저자
김미혜
출판사리뷰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마주하다
김미혜의 동시에서 자연은 주요한 배경이며 주제이다. 첫 동시집 『아기 까치의 우산』(창비 2005)에서 선보였던 자연이 평화롭고 목가적인 세계였다면, 이번 동시집에서는 폭력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에 의해 고통받는 동물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전 동시집에서 자연의 생명체와 대화하며 교감하던 능력은 한층 무르익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곰곰이 되새기게 만드는 깊이 있는 시편들을 낳았다.
앉아!/돌아!/가만히 있어!/훈련을 받는다.//“말 안 들으면 때려야 돼.”/쇠꼬챙이가 달린 막대기로/머리를 찍힌다./쇠고랑에 발이 묶인다.//(…)//코끼리를 차마 보지 못하고/뚝뚝 눈물 떨어뜨렸던 아이가 자라서/앉아! 돌아! 가만히 있어!/쇠꼬챙이가 달린 막대기를 든다.//누가 코끼리를 울게 했을까?//매 맞고 온순해진 코끼리 등에 올라/기념사진 찍는 우리./코끼리 쇼를 보고/박수 치는 우리.
-「누가 코끼리를 울게 했을까」 부분
우리가 즐기는 코끼리 쇼의 이면을 들춰내 눈앞에서 보듯 세세하게 묘사한 뒤 시의 마지막 연에서 코끼리 등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는 “우리”를 가리킨다. 코끼리의 아픔을 일으킨 원인을 분명히 짚어 내어 동물 학대의 진실과 코끼리의 아픔을 온전히 느끼게 돕는다. 겨울 모자의 털이 되기 위해 너구리의 털가죽이 벗겨지는 과정을 보여 주는「멍텅구리」와 고급 요리 ‘푸아 그라’를 만들기 위해 거위에게 강제로 사료를 먹이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맛있게 드셨습니까?」도 인간의 이기로 벌어진 잔혹한 동물 학대를 고발하는 작품이다.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통해 드러나는 동물들의 고통은 어떤 요란스러운 구호나 문구보다 강한 힘을 지닌다.
괜찮지?/고양이 목에 줄을 맸다.//괜찮지?/고양이를 책상 다리에 묶어 놓았다.//괜찮지?/물그릇과 밥그릇/그 사이를 오고 갈 수 있으니까.//괜찮지?/고양이한테 물어보지 않고//괜찮지? 정말 괜찮지?/나한테 물어보았다.
-「안 괜찮아, 야옹」 전문
표제작 「안 괜찮아, 야옹」은 “괜찮지?” 하는 어구가 반복되어 리듬감 있고 가볍게 읽히는 작품인데 반려동물인 고양이를 줄로 묶어 놓고서 정작 “고양이한테 물어보지 않”고 자신에게 “괜찮지? 정말 괜찮지?” 묻는 행동이 묘사된다. 나와 고양이의 관계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까지 감상이 확장될 수 있다. 어린이문학평론가 김이구는 김미혜의 동시를 “다른 존재의 아픔에 공명하는 측은지심과도 상통”하며 측은지심은 김미혜에게는 “동심의 다른 이름”일 것이라 평한다(「해설」).
오롯이 자연의 친구가 되는 동시
김미혜 동시의 미덕은 자연의 생명체를 고유한 이름으로 불러 주는 데 있다. 이번 동시집에서 강아지풀, 개불알꽃, 찔레나무, 새끼노루귀, 직박구리, 곤줄박이, 검은등뻐꾸기, 반딧불이, 방울벌레 등 다양한 들풀과 새와 벌레 들이 등장한다. 자연과 멀어져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생명체 하나하나의 이름을 알려 주고 구체적인 존재로 만나게 하여 친구가 되는 경험을 맛보게 한다.
나뭇가지 흔들어/오디를 털려는데/숲에서 들려오는/검은등뻐꾸기 소리/호 호 호 홋/호 호 호 홋//“그 만 따 지/그 만 따 지.”//작대기 들어/모조리 털려는데/네 박자 천둥소리/호 호 호 홋/호 호 호 홋//“너 만 먹 냐/너 만 먹 냐.”
-「너만 먹냐」부분
동시에서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작대기로 털려고 하자 검은등뻐꾸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만 따지.” 또는 “너만 먹냐.”로 들리는 울음소리를 통해 시인은 ‘나’(자아)와 자연의 대상물이 친구처럼 대화하며 조화롭게 지내는 법을 넌지시 알려 준다. 이처럼 이번 동시집에는 시인이 생명체에 마음을 열고 다가간 동시들이 여러 편 실려 있다. 때로는 벌레와 숨바꼭질 놀이를 하기도 하고( 「별이 빛나는 밤에」 「방울벌레와 숨바꼭질」) 밤이 다가오는 저녁 무렵, “어스름 속을 느릿느릿” 걸으며 토끼풀이 잠에서 깨지 않도록 배려하기도 한다(「토끼풀 잠자는 시간」).
엄마의 마음으로 바라본 세상
김미혜 시인의 자연에 대한 따뜻한 마음은 세상을 향한 시각으로 이어진다. 특히 어디에선가 울고 있을 아픈 존재들의 엄마가 되어 그려 나간 시편들은 쓰라림과 함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이들의 삶에 들이닥친 세월호 참사(「잊지 않겠습니다」「개나리로 피어」)나 붕괴 사고(「폭탄 돌리기」)를 담아낸 시편이 대표적이다. 이번 동시집에서 시인은 “우리가 만든 세상”을, “불편한 동시”를 마주하여 읽어 내자고 말한다(「머리말」). 마음이 불편해지는 동시를 쓰고 읽을 수 있는 일은 시인이 엄마의 마음으로 세상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보듬는 깊고 따뜻한 마음은 그가 두려워한 인간의 “사나운 마음”(「사나운 마음」)을 품어 물리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