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도와준 건 까먹고, 도움받은 건 잊지 않아!
마음을 그리는 작가 유은실의 사랑스러운 유년동화
한국어린이도서상 수상, IBBY 어너리스트 선정에 빛나는 유은실이 다람쥐 마을의 이야기를 포근하고 사랑스럽게 담아낸 유년동화 『까먹어도 될까요』를 선보인다. 까먹마을에 사는 잘 까먹는 다람쥐들과 아무것도 까먹지 않고 자기 것을 지키고 싶어 하는 아기 다람쥐 줄무늬의 이야기가 따스하게 펼쳐진다. 공평함이란 무엇인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빛나는 작품이다. 줄무늬와 다른 다람쥐들이 보여 주는 두 가지 삶의 방식을 통해 어린이와 어른 독자들은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배워 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유은실(劉垠實)
출판사리뷰
까먹어도 되는 건, 정말 까먹어도 괜찮을까?
마음을 그리는 작가 유은실의 사랑스러운 유년동화
깊은 산 까먹마을에
잘 까먹는 다람쥐들이 살았어.
튼튼한 앞니로
단단한 껍데기를 잘 까먹었지.
도토리를 여기저기 잘 묻어 두고
어디 묻었는지 잘 까먹었고. (5면)
까먹마을에 사는 아기 다람쥐 ‘줄무늬’는 다른 다람쥐들과 달리 ‘잘 까먹는 세상’이 싫다. 도토리를 “빨리빨리 많이” 묻는 줄무늬는 아무도 못 찾아서 썩어 버리는 도토리가 아깝고, 도토리를 느릿느릿 조금 묻는 다람쥐가 빨리빨리 많이 찾아 먹는 상황이 억울하다. “까먹어도 되는 건, 까먹어도 괜찮”다는, 천재 다람쥐 약초 할머니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그래서 줄무늬는 ‘안 까먹는 법’을 스스로 찾아내어 잘 까먹는 다람쥐의 운명을 바꾸겠다고 결심한다. 한국어린이도서상 수상,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어너리스트 선정에 빛나는 유은실이 선보이는 유년동화 『까먹어도 될까요』는 까먹마을에 사는 잘 까먹는 다람쥐들과 아무것도 까먹지 않고 자기 것을 지키고 싶어 하는 다람쥐 줄무늬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사랑스럽게 다람쥐들의 이야기를 펼쳐 내면서 우리 사회가 돌이켜볼 지점을 적확하게 짚어 내는 예리한 시선이 빛난다. 자기가 찾은 도토리는 자기가 먹는 ‘공평한 삶’을 위해 안 까먹는 법을 찾아내고, 자신만의 먹이 창고를 짓는 줄무늬의 선택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공정의 의미와 공동체의 역할을 고민하게 한다.
도와준 건 까먹고, 도움받은 건 잊지 않아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일깨우는 이야기
그래, 바로 그날이야. 진달래 꽃망울이 맺힌 이른 봄날. 그날 지진이 났어. 줄무늬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도 겪어 본 적 없는 지진이었지.
집이 무너졌어. 창고도 무너지고. 줄무늬는 기둥에 깔렸지. (44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꼭대기에서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아가던 줄무늬는 큰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는다. ‘누가 우리를 구해 줄 수 있겠어?’ 하고 절망하던 줄무늬 가족은 한달음에 달려온 다람쥐들의 열렬한 도움 덕택에 무사히 구조된다. 다람쥐들은 앞으로 살길이 막막한 줄무늬에게 여기저기 묻은 도토리로 죽을 만들어 떠먹여 준다. 이웃이 낯선 줄무늬의 아이들에게 같이 놀자고 손을 내민다. 유치원과 학교에서 공동생활을 시작하지만, 마스크로 인해 교류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린이들은 까먹마을의 다람쥐들을 보며 타인과 관계 맺는 법,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다람쥐들은 주워 온 걸 한데 모았어. 냇가에 가서 냄비와 주전자로 물을 길어 왔지. 이빨로 도토리 껍데기를 벗겼어. 맷돌로 도토리를 갈았지. 불을 피우고 냄비를 올렸어. 도토리 죽을 만들어 줄무늬에게 주었지. 약초 할머니는 차를 끓였고. (57면)
일한 만큼만 먹거리를 얻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했던 줄무늬에게 다람쥐들은 말한다. “까먹어야 아무나 찾아 먹지.” “까먹으니까 싹이 날 게 남아 있지. 도토리에서 싹이 나야 나무로 자라고. 나무가 자라야 다시 도토리가 열리지.” 줄무늬와 다른 다람쥐들이 보여 주는 두 가지 삶의 방식은 공동체의 역할과 기능을 잃어 가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누구나 일한 만큼만 먹거리를 얻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일까? 몸이 아프거나 불편한 이의 몫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더 많이 가진 이가 희생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한 일일까? 작가는 두 가지 삶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대신 각각의 가치를 모두 존중한다.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줄무늬는 그동안 자신이 옳다고 믿어 온 삶의 가치가 틀린 것인지 혼란스러워한다. 그런 줄무늬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줄무늬가 지켜 온 삶의 가치와 노력을 모두 기억하는 약초 할머니는 줄무늬에게 따스한 말을 건넨다. 다람쥐의 운명을 바꾸려던, 대단한 아이였다고. 줄무늬의 생각처럼 땀으로 일군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것 역시 중요하고 말하는 작가의 신중한 태도가 각별하다.
모든 게 무너졌는데……. 왜 더 행복해 보일까?
재난 시대에 빛을 발하는 연대의 상상력
얕게 파요, 얕게 파요, 얕게 땅을 파요오
맛있는 도토리, 맛있는 도토리, 도토리를 넣어요오
흙으로 덮고, 흙으로 덮고, 낙엽으로 숨겨요오
겨울이 지나,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으은
아아아아아아아, 아무나 찾아 먹어요오 (37면)
폐허의 현장에서도 까먹마을의 다람쥐들은 다시 일어서서 서로를 안전한 곳으로 이끈다. 자발적으로 연대하여 무너진 마을을 재건하려 애쓰고, 이웃을 위해 기꺼이 고생하는 그들은 서로를 도우려는 열망으로 가득 차 보인다. 그런 다람쥐들의 모습을 보며 줄무늬는 생각에 빠진다. “모든 게 무너졌는데……. 왜 더 행복해 보일까?”
유은실 작가는 『까먹어도 될까요』를 집필하게 된 계기로 레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정해영 옮김, 펜타그램 2012)를 꼽는다. 북미를 덮친 다섯 개의 대재난을 사회적·철학적으로 고찰한 이 책에서 솔닛은 “우리에게 공동체가 남겨졌다는 것, 사람들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있음을 여전히 믿는다는 것, 우리가 계속 전진할 수 있으며, 또 계속 전진할 거라는” 미래를 발견한다. 전쟁과 재난이라는 최악의 순간에서 섬광처럼 번쩍이는 낙원의 모습을 길어 올린 솔닛의 통찰을, 유은실 작가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새롭게 창조해 냈다. 까먹마을 다람쥐들을 통해 그 낙원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유은실의 상상력은 재난 시대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전쟁과 기후 위기, 전염병 등 재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작가의 말에서처럼 ‘오래오래 더불어 행복하기’ 위해서는 까먹마을 다람쥐들처럼 서로를 더욱 지탱하고 끌어안아야 할 것이다. 까먹마을 다람쥐들의 도와준 건 까먹고, 도움받은 건 잊지 않으려는 습성과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고생하는 마음이 독자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로 오래오래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