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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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36434199
출판사
창비
저자
정찬
발행일
2015-05-26
길, 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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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폭력의 시대가 남긴 상처,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권력과 폭력, 그 안에서의 인간의 선택과 존엄의 문제를 치열하고 진지하게 탐구해온 작가 정찬의 여덟번째 장편소설 『길, 저쪽』이 출간되었다.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을 통해 연재(2014년 9월~12월)했던 이 작품은 유신체제와 군사독재시대의 폭력을 배경으로 이 시대 비극적인 당사자들의 선택과 희생, 그 안에 담긴 슬픔과 애잔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1970~80년대를 거치며 국가권력에 의해 청춘이 입은 깊은 상처, 여러 정권이 바뀐 현재까지도 여전히 보듬어지지 않는 ‘시대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인혁당 사건?동아일보 광고탄압사건을 중심으로 한 유신정권의 부조리, 광주항쟁?민주화운동 등으로 수많은 학생들이 희생된 군사독재시대의 폭력, 이명박 정권의 사대강 사업 등 희망이 없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으면서도 그 상처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사랑’을 통해 개인과 우리 사회의 치유와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목차

1장 편지
2장 폐사지에서
3장 윤하
4장 정릉 옛집
5장 유랑
6장 초대
7장 시인의 죽음
8장 새의 꿈

작가의 말

저자

정찬

출판사리뷰

폭력의 시대가 남긴 상처,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권력과 폭력, 그 안에서의 인간의 선택과 존엄의 문제를 치열하고 진지하게 탐구해온 작가 정찬의 여덟번째 장편소설 『길, 저쪽』이 출간되었다.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을 통해 연재(2014년 9월~12월)했던 이 작품은 유신체제와 군사독재시대의 폭력을 배경으로 이 시대 비극적인 당사자들의 선택과 희생, 그 안에 담긴 슬픔과 애잔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1970~80년대를 거치며 국가권력에 의해 청춘이 입은 깊은 상처, 여러 정권이 바뀐 현재까지도 여전히 보듬어지지 않는 ‘시대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인혁당 사건?동아일보 광고탄압사건을 중심으로 한 유신정권의 부조리, 광주항쟁?민주화운동 등으로 수많은 학생들이 희생된 군사독재시대의 폭력, 이명박 정권의 사대강 사업 등 희망이 없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으면서도 그 상처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사랑’을 통해 개인과 우리 사회의 치유와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숙명적 희생자’의 존엄과 슬픈 존재들의 아름다운 눈물
국가의 폭력에 희생당한 혹독한 한 생애를 잊기 위해 이 땅을 떠났던 연인이 새로운 사랑을 쓰기 위해 돌아왔다. 어느날 ‘윤성민’은 첫사랑 ‘강희우’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는다. 수배와 도피생활, 수감생활로 80년대를 보내던 성민이 감옥에 있던 1986년 10월, 편지 한장만 남겨놓고 프랑스로 떠난 희우에게서 이십칠년 만에 그를 초대한다는 내용의 편지가 온 것이다. 성민은 희우를 만나기 위해 그녀와의 추억이 어려 있는 ‘정릉 옛집’으로 찾아 가고, 드디어 그녀가 과거 한국을 떠나게 된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이유를 알게 된다.

상처는 깊었다. (…) 그것은 슬픔이기도 했고, 경이이기도 했다. 그 슬픔과 경이가 새로운 사랑을 만들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에서 벗어난 사랑이었다. 현실의 사랑이 아닌 꿈의 사랑이었다.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고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어도 여전히 나는 목마른 청년이었다. 목마른 청년에게 진실은 현실 속에 있지 않았다. 꿈속에 있었다. 희우는 꿈의 존재였다. 세월이 흘러도 청년의 모습이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은 꿈의 존재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44면)

희우는 편지에서 나를 초대했다. 정릉 옛집으로. 그녀가 사라진 후 정릉 옛집은 꿈의 집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꿈의 공간으로 초대받은 것이었다. 이십칠년 동안 어두컴컴한 복도에 갇혀 있다가 갑자기 문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문 뒤에 어떤 풍경이 있을는지 설레기도 했지만 점점 더 두려워졌다.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큰 것은 그녀가 꿈의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내가 늙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45면)

희우는 성민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혼자 감내하던 과거의 상흔을 드러냄으로써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과거의 희우’와 화해하게 된다. 하지만 희우의 고백은 성민에게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성민이 도피생활을 하던 시절, 그의 연인이었던 희우는 사복형사에 의해 강제 연행되어 그의 거처를 자백 받기 위해 온갖 고문을 당했고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희우는 그때 딸 영서를 낳았고 프랑스로 떠나 ‘과거의 희우’를 버리고 그곳에서 의사로서의 새 삶을 시작한다. 성민은 이제 암 말기 환자로 돌아온 희우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녀의 상처를 쓰다듬는다. 저자는 희우의 목소리를 통해 전쟁과 내란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정치 폭력으로 자행되어온 ‘성폭력과 그로 인한 출산’이라는 참혹한 역사를 짚어내며, 여전한 폭력의 세상에서 ‘숙명적 희생자’의 존엄을 외로움과 슬픔의 본질에서 찾는다.

그녀의 삶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을 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의 삶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를 수 있었을까.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보지 않았다고 해서, 듣지 않았다고 해서 모른다면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느낄 때 비로소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어둠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의 몸은 희게 빛나는 것처럼 고통도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야 마땅하지 않은가.(141면)

야만적 사회는 우리의 몸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고통의 기억을 자극해요. 폭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나치스가 그랬고, 스딸린 체제가 그랬어요. 우리의 청춘이 통과했던 70년대와 80년대 한국 사회도 그랬어요. 수많은 청춘들이 폭력의 희생자가 되었어요. (…)
희생자의 본질은 슬픔이에요. (…)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럼에도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슬픔에 감싸여 있기 때문이에요. (…) 제가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러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당신에게서 슬픔을 발견했기 때문이에요.(260-261면)

한편, 윤성민에게는 대학 시절 만난 시인이자 치열한 운동가인 ‘김준일’이 정신적 우상이었다. 시인을 동경했던 성민은 ‘꿈의 존재’인 시인 김준일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동지를 만나고, 사랑을 하고, 꿈을 꾸었다. 그들은 ‘인간이 본 최초의 언어’인 ‘짐승의 발자국’과 같은 생생하고 리드미컬한 언어를 자유롭게 쓰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었지만 그들에게 세상은 너무나 가혹했고 김준일은 마흔둘의 젊은 나이에 베를린에서 세상을 떠난다. 성민은 “젊은 날에 품었던 꿈을 끊임없이 일깨워”(27면)준 김준일을 여전히 그리워하며 그에게서 삶의 의미를 찾고 그를 추억한다.


유신정권은 ‘시인의 말’을 허용하지 않았다. 허용되지 않은 시인의 말은 어둠속을 유령처럼 떠돌거나, 시체가 되어 검은 땅 속에 묻혀 있었다. 시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유신정권을 무너뜨려야 했다. 그것은 또하나의 꿈이었다. 희우와 함께하겠다는 꿈과, 시인으로 살아가겠다는 꿈은 충돌하지 않았다. 두개의 꿈은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 서로를 빛나게 했다.(37면)

눈을 감았다. 청년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청년의 시선은 밤하늘을 밝히는 별을 향하고 있었다. 별빛은 그가 가야 할 길을 비추었다. 그 길 위에는 먼저 간 이들이 완성된 죽음의 형태로 누워 별빛 속에서 꽃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들의 죽음은 살아남은 자들을 대신한 죽음이었다.
정치권력의 혹독한 폭력 속에서 삶과 죽음은 마주 보고 있었다. 내가 살아남은 것은 나를 대신한 죽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죽음을 품고 있는 묘지가 생명을 잉태하는 산모였다. 그때는 그랬다. 청년은 잠을 자면서 꿈꾸지 않았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꿈꾸었다. 청년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던 까닭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103면)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가, 질문하는 소설
성민에게 남은 일은 병든 희우를 잘 떠나보내는 일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또 한번의 아픔이 이미 있었다. 성민은 희우가 프랑스로 떠난 뒤 사진작가로 활동을 하면서 건축가인 ‘윤하’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윤하는 성민의 집을 새로 고치기 위해 르또로네 수도원으로 여행도 다녀오면서 의욕적인 삶의 의지를 보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던 그녀는 결국 공사를 마무리하고 자살한다. 성민에게 윤하는 ‘혼이 담긴 건축’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게 하고 삶과 죽음의 의미,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다. 성민은 그녀로 인해 김준일의 삶에 숨겨진 미로를 찾기도 하고 새로 사랑할 힘을 얻기도 한다.
정찬은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과 상처받은 영혼이 회복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펼쳐 보이는 “한국사회의 역사적 풍경들”은 “1970년대를 시작으로 80년대를 굽이치면서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여기까지” 밤의 강물이 되어 “사랑의 이야기 속으로 흘러”(작가의 말)가고, 암흑의 시간 이쪽과 저쪽을 희망과 믿음으로 이어준다. 지독한 삶과 죽음의 모순이 공존하는 세상일지라도 ‘길, 저쪽’으로 뻗어 있는 앞으로의 생애가 기대되는 것은 세상을 적시는 슬픈 존재들의 눈물이 아름답게 빛나기 때문일 것이다.

최대한 절제한 창, 묵직하게 느껴지는 벽, 군더더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 간결함은 르또로네 수도원을 닮았어요. 하지만 르또로네에서 느끼게 되는 엄숙함과 경건함이 여기서는 아주 엷게 느껴져요. 따뜻한 기운 때문인 것 같아요. 여긴 깊고 어둡고 텅 비어 있음에도 따뜻한 기운이 흘러요. 제 생각엔…… 사랑 때문인 것 같아요. 성민씨를 향한 그분의 사랑 말이에요.(243면)

비록 지금은 ‘길, 이쪽’에 있지만 언젠가는 ‘길, 저쪽’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희생의 대열 속에서 그토록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194면)

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길, 저쪽
저자/출판사 정찬,창비
크기/전자책용량 145*210*15
쪽수 268
제품 구성 상품상세참조
출간일 2015-05-26
목차 또는 책소개 상품상세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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