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발터 벤야민은 오늘날까지 여러 학문분야에 걸쳐 ‘의미심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20세기 전반의 사상가다. 그의 글쓰기는, 문학과 비평, 매체학과 미학, 철학과 정치이론, 도시분석과 자본주의 비판, 문화학이나 신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와 풍부한 논의를 담고 있다.
벤야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인 『가면들의 병기창-발터 벤야민의 문제의식』은 오늘의 상황 즉 한국의 문학적·문화적 지형에 맞는 새로운 벤야민론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이 책의 저자인 독문학자 문광훈은 방대한 1차문헌에 대한 충실한 독해와 지금까지 그에 대해 이루어진 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벤야민이 가졌던 문제의식이 무엇이었는지 짚어보고 그 가운데 오늘날의 관점에서 어떤 것이 여전히 타당한지를 검토한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벤야민 읽기’ 그리고 ‘한국적 벤야민론’을 구축하고자 한다.
2017년 10월 출간한 제3쇄에는 독자들의 여러 반응 가운데 몇 가지 이견에 대한 저자의 답변을 첨부했다. ‘『가면들의 병기창』을 위한 몇 가지 첨언’이라는 제목의 글로 “벤야민의 규모” “벤야민을 읽는 방식” “에세이 형식” 그리고 “자기 글쓰기”에 관해 썼다. 독자들에게 충분한 답이 될 것이다.
목차
머리말 텍스트 미로를 헤쳐 가며: 벤야민의 사유운동·7
벤야민은 누구인가
서문 추방된 자의 원고: 왜 벤야민을 읽는가·35
1. 전적인 새로움: 일의성의 거부·47
2. ‘지식의 구제’: 신화적인 굴레의 타파·54
3. 침묵으로 나아가는 언어·61
4. 현세적 쇄신: 내재적 초월성·74
5. 예술이라는 출구·80
6. 이율배반과의 싸움: “세계를 조금 바로잡는 것”·86
7. 급진적 사유의 온화함·93
제1장 ‘다른 현재’의 경험·99
1. 진실은 문득 닥친다·101
2. 순간의 인식이 중요하다·108
3. 삶은 ‘매 순간’ ‘작은 문’에서 구제된다·113
4. 예외적 순간을 위하여·120
제1부 역사의 유래와 오늘의 사회
제2장 폐허의 기념비: 역사이해·127
1. 널려 있는 모순들·129
2. 역사의 부스러기들·139
3. 알레고리 - 우울 - 폐허·149
4. ‘현재의 재배치’: 해체구성의 변증법·159
5. 미시감각의 글쓰기·177
6. 가스마스크와 수고·194
제3장 자본주의적 반복강제: 오늘의 상품소비사회·203
1. 유쾌한 신상품·203
2. 1800년대 파리: 현대성의 시초·207
3. 언제나 똑같은 것의 새로움·217
4. 타율적 문명·224
5. 사물의 저항과 절제·232
제4장 대규모 침식: 도시체험·247
1. 물질적 역사의 문화적 차원·247
2. 도시의 이중성·249
3. 파리 개조와 제국주의·255
4. 현대적 새로움과 상품물신주의·263
5. 비유기성의 숭배·273
6. 반反문화의 재구축·281
7. 인공 거주지에서의 편두통·288
제2부 정치경제와 법, 신학
제5장 돈과 빚과 죄: 기생자본주의·297
1. 돈벌이: 자본주의적 ‘제의종교’·299
2. 상표다신주의·306
3. 빚=죄악?·313
4. 항구적 채무관계·324
5. 정당한 질서는 가능한가?·353
6. 니힐리즘적 방법·367
제6장 법은 정의로운가?: 법과 정의와 정치의 관계·375
1. 법의 정당성·379
2. 법과 정의의 역설적 구조·401
3. 정의로운 힘은 없는가·437
4. 잠재적 폭력에 대한 주의·461
제7장 우상을 만들지 말라: 신학이해·473
1. 과학과 종교·473
2. ‘작고 추한’: 오늘날의 신학·478
3. 유물론적 신학과 부정성·486
4. 피억압자의 메시아·498
5. 주의력: 지상적 구제·515
6. 카프카: 또 다른 오디세우스·531
7. 동류인간적 박애: 하나의 길·541
제3부 예술의 소송과 삶의 구제
제8장 비애와 성찰: 예술철학적 근거·551
1. 파편의 비애: 바로크론·555
2. 폐허와 이월, 참 그리고 아름다움·582
3. 성찰: 낭만주의론·605
4. 자기투시: 예술의 능력·632
제9장 여운의 궤적: 글쓰기·657
1. ‘특수한 경우’·657
2. 비늘처럼 겹쳐진·664
3. 서정의 비판성·674
4. 미메시스적 능력·682
5. 희망 없는 몸글: 비평의 아르카디아·693
제10장 글의 자연사: 프루스트와 카프카, 레스코프 읽기·709
1. 프루스트·714
2. 카프카·734
3. 레스코프·746
제11장 파편언어들 사이에서: 언어형이상학·761
1. 표현과 미메시스 그리고 유사성·762
2. 언어의 안과 밖·773
3. 숨은 것: 번역론·779
4. ‘언어의 성스러운 성장’·785
5. 의미의 재서술 너머·796
6. 건널목: ‘지나가는’ 언어·801
7. 자라나는 파편언어: 남은 문제·805
제4부 기술?매체?번역?문화
제12장 기술혁신과 지각변화: 매체이론·817
1. ‘복제가능성’과 전통의 위기·819
2. 사진과 영화·837
3. 혁신을 위한 예방접종·859
4. 문화의 거짓지양을 경계하며·866
제13장 언어채무: 벤야민 번역론에 대한 데리다의 시각·881
1. 바벨탑의 언어: 혼돈으로부터·886
2. ‘유기적 전체’에 대한 책임·892
3. ‘나락에서 나락으로’·912
4. 부채의식으로부터: 바벨탑 이후의 언어·919
제14장 화해적 단절: 문화사 이해·929
1. 물신화된 역사이해를 거부하며·933
2. 토르소·947
3. 불연속적 전통의 권리·953
4. 문화사로서의 예술사·981
5. 벗어나는 것들·989
제15장 입김이 머무는 동안: 행복의식·1009
1. 행복이란 무엇인가?·1010
2. 구석·1024
3. ‘위험국면’과 ‘정신의 현재’·1033
4. 메아리·1039
5. 현존의 드라마·1047
6. 둘레·1059
결론 구제적 개입: 벤야민 이후
1. 굳어 있는 역사풍경과 새로운 사유
2. 학문과 예술의 결합: 무국적 지식인의 경계 넘기
3. 지식/현대성의 구제
4. 우울의 시선
제3쇄 출간에 즈음해 『가면들의 병기창』을 위한 몇 가지 첨언
찾아보기
저자
문광훈 (지은이)
출판사리뷰
제대로 된 벤야민 읽기
또 하나의 벤야민 찾기
문광훈은 지난 2006년 펴낸 아도르노와 김우창의 예술문화론(2006), 김우창의 인문주의(2006)를 시작으로 김우창과의 대담을 기록한 ??세 개의 동그라미 마음 이데아 지각(2008), 칼럼 모음집인 렘브란트의 웃음(2010)에 이르기까지 지난 10여 년 간 한길사와 함께 고유한 사상적 궤를 그려왔다. 대학원 시절부터 구상한 벤야민 ‘깊이 읽기’는 그의 학문 여정을 통해, 집필 과정을 통해 점차 구체화되었다.
문광훈은 일찍부터 벤야민 사유의 가공할 만한 폭발력에 관심을 가진 학자다. 특히 벤야민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되기 이전부터 이미 벤야민 사상의 ‘현재적 인식 가능성’과 ‘사회 변혁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가면들의 병기창??에서 빛을 발한다.
벤야민 특유의 난해함 때문에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던 벤야민 독해를 극복하는 것이 문광훈의 주요한 목표였다. 문광훈은 벤야민이 쓴 네 권의 저서, 500편이 넘는 논문과 논설, 서평, 소책자, 정치적 선전문구, 플래카드, 포스터 등을 모두 찾아 읽었다. 벤야민이 남긴 ‘잡다한 무더기’ 속에는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게 문광훈의 지론이다.
그는 벤야민 사상의 다양한 주제에 따른 대표적인 연구자의 저술, 특히 독일어권 저작을 최대한 모두 살폈다. 이렇게 파악한 역사, 정치경제, 법, 신학, 예술, 기술, 매체, 번역, 문화 등 벤야민 사상의 여러 면모는 ??가면들의 병기창?? 속에 별무리처럼 정확하고 아름답게 ‘배치’되고 구조화된다.
이러한 기초적인 작업에만 삼사 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후 벤야민의 “현재적 의의”를 발굴하는 데 집중한다. “결국 제대로 된 벤야민 읽기는 전적으로 새롭고도 신선한 해석 속에서 또 하나의 다른 벤야민을 창출할 때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한국의 벤야민을 찾아내고 그것이 세계의 보편적 지평과 맞닿는 지점을 고민한 흔적은 ??가면들의 병기창?? 곳곳에서 나타난다. 벤야민은 이 책에서 “인간적인 것의 이름으로 공존할 수 있는 삶의 넓고 깊은 가능성”으로 또렷이 등장한다.
문광훈은 그의 역작 ??가면들의 병기창??을 들고 독자들과 직접 만난다. 벤야민의 문제의식을 통해 지금 우리 한국의 문학적·문화적 지형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를 갖는다.
‘발터 벤야민의 밤-제1·2부’ (11월 24일 월요일, 12월 1일 월요일, 저녁 7시,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자세한 안내는 이후 한길사 블로그(http://hangilsa.tistory.com/)와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hangilsa) 참고.
벤야민에게 ‘읽기’는 단순한 텍스트 독해가 아니라 세계의 질서를 뒤흔드는 과정이다. ‘쓰기’는 균열이 생긴 질서에 쐐기를 박는 실천적 개입이다. 그렇다고 벤야민이 무책임한 해체주의자나 허무주의자는 아니다. 읽기와 쓰기라는 치열한 세계대응은 “조금 덜 부당하고 조금 더 정당한 방향”으로 사회적 선의를 모색한다.
문광훈은 벤야민의 이러한 태도를 “침착성”으로 표현한다. 실제로 벤야민이 자주 강조했던 침착성은 ‘깨어 있는 정신’이면서 “정신의 현재성”, 즉 “개별적 요소들에 대한 ‘현재적 인식’”을 의미한다. 거대한 이론이나 선전구호로 통합되지 않은 ‘사소한’ 경험과 사실의 복원은 언제나 파편적이다. 벤야민의 작업이 ‘성좌’에 비유되는 이유다.
가면들의 병기창 역시 밤하늘의 성좌처럼 구성되어 있다. 아주 작은 점들, 가령 단어 하나, 길에서 마주친 상표 하나, 낯선 오브제 하나, 너무나 사소한 과거의 기억 하나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작은 번뜩임들이 벤야민의 텍스트와 엮이며 거대한 성좌로 나타날 때 독자는 지상에서의 삶과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을 ‘상상’하게 된다.
“근대성/현대성/현재성을 문제시하는 벤야민의 글쓰기는 지배적 공식문화에 대한 안티테제로 그치지 않는다. 지배질서와는 다른 삶의 양식이 가능하다는 것, 나아가 그런 삶을 실제로 살아갈 수 있음을 희구한다.”(1082쪽)
가면들의 병기창은 총 네 부로 이루어졌다. 역사비판에서 미학에 이르기까지 성좌처럼 아름답게 펼쳐진 벤야민 사상을 따라가보자.
도대체 현실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온전한 삶인가? 자본주의의 과실을 누려선 안 되는 것일까? 많은 돈을 버는 것,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 승자가 되는 것, 국가적으로는 경제 대국이 되는 것이 과연 벤야민의 말처럼 ‘가상’ 따위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오히려 그러한 것들이야말로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견인하는 것 아닐까?
??가면들의 병기창??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상식적인 질문들에 저항하며 개체의 독자성을 수호한다. “역사는 거대서사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거대한 개체의 생생한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이때 문광훈이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개체의 독자성이 아니라 ‘독자적인 개체의 상태’다. 아름답고 화려하며 꿈과 희망이 넘치는 거대서사에서 분리된 개체는 자신의 비루함과 마주한다.
“등 굽은 꼽추처럼 몸을 웅크린 채, 불안과 주저 속에 병들기 쉬운 육체를 고갈시키면서, 그렇게 자기만큼이나 타인도 쉼 없이 버겁게 만들면서, 우리는 매일을 허비해간다.”(1063쪽)
자신만의 고유한 서사를 만들어가며 외부의 질서에 저항하는 이는 언제나 고통스럽고 우울하다. 누구나 누리는 환상에 자신도 마취되고 싶은 유혹을 벗어버리기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저항과 고통 속에서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행복은 나의 현존성이 느껴지는 각성의 ‘순간’에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 있음을 ‘맨정신’으로 느끼는 순간이 바로 구원의 지점이다. 한강의 기적에 ‘취한’ 이들은 단지 익사할 뿐이다. 바로 이 역설이 문광훈이 강조하는 벤야민의 현재적 의의다.
그렇다면 문제는 현존성의 각성이다. 나는 어떻게 현존할 수 있는가? ‘삐딱하게’ 살면 그뿐인가? 문광훈은 타자와의 관계를 제시한다. 나는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다. 오직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만 나의 현존은 드러난다. 이것이 벤야민이 말한 “변증법적 전환”이다. “사소하지만 이해하지 못한 것, 아직 알지 못하거나 듣지 못한 것, 그러면서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들을 통해서만 나는 살아 있을 수 있다. ‘저들’의 기쁨에 찬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 변방의 죽음 같은 침묵만이 우리로 하여금 다시 노래하게 하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황량함을, 위로할 길 없는 불행의식을 정면으로 관통해야 한다. 삶의 과제는 아름다움의 헐벗은 폐허에서 행복의 가능성을 매일매일 타진하는 것이다.”(1046쪽)
벤야민이 말하는 현존성은 모든 거짓을 태워버린다는 점에서 폭발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거짓 너머 펼쳐진 진실의 비루함은 폐허를 떠올리게 한다. 몰락의 광경을 직시해야만 하는 이의 삶은 피곤하다.
바로 벤야민이 그랬다. 그는 자신의 삶처럼 사상을 토해냈고, 자신의 사상 같은 삶을 살았으며, 또 그렇게 죽었다. 문광훈은 벤야민이 세 겹의 불운을 겪었다고 하는데, 우선 “퇴행적이고 야만적인 시대를 살았고, 스스로 불행하였으며, 이 불행한 삶 속에서 글을 통해 추구한 행복도 위태”로웠다.
하지만 벤야민은 도망치지 않았다. 외면하지 않았다. 항상 현재를 의식하고자 했다. 동시에 벤야민은 언제나 과거를 현재로 불러들였다. 역사에서 무엇이 누락됐는지, 그러한 결핍은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물었다. 결국 그가 쓴 엄청난 양의 글은 찰나로 흩어져버리는 현재를 붙잡아 그 위에 새롭게 쓴 역사를 부어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자 한 필사의 시도다.
세계는 지속적으로 비참해지고 우리에겐 그 시도만이 남았다. 역사의 폐허나 도시의 폐기물을 주워 담은 글. 바로 그 한 줌의 글만이 문명의 거짓을 관통하고 문화의 어두운 배후를 응시한다. 우리 사회의 굳어있는 풍경 앞에서 벤야민의 우울한 정신이 유독 생각나는 이유다.
“삶의 근본적 결손과 그 불충분성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 그와 대결했다는 점에서 벤야민은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희구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바로 이 때문에 그는 가끔은 행복하기도 했던, 아니 좀 더 오래 행복했어도 좋았을 그런 작가였다.”(44~45쪽)
■ 발터 벤야민(1892~1940)은 오늘날까지 여러 학문분야에 걸쳐 ‘의미심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20세기 전반의 사상가다.
그의 글쓰기는, 문학과 비평, 매체학과 미학, 철학과 정치이론, 도시분석과 자본주의 비판, 문화학이나 신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와 풍부한 논의를 담고 있다.
벤야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인 『가면들의 병기창-발터 벤야민의 문제의식』은 오늘의 상황 즉 한국의 문학적·문화적 지형에 맞는 새로운 벤야민론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이 책의 지은이 문광훈(충북대 교수, 독문학)은 방대한 1차문헌에 대한 충실한 독해와 지금까지 그에 대해 이루어진 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벤야민이 가졌던 문제의식이 무엇이었는지 짚어보고 그 가운데 오늘날의 관점에서 어떤 것이 여전히 타당한지를 검토한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벤야민 읽기’ 그리고 ‘한국적 벤야민론’을 구축하고자 한다.
“우리가 벤야민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역사적으로 누적된 과거의 것들을 읽는
그의 독특한 문제의식, 말하자면 현존하는 것의 세부에 충실하면서도
역사의 거시적 폐허를 잊지 않는 교차독법의 사유이고, 이 사유의 반성적 운동일 것이다.
성숙한 문화는 이 사유운동 속에서 이름 없는 것들에 이름을 지어준다.”
“벤야민의 문제의식을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는 어휘가 무엇일지 오랫동안 나는 고민했다.
결국 고른 말이 ‘가면들의 병기창’이다.
‘가면’이 예술에 대한 비유라면, 가면들의 병기창이란 곧 ‘예술들의 병기창’이 될 것이다.
벤야민의 사유공간은 세상과 대결하기 위해 예술이라는 무기를 벼리는 곳이고,
그의 글 전체는 예술의 이 저항적 가능성을 탐색한 병기창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