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영어덜트 소설의 눈부신 진화
“무섭더라도 지켜봐 줘, 그게 우리의 비행이니까.”
작은 날개로 세상을 크게 안는 법
구병모의 작품 세계를 좋아한다면, 한국 영어덜트 소설의 새로운 성취를 확인하고자 한다면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 우리 앞에 도착했다. 『파과』 『한 스푼의 시간』 『네 이웃의 식탁』 『단 하나의 문장』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 오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 온 작가 구병모가 신작 장편소설 『버드 스트라이크』를 통해 압도적인 환상 세계로 독자들을 다시 한번 초대한다. 2011년 구상을 시작해 초고를 완성하기까지 7년여의 시간이 걸린 역작이자 작가의 첫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의 발간 10주년을 맞는 해에 출간되어 더욱 뜻깊고 반가운 책이다.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마음을 홀리는 비범한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더욱 선명히 드러낸다.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 수 있고, 그 날개로 아픈 생명을 감싸서 치유할 수 있는 ‘익인’들의 존재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 생생하다. 그들 사이에서 성장하며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 가는 주인공들의 모습 또한 놀라운 매력과 흡인력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누군가 혹독한 세상 끝으로 내몰려 아찔한 절벽 위에 서 있을 때 우리는 손 내밀어 그를 잡아 줄 수 있을까. 그와 손을 잡고 이곳과 저곳, 우리와 그들을 경계 짓는 날카로운 절벽 너머로 함께 날아오를 수 있을까. 작가는 그 답을 찾는 여정을, 이 흥미로운 소설을 통해 뜨겁게 펼쳐 보인다.
목차
인질
사막
홀림
날개
미로
절벽
기포
상처
그림
잠입
개입
약속
비행
저자
구병모 (지은이)
출판사리뷰
“아주 높이, 이 책을 읽는 당신은 날아오르리라. 경계와 구분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 - 이다혜(『씨네21』 기자, 작가)
“볼 수 없어도 선연하게 느껴지고, 닿을 수 없어도 강렬하게 만져지는, 영화보다 생생한 소설 속 세계.” - 윤가은(영화 「우리들」 감독)
“이 책은 오늘의 버려진 나를 꼭 껴안아 준 따뜻하고 커다란 두 날개다.” - 추민주(뮤지컬 「빨래」, 연극 「나쁜 자석」 연출)
절벽을 날아오르는 상상력!
하늘을 나는 ‘익인’과 치유의 힘
『버드 스트라이크』는 날개를 가진 ‘익인(翼人)’들과 도시 사람들 간의 갈등으로 시작해, 작고 보잘것없이 태어난 주인공들이 세계에 맞서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어덜트(YA) 소설이다. 작가 구병모는 탁월한 감각과 독특한 상상력, 빼어난 서사적 역량으로 한국문학의 지평을 넓혀 왔다. 등단작 『위저드 베이커리』가 영어덜트 소설의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받는다면, 『버드 스트라이크』는 ‘익인’이라는 판타지적 요소와 영화처럼 이어지는 극적인 전개로 영어덜트 소설의 진화, 그 현주소를 확인하게 한다. 책장을 펼쳐 “날개를 펼친 사람이 달빛 아래 서 있다. 익인이다.”(8면)라는 구절에 시선이 멎는 순간, 독자는 소설의 마지막 장까지 쉴 틈 없이 내달려야 끝이 나는 비행에 이미 탑승해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비오가 청사에 붙잡혀 있는 장면을 보여 주며 본격적인 막을 연다. 어느 날 고원 지대의 익인들이 도시까지 날아와 시 청사 건물을 습격한다. 익인 가운데 작은 날개로 태어나 비행 능력이 부족한 비오는 습격 직후 도시인에게 붙잡혀 청사에 갇히고 만다. 그런 비오에게 루라는 이름의 도시 아이가 찾아오고, 비오는 루를 인질로 삼아 청사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해 루와 함께 고원 지대로 돌아가게 된다. 익인들이 도시를 공격한 까닭은 무엇일까? 고원 지대로 가게 된 루의 앞날은? 익인과 도시인 사이의 오랜 반목의 역사와 그를 둘러싼 비밀들이 흥미진진하게 밝혀지는 가운데, 함께 걷고 함께 날고 서로를 치유하며 성장하는 작은 존재들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작지만 당당하게, 다르지만 특별하게
거대한 혐오를 무너뜨리는 날개의 이야기
주인공 루와 비오는 어딘가 남들과는 다르고 부족한 존재들이다. 루는 도시를 관할하는 시 청사라는 경직된 공간에서 소외된 채 외롭게 생활한다. 비오는 보통의 익인과 다른 외형으로 태어나 전통적인 익인 공동체에서 무시받고 배척당한다. 익인의 날개에는 아픈 자를 낫게 하는 치유의 능력이 있지만, 날개가 작은 비오는 그마저도 부족한 처지다. 비슷한 경험과 정서를 공유한 루와 비오는 서로의 아픈 자리를 알아보고, “우리가, 닿아도 될까? 마주해도 괜찮을까?”(218면) 물으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특히 여성 주인공 루는 원하는 바를 말하고 앞장서서 행동하는 데 거침이 없는 당찬 10대로서, 자신이 겪은 멸시와 부당함을 타인을 향한 세심한 배려와 존중, 실천으로 승화시키며 성장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비오와 함께하는 동안 루는 눈앞의 익인이 신비로운 꿈이나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한 인간”일(63면)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가는 서로 배타적인 사회에서 자라났지만 점차 거리를 좁히며 마음을 여는 이들 주인공을 통해 우리 사회의 견고한 고정관념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킨다. 혐오와 구별 짓기를 넘어선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어 간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건너가는 일
그 도약을 모두 함께 축복하는 마음
자연과 조화된 삶을 살며 전통적인 규율을 중시하는 익인 공동체와 무기 제조 등 발달된 기술을 바탕으로 착취와 폭력을 일삼는 도시인의 대립은 첨예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초점은 그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로 더 자주, 깊이 향한다. 자신의 권력을 의심받고 자리를 위협당하는 도시 지도자가 느끼는 압박감, 기이할 정도로 익인의 존재에 집착하는 연구자, 도시에서 온 이방인을 받아들이는 익인 가족 등 다양한 인물들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한다.
비열하거나 냉혹한 수를 써서라도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때로 애처롭게 다가온다. 작가는 진정한 의미에서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아이에 머문 이들을 선입견 없는 눈으로 그린다. 더욱이 성장의 시기를 건너고 있는 10대 주인공들을 향한 시선은 미덥고 따뜻하다.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열병, 아직 간직하고 있는 농도 짙은 순수함과 거기서 비롯되는 용기, 풋사랑과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공감 가게 그려진다. “흔들리지 않고 휘청거리지 않고 날 수는 없”다는(203면)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절벽 너머로 도약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들의 용기를 보노라면, 이 소설은 치유와 성장을 향한 뜨거운 격려로도 읽힌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 세계를 온전히 살아 내고 싶은 우리 모두를 위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