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수박씨』에는 동(童)과 시(詩)가 조화롭고 균형 있는 ‘재미있는’ 동시 64편이 담겨 있다. 최명란 시인은 달라진 시대, 달라진 아이들을 위해 길고 지루한 것 대신 짧고 재미있는 동시를, 엄숙한 것보다는 다정다감한 동시를, 과거와 전통이라는 이름의 낡음보다는 오늘과 미래라는 새로움을 담은 동시를 앞서 고민해 왔다. 그래서 그의 동시는 쉽고 짧다. 아이들이 쉽게 욀 수 있고, 읊으면서 재미있게 낄낄거릴 수 있다.
『수박씨』는 아이들 스스로 일상에서 찾아낸 발견이, 일상에서 쓰는 말들이 모두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아이들은 이 동시집에 담긴 동시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꼭 닮은 또 다른 아이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마냥 재미있어 할 것이다.
목차
머리말 ㅣ 아이들을 만나는 행복
제 1 부 배꼽
먼지 잡자 먼지 잡자
가족사진
배꼽
사이좋게
개미
동생을 더 갖고 싶어
어미 닭
비둘기와 달팽이
떡잎
무지개
철쭉
금붕어와 나
쉬는 시간
호랑이가 나타났다
천지
할머니
제 2 부 수박씨
수박씨
우리 집 도깨비
나는 초승달
윙크
내 동생
삐뚤삐뚤
술래잡기
빗방울
냇가에서
물고기
뱀은
제사
작은 새
소나기
태풍
붓꽃
담쟁이
제 3 부 이쑤시개야
부끄럼
가위
이쑤시개야
귀지
터널
세발자전거
보름달
귀뚜라미
물에 빠진 강아지
가을 길
알
있다
손금
걸음마
항아리
군대
제 4 부 쥐 꼬리
쥐 꼬리
고무장갑
엑스레이
잠
감기
싸락눈
해
분신
와락
달
온통 밤
나도 그림자처럼
크리스마스 아침
겨울 양식
나는
해설 ㅣ 아이의 영혼으로 쓴 재미있는 동시
저자
최명란 (지은이), 김동수 (그림)
출판사리뷰
한자동시집 『하늘天 따地』로 ‘동시 열풍’ 일으킨 최명란 시인의 첫 번째 창작 동시집
지난해 한자동시집『하늘天 따地』로 동시 문단과 독자 양쪽의 호응을 모두 이끌어 낸 시인 최명란의 새로운 동시집이 창비에서 나왔다. 지난해 기성시인들이 새로운 감각과 스타일로 동시 저변 확산에 앞장서면서 소위 ‘동시 열풍’이라는 걸 일으켰고, 그 열풍의 중심에는 최승호, 신현림 시인과 함께 최명란 시인이 있었다. 그러나 ‘한자’라는 제한된 소재를 가지고 말그대로 ‘기획’하여 풀어낸 전작과 달리, 이번 동시집은 최명란 시인이 등단 이후 지금까지 한 편 한 편 공들여 써 온 작품들을 한 권에 담았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고, 이듬해인 2006년 문화일보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이후, 최명란 시인은 아이들과 어른들의 세계를 넘나들며 시를 써 오고 있다. 『수박씨』에는 동(童)과 시(詩)가 조화롭고 균형 있는 ‘재미있는’ 동시 64편이 담겨 있다.
최명란 시인은 달라진 시대, 달라진 아이들을 위해 길고 지루한 것 대신 짧고 재미있는 동시를, 엄숙한 것보다는 다정다감한 동시를, 과거와 전통이라는 이름의 낡음보다는 오늘과 미래라는 새로움을 담은 동시를 앞서 고민해 왔다. 그래서 그의 동시는 쉽고 짧다. 아이들이 쉽게 욀 수 있고, 읊으면서 재미있게 낄낄거릴 수 있다. 이 동시집에 담긴 64편이 지루할 새 없이 금세 읽힌다. 힘들이지 않아도 금세 욀 수 있다.
『수박씨』는 아이들 스스로 일상에서 찾아낸 발견이, 일상에서 쓰는 말들이 모두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아이들은 이 동시집에 담긴 동시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꼭 닮은 또 다른 아이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마냥 재미있어 할 게 분명하다.
분명 ‘어른 최명란’이 썼지만, 분명 ‘아이 최명란’이 쓴 동시 64편
“이 동시집을 낸 이가 어른이라는 사실을 감춘다면 이 동시집에 담긴 동시는 분명 아이가 쓴 것이라고 생각할 게 분명하다”는 정호승 시인의 표현대로 최명란 동시집 『수박씨』에 담긴 시들은 아이의 눈으로 본 것을 아이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아~함 / 동생이 하품을 한다 / 입 안이 / 빨갛게 익은 수박 속 같다 / 충치는 까맣게 잘 익은 수박씨 -「수박씨」 전문
이 동시집을 읽노라면 남자아이 하나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자꾸 들려온다. 시를 읽다 보면, 최명란 시인은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더벅머리에 동그란 얼굴, 작은 눈, 다양한 표정을 지닌 씩씩한 남자아이’가 또렷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화가 김동수가 그려낸 바로 그 아이를 닮았을 것 같은 한 아이가 시 속에서 서서히 말을 걸어온다.
아이는 햇빛을 받아 드러나는 먼지를 잡으러 쫓아다니거나 모기 물린 동생의 눈을 보고 “윙크를 한다”고 생각하는 등 사소한 것에 낄낄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먼지 잡자 먼지 잡자」「배꼽」「윙크」), 알을 품느라 쫄쫄 굶은 어미 닭에서부터 목이 가늘어진 할머니까지, 힘없는 존재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아이답게 표현하기도 한다(「어미 닭」「할머니」). 게다가 어른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순간에 기발한 발견을 해낸다. 하품하는 동생의 충치를 보고 “까맣게 잘 익은 수박씨”(「수박씨」)를 떠올린다거나, 병원에서 찍은 엑스레이 사진 속에서 자신의 “유령만 보았다”(「엑스레이」)거나 비빔밥을 먹고 난 뒤에도 고추장이 묻어 있는 비빔밥 그릇을 보고 “부끄럼이 참 많”(「부끄럼」)다고 한다. 짧은 시 편마다 천진하고, 엉뚱하면서도 다정한 아이의 목소리 뒤에 숨은 노련한 시인의 솜씨가 돋보인다.
아이들의 호흡에 맞추어 단숨에 읽히도록 쓴 ‘1연짜리’ 동시들
『수박씨』에 담긴 동시 64편은 모두 연 구분이 없다. 2행짜리(「이쑤시개야」)에서부터 13행(「나는 119」)짜리까지, 내용에 따라 행 차이는 있을지언정 연은 모두 하나다.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상상을 쭉 펼쳐나가는 거나, 하고 싶은 말을 좌르르 쏟아놓는 거나, 아이들은 대개 모든 걸 ‘단숨에’ 해낸다. 최명란 시인은 이러한 아이들의 생각과 말의 호흡에 맞추어 의도적으로 연 구분을 배제했다. 아이들이 단숨에 읽고, 단숨에 욀 수 있도록 간결한 언어에 재미난 내용을 압축해 담은 것이 이 동시집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