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이들이 보는 현실, 어른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아이들은 종종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동심으로 어른들을 놀라게 합니다. 이 이야기 역시 아이들이 보여주는 깨끗하고 밝은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어려운 생활을 해야만 하는 주인공 소녀의 배경은 그런 아이의 마음을 더 돋보이게 합니다. 주변의 어른들은 아이에게서 소중한 마음을 배우게 되고, 어른과 아이가 서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집니다.
주인공 공주는 함께 살던 아버지마저 재활원으로 가게 되면서 혼자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됩니다. 반 지하 방에서 먹을 것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상황은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현실이지만, 공주는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내내 힘들어하기보다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공주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며,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합니다.
목차
1. 오늘도 소나기밥
2. 왕따 103호
3. 갇혀 버린 왕
4. 혼자 돌아오는 길
5. 탈탈 털어 560원
6. 뒤바뀐 메뉴
7. 뜻밖의 수확
8. 소나기부침개
9. 집주인 형사
10. 아주 불편하고 숨이 턱 막히는
11. 음식물 쓰레기
12. 커다랗고 묵직한 덩어리
13. 빗나간 직감
14. 뭉개진 560원
15. 꼼짝 말고 말하기
16. 눈치코치 소나기죽
17. 그래서 공주님은
지은이의 말
저자
이은정 (지은이), 정문주 (그림)
출판사리뷰
제13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고학년 창작 부문’ 대상 수상작
『소나기밥 공주』는 우리 문학의 근간인 현실주의적 전통에 튼튼히 뿌리내린 작품이었다. 가난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주인공 ‘공주’의 활달한 심성이 섬세하게 잘 표현된 점이 돋보였다. 동화가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문학의 갈래이고, 참담한 현실과 맞서는 낙관적인 인물이 어린이문학에도 의당 필요하며, 그 인물이 너끈히 스스로의 생을 밀고 당기며 전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이에 걸맞은,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다. -심사평에서(김상욱 김제곤 유은실 황선미)
창비에서 실시하는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가 열세해 째를 맞이하였다. 그동안 어린이들의 일상을 뛰어난 감각으로 그려낸 채인선 동화집『전봇대 아저씨』,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모습을 동심의 눈길로 예리하게 비판해낸 박기범 동화집『문제아』, 소외된 도시 빈민층 아이들의 가슴 뭉클한 성장기인 김중미 소년소설『괭이부리말 아이들』, 가상의 미래를 통해서 자본의 논리와 생명의 논리가 부딪히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안미란 장편동화『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한글 창제의 의의와 우수성을 한 소년의 성장을 통해 감명 깊게 들려준 배유안 장편동화『초정리 편지』등 좋은 창작동화를 선보임으로써 독자들과 평단 모두의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 제13회 공모에서는 신예 이은정의 장편동화『소나기밥 공주』가 고학년 창작 부문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출간되었다.
『소나기밥 공주』는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특유의 생명력을 갖고 살아가는 ‘안공주’ 캐릭터가 생생하게 다가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심사과정에서 우리 문학의 근간인 현실주의적 전통에 튼튼히 뿌리내린 역대 수상작(『문제아』『괭이부리말 아이들』『짜장면 불어요!』등)을 이으면서도 ‘안공주’처럼 낙천적이고 생생한 주인공을 가진 작품은 없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다른 동화들에서와 달리 주변 어른들이 나서서 극적으로 주인공의 문제 해결을 돕지 않는다. 손쉽게 화해하거나 서로를 껴안는 낭만적인 결말로 마무리되지 않고 가정과 학교,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온전히 어린이를 그리고 있는 점도 이 작품의 미덕이다.
참담한 현실과 맞서는 활달하고 매력적인 주인공 ‘안공주’
초등학교 6학년 ‘공주’는 아빠와 단둘이 연립주택 반지하 방에 살고 있다. 아빠가 알코올 중독으로 무료 재활원에 들어가 있게 되면서 혼자 지내게 된 공주에겐 학교 급식이 유일하게 제대로 먹는 끼니다. 그래서 공주는 급식을 엄청 많이 그리고 빨리 먹게 돼서 ‘소나기밥’이라는 별명이 붙어 버렸다. 반 아이들이 “소나기밥 돼지”라고 놀려도 “그래, 나 소나기밥 돼지다. 그래서 어쩌라고!” 하며 씩씩하게 맞선다. 그리고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 두자!”고 다짐하며 학교 급식 때마다 밥과 반찬을 수북이 담아 오고 그러고도 모자라 몇 번이나 급식대로 밥을 푸러 간다. 하교할 때마다 “캄캄하고 아무도 없는 좁은 반지하 방”을 보며 풀이 죽곤 하지만 공주는 바지런히 생활한다. 없는 반찬이지만 밥을 꼭 챙겨 먹고, 날마다 방청소를 하며,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밀린 방세와 전기세를 내고, 쌀쌀해지는 날씨에 대비해 주유소에서 만오천 원 어치 등유를 사서 보일러 드럼통에 넣어 놓는다.
매사에 차분하고 주눅 들지 않던 공주도 생활비가 바닥나자 오로지 ‘먹을 것’만 생각하게 된다. “먹을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줄 모르는 배고픈 하녀”가 공주 안에 사는 것만 같다. 그러다 콩나물 560원어치를 사서 마트에서 나오던 중, 공주는 배달을 기다리고 있는 장바구니 봉지들을 보게 된다. 그중 맨 앞에 있는 것이 공주가 사는 연립주택 윗집 202호 배달 봉지였다. 이것저것 많이 들었는지 유난히 불룩하고 위로 비죽 솟은 “대파가 마치 꽃다발처럼” 보인 윗집 장바구니. 콩나물만 품에 안은 공주는 202호 배달 봉지가 부럽기만 하다. 그렇게 집에 오다 대문 앞에서 마트 배달원과 만나고, 배달원에게 202호 사람인 것처럼 속여 말해서 배달 봉지를 받아든다.
작가는 공주의 생활과 내면을 간결하고 차분한 문장으로 섬세하게 묘사한다. 혼자 밥해 먹고 혼자 자고 혼자 학교 가는 공주의 일상이 자칫 암울해 보일 수도 있지만, 곳곳에 유머가 숨쉬고 있고 공주에게서 발하는 희망의 빛이 반짝인다. 그래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지치지 않는 생명력을 갖고 살아가는 ‘안공주’ 캐릭터가 살아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심사과정에서도 우리 문학의 근간인 현실주의적 전통에 튼튼히 뿌리내린 역대 수상작을 이으면서도 ‘안공주’처럼 낙천적이고 생생한 주인공을 가진 작품은 없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따뜻한 격려와 단단한 희망을 선사하는 동화
공주는 훔친 배달 봉지 속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기 시작하지만 만드는 것마다 맛이 없다. 더욱 큰 문제는 먹는 것마다 소화가 안 되거나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진다는 것. 종국에 공주는 폭식증에 시달린다. 결국 전 재산 560원으로 샀던 콩나물이 “냉장고 속에서 썩어 누렇게 곪은” 것을 본 날 밤, 공주는 급체해서 쓰러진다. 팽 여사의 도움으로 동네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공주는 자신과 아줌마를 계속 속여왔다는 생각에 “숨이 점점 가빠지고” “참아 왔던 말들이 목 언저리에” 머물며 숨통을 조이는 것처럼 느낀다. 결국은 새벽 길거리에서 팽 여사 앞에 주저앉으며 자신이 배달 봉지를 훔쳤다는 것을 자백한다.
난생 처음 한 도둑질로 인한 죄책감으로 밑바닥까지 내려가 괴로워하다 이를 털어내고 공주가 자신을 바로 볼 수 있기까지의 과정이 무척 세밀하고 실감나게 그려져 독자들은 마치 공주와 한 몸이 되어 함께 힘든 시간을 겪어내는 듯하다. 모든 것이 정리된 뒤에도 공주는 여전히 혼자다. 재활원에 있는 아빠가 6개월 정도 더 치료가 필요해서 집에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일 년 가까이 혼자 지내게 되었지만, 공주는 아빠의 편지에서 “술 안 먹도록 최선을 다할게. 정말 참기 힘들 땐 너한테 물어볼게. 네가 허락 안 하면 안 마실게.”라는 다짐을 읽고 아빠를 한 번 더 믿기로 하고 힘을 낸다.
주인공 공주도, 작가 이은정도 직접적으로 희망을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품을 읽다 보면 공주 마음속에 자그마한 가로등 하나가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가로등은 점멸할지언정 절대 꺼지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라도 책을 덮고 나면 공주가 성장하면서 그 가로등이 점차 환해져 가리라는 믿음이 생길 것이다. 삐삐처럼 빼빼 마르고 키만 비죽 크지만 누구보다도 활달하고 당찬, 열세살 공주의 이야기에서 우리 모두 따뜻한 격려와 단단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과 어린이가 나란히 살아가는 세상
이 작품에는 몇 명의 어른들이 등장한다. 공주가 세 들어 사는 연립주택의 집주인 아저씨, 202호 팽 여사 아줌마, 동네 ‘해님 마트’의 사장 아저씨 등이다. 이들은 보통의 어른들처럼 무뚝뚝하고 체면을 중요시하며 자기 잇속에만 몰두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희화화되어 때론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억척스럽기도 하고 측은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다른 동화들에서와 달리 이 작품에서는 이런 주변 어른들이 극적으로 주인공의 문제 해결을 돕지 않는다. 집주인 아저씨는 공주를 볼 때마다 밀린 방세 얘기를 하며, 배달 봉지를 공주가 훔쳤다는 것을 알게 된 팽 여사는 “사정 딱한 건 딱한 거고 잘못한 건 잘못한 거야.”라고 말하며 아픈 공주를 끌고 해님 마트로 향한다.
하지만 이들도 공주를 아예 모른 척하지는 않는다. 마트 사장 아저씨는 경찰서에 신고하는 대신 공주에게 마트 전단지를 나눠 주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생활용품과 채소 몇 가지가 든 비닐봉지를 선물로 건넨다. 팽 여사는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공주에게 “넌 그 소릴 몇 번이나 하니? 그래, 여태 너 혼자 밥해 먹고 지냈니? 밑에 방에서?”라고 물으며 “얼른 가서 같이 밥이나 먹자.”고 손을 내민다. 어른이 나서서 어린이 주인공을 도와주며 화해하거나 서로를 껴안는 낭만적인 결말로 마무리되지 않고 가정과 학교,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온전히 어린이를 그리고 있는 점도 이 작품의 또 다른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