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14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기획 부문 수상작인 『창덕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은 과학과 인문을 넘나드는 사유로 창덕궁에 숨어 있는 우리 과학을 상세히 보여줍니다. 창덕궁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지은,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며 조선 최고의 과학이 빚어낸 건축물입니다. 이 책은 옛 과학자와 기술자 들이 창덕궁에 숨겨 놓은 보물들을 총 3부에 걸쳐 소개합니다.
1부 ‘자연 속에 지은 궁궐’은 창덕궁이 자리 잡은 ‘터’를 중심으로 땅기운의 흐름을 살린 궁궐 배치, 연못 부용지를 비롯한 창덕궁 안의 여러 물길을 처리한 방법, 자연 바람을 만들어낸 ‘바늘구멍 황소바람’ 길 등을 살펴봅니다. 2부 ‘조상들의 지혜가 빛나는 궁궐’은 인정전에 숨은 과학적 비밀, 깨끗한 궁궐 관리를 위해 만들어낸 옛날 시멘트 삼화토와 부시와 오지창, 자연스런 환기 장치, 처마와 들어열개문, 차양간 등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한 장치들, 굴뚝과 온돌 등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장치 등을 다양한 사진과 설명 그림을 곁들여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3부 ‘아름다운 정원, 후원’은 해시계 앙부일구, 불로문, 부용지와 태극정, 청의정 등에 담긴 전통적 우주관과 조선이 국가이념으로 삼았던 유교의 자연관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합니다.
목차
머리말 - 전통 과학과 기술의 보물창고, 창덕궁
그림으로 보는 창덕궁 지도
1부 자연 속에 지은 궁궐
1. 좋은 터 잡기
2. 고인 듯 흐르는 물길 내기
3. 무지개 기둥 다리 금천교
4. 빗물 처리하기
5. 바늘구멍 황소바람 길
6. 깨끗한 물, 위생의 첫걸음
2부 조상들의 지혜가 빛나는 궁궐
1. 최고의 무대 인정전
2. 벌레를 막아 주는 단청
3. 옛날 시멘트 삼화토
4. 새와의 전쟁 - 부시와 오지창
5. 하늘빛을 닮은 청기와
6. 건강의 첫걸음, 환기
7. 더운 여름 시원하게 나기
8. 추운 겨울 따뜻하게 나기
3부 아름다운 정원, 후원
1.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 부용지
2. 하늘의 일을 알다, 앙부일구
3. 장수를 기원하며, 불로문
4. 세상 모든 것의 근원을 담은 태극정
5. 자연을 알다, 청의정
작가의 말
참고한 책과 글
저자
김연희
출판사리뷰
제14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기획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는 기획 부문에서『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어진이의 농장 일기』『과학자와 놀자!』『요리조리 맛있는 세계 여행』『썩었다고? 아냐아냐!』『열려라, 뇌!』『명탐정, 세계 기록 유산을 구하라』등 수준 높은 어린이 교양서를 배출했다. 모두 흥미로운 주제,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서술,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제14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기획 부문 수상작은『창덕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이다. 창덕궁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지은,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며 조선 최고의 과학이 빚어낸 건축물이다. 이 책은 기존의 창덕궁 관련 교양서가 문화유산 소개에 그친 데 비해 과학과 인문을 넘나드는 사유로 창덕궁에 숨어 있는 우리 과학을 상세히 보여준다. 지은이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재치, 뛰어난 과학 기술 실력에 감탄하게 되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창덕궁의 참모습과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새로운 형식의 창덕궁 답사기
『창덕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은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기존 책과 달리 한국과학사를 전공한 지은이의 시각과 주제가 분명히 드러나 있어 우리 문화와 전통 과학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서양 근대 과학이 전해진 19세기 말 이전에도 우리에게 과학이 있었으며, 이를 ‘전통 과학’이라고 부르지만, 과학이 자연을 이해하는 틀이라고 생각한 점은 서양의 근대 과학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자연을 잘 알지 못하면, 손대지 않은 듯 손대고 가꾼 자연이 함께 있는 창덕궁 같은 큰 집을 짓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을 추구한 우리 조상들이 뛰어난 과학 실력을 바탕으로 지은 것이 바로 창덕궁인 것이다.
이 책은 창덕궁의 일반적인 관람 순서와 비슷하게 글이 전개되었고, 많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창덕궁 지도, 이해를 돕는 설명 그림이 적절하게 실려 있어, 이 책을 들고 창덕궁에 직접 가본다면 무척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지은이 김연희는「작가의 말」에서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이 가득한 창덕궁을 즐기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면 좋겠고, 더불어 어린이들이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과학에 더 많은 흥미와 재미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림을 맡은 홍수진은 여자아이 ‘창덕’과 남자아이 ‘궁’이 창덕궁에 오래 살아온 까치 ‘왕이’를 만나 창덕궁을 함께 둘러보는 별도의 스토리를 만들어 재미있는 만화로 그려냈다. 개성 있는 세 캐릭터가 창덕궁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장면이 사진과 잘 어우러져 실제 창덕궁을 보는 듯,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 있다.
조선 최고의 과학으로 지은 창덕궁
창덕궁은 처음에는 왕들의 휴식을 위한 궁궐인 별궁으로 지어졌지만 임진왜란 이후 경복궁보다 먼저 복구되어, 거의 300년 동안 조선의 가장 많은 왕들이 창덕궁에 살면서 나랏일을 보았다. 경복궁이 흐트러짐 없는 조선의 곧은 선비를 보는 듯 절제미가 돋보인다면, 창덕궁은 산과 언덕 등 자연의 모양새에 따라 최소한의 손길만 더하여 자유롭게 궁궐을 배치한 자연미가 느껴진다. 이런 주변 자연환경과의 완벽한 조화와 배치가 높이 평가받아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되었다.
이 책은 옛 과학자와 기술자 들이 창덕궁에 숨겨 놓은 보물들을 총 3부에 걸쳐 소개한다. 1부 ‘자연 속에 지은 궁궐’은 창덕궁이 자리 잡은 ‘터’를 중심으로 땅기운의 흐름을 살린 궁궐 배치, 연못 부용지를 비롯한 창덕궁 안의 여러 물길을 처리한 방법, 자연 바람을 만들어낸 ‘바늘구멍 황소바람’ 길 등을 살펴본다. 2부 ‘조상들의 지혜가 빛나는 궁궐’은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창덕궁의 여러 건물 속에서 전통 과학과 기술을 찾아본다. 인정전에 숨은 과학적 비밀, 깨끗한 궁궐 관리를 위해 만들어낸 옛날 시멘트 삼화토와 부시와 오지창, 자연스런 환기 장치, 처마와 들어열개문, 차양간 등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한 장치들, 굴뚝과 온돌 등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장치 등을 다양한 사진과 설명 그림을 곁들여 재미있게 보여준다. 3부 ‘아름다운 정원, 후원’은 전통적 우주관과 조상들의 자연 이해 방식을 드러낸 후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과학적인 해시계 앙부일구, 불로문, 부용지와 태극정, 청의정 등에 담긴 전통적 우주관과 조선이 국가이념으로 삼았던 유교의 자연관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한다.
조상들의 지혜와 인간에 대한 배려가 빛나는 창덕궁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창덕궁 속 전통 과학과 기술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창덕궁의 중심 건물인 인정전에 들어가려면 금천교에서 한 번, 인정문에서 한 번 이렇게 두 번을 꺾어 들어가야 한다.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이렇게 배치한 것은 창덕궁을 지나 종묘로 이어지는 땅기운의 흐름과 중요한 물줄기인 금천을 끊지 않기 위해 정문인 돈화문을 남쪽에 두었기 때문이다.
[본문 16-17면]
지금은 창덕궁 뒤편이 개발되어 물줄기가 별로 남아 있지 않지만 옛 창덕궁에는 금천을 비롯하여 많은 물길이 있었다. 이 물줄기들은 후원의 연못 부용지에 모이고 부용지를 지나서야 누그러지면서 창경궁으로 흘렀다. 부용지는 땅 밑에서 솟아오르는 물의 힘과 양을 잘 관찰해서 입구와 배수구를 만들어 연못물이 썩지 않고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뽐낼 수 있었다. [본문 24-25면]
인정전 앞마당을 인정문 쪽으로 자연스럽게 경사지게 만들고 가장자리에 좁은 도랑을 두어 인정전 앞마당 에는 빗물이 고이지 않고 자연스레 궁 밖으로 흘러나 가도록 했다. [본문 34-35면]
인정전 앞마당은 나라의 중요한 행사가 열리던 장소다. 석영과 백운모가 섞인 화강암으로 만든 박석은 앞마당을 환히 밝혀 주었다. 또 임금의 목소리는 인정전 처마에서 한 번 반사되고 행각에서 다시 메아리쳐지고 박석에서 다시 튕겨져서 맨 뒤편 에서도 임금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었다. [본문 49-50면]
환기가 잘 되어야 사람도, 건물도 오래 건 강할 수 있다. 건물 위쪽 지붕 밑에 통풍 구를 만들어 눅눅한 공기가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했다. 마치 건물의 장식인 양 ‘쌍 희 희(囍)’ 자 같은 글자를 이용해 만든 통 풍구에서 조상들의 멋스러움을 엿볼 수 있 다. [본문 69-70면]
창덕궁에는 여러 굴뚝이 많다. 벽에 기대 지은 굴뚝, 담에 낸 굴뚝, 건물과 좀 떨어진 굴뚝 등 모양은 다양하나 모두 연기와 그을음이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땔감도 절약할 수 있도록 높이와 위치를 세심하게 고려하여 지었다. [본문 79-80면]
부용지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전통적 우 주관을 보여주는 연못이다. 부용지 안 동그란 섬은 하늘을, 네모난 부용지는 땅을, 부용정의 팔각 주춧돌 은 인간을 상징한다. 인간이 하늘과 땅 사이에 있어,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듯하다. [본문 87-88면]
솥단지 모양의 앙부일구는 우주 모양을 본뜬 것이다. 하루 동안 해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세로줄은 하루를 열두 시로 나누어 12줄로 그렸다. 우리 조상들은 지구의 타원궤도운동 같은 태양계의 전체 구조는 알지 못했지만 절기 사이의 해 그림자 길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이를 적용해 가로줄 13줄 사이의 간격을 다르게 그렸다. 또 앙부일구는 중국에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천문 연구 활동을 펼쳤던 자주 국가의 상징이기도 했다. [본문 93-94면]
태극정과 청의정에는 유교의 자연에 대한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만물의 근원이라고 생각한 ‘태극’ 무늬가 태극정과 청의정 사이 물길 속에 보물처럼 숨어 있다.
[본문 106-107면]
청의정은 둥근 하늘(지붕) 아래 자연의 삼라만상을 상징 하는 64괘(서까래의 수)가 펼쳐져 있고, 그것을 인간을 뜻하는 팔각의 들보가, 그 아래를 땅을 의미하는 사각형 이 받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자연의 삼라만상과 땅을 연 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렇게 보면 청의정 자 체가 바로 자연이다. [본문 108-109면]
이 밖에도 임금과 그 가족을 비롯해 궁궐에 사는 많은 사람들을 배려하고 이런 바탕 위에 과학적 원리를 적용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창덕궁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