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분단체제’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새롭게 단장한 백낙청 첫 사회비평집
이 책은 『흔들리는 분단체제』(1998),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2006),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2009), 『2013년체제 만들기』(2012)로 이어지는 백낙청 사회비평집 가운데 첫째 권에 해당하는 『분단체제 변혁의 공부길』(1994)의 개정판이다. 민족문학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분단체제’의 체계적 인식과 그 실천적 극복을 위해서도 매진해온 저자는 1994년 이 책을 출간해 분단체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이후 20여년 동안 끊임없이 ‘분단체제론’을 심화 발전시켜온바, 여섯번째 사회비평집인 신간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2021)를 상재하며 새로이 단장하고 손본 첫 사회비평집의 개정판을 독자들에게 함께 내놓는 것이다.
목차
머리말
제1부 분단시대와 분단체제
분단체제의 인식을 위하여
-보론: 분단체제 논의의 진전을 위해
4ㆍ19의 역사적 의의와 현재성
민주ㆍ민족운동과 불교
분단시대의 지역감정
통일하는 마음
분단시대의 민족감정
개벽과 통일
90년대 머리해에 펼치는 우리의 꿈과 과제
90년대 민족문학의 과제
분단시대의 계급의식
개편기를 맞은 한국의 민족민주운동
광역의회선거 결과가 말해주는 것
개량되는 분단체제와 민주화세력의 대응
남북 합의서 이후의 통일운동
제2부 대학과 공부길
학원의 자율화와 자기쇄신
물질개벽 시대의 공부길
세계시장의 논리와 인문교육의 이념
‘국제경쟁력’과 한국의 대학
부록 주로 신상발언
교수의 인권과 대학의 기능
밖에서 본 동아투위
일역 평론집 『민족문화운동의 상황과 논리』 서문
제2회 심산상을 받으며
‘한겨레논단’ 일곱 꼭지
-분단민족의 자기신뢰
-또 하나의 정부를 갖기 위해
-구관은 정말 명관이었나?
-중간평가라는 약속어음
-‘창구 일원화’를 살리는 길
-조금은 달라진 세상
-미국과 벗하게 될 날
일역 평론집 『지혜의 시대를 위하여』 서문
일역 『백낙청평론선집』 제1권 서문
일역 『백낙청평론선집』 제2권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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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백낙청
출판사리뷰
‘분단체제’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새롭게 단장한 백낙청 첫 사회비평집
이 책은 『흔들리는 분단체제』(1998),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2006),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2009), 『2013년체제 만들기』(2012)로 이어지는 백낙청 사회비평집 가운데 첫째 권에 해당하는 『분단체제 변혁의 공부길』(1994)의 개정판이다. 민족문학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분단체제’의 체계적 인식과 그 실천적 극복을 위해서도 매진해온 저자는 1994년 이 책을 출간해 분단체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이후 20여년 동안 끊임없이 ‘분단체제론’을 심화 발전시켜온바, 여섯번째 사회비평집인 신간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2021)를 상재하며 새로이 단장하고 손본 첫 사회비평집의 개정판을 독자들에게 함께 내놓는 것이다.
분단체제론은 저자가 1980년대 중반의 이른바 사구체(사회구성체) 논쟁과 관련하여 『창비 1987』 좌담 「현단계 한국사회의 성격과 민족운동의 과제」에서 ‘분단모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강조한 것이 하나의 고비가 되었다. 그리고 저자는 「분단체제의 인식을 위하여」(1992)에서 『창작과비평』 77호(92년 가을호)의 특집 ‘변화하는 정세, 통일운동의 전망’에 대해 논평하며 분단체제론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 저자는 한반도의 분단이 엄연한 현실임을 인정하고 우리가 ‘분단시대’라는 말을 당연시할 정도로 이 분단현실이 상당한 지속성을 띤 것임을 인정하면서, 한반도 남북 전체를 망라하는 이 현실이 ‘체제’로서의 어떤 성격을 띠지 않았는지, 만약에 체제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 어떤 내용의 체제인지 한번 알아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구한다. 저자에 따르면, 무릇 어떠한 체제건 그것이 ‘체제’라는 이름값을 하려면 일정한 지속성, 즉 자기재생산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배층뿐 아니라 일반대중들을 위해서도 그 물질생활을 상당부분 해결해주는 능력은 물론 어느정도의 자발적인 순응을 확보할 객관적 근거가 없을 수 없으므로, ‘분단체제’는 남북한이 각기 나름대로 이룩한 이같은 엄연한 성취를 무시하는 개념이 아니다. 동시에 하나의 분단체제를 말하는 것은 이러한 성취를 가능케 해준 체제에 대해 양쪽의 기득권층이 얼마간 공통된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는 뜻─즉 살벌한 대치상태 자체가 남북의 기득권층에는 전적으로 살벌한 현실만은 아니라는 취지─임이 중요하다.
저자는 이같은 분단현실을 타파할 통일방안과 관련하여 국가연합을 전제한 민족공동체라든가 연방제 등 우리가 8·15 이후 분단이 안 되었더라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을 통일국민국가와는 뚜렷이 구별되는 복합국가 형태를 남북 양쪽에서 설정하고 있지만 이것들이 대부분 ‘완전한 통일국가’로 나아가는 잠정단계로 생각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분단시대가 마치 없었던 것처럼 8·15 당시의 민족사적 목표로 우리 사회가 되돌아갈 수 없음은 물론이려니와, 분단체제극복의 방편으로 채택되는 연방 또는 연합 체제가 ‘국가’ 개념 자체의 상당한 수정을 동반하는 새로운 복합국가 형태의 창출이 아니어도 곤란하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보론: 분단체제 논의의 진전을 위해」(1994)에서, 분단체제의 안정과 점진적 개량을 통해 북한 지역을 자본주의 세계시장 속에─미·일 등 외국 자본보다 한국 자본에 되도록 유리한 조건으로─통합해가는 길은 전쟁 재발이나 체제의 개악─즉 남북간 긴장고조와 그로 인한 양쪽 사회의 경직화─보다 나은 것은 분명해도, 분단체제의 극복이 아니라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으며, 통일을 전제한 ‘민족해방’ ‘민주변혁’ ‘흡수통일’ 등의 구상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개연성 문제를 떠나, 그러한 분단극복이 분단체제의 극복이 못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이 분단체제론의 원칙임을 밝히고 있다.
분단현실을 살아가며 필요한 우리들의 자세는?
이밖에 1부에는, 물리적 힘이 아무리 크고 국민에게 일시적인 만족을 주는 기술이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4·19의 민주·민족혁명이 완성되어야 한다는 민중의 기본요구를 외면하고서는 지배체제가 결코 지속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 10·26사태의 교훈이라고 설명하는 「4·19의 역사적 의의와 현재성」(1980), 불교는 털끝만 한 오차도 없는 인과법칙을 앎으로써 알음알이의 한계 자체를 벗어나는 깨우침이지, 과학성에 대한 근원적 물음과 과학지식의 법칙성에 대한 주관적 회의를 혼동하는 태도가 아니며, 과학적 세계관의 필요성이 절실해질수록 우리는 철저히 과학적인 태도를 몸에 익히는 일과 과학의 참뜻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되묻는 일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고, 또 양자를 동시에 수행하지 않고서는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안 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민족운동과 불교」(1987), 남북으로 갈라진 나라이기 때문에 동서의 분열도 이처럼 심각하다는, 즉 이 사회의 지역감정이 어디까지나 분단시대의 지역감정이라는 통찰을 우리 모두 갖기를 주문하는 「분단시대의 지역감정」(1987), 진정으로 통일하는 마음이란 각자가 개인의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는 수양인의 마음인 동시에, 통일이 안 된 현실의 모순과 질환을 정확히 인식하려는 연구자의 마음이며, 이 모순과 질환을 제거하기 위해 그날그날의 할 일을 하고 싸움을 싸우는 실천가의 마음이라고 호소하는 「통일하는 마음」(1988), 남북으로 갈라진 겨레가 하나로 뭉쳐 자주적인 민족국가를 이루기를 바라는 감정을 뜻하기 마련인 분단시대의 민족감정이 실제로 통일을 이루는 힘으로까지 되느냐 못 되느냐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과 갈라진 땅을 하나로 합치려는 겨레의 노력이 얼마나 슬기롭게 결합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는 「분단시대의 민족감정」(1988), 통일의 과정에서 노동자·농민을 억누르는 사회구조의 문제가 기본적인 것으로 대두하는 까닭은 그것이 원불교의 개교표어가 표방하듯이 물질이 개벽되는 시대에 정신을 개벽하는 과업의 당연한 일부이기 때문이라는 「개벽과 통일」(1989), 1990년 벽두에 분단체제에 대한 인식이 깊어질수록 꿈이 없는 소모적인 싸움, 현실인식이 덜 무르익은 데서 오는 뜻있는 사람들끼리의 불필요한 다툼이 한결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는 「90년대 머리해에 펼치는 우리의 꿈과 과제」(1990), 1987년 6월항쟁 이후 민족문학이 처한 새로운 양상의 위기, 대중성 획득의 과제,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 및 계급성의 문제를 검토하는 「90년대 민족문학의 과제」(1990), 어느 한두 계급이 아닌 광범위하고 다각적인 민중연합이 중대한 몫을 차지하는 통일은 분단체제의 변혁이 아닐 수 없으며 인류사회의 더 큰 변화를 촉진하는 민중역량의 개량이기도 하다고 주장하는 「분단시대의 계급의식」(1991), 일본의 진보적 잡지 『세까이(世界)』에 실린 4편의 시평 「개편기를 맞은 한국의 민족민주운동」(1991), 「광역의회선거 결과가 말해주는 것」(1991), 「개량되는 분단체제와 민주화세력의 대응」(1991), 「남북 합의서 이후의 통일운동」(1992) 등이 담겨 있다.
사람을 사람답게 길러내기 위한 학교 안팎의 움직임을 위한 제언
또한 2부의 「학원의 자율화와 자기쇄신」(1980)에서 저자는 제적학생들의 복교라는 1980년의 대학 현실의 문제를 짚으며 1970년대 대학사회의 가장 큰 비극은 교수와 학생들 간의 인간적 유대가 상실되었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하면서 사제 간의 믿음이 없이 교육은 불가능하다고도 이야기한다. 교수와 학생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역사적 실천에 동참할 때 그들 사이에 인간적 신뢰의 터전이 깔리고, 그러한 실천이 대학이라는 특수한 사회에서 학문이라는 특수한 활동을 통해 추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승과 제자라는 인간관계는 학생은 데모를 하는데 교수는 데모를 못 하게끔 ‘지도’를 하고 ‘담당’을 하는 곳에서만 깨지는 것이 아니며, 실천과 동떨어진 지식의 판매자와 구입자로 서로 대면할 때도 사라진다는 일갈은 현재와 관련해서도 곱씹어볼 만하다.
그리고 원불교와 관련된 강연록인 「물질개벽 시대의 공부길」(1992)에서 저자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개교표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진술한다. 원불교의 후천개벽과 선후천교역기(先後天交易期) 개념은 현 문명에 대한 인식, 이것이 바로 물질이 개벽하는 시대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이 앞으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정신개벽을 하고 모든 민중이 깨어나는 세상이 될 때 그것이 새로운 세상이 되리라고 했다는 점, 즉 우리 모두의 노력에 후천개벽의 임무를 맡긴 점이 또 하나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또한 “정의는 취하고 불의는 버림을 이름이니라”는 원불교 교의에 근거하여, 개인과 가정, 국가와 사회, 세계 인류의 차원 등 어느 차원에서건 우리가 그날그날을 살면서 정의를 구현하는 작업이 정신개벽의 요체라고 주장한다.
2부에는 이외에도, 우리의 인문교육이 더이상 서양을 추종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겠다는 당연한 상식도, 서양의 보편주의와 일견 그에 대항적인 이런저런 특수주의들이 어떻게 세계시장의 논리에 공동으로 복무하는지를 통찰함으로써만 진정한 ‘인문교육의 강화’로 이어진다고 진단하는 「세계시장의 논리와 인문교육의 이념」(1994), 세계시장의 논리에 일단 적응하면서 그것을 극복하고 인문교육을 수호하는 데 얼마나 공헌하느냐에 따라 미래 대학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고 개진하는 「‘국제경쟁력’과 한국의 대학」(1994) 등이 실려 있다.
그밖에 표제 그대로 ‘주로 신상발언’인 ‘부록’은 제2회 심산상 수상 소감과 『한겨레신문』의 ‘한겨레논단’ 일곱 꼭지, 일역 평론집의 서문 등의 짧은 글들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