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여전히 사랑스럽고 더욱 섬세해졌다!
슬프지만 유쾌한 정세랑표 성장소설
정멜멜 작가의 사진으로 새롭게 만나는 친환경 에디션
정세랑의 유일무이한 성장소설 『이만큼 가까이』를 7년 만에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인다. 『피프티 피플』 10만부 판매를 기념해 [정세랑 컬렉션]으로 함께 출간하는 이 소설은 한 세대의 감수성과 정체성을 대변하는 문화적 토양을 기반으로, 각 인물들이 겪는 성장의 진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풍요로운 이야기와 재치 있는 문장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 소설을 지금의 감수성에 걸맞도록 작가가 일일이 문장 표현을 다듬어 한층 섬세해졌다. 이번 개정판은 또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사진작가 정멜멜의 사진으로 표지를 디자인하여 더욱더 눈길을 끈다. 소설에 등장하는 비디오, 가위, CD플레이어 등을 활용한 표지사진은 소품 하나하나에 숨어 있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넌지시 보여준다. 표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독자는 슬프지만 유쾌함을 잃지 않는 정세랑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한편 스테디셀러 『피프티 피플』과 함께 선보이는 이번 [정세랑 컬렉션]은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작가의 목소리를 닮아 국제산림관리협의회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 인증 용지를 사용한 친환경 에디션으로 제작되었다.
목차
이만큼 가까이
새로 쓴 작가의 말 / 수상소감
저자
정세랑
출판사리뷰
청춘의 트라우마를 다독여주는 명랑한 기운
『이만큼 가까이』는 신도시 외곽 작은 도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들이 겪는 성장의 진통을 담담하면서도 경쾌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나’와 주연, 송이, 수미, 민웅, 찬겸 등 여섯명의 친구들과 첫사랑 주완이 그 주인공이다. 소설은 개성 넘치는 친구들의 현재 일상과 과거의 사건들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인물들이 성장해나가는 모습과 학창 시절의 에피소드를 발랄하게 이어간다. 겨울이 유난히 길고 안개가 자욱하던 파주에서 휑뎅그렁한 신도시 초기의 일산으로 학교를 다니던 ‘나’와 친구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2번 버스’뿐이다. 그 낡은 버스 안에서 MD플레이어나 MP3로 음악을 듣고, 전날 봤던 TV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고, 짝사랑하는 친구 때문에 아파하면서도 여섯명의 친구들은 각자 버스 안의 앉은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서로 의지하고 위안을 받으며 십대의 덜컹거리고 꼬불꼬불한 길을,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고 함께 지나온다.
영화미술 일을 하는 ‘나’는 DSLR 카메라에 동영상으로 현재의 친구들 모습을 담는다. ‘나’와 친구들, ‘나’의 가족들, 흔하디흔하지만 각별한 순간들을 담고 있는 마흔여섯 컷의 MPEG 동영상 파일들은 각각의 씬들이 생생하면서도 재치가 넘쳐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자꾸 따라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주인공 ‘나’가 지금의 영화 일을 하게 된 데에는 ‘하주’로 통칭되는 주연의 오빠 하주완의 영향이 무엇보다 크다. 영화를 좋아했던 주완과 ‘히치콕 주간’ ‘우디 앨런 주간’ ‘지브리 주간’ ‘주성치 주간’ 등을 정해 영화를 보는 동안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특별한 사이가 되고,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설레고 두근거리는 경험들을 함께 만들어가는 풋풋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이 된다.
이제 삼십대에 들어선 여섯명의 친구들은 어렸을 때의 성격과 소질을 살려 저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여기저기에 흩어져 살다가 이따금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아무렇지 않아질 작별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슬픔과 상실의 시간을 이겨내는 동안 쓰라렸던 상처는 서서히 아물어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 희미한 흉터로만 남게 된다.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굳이 쿨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로, 서로의 지금 그대로를 지켜주는 ‘우리’가 아름답다는 것을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명랑한 목소리로 전한다. 내 마음을 채우던 그 누군가가 어디에 있든 지금 여기, ‘이만큼 가까이’에서 더욱 반짝이며 손을 내밀고 있는 걸 느낀다. 나중에 그리워질 걸 알아서 더욱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을, 지금의 우리를, 그 간절한 두 손을 힘껏 잡아줄 때이다.
새로 쓴 작가의 말
이 이야기를 고치면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오래도록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번도 존재한 적 없는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라니, 어긋날 대로 어긋난 셈이지만 익숙한 팔 안에 안긴 듯했습니다. 지금껏 쓴 다른 소설 속 인물들보다 『이만큼 가까이』의 인물들과 한층 자주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어떤 해에 가까이 여겼던 이가 다음 해에는 멀어지기도 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인물이 어느날에는 훌쩍 다가오기도 합니다. 저의 이 부족한 친구들이 읽어주시는 분들 곁에도 잠시 앉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 한 독자분이 학생 때 이 책을 읽었지만 사회인이 된 지금까지도 저를 원망하고 있다고 리뷰를 쓰신 것을 보았습니다. 아픈 이야기를 써서 죄송합니다. 변명하자면 많은 작가들이 가상의 유년을 공들여 조형한 다음 완전히 파괴하면서 작가가 되지 않나 합니다. 다시 한번 태어나는 과정이기에 딱 한번만 쓸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덜 아픈 이야기들로 보상해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이 불가해하게 난폭하다고 여기기에 상실 이후에 대해, 이어지는 삶에 대해 끝까지 쓰고자 합니다. 더딜지라도 확실한 회복 속에 함께 있고 싶습니다.
2021년 여름
정세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