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황정은이라는 압도적인 세계는
『百의 그림자』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문학의 잊지 못할 한걸음,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문장들
황정은의 첫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가 새로운 장정과 정제된 문장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아름답고도 독특한 개성으로 자신만의 문학영역을 공고히 구축한 황정은은 이미 그 이름만으로 신뢰받는 작가지만, 『百의 그림자』는 그 압도적인 세계관의 출발을 알린 작품으로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작품은 2010년 초판 출간 당시부터 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황정은식’ ‘황정은풍’ 등의 용어를 유행시킨 바 있으며, 연극이나 만화 등 독자들의 자발적인 2차 창작물로 제작되었을 만큼 남다른 사랑을 받아왔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과 황정은만의 인장이 새겨진 문장으로 스러지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대와 풋풋한 연애감정을 절묘하게 형상화한 『百의 그림자』는 애틋하고도 따뜻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출간 직후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百의 그림자』는 2022년 KBS와 한국문학평론가 협회가 선정한 ‘우리 시대의 소설’ 리스트에도 선정되며 여전한 작품성을 과시한 바 있다. 특히 타워크레인 사고로 사망한 ‘유곤’의 아버지 에피소드는 최근 광주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를 비롯한 비극적인 사건사고를 상기시키며 여전히 도시에서 이어지는 죽음들을 돌이켜보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百의 그림자』의 식지 않는 인기와 몰입도는 바로 어두운 곳을 향하는 따뜻한 시선과 사려 깊은 태도 때문일 것이다.
목차
숲
가마와 가마와 가마는 아닌 것
입을 먹는 입
정전
오무사
항성과 마뜨료슈까
섬
후기
다시 쓰는 후기
저자
황정은 지음
출판사리뷰
황정은의 첫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가 새로운 장정과 정제된 문장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아름답고도 독특한 개성으로 자신만의 문학영역을 공고히 구축한 황정은은 이미 그 이름만으로 신뢰받는 작가지만, 『百의 그림자』는 그 압도적인 세계관의 출발을 알린 작품으로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작품은 2010년 초판 출간 당시부터 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황정은식’ ‘황정은풍’ 등의 용어를 유행시킨 바 있으며, 연극이나 만화 등 독자들의 자발적인 2차 창작물로 제작되었을 만큼 남다른 사랑을 받아왔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과 황정은만의 인장이 새겨진 문장으로 스러지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대와 풋풋한 연애감정을 절묘하게 형상화한 『百의 그림자』는 애틋하고도 따뜻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특히 조금도 시들지 않은 이 작품의 생명력이 인상적인데, 도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폭력의 양상과 그에 맞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끈질긴 삶이 여전한 가운데 그것을 탁월하게 작품화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세상의 폭력이 더욱 노골적이고도 교묘한 방향으로 변해왔지만 본인이 글쓰기를 단념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 꾸준히 이 소설을 읽어준 독자들 덕분이라는 감사의 인사로 이번 복간의 의미를 밝히기도 했다.(「다시 쓰는 후기」) 하나의 센세이션이었던 『百의 그림자』는 이제, 한국소설을 대표하는 ‘21세기 고전’의 반열에 들 준비를 마쳤다.
도시의 폭력, 저절로 일어서는 그림자
그럼에도 선량한 사람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은교와 무재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철거 직전 전자상가에서 일한다. 함께 일하는 이들과 떠난 여행에서 둘은 일행과 동떨어져 길을 잃고 헤매는데 여기서 은교는 자신의 그림자가 일어나 저절로 움직이는 기묘한 경험을 한다. 이후 ‘그림자’는 이 이야기에 환상성을 부여하는 존재이자 인물 각자의 아픔을 드러내는 실체로 기능한다. 『百의 그림자』는 은교와 무재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전자상가라는 삶의 터전에서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이들의 거대한 옴니버스이기도 하다. 인물 각각이 지닌 그림자의 내력을 살펴보는 것은 도시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세목을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그림자가 저절로 일어서는 비현실적인 일에 대해 익숙하다. 말하자면 그림자가 일어서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 폭력과 아픔을 겪어본 사람들이다. 이 소설에서 사람들은 현실에서 감당해낼 수 없는 일을 겪었을 때 그림자가 분리되는 현상을 겪는다. 그리고 그걸 따라가려는 충동을 느끼거나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리기도 한다. 은교의 그림자가 처음 일어섰을 때 무재는 은교에게 “그림자 같은 건 따라가지 마세요”(10면)라고 말한다. 마치 그림자가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은교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여씨 아저씨도 마찬가지다. 그가 처음 보인 반응은 “따라가지 말았어야지”(33면)다. 이들은 가족의 해체, 일터의 상실, 사랑하는 이의 상실 등 다양한 위기를 겪어왔다. 황정은은 이들의 이야기를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으려 애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구역이라는 뜻의 “슬럼”(124~25면)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가, 나, 다, 라 마, 다섯개의 건물”(36면)의 이름 하나하나를 호명해낸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의 큰 줄기는 은교와 무재의 연애담이다. 길을 헤매고 나온 이후 둘은 급격히 가까워진다. 하지만 이들의 연애는 어딘가 낯설다. 은교가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면 무재는 밤에 달려와 배드민턴을 쳐주고, 은교는 이미 먹은 점심을 모른 척 무재와 함께 먹기도 하지만 “몇주 동안”(83면) 따로 만나지 못하는 일도 있다. 이들은 이미 도시라는 거대한 폭력에 맞서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의 연애는 생계를 이어가면서 그 순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따뜻한 정종을 마시고 우산을 함께 쓰는 것, 운동장을 함께 걷는 것, 정전이 되었을 때 전화해주는 것, 노래를 불러주는 것, 그렇게 선량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윽고 마지막 장에서 두 사람은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에서 겪는 우여곡절과, 거기서 오가는 대사는 이 소설의 백미다. 그리고 그 대화는 자연스럽게 독자들이 살아가는 곳에 대한 질문과 성찰로 이어진다. 폭력과 현실의 무게에 맞서 살아가는 선량한 사람들, 그들과 함께하는 풍경으로.
한국문학 대표작가의 첫걸음,
지금이 바로 이 소설을 읽어야 할 때
출간 직후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百의 그림자』는 2022년 KBS와 한국문학평론가 협회가 선정한 ‘우리 시대의 소설’ 리스트에도 선정되며 여전한 작품성을 과시한 바 있다. 특히 타워크레인 사고로 사망한 ‘유곤’의 아버지 에피소드는 최근 광주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를 비롯한 비극적인 사건사고를 상기시키며 여전히 도시에서 이어지는 죽음들을 돌이켜보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百의 그림자』의 식지 않는 인기와 몰입도는 바로 어두운 곳을 향하는 따뜻한 시선과 사려 깊은 태도 때문일 것이다.
한편 황정은은 이 작품과 짝이 되는 새로운 소설을 2023년 출간할 것이라고 밝혀 커다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등을 수상하며 이미 한국문학 대표작가의 반열에 든 황정은이 다시 쓰는 도시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지. 그 스산하고도 따뜻한 풍경을 확인하기 위해, 『百의 그림자』를 다시 읽기 가장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