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문명의 가면을 벗고 진정한 나를 발견하다”
인류학의 향연! 새롭게 다시 태어난 마빈 해리스 3부작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Cows, Pigs, Wars and Witches: The Riddles of Culture)가 번역된 지 35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를 향한 독자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이에 답하는 마음으로 번역을 가독성 있게 다듬고 화보를 추가해 좀 더 볼거리 있는 개정판을 출간하게 되었다.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의 제1권『문화의 수수께끼』는 문화인류학 이론 또는 패러다임을 유물론적 관점에서 살펴본 책이다. 해리스는 수수께끼 같은 기이한 문화 현상, 특히 암소숭배, 돼지고기 혐오, 유령화물, 마녀사냥, 구세주 등의 생활양식을 사회·경제적으로 분석한다. 해리스가 독특하게 분석해내는 사례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문화인류학의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목차
문화의 수수께끼를 찾아서 옮긴이의 말 15
생활양식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머리말 23
프롤로그 29
거룩한 어머니 암소
현실의 삶과 전통적 생활양식 37|생태계: 단절과 지속 43
금기의 근원 49|관습에 대한 카스트 간의 상이한 의미전달 54
돼지숭배자와 돼지혐오자
합리와 비합리 사이 67|자연공동체와 문화공동체의 갈등과 조화 74
숭배와 축제의 심리극 81|도살제와 단백질 공급전쟁 89
원시전쟁
전쟁, 그 원인과 결과 99|인구증가와 전쟁 104
의식의 순환: 생태계의 균형 113|종족보존과 유아살해 117
미개족의 남성
여성차별과 위계질서 125|남성 우월주의의 극단: 야노마모족 130
결투의 의미 135|승리: 여자의 약탈 142|야노마모족: 개화와 도태 146
포틀래치
과시욕 157|선물의 사회경제학 163|호혜성의 원리 170
호혜성의 파괴: 강자의 선물 175
유령화물
화물과의 접촉과 숭배 185|초기 선교사들의 표리 197
화물숭배: 보상과 처벌 204
구세주
신앙양식의 차이 211|성서 속의 해방전쟁 218|그리스도의 활동 226
메시아적 예언자와 강도 231|전투적 메시아니즘의 교훈 233
평화의 왕자의 비밀
그리스도의 삶과 역사적 상황 239|메시아적 삶의 비밀 246
죽음과 부활 254|메시아의 계시 260|야고보와 바울의 갈등 265
빗자루와 악마연회
마녀와 마법사 273|종교재판 278|광란의 뿌리 285
마녀광란
체제유지와 이단 293|체제유지와 성전 298|마녀사냥 제도의 비밀 303
마녀의 복귀
반문화의 태도와 이론 313|샤머니즘적 초의식 320|반문화와 기독교 326
에필로그 333
문화의 수수께끼 속에 감춰진 사회경제적 의미 개정판을 내면서 341
참고문헌 345
찾아보기 355
저자
마빈 해리스 (지은이), 박종렬 (옮긴이)
출판사리뷰
인류학의 거장, 마빈 해리스
마빈 해리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인류학자다. 그는 문화의 발전과정을 이해하는 열쇠로 ‘생식압력→생산증강과정→생태환경의 파괴·고갈→새로운 생산양식의 출현’이라는 도식을 제시한다. 이러한 생태학적 적응양식을 통해 가족제도와 재산관계, 정치·경제적 제도, 종교, 음식문화 등의 진화와 발전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리스는 브라질, 에콰도르 등지에서 현지조사를 했고 문화생태학적 측면에서 식민지주의의 영향, 저개발국가의 문제, 인종과 민족적 상호관계에 대한 비교문화를 연구했다. 1953년부터 컬럼비아 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플로리다 대학 교수 및 미국 인류학협회의 인류학 분과회장도 맡았다. 그는 2001년 사망하기 전까지 문화인류학이라는 넓은 지평을 문화유물론의 관점으로 횡단했다. 해리스의 문화유물론적 관점은 그의 저서 『인류학 이론의 발생』(The Rise of Anthropological Theory), 『문화유물론: 문화과학을 위한 투쟁』(Cultural Materialism: The Struggle for a Science of Culture), 『문화의 수수께끼』(Cows, Pigs, Wars and Witches: The Riddles of Culture), 『식인과 제왕』(Cannibals and Kings: The Origins of Cultures) 등에서 잘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문화의 수수께끼』는 인류학 전공자를 위한 전문서라기보다는 일반 대중을 위한 에세이 형식의 교양서이기 때문에 초심자들도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해리스의 문화이론의 정수이자 핵심도 잘 담겨 있다.
암소숭배의 비밀에서 시작하는 문화의 수수께끼
이 책에서 해리스는 ‘힌두교도가 암소를 숭배하는 이유’ ‘유대인과 이슬람교도가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이유’ ‘원시전쟁이 발생하는 이유와 그 의미’ ‘남녀의 불평등한 관계’ ‘포틀래치와 유령화물이 생겨난 근본원인’ ‘기독교 문명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러한 각기 다른 생활양식은 서로 무관해보이지만 사실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제1장부터 해리스의 논지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장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으며 마지막 장에 도달했을 때는 『문화의 수수께끼』에서 해리스가 말하려는 바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독자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외견상 비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설명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생활양식들의 근거를 밝혀보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수수께끼 같은 관습 가운데 어떤 것들은 문자 이전의 인간들이나 얼마나 부자인지 과시하기 위해 재산을 불태우는 허풍스러운 아메리칸인디언 추장들 같은 원주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 어떤 관습은 굶어 죽을지언정 쇠고기를 먹지 않는 개발도상 사회의 힌두교도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른 어떤 관습들은 주류문명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마녀와 메시아들과도 여전히 관계가 있다. (29쪽)”
가장 처음 등장하는 ‘힌두교도가 암소를 숭배하는 이유’를 간단히 살펴보자.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인도인들은 암소를 왜 잡아먹지 않고 오히려 숭배하며 떠받드는 것일까?’ 서구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러한 행태를 동양의 신비한 정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나 비합리적인 힌두교 교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종교적이거나 비이성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행위는 지극히 간편한 일이다. 그러나 과연 인도인들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신비로운 특유의 문화 때문에 굶어 죽으면서도 살찐 암소를 잡아먹지 않는 것일까?
해리스는 유물론적 관점에서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려고 한다. 쉽게 말해 비용편익 분석이 인도인들의 행동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인도인들이 이성적이지 않고 무지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 역시 철저한 계산에 입각해 비용보다 이익이 높은 쪽을 선택한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노동력이 부족한 인도 농부들은 암소의 노동력을 극한까지 사용한다. 암소의 우유를 짜내고 암소의 똥을 연료로 사용하고 암소에게 마을의 쓰레기를 먹게 한다. 하루 종일 쟁기를 끌며 농사일을 하게 한다. 결국 인간은 암소에게 수많은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콰키우틀족은 교역자들을 모으기 위해 마을 앞 모래사장에 우리가 토템기둥(totem poles)이라고 잘못 부르는 통나무 조각상을 세워 눈에 잘 띄게 했다. 여기에 조각된 것들은 조상 대대로 마을 추장들에게 붙인 칭호를 상징화해 표현한 것들이다.물론 심각하게 배가 고프면 암소를 잡아먹어 허기를 채울 수는 있겠지만 이럴 경우 그들은 곧 후회하게 된다. 암소의 노동력을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인도인들에게는 암소가 살아 있음으로써 자신들이 얻는 이익이 암소를 잡아먹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인들은 암소 도살을 금기시한다.
해리스의 관점을 따른다면 굶어 죽으면서까지도 암소를 잡아먹지 않는 인도인의 행동이 합리적이고 오히려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서구인들의 시각이 비합리적이다. 해리스는 말한다.
“생활양식의 배경에 감춰진 원인들을 그토록 오랫동안 지나쳤던 주된 이유는 모든 사람이 ‘그 대답은 신밖에 모른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_마빈 해리스”
생활양식의 배경에 감춰진 원인을 스쳐지나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규명한다면 암소숭배는 물론 이후에 등장하는 모든 문화현상의 본질까지 파악할 수 있다. 마빈 해리스 문화인류학 3부작의 제1권 『문화의 수수께끼』는 문화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문화인류학의 향연으로 독자를 안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