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손(창비시선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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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수령지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31길 9, 2층
ISBN
9788936423209
출판사
창비
저자
이세기
발행일
2010-09-30
언 손(창비시선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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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와 인물군상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탁월하게 형상화해온 이세기 시인의 두번째 시집.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시편들은 그 자체로 독자들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문학적 경험을 하게 한다.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의 살아숨쉬는 일상을 시집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시인은 소외된 이들이 처한 현실에 분노하고 애써 희망을 발견하는 손쉬운 공식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쉽사리 개입하지 않고 나직한 목소리로 일관하는바, 이러한 시의 주조음으로 인해 그의 시는 더욱 쓸쓸하고, 또한 역설적으로 더욱 따스하다. 5년 만의 신작시집에서 시인은 자신의 시적 모태인 바다에 여전히 시선을 두면서 더욱 정제된 시어, 그리고 삶과 역사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력으로 다시 한번 감동을 선사한다.

목차

제1부
염하
물이 나간 자리
그믐께
생계 줍는 아침
첫여름
대청도를 지나며
생업
박대 굽는 저녁
부채
화수부두
섬으로 떠나는 셋째형을 배웅하며
북성부두
언 손
문신
배 이야기
섬길
다알리아와 칸나
가좌동
장릉공단
이작행
씨앗 몇알
조강에서 이무기 이야기
북새
전라도 아지매
봄바다
교동에서

제2부
장자의 꿈
간밤
보살집


굿당
흰 꽃
배를 기다리며
바다 거미
어선 춘덕호
칼치
간선
박꽃
굴봉 까는 저녁
조금달
추석 무렵
바닷가 집
굴을 쪼는 일
깽녀
굴업도
덕적군도
검댕이 아재
물목에 와서
봄밤
소랫길
굴막집

해설 / 박수연
시인의 말

저자

이세기

출판사리뷰

‘언 손’으로 쓴 시를 ‘언 손’에게 건네는 따스한 세계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와 인물군상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탁월하게 형상화해온 이세기 시인의 두번째 시집 『언 손』이 출간되었다. 5년 만의 신작시집에서 시인은 자신의 시적 모태인 바다에 여전히 시선을 두면서 더욱 정제된 시어, 그리고 삶과 역사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력으로 다시 한번 감동을 선사한다.

그의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미덕은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시인답게 애증이 담긴 바다에서 누대로 살아온 이들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그렸다는 점이다.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시편들은 그 자체로 독자들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문학적 경험을 하게 한다.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의 살아숨쉬는 일상을 시집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갯바위 굴봉도 얼어 / 살얼음 붙은 영하의 날씨 / 사리 지나 북성부두 / 굴막촌 할멈 일곱이서 / 눈밭에 앉아 / 까마귀처럼 앉아 / 머릿수건을 징징 동여매고 / 부둣가에 웅크리고 앉아 / 강굴 청파래 박대묵을 내놓고 앉아 있습디다 / 하늘에서는 진눈깨비가 내리고 / 하염없이 하염없이 / 까만 눈을 똑 뜨고 앉아 기다립디다 (「북성부두」 전문)


대청도 칠산 화수부두 덕적도 북성부두 각흘도 가도 못도 장구도 등 서해에 위치한 수많은 지명들이 등장하는 것 또한 시집의 중요한 특징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평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세계이기에 이 장소들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인간의 삶 못지않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어엿한 주체로 자리한다. 시인은 이곳들을 시적으로 명명함으로써 이 세계가 처한 힘겨운 현실에 무관심한 뭍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고자 한다.


선갑도 울도 백아도 굴업도 / 장구도 묵도 각흘도 / 세상에 이름도 얻지 못한 섬들이 / 사는 덕적군도에서 / 자고로 섬에서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 섬이 얼마나 고난을 지고 / 살아왔는지 모른다 // (…) // 한 끼의 양식을 위해 / 집채만한 파도를 넘고 / 죽음을 넘고 / 섬으로 섬으로 무인도로 / 한겨울의 모진 파도와 / 뼛속 깊이 살을 에는 아픔을 안고 / 맨손 맨몸으로 /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굴업도」 부분)


언뜻언뜻 드러나는 시인 자신의, 그리고 섬사람들의 역사는 고단한 이들을 돌아보려는 시인의 목소리에 진정성을 가져다준다. 그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는 시인의 진지한 목소리를 거쳐 소설을 읽는 것처럼 인상적인 서사를 압축적으로 시 안에 담아낸다. 아울러 노동현장과 이주노동자를 다룬 몇편의 시들 역시 간결하지만 강렬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가끔씩 나는 생각합니다 / 아버지,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여 / 나도 일찍 배를 타고 / 뱃사람이 되었더라면 / 연평도와 남지나해와 동지나해를 오가는 / 뱃사람이 되어 / 눈뜬 물고기를 보고 / 황해를 항해하는 꿈을 꾸었을 겁니다 / 하지만 아버지, 나의 아버지 아버지여 // 고향은 이제 황폐하고 / 나에겐 탈 배가 없습니다 / 부둣가는 무너지고 / 배들은 뻘밭에서 폐선이 되고 있습니다 / 어장에 물고기는 없어지고 / 남북의 대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칼치」 부분)


꽃도 검은 / 공단길은 / 언제나 / 분분히 / 눈이 내렸다 / 발자국도 / 새까맣게 찍힌 / 투명한 / 출근길은 / 언제나 / 젖꼭지가 / 메마른 / 고양이가 / 뛰쳐나왔다 / 무슬림 / 라카하가 / 반지하로 / 들어오는 / 언 밤은 / 언제나 / 유리창에 / 분분히 눈이 / 꽂혔다(「가좌동」 전문)


그의 시에서 비애와 절망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이 비애는 관념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평생 고된 노동과 살림살이를 감내해야 하는 어민들의 삶을 주목하기에 어쩌면 자연스럽게 연결된 시선이라 할 수 있다. 남루한 이들의 아픔이야말로 그들과 함께 살아온, 혹은 함께 살아가려는 시인이 내면화한 현실인 것이다. 그 자리에서 시인은 다름아닌 시를 말한다.


때때로 보이지 않는 것이 / 보이는 것보다 / 더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 나를 키우는 것은 절망뿐 // 별들이 돋을 때 / 사방이 / 어둠으로 눈을 뜰 때 // 그때 / 내 노래가 다하면 / 흰 꽃으로 / 돌아갈 수 있으리 (「흰 꽃」 부분)


그러나 시인은 소외된 이들이 처한 현실에 분노하고 애써 희망을 발견하는 손쉬운 공식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쉽사리 개입하지 않고 나직한 목소리로 일관하는바, 이러한 시의 주조음으로 인해 그의 시는 더욱 쓸쓸하고, 또한 역설적으로 더욱 따스하다.


쪽사리인데 대낮에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 갯고랑이 보이는 끄트머리 / 서너 채 함석집 // 할매들이 바지락을 캐어다 / 뭍배가 오면 내어다 팔기도 하고 / 돌톳을 햇볕에 말렸다가 / 팔기도 하는 // 늙수그레한 몸에는 갯내가 났다 // (…) // 그러다가 다시 저녁밥때가 오면 / 기력은 곡식에서 생긴다며 / 고봉밥이 최고다 / 삼시세끼 제때 먹는 것이 몸에 화를 내리는 것이라며 / 밥을 권하기도 하고 // 밤이면 밤마다 / 치성을 마친 인기척이 / 골짜기에서 걸어나왔다 // 세상을 견디는 목소리가 걸어나왔다(「첫여름」 부분)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던 세계,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 시인은 점차 노골화되어가는 개발주의를 꼬집기도 하거니와(「굴업도」) 시대가 바뀌어도 언제나 신음하고 있는 저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비운 채 조용히 바라볼 뿐이다. 이 이상한 담담함은 어쩌면 가장 뜨겁고 격정적인 목소리일지 모른다. 갯가에서 딱딱하게 굳은 ‘언 손’과 기름때 전 검은 ‘언 손’이 서로를 어루만지는 세상, ‘언 손’으로 쓴 시를 ‘언 손’에게 건네는 따스한 순간이야말로 바로 시인이 꿈꾸는 희망이 아닐까.


그을음 // 아궁에 // 밤이 // 온다 // 언 손이 // 오고 // 언 몸이 // 온다 // 고요히 // 타는 // 극락 생각 // 빈손 // 내미는 // 시루눈 // 오는 // 저녁물께(「언 손」 전문)

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언 손(창비시선 320)
저자/출판사 이세기,창비
크기/전자책용량 124*200*9
쪽수 132
제품 구성 상품상세참조
출간일 201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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