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래 어린이의 일상을 섬세하게 포착한 새로운 SF 동화!
상상력이 별처럼 반짝이는 여섯 편의 이야기
2005년 ‘과학기술 창작문예’ 아동문학 부문을 수상하며 등장한 정재은 작가의 첫 동화집 『내 여자 친구의 다리』가 출간되었습니다. 미래 사회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려 내며 SF 동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은 여섯 편의 동화가 수록되었습니다. 3D 홀로그램 아바타로 경험하는 세상, 소행성에서 바라본 지구, 가상 현실 정원, 용궁 도시, 외계 학교 등 매력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미래 세계의 다양한 공간을 넘나드는 상상력과 상대를 편견 없이 바라보는 포근한 시선이 결합하여 독특한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목차
아바타 학교
내 여자 친구의 다리
뚜다의 첫 경험
이 멋진 자연
하늘, 구름, 떡볶이
똥 실명제
작가의 말
저자
정재은
출판사리뷰
SF 동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다
『내 여자 친구의 다리』는 정재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첫 번째 동화집이다. 작가는 한국과학문화재단, 동아일보, 동아사이언스가 과학기술부의 후원을 받아 실시한 ‘2005 과학기술 창작문예’ 아동문학 부문을 수상한 이후 십여 년 동안, 『시와 정신』 『어린이와 문학』 『내일을 여는 작가』 『작가마당』 『창비어린이』 등의 지면에 꾸준히 발표해 온 단편 동화 여섯 편을 한 권의 동화집으로 묶었다.
3D 홀로그램 아바타 학교, 우주, 가상 현실 정원, 용궁 도시, 외계 학교 등 미래 세계의 다양한 공간을 무대로 과학적이고도 감성적인 상상력이 펼쳐진다. 국가 경쟁, 소득 양극화, 환경 문제 등 거대 담론을 다루던 기존의 SF와 달리, 작가는 정밀한 심리 묘사를 기반으로 미래 사회의 일상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SF 동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 아이들은 어떤 학교에 다니고 어떻게 꾸며진 집에 살지, 바닷속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지 등 예리한 시선과 날카로운 관찰력 그리고 재미있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일상을 찬찬히 그려 냈다.
“모습이 달라도 괜찮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자세와 따스한 만남
『내 여자 친구의 다리』에 수록된 여섯 편의 동화는 주인공 어린이가 새로운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관계’에 집중하며 편견 없이 서로를 포용하는 모습을 따뜻하게 표현한다. 이야기 속 아이들은 겉모습이 다를지라도 서로를 조금씩 알아 가며 손을 마주잡고, 포옹하며, 눈을 맞추고 상대방을 소중히 대하는 자세를 깨달아 간다.
‘2005 과학기술 창작문예’ 당선작이기도 한「아바타 학교」는 3D 홀로그램 아바타로 출석을 대신하는 학교에 다니는 은은이와 전학생 다영이의 관계를 그린다. 은은이는 ‘홀로바타 영사기’를 통해 다영이의 방에 찾아가 뜻밖에도 다영이가 휠체어를 탄 지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는 은은이가 느끼는 당혹감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다영이 아바타뿐 아니라 진짜 다영이와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은은이의 마음을 허공에 악수 연습을 하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뚜다의 첫 경험」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분석에 따라 행동하는 따다다 소행성의 로봇 뚜다와 삐다의 정서적인 변화를 보여 준다. 뚜다와 삐다는 지구 사람들을 관찰하며 기쁨, 분노, 슬픔과 같은 인간적인 감정들을 서서히 느끼며 죽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로봇 복제가 되든 말든, 너는 죽지 마라.”(71면) 하고 서로를 꼭꼭 안아 주는 마지막 장면은 과학 기술로 대체될 수 없는 인간성에 대해 사유하게 하며 미래 사회에서도 인간성이 소중하다는 작가의 믿음을 역설한다.
「똥 실명제」는 제각각 다르게 생긴 외계인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는 지구인 똥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얼굴에 세 개, 투명 더듬이에 두 개의 눈이 달린 외계인 봄이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다름’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생각하게 한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존재가 서로를 긍정하는 일관된 주제 의식은 독자의 마음에 따뜻하게 가닿을 것이다.
미래에도, 우주에서도 직접 경험하며 성장하는 아이들
이 동화집은 남들의 부정적인 판단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적극적으로 ‘성장’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여 준다. 표제작 「내 여자 친구의 다리」의 주인공 연이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연이는 인조 다리를 달고 세계적인 발레 오디션에 나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받지만, 인조 다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갖 비난을 받게 된다. 그래도 연이는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달 기지로 떠나 발레를 계속하기로 한다.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가는 연이와 “두 다리로 지구의 중력을 딛고 뛰어오르는 연이”(50면)를 조용히 바라보며 곁에서 응원하는 리오의 모습이 울림을 준다.
「하늘, 구름, 떡볶이」의 용궁 도시에 사는 유주는 또래 친구들보다 항상 느리고, 꿈꾸듯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주인공이다. 유주는 친구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특유의 호기심으로 바다 밖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 나간다. 바다 밖은 깜깜하고 해로운 자외선 때문에 무척 위험하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유주는 친구들과 함께 바다 밖으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결국 유주와 친구들은 떡볶이 국물처럼 빨갛게 노을 진 하늘을 난생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연이와 유주는 남들보다 느리고 서투를지라도 자기만의 속도로 나아가다 보면 더 큰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지금이든 미래이든, 지구에서든 우주에서든 “이러쿵저러쿵 남들 얘기 듣지 말고 모든 것을 스스로 마주해야”(「작가의 말」 중에서, 130면) 한다는 작가의 응원이 듬뿍 담겨 있다. 독자들은 『내 여자 친구의 다리』를 읽으면서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당찬 힘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