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워진 사람(창비시선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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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워진 사람(창비시선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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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수령지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31길 9, 2층
ISBN
9788936422851
출판사
창비
저자
이진명
발행일
2008-03-20
세워진 사람(창비시선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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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이래 30년 가깝게 쓴 시 속에서 평온한 일상에서 순수하고 단정한 감성으로 굽이치는 생의 결을 읽어내는 이진명 시인의 네번째 시집. 이 세상을 향한 외침과 도발적인 몸짓, 도전과 모험으로 가득한 격렬한 시세계에서 한걸음 비켜나 있으며 그저 조용하고 묵묵히 일상을 견디어내면서 시적 순간을 포착해낸다. 특히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는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굳이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시를 쓴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의 권태와 엄숙함과 비애를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시인은 언어 속에 명백하게 선을 긋는 이미지들의 전시가 아니라 나란히 마주보고 앉아 일상의 자잘한 사건들을 함께하며 시마다 따뜻한 눈물의 온기를 심어놓는다. 언뜻 냉정하고 무거워 보이지만 거기엔 생의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온기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차갑고 딱딱한 말투의 선언이 아닌 부드럽고 순한 어조와 구어투의 이야기를 선택한다.

목차

제1부 너무 수북한
너무 수북한 / 가을비 / 거기에 가면 들을 수 있을까 / 놀 / 고아 / 기적 / 세워진 사람 / 모래밭에서 / 보름달 -전화 / 고양이를 돌아보다 / 쥐가 있는 뒤통수 /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나

제2부 거인이 왔으면
눈물 머금은 신이 우리를 바라보신다 / 거인이 왔으면 / 밥 한끼 먹으러 가는 스님 / 좋은 손, 남자들의 / 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 줍지 못한 실크스카프 -뱀 / 손거스러미의 시간 / 일주일 안에 죽지 않는다면 / 핸드폰, 아, 핸드폰 -고요 / 어디서 슬쩍 들었는데… / 멸치와 며루치 / 고추장을 이제 뜨지 못하고 -튜브시대1 / 태양초 고추장 볼펜 -튜브시대2 / 불안한 사슴사진

제3부 바위
바위 -숨은벽 / 바위 -엄마 / 바위 -외할머니 / 바위 -오규원선생님 / 바위 -눈물 / 바위 -돌대가리들 / 바위 -신녀 / 바위 -눕는 일 / 허 태 수 네 집 / 옛날 보리밥집 / 국제연등선원 / 나의 눈

제4부 윤희언니
오소리한테 물어봐 / 춤 / 서랍 / 정돈된 집에서는 / 자매는 어떻게 모녀가 되나 / 어떤 인사 / 털을 깨거나 알을 깨거나 / 윤희 언니

- 해설 : 신형철
- 시인의 말

저자

이진명

출판사리뷰

고독하고 권태로운 일상을 살아내는 시의 힘
평온한 일상에서 순수하고 단정한 감성으로 굽이치는 생의 결을 읽어내는 이진명 시인의 네번째 시집 『세워진 사람』이 출간되었다.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이래 30년 가깝게 시를 써온 시인은 어느새 원숙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지닌 중견이 되었지만 여전히 생기 넘치는 감수성으로 우리가 사는 비좁은 세상 속에 너그럽게 마음 놓아둘 자리를 천천히 쓸고 닦는다. 그녀의 시는 이 세상을 향한 외침과 도발적인 몸짓, 도전과 모험으로 가득한 격렬한 시세계에서 한걸음 비켜나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탈속이나 초월을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현실의 진흙밭에 두 발을 딛고 머리를 들어 별밭을 우러를 뿐이다. 그저 조용하고 묵묵히 일상을 견디어내면서 시적 순간을 포착해낸다.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는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굳이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시를 쓴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의 권태와 엄숙함과 비애를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평론가 신형철은 「해설」을 통해 이진명이 새 시집에서 선보이는 시의 이미지가 순하고 넉살 좋고 마음 좋은 식당아줌마의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인 고독과 현실세계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1부에서는 아내이자 어머니의 역할에 충실한 주부이기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겪는 내밀한 자기고백의 시들이 주종을 이룬다. 그리고 2부는 권태로운 시인의 일상 속에 감춰진 삶의 비의와 쓸쓸함이 다양한 사건을 통해서 이야기된다. ‘바위’ 연작시가 있는 3부는 시간을 초월해 죽은 자들을 시 안에 호명하는 한편 존재에 대한 시인의 자기성찰이 가장 돋보이는 시편들로 수놓여 있으며, 끝으로 4부에서는 참다운 나를 찾기 위해 마음을 고르고 타인을 향해 손을 내밀고 대화하는 시로 채워져 있다.
이진명 시의 특징은 명백하게 선을 긋는 이미지들의 전시가 아니라 나란히 마주보고 앉아 일상의 자잘한 사건들을 함께하는 눙친 말의 나눔과 같다는 데 있다. 말을 하고 듣다보면, 한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시나브로 스며들어, 시작한 이야기가 무언지 모를 새로운 세상에 가닿는 수다 같다. 순연한 눈길, 다정한 나눔, 돌봄의 세계관에 바탕을 둔 그 수다스러움에선 묘한 향기가 풍긴다.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남편의 옷을 다림질하고 장을 보고 밥을 짓고 빨래를 하는 여인의 삶, 그것은 또한 어머니의 삶이기도 하다. 어머니에겐 부드러운 두 가슴이 있고, 거기에 울려 퍼지는 노래에는 보듬어 끌어안는 자의 힘이 담겨 있음을 그의 시는 보여준다. “두려워하지 마라”고 다독이고 “날지 못해도/너는 날았다”고 격려하며 “돌아보라/어머니가 서 있다/보관(寶冠)을 쓴 어머니가/약함(藥函)을 들고 서 있다”고 위로한다(「고아」). 어머니에겐 유정한 모든 것이 돌보고 보살펴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아침 밥상머리에서 마주친 비극적인 신문기사 하나에도 공명한다. 중풍으로 누운 노인이 수년째 병수발을 들며 곁을 지켜온 아내가 음식물을 먹다 기도가 막혀 질식사하는 광경을 보면서도 어찌할 수 없었던 실제 사건을 시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돌봄과 숨쉼,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새삼 되묻는다. “아침신문이 턱하니 식탁”에 차려놓은 “지독한 죽음의 참상”앞에서 시인은 가혹한 운명의 한 장면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밥을 떠먹다 기도가 막혀 “밥숟가락이 입에 물린 채 죽어가는” 것을 “거동 못하는” 신께서 눈물을 머금고 바라보고 있다고(「눈물을 머금은 신이 우리를 바라보신다」). 이것은 이 세상을 향해 시인이 갈망하면서 던지는 시선인 동시에 모든 것을 살피고 돌보는 자를 향한 애틋한 연민이자 유한한 인생의 비애를 관통하는 시선일 것이다.
모든 어머니들도 한때는 아리따운 처녀였을 것이다. 시인 역시 그러한 옛날을 회상하면서 중년의 가시 돋친 나날, 그 “손거스러미의 시간”(「손거스러미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까슬까슬한 손거스러미의 시간을 살아가면서 나의 순정한 존재를 찾기 위해 노래하는 한편, 무자비한 세상의 풍경 위에서 천진난만한 아이의 춤을 그리기도 한다. “춤을 추는 게 아니고” 그 자체로 “지금 춤”인 아이. 식탁머리에서 밥을 먹다 말고 뭣에 겨운지 겨운 웃음을 탱탱히 머금고 “오직 신기함만이 일하는 시간, 춤/오직 존재의 불꽃만이 활발발 일하는 시간, 춤”(「춤」)에 온통 정신을 쏟는다. 그녀의 시쓰기는 어쩜 그러한 행위인지 모른다. 그 춤사위를 보면서 우리는 순진무구해진다.
이진명 시인은 시마다 따뜻한 눈물의 온기를 심어놓는다. 언뜻 냉정하고 무거워 보이지만 거기엔 생의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온기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차갑고 딱딱한 말투의 선언이 아닌 부드럽고 순한 어조와 구어투의 이야기를 선택한다. 그녀는 우리의 곁에서 자신의 고독을 들려주고 살림살이의 고단함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짊어진 인생의 짐을 이야기한다. 어떤 상황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고 비극적으로 이야기하더라도 순결하고 고귀한 것을 향해 품은 그리움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또한 그녀는 우리가 질병처럼 인생을 앓고 있으며, 그것의 극복과 치유가 노래(시)임을 안다. 블랙유머 같은 눈물이 스며 있음에도, 아무리 일상이 고단하더라도 작은 긍정으로 생은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유쾌하게 이야기한다(「‘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일주일 안에 죽지 않는다면」). 조금만 유심히 그녀의 시를 읽는다면 우리 모두는, 신형철의 말처럼 “이진명의 시를 읽으면 그녀의 옆자리가 부러워지고 그녀의 눈길이 내 것이었으면”(115면) 하고 바라게 될 것이다.

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세워진 사람(창비시선 285)
저자/출판사 이진명,창비
크기/전자책용량 123*193*9
쪽수 142
제품 구성 상품상세참조
출간일 200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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