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느 봄날, 준영이네 가족은 짧은 여행을 떠납니다. 복숭아꽃이 활짝 피어난 무릉도원 같은 곳이 도착해 그곳에서 봄을 만끽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셔서 준영이네 가족은 득산리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이사 온 시골 마을과 새 학교에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 준영이.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아하던 준영이는 득산리에 사는 학급 아이들에게 마을길에 대한 비밀을 듣게 됩니다. 과연, 준영이는 혼자서 마을로 올 수 있을까요?
목차
1. 봄, 무릉도원
2. 여름, 길가의 전설
3. 집으로 가는 길
4. 상엿집
5. 가을, 밤밭
6. 돼자할아버지
7. 어딘가 다른 날
8. 밤나무 아래서
9. 겨울, 첫눈
10. 밤나무가 되다
11. 봄, 다시 무릉도원
작가의 말
저자
한윤섭 (지은이), 홍정선 (그림)
출판사리뷰
무릉도원처럼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이사 온 도시 아이가 마을의 무시무시한 전설을 알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장편동화. ‘전설’이라는 매혹적인 이야기의 맛, 이웃과 자연을 지향하는 깊이 있는 주제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자칫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골 이야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탁월하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문학적인 향취는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읽는 짜릿함과 함께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봉주르, 뚜르』와 ‘올해 가장 주목할 작품’에 선정된 『서찰을 전하는 아이』(월간 『어린이와 문학』 설문조사)를 펴낸 한윤섭의 신작이다.
긴장감 넘치는 ‘동네 전설’, 짜릿한 이야기의 맛
『우리 동네 전설은』은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톡톡한 작품이다. 봄날, ‘무릉도원’처럼 평화로워 보이는 시골 마을에 전학 온 주인공이 무서운 동네 전설에 대해 듣는 도입부터 독자를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인다. 이 전설은 ‘아이들의 간을 빼앗는 방앗간 노부부’ ‘아기 잃은 여자의 영혼이 떠도는 야산’ 등 도시 출신의 준영이 믿기는 어려운 것이지만, 낡은 방앗간 같은 공간의 으스스한 분위기, ‘동네 형이 직접 봤다’는 식의 소문, 무엇보다 오랜 세월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가장 흥미진진한 형태로 다져진 ‘이야기’의 힘 때문에 무시할 수가 없다. 전작 『봉주르, 뚜르』와 『서찰을 전하는 아이』 등에서 탄력있는 서사로 주목받은 작가 한윤섭은 이번 작품에서 ‘이야기(전설)의 힘’을 전면에 배치했다. 여기에 전설을 둘러싼 아이들만의 스릴 넘치는 모험, 차차 밝혀지는 뜻밖의 비밀 때문에 독자의 호기심은 극대화된다.
개성 있는 인물과 빠른 호흡,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려낸 시골 이야기
주인공 준영은 이제껏 동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새롭고 현실적인 캐릭터다. 목사인 아빠의 결정으로 갑자기 시작된 시골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는 않으려고’ 적절히 예의를 갖추는 도시 아이로, 전설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집과 학교를 오가면서도 겁먹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 애쓰고 아이들과 가까워졌을 때도 결코 ‘서리’만은 함께 하지 않는 등 고집을 지킨다. 아이들을 잡아 가둔다는 돼지할아버지네 밭에서 밤 서리를 하던 아이들과 함께 도망칠 때는 먼저 달아나지 않고 “같은 위치에서 달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아이들 앞에서 자존심을 지킨다. 득산리의 세 아이도 개성을 뽐낸다. 특히 ‘일흔 살 노인’이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설명하듯 실감나게 전설을 들려주는 덕수는 장난기 많고 모험을 좋아하는 시골 아이다. 새로 이사 온 아이를 경계하거나 곯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동무로 받아들이는 것은 집집의 대소사를 서로 알고 지내는 마을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된 성정이다. 덕수를 비롯한 아이들은 전설을 완전히 믿지 않으면서도 아이들답게 그것이 주는 긴장감을 즐긴다. 이처럼 잘 만들어진 등장인물들은 상황에 따라 입체적으로 움직이면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시간의 비약을 통한 빠른 전개, 감각적이되 간결한 문장 덕에 모처럼 이야기의 ‘맛’을 느끼게 한다. 시골의 정경과 아이들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서는 풍성한 문학적 향취를 느낄 수 있다. 고만고만한 생활 이야기를 벗어나면서도, 자칫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골 이야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탁월하다.
아름다운 자연과 따뜻한 이웃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
준영은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자연 속에서 직접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차차 득산리를 좋아하게 된다. 어느 날 준영은 밤 서리를 하는 아이들을 따라 갔다가 돼지할아버지에게 붙잡히는 바람에 돼지할아버지가 무섭고 무뚝뚝하지만 외로운 사람이고, 아이들이 철조망을 넘다 다칠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치매를 앓던 방앗간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낡은 방앗간에 상중임을 알리는 등이 내걸리자 늘 그 앞을 뛰어서 지나가던 아이들은 함께 숙연해진다. 준영은 돼지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동무였던 방앗간 할아버지를 말없이 위로하는 장면을 본다. 한때 준영과 친구들처럼 함께 동네를 누비고 놀며 자란 두 사람이 어느덧 득산리 ‘전설’ 속 할아버지가 되어 담담히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장면은 할머니를 밤나무 아래 수목장하기로 결정하는 장면과 함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결국 작가는 이웃과 공동체가 살아있는 마을, 사람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마을을 그리면서 그 안에서 아이들이 어른으로 자라는 성장의 스토리를 담고 싶었던 것이다. 앞으로 마을을 지켜갈 아이들은 세월이 흘러 또 다른 전설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질 ‘전설’, 이야기의 힘을 새삼 확인하듯이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전학생에게 다시 득산리의 전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