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연행록』 전문가 서인범 교수가 직접 밟은 조선 사신의 길
총 길이 2,000킬로미터, 현지답사를 통해 만나는 대중외교의 지혜
『연행록』(燕行錄)은 대중(對中)외교길에 오른 조선 사신들의 기행문이다. 『연행사의 길을 가다』는 『연행록』의 전문가 서인범(동국대학교 교수, 사학과)이 철저한 사료 검증과 현지답사를 통해 조선 사신들이 걸었던 길을 직접 밟아가며 조선시대 대중외교의 본질과 지혜를 문학적 문체로 유려하게 서술한 ‘역사답사기’다.
서인범은 여행 전 600여 종에 이르는 『연행록』 검토뿐만 아니라 더욱 생생한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 촬영에도 공을 들였다. 중국국가박물관 등에서 국내에선 보기 힘든 그림 자료를 찾아내기도 하였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2013년 7월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서인범은 압록강에서부터 산해관을 거쳐 북경과 승덕에 이르기까지 조선 사신들이 걸었던 총 길이 2,000킬로미터의 ‘사행길’을 22박 23일의 일정으로 도보, 고철 덩어리 버스, 배, 택시, 기차 등을 이용해 답사했다.
답사 규모만큼이나 『연행사의 길을 가다』는 풍부한 구성을 자랑한다. 현지에서 찍은 4,000여 장의 사진 중 엄선된 120여 장의 사진과 50여 장의 조선시대 도판 자료가 컬러로 실려 있다. 특히 실측지도와 1705년 제작된 ‘요계관방지도’(遼?關防地圖)에 조선시대 대표적인 사행길과 이번 답사길을 인포그래픽 형식으로 표시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사료 검증과 현지 인터뷰를 통해 발굴한 사행길 관련 300여 개의 일화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목차
제1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국경을 넘다
1 무거운 마음으로 압록강을 건너 심양으로
2 사행길은 고생길?회넝령을 넘어 요양으로
3 동포를 만나 마음을 달래다
제2부 명산을 두루 거쳐 영원성에 도착하다
4 심양고궁에서 발견한 소현세자의 흔적
5 안산시의 999개 봉우리 천산을 만나다
6 의무려사늘 따라 영원서에서 북진시로
7 영원성에서 만난 명.청 교체기의 영웅들
제3부 야만과 문명의 경계,산해관을 넘다
8 산해관에서 만난 여신과 여인
9 그칠 줄 모르고 흩날리는 먼지를 뚫고
제4부 왕명을 완수하고 귀국길에 오르다
10 황제를 알현하고 외교에 전력하다
11 박지원을 따라 승덕에 가다
12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귀국길
저자
서인범
출판사리뷰
“조선 사신들의
생생한 외교현장을 복원하다”
“이제 사신들이 간 길을 떠나려 한다. 아쉽게도 사신들의
마음과 노력을 직접 볼 수는 없다. 다만 쉼 없이 흐른 시간의 풍파를
견뎌낸 이 길만이 남아 한때 역사의 주인공이었던 그들의 옛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뿐이다. 어떻게 하면 이 길에 녹아 있는 수많은
이의 마음과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까!”
-서인범-
『연행록』(燕行錄)은 대중(對中)외교길에 오른 조선 사신들의 기행문이다. 『연행사의 길을 가다』는 『연행록』의 전문가 서인범(동국대학교 교수, 사학과)이 철저한 사료 검증과 현지답사를 통해 조선 사신들이 걸었던 길을 직접 밟아가며 조선시대 대중외교의 본질과 지혜를 문학적 문체로 유려하게 서술한 ‘역사답사기’다. 서인범은 조선의 외교가 지나치게 명분에 휘둘린 점도 있지만 단지 사대에 그치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고군분투했음을 밝혀낸다. 외교란 오랜 시간 공들여 풀어야 하는 관계의 문제이다.
『연행사의 길을 가다』는 서인범이 지난 10년 동안 수행한 『연행록』 연구가 녹아 있는 노작이다. 저자는 이미 지난 2004년 최부(崔溥)의 『표해록』(漂海錄)을 2,400여 개의 역주를 달아 한길사에서 출간했으며 이 고전에 기반해 『명대의 운하길을 걷다』라는 역사답사기를 낸 바 있다.
최부는 성종 때 제주도에서 근무하던 관리로 부친상을 당해 급히 배를 탔다가 풍랑을 만나 명나라 강남지방에 표착한 인물이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강남지방과 산동지방을 거슬러 북경에 도착한 후 황제를 알현하고 요동반도를 거쳐 조선으로 돌아온다.
세계 3대 중국 여행기로 꼽히는 『표해록』은 명나라의 운하를 자세히 기록해 역사적 가치가 높다. 2009년 최부의 기록 중 강남지방과 산동지방 부분을 직접 답사해 낸 책이 『명대의 운하길을 걷다』(한길사)이다. 이 책은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2012년 5월에 ‘중국 명대 운하길을 가다’란 제목의 4부작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송하기도 했다.
『연행록』 번역과 데이터베이스 제작에도 꾸준히 성과를 내던 저자는 최부가 북경에서 압록강까지의 밟았던 길이 조선시대 사신들이 밟았던 사행길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결국 최부의 길을 완성하고 또 조선시대 사신들의 기록인 『연행록』 연구를 위해 사행길 현지답사를 계획한다.
서인범은 여행 전 600여 종에 이르는 『연행록』 검토뿐만 아니라 더욱 생생한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 촬영에도 공을 들였다. 중국국가박물관 등에서 국내에선 보기 힘든 그림 자료를 찾아내기도 하였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2013년 7월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서인범은 압록강에서부터 산해관을 거쳐 북경과 승덕에 이르기까지 조선 사신들이 걸었던 총 길이 2,000킬로미터의 ‘사행길’을 22박 23일의 일정으로 도보, 고철 덩어리 버스, 배, 택시, 기차 등을 이용해 답사했다. 경비만 400만 원이 넘게 들었고 답사를 도운 이들의 경비까지 계산하면 총 1,200만 원이 들었다. 단일 학자의 사행길 답사로는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다.
답사 규모만큼이나 『연행사의 길을 가다』는 풍부한 구성을 자랑한다. 현지에서 찍은 4,000여 장의 사진 중 엄선된 120여 장의 사진과 50여 장의 조선시대 도판 자료가 컬러로 실려 있다. 특히 실측지도와 1705년 제작된 ?요계관방지도?(遼?關防地圖)에 조선시대 대표적인 사행길과 이번 답사길을 인포그래픽 형식으로 표시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사료 검증과 현지 인터뷰를 통해 발굴한 사행길 관련 300여 개의 일화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때 사신 일행 중 기록을 담당했던 서장관(書狀官)을 ‘필’(筆)이라는 이름으로 등장시켜 서인범 본인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옛이야기를 풀어나가 읽는 재미를 더했다. 물론 이번 답사를 통해 서인범이 직접 겪은 일들도 책 곳곳에 잘 묘사돼 있다.
서인범이 밝히는 이번 답사의 가장 큰 성과는 조선 사신의 여정과 외교 업무 과정을 매우 자세하고 생생하게 복원했다는 것이다. 국경 문제, 조선 왕조의 정통성 문제 등 여러 현안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조선 사신은 왕명을 완수하고 조선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비록 시대적 한계로 인해 사대라는 큰 틀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적어도 조선 사신 개개인에게서는 외교적 자주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연행사의 길을 가다』는 천 길 낭떠러지 위로 난 고갯길과 눈을 뜰 수 없었던 모랫길, 쉽게 통과할 수 없었던 장성, 산적 때와 호랑이, 중국 관리들의 빈번한 뇌물 요구, 풍토병과 휘몰아치는 파도, 열악한 숙소, 공식 외교 업무를 방해한 장사치들 등 구구절절한 조선 사신의 이야기를 총 네 부에 걸쳐 담았다.
서인범은 『연행사의 길을 가다』 말미에서 조선 사신들의 죽음을 얘기한다. 실제로 많은 조선 사신들이 사행길에서 죽었다. 풍토병이나 도적의 습격은 말할 것도 없고 바닷길에서 거친 풍랑을 만나 죽은 사신도 많았다. 그만큼 험난한 길이었다.
그런데도 고려와 조선을 통틀어 700년 동안 많은 사신이 압록강을 넘었다. 중국 관료들의 심한 텃세와 도를 넘은 뇌물 요구에도 슬기롭게 대처하며 좋은 관계를 맺었다. 그렇게 쌓여온 두터운 관계야말로 대중외교의 핵심이 아닐까. 21세기의 한국과 중국 간에 얽힌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연행사의 길을 가다』를 통해 조선 사신들이 전해주는 외교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