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창비시선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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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창비시선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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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수령지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31길 9, 2층
ISBN
9788936424428
출판사
창비
저자
백무산
발행일
2020-03-27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창비시선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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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사람이기에 해야 하는 말, 세상의 독촉과 맞서는 시인 백무산의 시집

한국 노동시를 대표하는 백무산 시인의 신작 시집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가 출간되었다. 백석문학상 수상작 『폐허를 인양하다』(창비 2015)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열번째 시집이다. 1984년 무크지 『민중시』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노동자들의 삶과 의식을 대변해왔던 시인은 그동안 끊임없는 시적 갱신과 변모를 거쳐 노동시의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최근 10여년간에 펴낸 세권의 시집(『거대한 일상』 『그 모든 가장자리』 『폐허를 인양하다』)이 모두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노동하는 삶의 가치와 인간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는 웅숭깊은 사유의 세계를 펼친다. 치열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과 시대상을 침통한 눈으로 응시하는 고백록”(고영직, 해설)과도 같은 묵직한 시편들이 서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목차

제1부
외상 장부
회령
통일이 가로막아
이유
눈이 부셔
사막의 소년 병사
히말라야에서
늑대를 기다리는 시간
기억의 주형
축의 시간
인간 형성
오 프로
교차 신호등
인월장에서

제2부
잘 가셨는지요
무무소유
조문
세워진 길
그때가 좋았지
수의
과잉 풍경
소를 끌고
겨울비
무게
그들 등쌀에
모과
차가운 신발
변명
정지의 힘

제3부
평범한 일상

공유지
몸의 명상
버러지 만들기
봄날에 꽃을 들고
사람의 말
감각의 기억
재앙의 환대
카운트다운
나에게 이르는 길
내가 어디까지인지
미각 권력
밥이 끓는 동안

제4부
새의 운명
사랑 혹은 불가능
풀의 바다
안락사
시계
드론
광장이 사라졌다
지구평면설
교환가치
리바이어던
누구였을까
외계인
도마
설산의 바람

해설|고영직
시인의 말

저자

백무산

출판사리뷰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사람이기에 해야 하는 말, 세상의 독촉과 맞서는 시인 백무산의 신작 시집


한국 노동시를 대표하는 백무산 시인의 신작 시집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가 출간되었다. 백석문학상 수상작 『폐허를 인양하다』(창비 2015)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열번째 시집이다. 1984년 무크지 『민중시』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노동자들의 삶과 의식을 대변해왔던 시인은 그동안 끊임없는 시적 갱신과 변모를 거쳐 노동시의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최근 10여년간에 펴낸 세권의 시집(『거대한 일상』 『그 모든 가장자리』 『폐허를 인양하다』)이 모두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노동하는 삶의 가치와 인간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는 웅숭깊은 사유의 세계를 펼친다. 치열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과 시대상을 침통한 눈으로 응시하는 고백록”(고영직, 해설)과도 같은 묵직한 시편들이 서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노동 현실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근원적 비판이나 생태 문제 등으로 시 세계의 폭을 넓혀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특히 ‘시간’에 대한 남다른 통찰과 전복적 사고를 보여준다. 시인은 ‘혁명의 시간’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정지의 힘’을 예찬하면서 이 ‘정지의 힘’이야말로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와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정지의 힘」)를 찾는 길이라고 역설한다. 이는 삶의 과정은 없고 오로지 목표만 존재하는 삶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분리되기 이전의 감각, ‘인간의 시간’으로 회귀하는 길이다. 그것은 또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모든 건 완성된 것에서 시작”되어 “카운트다운될 뿐”(「카운트다운」), 자본의 폭력에 얽매여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이식하고 교환하고 대신”(「교환가치」)하는 자본주의 논리에 길들여진 삶에 대한 회의가 깊어질수록 시인은 “풍경을 풍경으로 이해했던”(「감각의 기억」) ‘저 너머’의 세계, 근본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내비친다. 그렇다고 ‘지금-여기’의 현실, “민주화되었으니 흔들지 말”고 “개소리하지 말”라는 “이 한심한 시절”(「겨울비」)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허울뿐인 “민주주의는 질척질척하고 가진 자들은 야비하고/권력은 추악”(「사막의 소년 병사」)한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누군가의 작은 기쁨을 위해/누군가를 벼랑으로 밀어붙여야 하”는 “잔혹한 일상”(「평범한 일상」)에서 과연 무엇이 인간적인 삶인지 되묻고, 여전히 버려지고 쓰레기가 되는 사회적 약자들의 비참한 삶을 냉엄하게 바라본다.

우리 사회가 “오래전에 낡은 체제를 혁명하고/또 혁명에 혁명을 거듭”(「히말라야에서」)하여 많은 진보를 이루긴 했으나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 또한 변함없다. 힘 있는 자들이 오히려 “작고 바닥을 기고 발톱도 없는” 힘없는 자들의 저항의 공간인 광장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는가 하면, 심지어 “약자의 울분을 모방한 자들이/광장을 먹고 튀”(「광장이 사라졌다」)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시인은 좌절하지 않는다. “망가진 뒤에야 간신히 새잎이 열”(「재앙의 환대」)린다는 믿음이 있기에 비록 실패의 기록일지라도 세상을 바꾸려는 결연한 의지를 다진다. 이렇듯 삶에 밀착되어 다가올 시대를 예감하는 백무산의 시는 “현란하고 뒤틀린 언어들을 비집고 나오는 사람의 말”(신철규, 추천사)이다. 그렇기에 그의 시는 늘 우리 곁에서 희망의 노래로 빛날 것이다.

백무산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질의: 편집자)

『폐허를 인양하다』(창비 2015) 이후 5년, 열번째 신작 시집을 출간하셨습니다.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시집이 되기를 기대하고 원고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내 시의 독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두번 다시 펼쳐 읽지 못했죠. 지금까지 내 시집을 지인들에게 내가 먼저 보내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엔 다를 줄 알았는데, 처음 기대와는 조금 멀어진 느낌입니다.

꾸준한 필력을 유지하시는 시인께서는 일상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문학과 관련된 외부활동이나 직업을 가진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주위로부터 자극이나 요구를 받는 일도 좀체 없습니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그 점은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학과 멀어져본 적도 없습니다. 읽는 일 말고는 따로 한 일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은 답답하게 살고 있는 평범한 이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직도 관심 가는 곳이 너무 많아 나도 모르게 엉뚱한 곳에 가 있는데 그게 일상이 돼버렸어요.

‘시인의 말’에서 “여전히 나는 첫 시집을 내던 그곳과 다름없는 공간에 머물러 있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시집을 엮으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나 특징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같은 공간이지만 매우 다른 세상입니다. 기층민들은 어디로 이동할 수도 없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다만 지층이 쌓여갈 뿐이지요. 그러나 소외되고 폐기될 뿐 어떠한 의미도 존중도 없는 그 지층은 죽음의 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소모적인 일상이 지배하게 됩니다. 자기존중이 없는, 스스로를 소외하는 지친 삶이 있을 뿐입니다. 현실 정치는 항상 그런 곳에 기생하고 그러한 현실을 재생산합니다. 문학(인)이 그러한 제도권 정당정치에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위임하고, 수동적으로 동원되는 일은 문학정신에도 어긋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는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존재로서 구체적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자각을 불러오고, 다른 정치, 새로운 정치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특별히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와 이유를 부탁드립니다.

이 시집에 실리지 않은 시 한편이 있습니다. 오래전에 써두었던 시였는데 부족한 후반부를 보강하고 수정해서 시집 파일에 담아둔 시였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에 보내기 전, 앨런 긴즈버그의 시집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시집의 맨 마지막 시 「실재의 배후에서」라는 시를 읽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그 전에 읽은 적이 없는 시였는데, 내가 쓴 시 ‘어루만지네’와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설정과 전개와 마무리까지 비슷했습니다. 시인의 행적을 보니 내가 살아온 환경과도 닮은 점이 많았습니다. 결국 그 시를 폐기했습니다. 그땐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는 않았는데, 실을 수 없게 되면서 애착이 남습니다. 차들이 다니는 길 가운데 핀 꽃 한송이가 꽃잎이 다 뜯겨나가고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꽃이라는 이름의 위엄을 잃지 않고 멀쩡한 나를 도리어 위로하던 순간을 담았는데, 시집의 서시로 제격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꽃을 보면서 우리 시대 문학이 위의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앞으로의 활동 방향이나 삶의 계획 등이 궁금합니다.

별수 없는 삶을 살아가겠죠.

[시인의 말]

열번째 시집이다. 여전히 나는 첫 시집을 내던 그곳과 다름없는 공간에 머물러 있다. 나 자신이 하나의 관측소인 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있는 곳은 변방이다. 거의 모든 것의 변방이다. 변방은 얼마간 야생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찌꺼기가 훨씬 더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래서 시가 나에게 찾아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억압된 현실을 마주해서 찌꺼기들을 재료로 무슨 연금술이라도 부려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빛나는 무엇이 아니라, 금을 똥으로 만드는 뒤집힌 연금술이기도 했다.
그제는 오래간만에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마을에 가보았다. 공단에 둘러싸인 바닷가다. 볕에 그을린 젊은 노동자 하나가 화물선에서 막 내려서고 있었다. 봄볕 가득한 바다에는 외항선 몇척이 떠 있었다.

2020년 3월
백무산

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창비시선 442)
저자/출판사 백무산,창비
크기/전자책용량 125*200*9
쪽수 132
제품 구성 상품상세참조
출간일 2020-03-27
목차 또는 책소개 상품상세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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