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이의 눈, 아이의 마음으로 쓴
재미있고 기발한 동시집
한국 아동문학의 대표적인 동시인으로 자리매김한 권오삼 시인의 여덟 번째 동시집입니다. 그동안 권오삼 시인은 간명하고 시원시원한 어투로 강렬한 메시지가 드러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왔습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구체적이고 선명한 문장으로 시인의식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아이들의 시선, 아이들의 마음으로 쓴 재미난 동시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재미와 메시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동시들이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한껏 북돋아 줄 것입니다.
목차
제 1부 진짜랑 깨
빗방울들
모래시계
국군의 날
씨와~씨
이런 교도소
감옥 탈출
국시
말과 말
통일되면 국산
국어 실력 평가
쏙잡이
시래기와 쓰레기
깨
오늘은 일요일
내가초등학교
제 2부 그때 나는 바보였어
구구단 시험
웃기
발 닦기
고추 먹기
빨간 장미꽃
우리 형
도시로 오니
컴퓨터를 씹어 먹다
휠체어 탄 아저씨
그때 나는 바보였어
참 다행이다
맹수들
외치기
제 3부 새 진공청소기에게
맨 아래 칸
책 먹는 식당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칭찬
자전거 타기
양 백 마리
놀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얘
참새와 방앗간
폭찬
게으름 뱅이들
똥강아지
된장잠자리 손님
새 진공청소기에게
제 4부 거미 아저씨 오늘 공치셨네
도토리 한 알
강아지 똥
공치는 날
하늘 집
첫눈
봄눈
새와 나비
담쟁이
강아지풀
동물의 세계
일식
이산가족 만나러 가기
수목원
해설ㅣ동시와 놀며 쓴 동시_김이구
시인의 말ㅣ어린 시인들에게
저자
권오삼
출판사리뷰
동시와 놀며 동시 쓰기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동시를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좋은 동시를 쓸 수 있을까? 권오삼 시인은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동시를 쓰며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까 궁리한다. 좋은 동시를 써서 아이들에게 읽혀야 되겠다고 머리를 짜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동시를 쓰며 놀고 있으니 “얘들아, 같이 놀아 보자” 하는 것 같다.
“겨자씨는, 씨 중에서도 제일 작은 씨”로 시작하는 「씨와 ~씨」에서 시인은 호박씨, 수박씨, 참외씨의 ‘씨’를 사람 이름에 붙는 ‘씨’로 바꾸어 “호박 씨! 수박 씨! 참외 씨! / 사랑해요!”라고 소리쳐 본다. 강화도 ‘내가면’에 있는 ‘내가초등학교’의 간판을 보고 “으하하” 웃음부터 터뜨리고는 “누가 너보고 초등학교가 아니랄까 봐” 하고 놀리기도 한다(「내가초등학교」). 시인은 메시지를 굳이 눌러 담으려 하지 않고 말의 유사성과 차이에 착안하여 그 말을 갖고 노는 것이다.
시인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더 재미있게 동시와 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동시로 그림을 그린다.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일곱 줄의 느낌표(!)로 그려 보고(「빗방울들」), 국군의 날을 맞아 군인들이 대열 지어 행진하는 광경을 사람 인(人) 자를 석 줄로 나열해 그려 본다(「국군의 날」). 이 동시들은 엄숙하게 공부하듯 읽을 필요가 없다. 「빗방울들」의 느낌표 옆에 느낌표를 두세 줄 더 그을 수도 있고 「국군의 날」에는 군인 아저씨人를 한 스무 명쯤 더 그려 넣을 수도 있다. 시인은 어린 독자들이 시 속으로 들어와 놀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순한 말, 마음이 편안해지는 동시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 신발 속에서만 지냈던 발 /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 깨끗이 닦는다. // 발등을 닦고 / 발뒤꿈치를 닦고 / 발바닥도 닦는다. // 발가락을 닦을 땐 / 발가락들이 시원하다는 듯 / 자꾸 꼼지락거린다. // 발을 닦고 자리에 누우면 / 잠도 뽀송뽀송 잘 온다. ?「발 닦기」 전문
「발 닦기」에서는 발의 주인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생한 발을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 깨끗이 닦는다”. 발은 보통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을 위해 일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발 닦기」에서는 발의 주인에게 그 발이 시원하고 편안하도록 발등, 발뒤꿈치, 발바닥, 발가락까지 구석구석 꼼꼼히 닦게 하고 있다.
「발 닦기」는 가벼운 악기 연주 소리를 듣는 것처럼 부드럽게 들려오고,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이 살갗을 스치듯 상쾌한 느낌으로 흘러간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듣고 있다는 시늉을 해줄 필요도 없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기분이 맑아지고 좋아지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이의 마음으로 쓴 동시
시인이 재미를 느끼며 써야 동시를 읽는 독자인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동시를 재미있게 쓰는 일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재미있게 쓰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써지는 것은 아니다. 동시는 아이의 마음으로 써야 한다. 권오삼 시인은 점점 더 아이의 마음을 알아가고 닮아간다. 그러지 않는다면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쓸까 알기 어렵고, 동시를 쓰는 진짜 재미를 맛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참깨가 최고랑 깨 / 우리나라 참깨가 최고로 맛있당 깨 / 우리나라 참깨가 최고로 고소하당 깨 / 이 참깨는 진짜 국산이랑 깨 / 거짓부렁이 아니랑 깨, 진짜랑 깨 ?「깨」 전문
이 작품은 속으로 읽어도 재미있지만, “우리나라 참깨가 최고랑 깨” “거짓부렁이 아니랑 깨, 진짜랑 깨” 하고 ‘깨’에 힘을 주어 소리 내어 읽으면 더 재미있다. ‘최고랑 깨’는 ‘최고라니까’의 사투리 표현인데 보통 ‘최고랑께’로 쓴다. 그런데 띄어 쓰면서 ‘~ 깨’로 써서 먹는 깨를 연상하도록 하였고, 각 행의 끝을 모두 ‘~랑 깨’ ‘~당 깨’로 맺어 운율을 맞췄다. 마지막 행에서는 ‘아니랑 깨, 진짜랑 깨’라고 ‘~랑 깨’가 반복되면서 마치 깨가 한가득 쏟아져 쌓이는 것을 보는 것 같고, 그 깨알들이 시끌벅적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재미있고 기발한 동시
권오삼 시인은 이번 동시집에서 이렇게 아이의 눈, 아이의 마음으로 재미있게 쓴 시를 선보인다. 아니 동시와 놀다 보니 재미있고 기발한 동시가 나온 것이다. 동시 속에 출연하는 게으름뱅이 아빠도 만나고(「게으름뱅이들」), 매운 고추를 먹고 입에 불이 나서 물을 들이켜는 아이도 만나 보자(「고추 먹기」). 그리고 고흐의 그림 속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처럼 몽실이네 식구들이 삶은 감자 한 바가지로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시인도 만나 보자(「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손 가는 대로 펼쳐서 권오삼 시인과 함께 놀다 보면, “자신이 시인이면서도 / 시인이라는 걸 모르는 / 어린 시인”(「시인의 말」)도 한 명의 시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