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창비시선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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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수령지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31길 9, 2층
ISBN
9788936423124
출판사
창비
저자
조연호
발행일
2010-02-25
천문(창비시선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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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등단 이후 유려한 음악성과 낯설고 새로운 문법으로 독보적인 시세계를 구축해온 조연호 시인의 세번째 시집. 이미 두 권의 시집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적 성과를 일구어낸 그는 『천문』에 이르러 더욱 진전된 면모를 보이며 우리 시의 경계를 한층 확장하는 데 이르렀다. 유려한 문장과 정교하게 짜인 비유와 이미지가 서로 맞물리고 엇갈리면서 파생되는 효과가 낯설고 매력적인 이 시집은 한번도 본 적 없지만 생소하지 않은, 묘하게 아름다운 무언가와 만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시집 『천문』곳곳에서 ‘우주’ ‘하늘’ ‘별’ ‘천체’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경험세계의 우주가 아니라 ‘우주를 음악의 편에서 무늬로 재편한 세계’, 다시 말해 시인만의 어휘와 문법에 의해 새로 짜여지는 세계이다. 여러 층위가 정교하게 짜여진 언어는 여러 가지 독법을 수용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서와 아름다움, 즐거움을 전해줄 것이다.

목차

고전주의자의 성
천문
반복하는 것에 관하여
칸나가 핥는다
판타소스의 정
천문
도래할 生
두 발의 시
물가에서
배교
배교자 총서
발 아래
숙주의 예절
나의 육종
카노푸스 단지 안에서
조화 공예
지저귀는 발
악마의 정원사
설문해자를 떠돌며
히브리어를 배우는 시간
맹지

여름
이 많은 여름이 교환되려 한다
검은 밤 뒤의 흰 밤
아르카디아의 광견
점성의 성속사
충상
무한회랑에서
부정한 고기
물고기다운 것
관측자의 것
0년
꿈의 취향
피조의 색
같은 씨종의 눈물
술 맡은 자
배농 4제
결말의 꽃
빈맥의 나날
저녁 수집벽
만약 새가 날아간다
바세도우氏 병
닮은 도형 F
결말의 꽃
악령
암흑은 말했다
조용히 싹터가는 시체여

해설| 조강석
시인의 말

저자

조연호

출판사리뷰

생의 혼돈과 비극으로 빚어낸 아름다운 비가悲歌

유려한 음악성과 낯설고 새로운 문법으로 독보적인 시세계를 구축해온 조연호 시인의 세번째 시집 『천문』이 출간되었다. 이미 두 권의 시집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적 성과를 일구어낸 그는 『천문』에 이르러 더욱 진전된 면모를 보이며 우리 시의 경계를 한층 확장하는 데 이르렀다.
흔히 조연호의 시는 어렵다고들 한다. 거의 쓰이지 않는 한자어나 전문용어에 가까운 단어들이 빈번하고, 단어들이 놓이는 맥락은 불분명하다. 문장들은 어떤 서사를 품고 있는 듯하지만, 그것은 다음 문장과 잘 이어지지 않는다. 그 다음 문장으로 나아가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부인이 괄태충처럼 사라질까봐 두렵다 / 그는 이러한 종류의 산문과 운문을 생의 모든 부분에서 반복했다 / 회색이 만든 아름답고 슬픈 시대 / 내가 그대에게 하루에 하나씩의 문밖을 던지던 것에 아직 방문객이 없던 시절 / 그늘을 잃었고 그날의 그림자를 모두 잃었다(『고전주의자의 성』 부분)

하지만 문장들은 그 자체로 유려하고, 비유와 이미지는 정교하게 짜여 있다. 그것들이 서로 맞물리고 엇갈리면서 파생되는 효과는 낯설지만 매력적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읽어나가는 사이, 우리는 실체를 알 수 없는, 한번도 본 적 없지만 생소하지 않은, 묘하게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빠지게 된다.
그 무언가는 물론 시 아닌 다른 어떤 예술양식으로도 옮겨지거나 설명될 수 없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인상적이고 현대적인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그는 언어를 일상적인 대상과 의미를 지시하는 것이 아닌 음악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음표처럼 사용하며, 그것으로 단순한 멜로디나 화성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을 끊임없이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음악은 우리에게 이해에 선행하는 감상을 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연호의 시는 논리 너머의 음악이다. 조연호의 시는 ‘협화음’(euphony)이 아니라 ‘불협화음’(cacophony)을 지향한다. (…) 음악으로 몸을 바꾸려는 조연호의 시는 그래서 어렵지만,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음악-시’이다. 또한 그런 의미에서 조연호의 시는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다.(장석원 ‘추천사’ 중에서)

그것을 다른 말로 ‘우주’라고 할 수도 있다. 실로 시집 『천문』을 읽는 일은 또다른 미지의 우주를 만나는 일과 맞먹는다. 실제로 이번 시집 곳곳에서 ‘우주’ ‘하늘’ ‘별’ ‘천체’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경험세계의 우주가 아니라 ‘우주를 음악의 편에서 무늬로 재편한 세계’, 다시 말해 시인만의 어휘와 문법에 의해 새로 짜여지는 세계이다.


평광선(平光線)과 횡광선(橫光線) 아래 / 씨앗 망태를 들고 / 위작자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한다 // (…) // 자신이 그린 하늘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게 그의 마지막 화풍이었다 / 밤의 등근육이 흰 똥으로 이 인체를 더럽히고 있었다 // 격이 낮은 언니의 밤에 / 때때로 작은 편지들이 내게 돌을 굴려보는 날에 / 노래가 천민의 둥지인 건 / 우주가 음사(音寫)된 우리의 세계이기 때문이고(『아르카디아의 광견』 부분)

시인이 우주의 무늬를 어떻게 음악으로 옮기는지를 자세히 밝힌 조강석의 해설을 참고할 수 있다. “시 안에서 위작을 들여다보고 있는 이의 눈을 따라 우리도 의뭉스럽게 그 그림을 찬찬히 새겨가다보면 놀랍게도 어느 순간 그림틀을 잊고 밤을 몸으로 발견하게 된다. 그림 속에서가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 우리는 몸인 밤에 접촉한다.” 그리하여 “이 시의 방버론을 체득하며 우리는 경험세계와는 다른 양태로 동등하게 존재하는 무늬의 세계에 대한 매직아이를 경험한다”(조강석 ‘해설’). 그렇게 우리는 그의 시를 통해 한번도 보지 못한 세계의 이채로운 무늬들을, 머리로 인식하기 이전에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것은 하늘의 무늬이기에 성스럽고 초월적인 미(美)이기도 하지만, 흥미롭게도 또한 속되고 비루한 지상의 추(醜)이기도 하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누나 등 가족들이 언뜻언뜻 등장하는 수상한 가족서사의 파편과, 화자가 느끼는 슬픔과 부끄러움과 증오 등의 감정으로 그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생의 원초적인 비극이 밤하늘에 별처럼 흩어져 있는 것이 또한 『천문』이 그리는 세계이다.


결별을 배운 아이는 오늘의 빈방과 그의 병정들을 뛰어넘는다 // (…) // 아무것도 건너뛰지 못한 아이 때문에 결국 / 가족의 대폭소가 터졌다 겨울마다 한 사람씩을 헤매곤 하던 별에서 / 사람들은 여전히 재롱이 병정들의 결심이란 걸 모르고 // 양심이 생긴 괴물은 마지막 입고 가는 옷 한 벌과 / 얼싸안고 울어버렸다 // 낭광증(狼狂症) 어딘가 밤의 엇박자로 / 올해의 연민은 천천히 그리고 위력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 라고 그녀의 어지러운 괴물은 말했다 // 발에 밀가루를 묻히고 우주 한복판에 / 족외(族外)의 발자국을 찍지만 / 『이 백지는 태어나봤자 불행해진다』(『천문(天文)』 부분)

그 파편들은 별처럼 멀리 서로 이어져 있지만, 그것들을 한데 모은다 해도 우리는 그 감추어진 비극의 전모를 알아낼 수는 없다. 시집 전체가 한 인간의 고통스러운 성장과정을 재구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재료 삼아 고대에서 현대까지, 성(聖)에서 속(俗)까지, 기원에서 종말까지의 시간을 나름의 미학적인 방법으로 탐색하고 재구성하는 데 바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에서』나 『배교자 총서』 같은, 경전 또는 정전의 형태를 차용한 시들로 그것을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조연호 시의 시도는 전적으로 그만의 것이면서, 동시에 예술과 현대성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논의와 이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잊어서는 안될 것은, 『천문』은 여러 가지 독법으로 읽을 수 있는 여러 층위가 정교하게 짜인 시집이라는 점이다. 독자는 다만 어느 독법을 선택하든, 한번도 접하지 못한 세계를 배회하는 기분으로, 시집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동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서사 혹은 이미지 또는 정서가 배어나오는 것을 느끼며, 그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으로 족하다.

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천문(창비시선 312)
저자/출판사 조연호,창비
크기/전자책용량 125*200*10
쪽수 170
제품 구성 상품상세참조
출간일 2010-02-25
목차 또는 책소개 상품상세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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