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카라바조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다. 카라바조의 그림을 한 점이라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은 십중팔구 그의 그림을 도록의 표지로 쓴다. 2023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런던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에서 라파엘로, 보티첼리, 벨라스케스, 고야, 르누아르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대표작 50점이 전시 중인데 이 전시에서도 카라바조의 그림을 포스터로 선정했다.
사람들은 왜 카라바조에 열광하는가? 미술사학자 고종희는 카라바조의 특별한 생애와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에서 그 답을 찾는다. 카라바조는 20대에 그림으로 로마인을 매료시키고, 30대에는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도망자 신세로 나폴리, 몰타, 시칠리아 등을 전전하다가, 39세에 에르콜레 해변가 마을에서 사망하는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다.
고종희 교수는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에서 카라바조가 살았던 시대적·지역적·정치적 배경과 그의 작품을 생애순으로 엮어낸다. 특히 카라바조를 스타로 만든 콜론나 가문, 보로메오 가문에 주목했다. 카라바조의 작품 73점을 포함해 그와 영향을 주고받은 티치아노, 페테르차노, 미켈란젤로, 루벤스 등 129점의 작품을 책에 실었다. 가로 24cm, 세로 28cm의 대형 판형으로,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황홀함을 누릴 수 있다.
고종희 교수는 40년 전 피사대학교 미술사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카라바조에게 매료되어 책과 자료를 수집했다.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는 저자의 미술사 전반에 대한 지식과 현장을 찾아가야만 한다는 탐사 본능으로 만들어진 책으로, “단순히 한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연구서가 아니라 평생을 바친 미술사 연구에 대한 열정의 결과물”이다.
목차
카라바조에 빠진 한 연구자의 결실 | 책을 펴내며
Ⅰ 화가를 꿈꾸다
1 고향과 가족
2 도제 시기
Ⅱ 로마인을 사로잡다
1 청년 카라바조의 로마 입성
2 인물화, 정물화, 풍속화
3 성화
Ⅲ 로마의 스타가 되다
1 공공미술
2 그림을 훔치다
3 테네브리즘의 기원을 찾아서
4 교황 바오로 5세와 불행의 시작
5 가난한 사람들을 그리다
6 가톨릭개혁 미술과 바로크 양식의 탄생
Ⅳ 하늘의 별이 되다
1 살인과 도주
2 나폴리
3 섬나라 몰타
4 시칠리아
5 다시 나폴리 그리고 사망
카라바조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책을 마치며
카라바조의 이동 경로
도판 목록
참고문헌
카라바조 연표
저자
고종희 (지은이)
출판사리뷰
카라바조의 특별한 생애와
바로크 회화를 탄생시킨 새로운 그림 양식
“그림은 장식이 아닙니다. 그림은 진실입니다!”
★ 바로크 양식의 창시자
미켈란젤로 이후 이렇다 할 스타 화가가 없었던 16세기 말~17세기 초에 나타난 카라바조는 로마 귀족과 시민들을 열광케 했다. 그가 당시 로마에서 주목받았던 이유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행하던 플랑드르의 과일 그림은 정확한 재현과 먹음직스러움을 중요시했지만 카라바조는 시들고 벌레 먹고 병든 과일 그림을 그렸다. 그는 정물화를 장식용으로 여긴 게 아니라 정물화에 인간의 생로병사와 철학적·신학적 의미를 입혔던 것이다.
가식과 권위, 위선과 장식이 없는 카라바조의 그림은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보였다. 그의 그림은 신분에 상관없이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유쾌함이 있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게 목이 잘린 그림들도 당대인들은 환호했다. 미술사에서는 이를 카라바조의 ‘자연주의’(Naturalism)라고 명명했다. 카라바조는 안니발레 카라치와 함께 17세기 바로크 양식을 탄생시켰다. 카라바조의 극사실적인 표현과 테네브리즘(Tenebrism)으로 알려진 강렬한 명암 대비법으로 그려진 회화는 바로크 양식을 받치는 하나의 기둥이다.
바로크 양식을 대표하는 루벤스, 렘브란트, 벨라스케스를 비롯한 거장의 작품들은 카라바조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카라바조의 자연주의를 각자의 독자적인 스타일로 발전시킨 이들 바로크의 거장들이야말로 카라바조의 자연주의를 전 유럽으로 확산시킨 카라바조의 진정한 후배들이다.
★ 꾸밈도 장식도 없이
평범한 사람의 진실만을 그리다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는 카라바조가 살았던 16~17세기 이탈리아의 정치적·종교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작품 이야기를 세밀하게 엮어서 들려준다. 맨발의 가난한 서민들이 등장하고, 찢어진 옷을 입고 있는 성인을 표현한 카라바조의 작품은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 교회가 직면한 개혁 정신을 시각화한 것이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당시의 시대정신과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몇 십 년 후인 17세기 후반 카라바조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다. 16세기 초·중반부터 1세기 이상 지속된 가톨릭교회의 개혁 정신은 사회가 다시 안정을 되찾게 되면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의 먹고 마시고 즐겼던 시절로 되돌아간 것이다. 미술양식도 카라바조의 있는 그대로의 자연주의가 아니라 미화하고 장식하는 고전주의로 복귀했다. 고종희 교수는 고위 성직자들의 식탁 위에 있는 메뉴도 달라졌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짚어낸다.
현실의 화려함을 즐기는 교황 바오로 5세가 선출되면서 카라바조는 설치한 지 한 달도 안 된 「뱀의 마돈나」를 철거당하는 등 큰 영향을 받는다. 더 이상 개혁을 추진하지 않았기에 개혁 정신을 대변한 카라바조의 작품에 동감하지 않았으며 주름지고 때에 전 하층민이 등장하는 성화를 원치 않았다. 카라바조의 생애를 살펴보면 개혁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에서 저자 고종희는 위대한 화가는 재능만으로 탄생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카라바조는 선배나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참고하여 자기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저자는 3부의 「그림을 훔치다」에서 카라바조의 독창적인 모방법을 설명한다. 같은 주제라도 3D 프로그램을 다루듯 원작을 회전시키거나, 복잡한 풍경을 없애고 인물에게 집중시키는 것이다. 특히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경당 천장화」 속 남자가 카라바조의 「세례자 요한」 「승리자 큐피드」가 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해서 보여준다.
또한 위대한 예술가는 누구를 후원자로 만나는지가 중요하다. 카라바조에겐 일찍부터 로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귀족과 고위 성직자들이 있었다. 콜론나 가문, 보로메오 가문, 만토바의 곤자가 가문과 메디치 가문도 카라바조의 후원자였다. 이들 가문에서는 카라바조의 그림을 구입해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함은 물론이고, 카라바조가 살인을 저지른 후에 안전하게 도피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주었고 사면받을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고종희 교수는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에서 카라바조를 후원한 가문들과의 관계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 카라바조는 어린 시절을 보낸 카라바조 마을의 영주 빈첸초 주스티아니를 통해 밀라노 대주교 페데리코 보로메오를 알게 된다. 그를 통해 델 몬테 추기경과 메디치 가문 사람들을 비롯한 최고 권력자, 최고위층 성직자들과 인맥을 확대해간다.
카라바조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불운한 화가를 돕고 보호한 가문은 콜론나였다. 그래서 저자는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에서 콜론나 가문의 중요한 인물들을 소개한다.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기억될 만한 전쟁인 레판토 해전을 승리로 이끈 마르칸토니오 2세 콜론나와 미켈란젤로의 소울메이트로 알려진 비토리아 콜론나도 이 가문 사람이다. 이들 가문의 도움으로 도피 생활 중에도 카라바조는 주옥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이 책은 바로 카라바조뿐 아니라 그의 후원자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 카라바조에 대한 오해와 진실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에서는 그동안 알려진 카라바조에 대한 중대한 오해를 풀어낸다. 카라바조의 이름은 ‘카라바조 출신의 미켈란젤로 메리시’(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에서 비롯됐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고향은 카라바조로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7년 한 미술 애호가에 의해 카라바조가 태어난 곳이 밀라노라는 사실이 밝혀져 미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이 책에서 자세히 밝힌다.
카라바조의 사망 역시 알려진 사실과 달랐다. 카라바조가 감옥에서 출소 후 로마로 가는 배를 타려고 선착장을 찾다가 에르콜레 해변가에서 고열로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사망했고, 사인은 말라리아로 인한 고열 또는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식중독으로 현대 의사들은 진단한다. 고종희 교수는 최근 10여 년 이내에 밝혀진 새로운 정보와 연구 성과들을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에서 소개한다.
이 같은 결실은 고종희 교수가 미술사학자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현장에서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탈리아 북부에서 남부까지, 출생에서 사망까지 카라바조가 거쳐간 멀고먼 길을 오랜 시간에 걸쳐 찾아다닌 발품 덕분이다. 그의 고향으로 알려졌던 카라바조, 도제 생활을 했던 밀라노, 전성기를 보낸 로마와 살인 후 피신처였던 팔리아노, 나폴리, 몰타, 시칠리아까지 모두 직접 방문했다. 카라바조가 테러를 당한 체릴리오 식당 앞 골목도 직접 확인하고, 지역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자료를 모았다. 이 책은 40년 동안 카라바조에게 매료되어 미술사 공부를 한 고종희 교수가 발로 뛰고 가슴으로 쓴 기념비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