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5학년 정윤이는 맞벌이 부모를 기다리는 오후를 대개 만화책과 함께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윤이는 단골 만화책방 주인에게 성추행을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윤이는 자기가 바보같이 굴어서 피해를 당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정윤이의 이상을 눈치 챈 엄마가 걱정을 하지만, 정윤이는 엄마조차 자신에게 실망할까 두려워 말을 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학기 초에 친하게 지내던 혜미가 ‘그림자’로 불리며 공식 왕따가 된 터라 더욱 마음 털어놓을 데가 없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생각, 철저히 혼자라는 생각에 정윤이는 악몽에 시달리고 나날이 피폐해져갑니다.
『안녕, 그림자』는 성폭력 피해 어린이가 아픔을 이겨 내기까지 겪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섬세하게 그려낸 동화입니다. 가까운 데서 일어나는 아동 성폭력 문제, 방과후 오랜 시간 방치되는 아이들의 환경, 관계가 분절된 학교 풍경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오늘날 아이들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친구를 의지 삼아 불행과 맞서 싸울 용기를 얻는 이야기가 스스로 외롭다고 느끼는 모든 아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합니다.『소나기밥 공주』로 제1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을 받은 이은정의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목차
1. 가짜 수호천사
2. 나의 선택
3. 친절한 책방
4. 눈치보기, 거짓말하기
5. 제일 먼저, 나에게만
6. 너무 커다란 벌레
7. 끔찍한 선물
8. 비상벨
9. 이 동네가 싫어
10. 정윤아
11. 내가 따라다닐 수 있게
12. 그림자 아닌 혜미
13. 아주 중요한 일
14. 또 다른 아이들
15. 우리뿐이야
16. 어둠 속 두 그림자
저자
이은정
출판사리뷰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아동 성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
지난해 일어난 아동 성폭력 사건은 경찰청이 집계한 것만 하루 평균 2.8건에 이른다(2011년 5월). 신문과 뉴스는 초등학교 교사가, 유명 종교인이, 심지어 친족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를 일상적으로 보도한다. 『안녕, 그림자』는 끔찍하고 불편하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오늘날 아동 성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장편동화로, 한국 아동문학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다. 작가는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 아동의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가며 위로하고 보듬어 안는다. 이런 작품이 필요한 현실은 괴롭지만, 이 작품의 출현은 그래서 다행스럽다.
5학년 정윤이는 맞벌이 부모를 기다리는 오후를 대개 만화책과 함께 보낸다. 어느 날 정윤이는 단골 만화책방 주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자기가 바보같이 굴어서 피해를 당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린다. 정윤이의 이상을 눈치 챈 엄마가 걱정을 하지만, 정윤이는 엄마조차 자신에게 실망할까 두려워 말을 하지 못한다. 게다가 학기 초에 친하게 지내던 혜미가 ‘그림자’로 불리며 공식 왕따가 된 터라 더욱 마음 털어놓을 데가 없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생각, 철저히 혼자라는 생각에 정윤이는 악몽에 시달리고 나날이 피폐해져간다. 이처럼 『안녕, 그림자』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사려 깊게 헤아린다. 또한 부모의 경제 활동 등으로 장시간 방치되는 오늘날 아이들 처지, 관계가 분절된 학교 풍경, 가까운 데서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탄탄한 이야기를 확보했다. 전작 『소나기밥 공주』로 “현실주의적 전통에 튼튼히 뿌리 내린 작품”이라는 평가(심사평)를 받은 젊은 작가가 또 한 번 이루어낸 소중한 문학적 성취다.
절망과 고통을 딛고 더 단단하게 자라는 아이들
성추행을 당한 책방 창고의 어둠이 떠올라 불을 끄고는 잠조차 잘 수 없는 정윤이에게 손을 내민 것은 바로 ‘그림자’ 혜미다. 정윤이가 다시 책방 주인에게 끌려갈 뻔했을 때 혜미가 기지를 발휘해 함께 도망치는데, 이를 계기로 정윤이는 혜미한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고백한다. 두 아이는 책방 주인이 정윤이를 유인할 때 떠안긴 선물을 돌려주려하지만 오히려 책방 유리를 깨고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그 뒤 인터넷 게임에서 익명의 동네 아이로부터 책방 주인이 추행한 아이가 한둘이 아닌 걸 알게 되고 그 아이와 힘을 합쳐 집집마다 고발장을 돌리기로 한다. 이 일련의 일들은 어른의 눈으로 보기엔 다소 무모하지만 아이들로서는 고통을 이겨 내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다. 이렇게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나름의 시도와 실패를 겪은 뒤, 아이들은 “피해 다닐 사람은 우리가 아니야. 그 아저씨야!”라고 각성한다. 익명의 아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 고발장을 돌리는 계획도 실패로 돌아가지만 정윤이는 더 이상 어둠 속에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 그것이 이제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라는 것, 그동안 자신이 두려워한 것은 바로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었음을 깨달은 정윤이는 그동안 왕따 혜미가 겪었을 외로움과 두려움을 짐작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 진짜 그림자처럼 표정도 말도 없던 혜미도 비로소 눈물을 흘린다. 이로써 두 아이가 모두 절망 속에서도 끝내 성장하고 ‘그림자’와, ‘어둠’과 작별하는 것이다.
모든 외로운 아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이야기
이러한 깨달음은 다행스럽고 대견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현실의 문제를 넘어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정윤이 엄마가 정윤이를 걱정해 몰래 뒤쫓다가 아이들이 숨겨온 비밀을 알게 되고 아이들을 찾기 위해 소리쳐 부르는 마지막 장면이 있어 독자들은 안심할 수 있다. 아무리 외롭고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 작품 안에서도 작품 밖에서도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런 안도감이다. 정윤이는 엄마의 외침을 듣고도 달아나는 대신 “지금 도망치면 앞으로도 계속 피하기만 할 것이다. (…) 어쩌면 나는 이런 순간을 내내 기다렸던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혜미의 손을 꼭 잡는다.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더 힘든 순간이 올 수도 있지만 이제 정윤이는 잘 견디리라는 것을 독자들은 짐작할 수 있다. 『안녕, 그림자』는 이처럼 아동 성폭력에 노출된 아이들뿐 아니라 모든 외로운 아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책이다. 원하지 않는 비밀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다독이고,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그림자와 마주해야 할 의무를 환기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