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생각과 실천 2―함석헌의 비교사상적 조명』은 이 함석헌학회(회장 이만열, 숙대 명예교수, 2010년 4월 창립)에서 『생각과 실천』을 펴낸 뒤 지난 1년 동안 발표한 글을 모은 그 두 번째 결과물이다.
함석헌의 사상은 종교, 역사, 사회, 교육, 정치, 언론 등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는 융합적인 구조와 성격을 갖는다. 그는 전통과 새로운 지식의 조화를 추구했다. 동서사상과 종교를 융화하여 보편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을 제시했다. 그가 신앙으로 삼은 기독교의 진리와 정신을 동양적, 한국적인 의미로 해석하여 외래종교 토착화와 현대화의 틀을 세웠다.
이 책은 함석헌사상을 크게 ‘생각’과 ‘실천’으로 나누어 다양한 학문영역(역사학, 철학, 신학, 정치외교학, 종교학, 경제학, 교육학)을 ‘비교사상적 관점’에서 씌어진 글을 모은 것이다. 특히 왕양명이나 마르크스와 비교한 글 등 동서양의 대표적인 사상가와 비교한 글도 있다. 이것은 한국사회와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조명하는 주제들로서 앞으로 활발히 전개해갈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목차
다시 실천을 생각한다 -『생각과 실천 2』를 펴내며|서문
생각- 함석헌의 비교사상적 조명
이만열|신채호와 함석헌
최재목|함석헌과 양명학-「한 사람: 王陽明, 大學問」을 중심으로
이정배|대안적 세계화의 시각에서 본 민족/탈민족 논쟁-동학의 ‘시천주’와 함석헌의 ‘씨알’을 중심으로
김영호|함석헌의 변혁(탈바꿈)론
김대식|마르크스와 함석헌의 의식변혁과 행동철학
김대식|함석헌을 유혹한 인문학적 사회, 그 이상의 트라우마
실천- 평화, 경제, 교육
이재봉|함석헌의 비폭력사상과 한반도의 비폭력통일
황보윤식|함석헌의 세계평화운동에 대한 역사인식론적 검토-『함석헌저작집 12 「평화운동을 일으키자」』를 중심으로
박영일|왜 남북경제협력이 필요한가
박영일|한국대학의 기업화, 학문의 시장화
자료
백승종|대중매체 속의 함석헌-일제시기 1910~45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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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만열
출판사리뷰
함석헌사상을 실천적으로 계승하는 함석헌학회가 기획하고 써낸 『생각과 실천 2』
“함석헌정신은 함께 ‘생각’하고 그 생각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더 이상 혼자 생각하고 혼자 행동하기는 어렵다.
함석헌이 잘 짚어냈듯이, 이제는 천재나 영웅이 판치는 개인주의 시대가 아니라
전체의 시대로 진입하는 역사발전의 단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집단지성’의 시대다. 함석헌이 깊은 영향을 받은 샤르댕은
열정이 인류진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개인의 정열보다는 사회적 열정이 필요한 시대다.”
함석헌( 1901~89)은 누구인가 그는 역사와 사회를 통찰하여 미래의 이상을 제시한 예언자였다. 그는 추상적인 탁상공론을 일삼은 학자가 아니라 실천궁행한 선비로서, 한국현대사의 현장에서 고비마다 투옥과 수난을 당한 독립지사요, 비폭력·평화세계를 지향한 사회개혁가였다. 역사의 주인공이 군주나 지배자가 아니고 민중임을 밝히고는 독창적인 ‘씨’사상을 세웠다.
그의 사상은 종교역사사회교육정치언론 등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는 융합적인 구조와 성격을 갖는다. 그는 전통과 새로운 지식의 조화를 추구했다. 동서사상과 종교를 융화하여 보편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을 제시했다. 그가 신앙으로 삼은 기독교의 진리와 정신을 동양적한국적인 의미로 해석하여 외래종교 토착화와 현대화의 틀을 세웠다. 바로 이러한 인물과 사상을 국내외에 널리 드러내고 그 뜻을 실천하고자 조직된 협회가 함석헌학회(Ham Sokhon Society)다.
함석헌학회는 지난 1970년 "성서조선"의 종교 토착화 정신을 발전적으로 이어받자고 창립했던 함석헌연구모임 ‘성서동양학회’를 계승하는 모임이며, 함석헌의 가르침과 사상을 연구하고 널리 알려서 새로운 세상이 되도록 실천하는 길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창립되었다. "생각과 실천 2―함석헌의 비교사상적 조명"은 이 함석헌학회(회장 이만열, 숙대 명예교수, 2010년 4월 창립)에서 "생각과 실천―함석헌사상의 인문학적 조명"을 펴낸 뒤(2011.11.11), 지난 1년 동안 발표한 글을 모은 그 두 번째 결과물이다.
지난 2010년 8월 31일자 "교수신문"에서 ‘근대 100년 한국지성사의 주요인물’을 조사한 결과 함석헌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따라서 함석헌은 정치계를 포함 모든 분야를 통틀어 20세기 가장 논쟁적인 사상과 행적을 남긴 사상가다. 흔히 20세기 이후의 한국지성사를 말하자면 서양학문을 학습한 시대로 인식하기 쉬운데, 함석헌은 동양의 문사철을 꿰뚫고 있으면서도 서양사상과 역사에 조예가 깊었다. 따라서 그가 써낸 한국사교육기독교퀘이커생명통일노장사상에 관한 저서와 편지시, "바가바드 기타" "간디 자서전" "지브란의 예언자" 등의 역서를 보면 깊고 폭넓은 사유와 스펙트럼을 가진 문학가이자 사상가임을 알 수 있다.("함석헌저작집", 전30권, 2009, 한길사 참조)
그러나 함석헌사상이 오늘을 사는 한국인에게 더 값지게 보이는 까닭은 그의 말글이 단순히 지적인 탐구나 유희에서 나온 글이 아니라 당면한 문제와 각박한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한 동기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론이 들어 있지만 실천을 떠난 공허한 생각이 아니다. ‘사고’나 ‘사상’의 우리말에 해당하는 ‘생각’은 함석헌의 어휘에서 거의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말로 그의 사상의 보고를 여는 열쇳말이 된다.
함석헌이 말하는 ‘생각’은 단순한 의식작용만이 아니라 종교 차원의 진리 인식에까지 이르는 넓은 의미다. 즉 사사로운 공허한 생각이 아닌 공적사회적 실천으로 이끄는 이타적 행동을 유발하는 행위다. 지행합일이라는 말처럼 생각과 실천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생각이 곧 실천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찍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외쳤던 것이다.
신채호, 마르크스, 양명학, 동학으로 풀어본 함석헌의 생각
이 책은 함석헌사상을 크게 ‘생각’과 ‘실천’으로 나누어 다양한 학문영역(역사학철학신학정치외교학종교학경제학교육학)을 ‘비교사상적 관점’에서 씌어진 글을 모은 것이다. 특히 왕양명이나 마르크스와 비교한 글 등 동서양의 대표적인 사상가와 비교한 글도 있다. 이것은 한국사회와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조명하는 주제들로서 앞으로 활발히 전개해갈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신채호와 함석헌(이만열)[25~56쪽]은 함석헌의 한 주제의 두 판본,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와 그 수정판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 나타난 역사해석과 사관을 신채호의 사관과 비교하고, 함석헌이 신채호의 영향을 받았던 부분(주로 상고 사)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단군에서 고구려와 부여로 이어지는 민족사, 묘청의 난 등 북벌정책의 긍정적인 면에서는 두 사가가 상통하며 일치하지만, 동학혁명에 대해서는 비폭력주의자인 함석헌의 경우 한국사에서 거론하거나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점은 신채호와 다른 점이다.
함석헌과 양명학―한 사람: 을 중심으로(최재목)[57~88쪽]은 함석헌의 ‘옛글풀이’에 속하는 글 한사람: 왕양명, 대학문을 집중분석한다. 함석헌의 왕양명 이해가 일본 양명학-무교회주의 흐름과 닿고 있는 점과, 최남선-박은식-정인보로 이어지는 한국의 양명학 이해의 맥락과도 이어진다. 특히 왕양명의 ‘인’사상을 함석헌의 ‘씨’사상과 연결시켜 우리의 전통과 현실에서 근거를 찾는 방식으로 외래사상이 토착화되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세 번째, 대안적 세계화의 시각에서 본 민족/탈민족 논쟁―동학의 ‘시천주’와 함석헌의 ‘씨’을 중심으로(이정배)[89~107쪽]는 현재 서구 자본주의가 주축이 되어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한 ‘대안적인 방편’으로 문화적 민족주의를 제시하고, 그 도구로 동학과 함석헌의 사상, 특히 두 개념(시천주, 씨)을 든다.
함석헌의 변혁(탈바꿈)론(김영호)[109~138쪽]은 비판, 개혁, 혁명, ‘뒤집어엎기’ 기질변화 등이 개념에서 함석헌사상의 핵심적인 방법론인 변혁, 즉 바꿈에 관해 쓰고 있다. 함석헌이 그의 사상 원숙기에 무엇보다 중시한 틀바꿈의 핵심내용은 전체주의다. 이는 인류문명을 위기에 빠뜨린 개인주의 세계관을 넘어서 모두가 함께 생존하고 구원되는 길이다.
마르크스와 함석헌의 의식변혁과 행동철학(김대식)[139~158쪽]은 마르크스와 함석헌의 지식과 행동, 이론과 실천의 문제를 다룬다. 두 인물은 지역, 분야, 가치관, 방법론 측면에서 출발점이 다르지만, 개인의 의식변화와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점과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마르크스는 개인의 행복을 사회적 행복을 통해 성취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함석헌은 마르크스의 계급투쟁 논리와 유물론적 변증법의 역사관을 비판했다. 그가 채택한 비폭력철학은 관념을 넘어선 행동철학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와 함석헌의 행동철학과 실천철학은 확연하게 갈라선다.
함석헌을 유혹한 인문학적 사회―그 이상 트라우마(김대식)[159~190쪽]는 함석헌의 시각에서 이상과 현실의 문제를 다룬다. 인간의 탐욕과 미개한 의식으로 뒤틀린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적으로 통찰한 함석헌은 이상향(유토피아)을 꿈꾸는 이상주의자다. 함석헌은 동서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인문학적 기초가 탄탄한 사회를 지향한다. 지식인은 “인간의 참 이상을 희석시키는 환상과 거짓을 퇴치하기 위해서 자신의 학문적인 방법론을 동원하는 자”다. “씨은 망각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이성과 정신을 이상화하기 위해서 꿈틀거려야 한다!”
함석헌사상을 오늘날의 평화, 경제, 교육문제에 적용하자
함석헌의 비폭력사상과 한반도의 비폭력통일(이재봉)[193~218쪽]에서는 함석헌의 비폭력주의사상을 톨스토이의 무저항주의, 간디의 비폭력주의가 다석 유영모, 함석헌으로 이어지는 맥락에서 살펴본다. 그 가운데 간디의 입장이 민족통일을 위한 타당한 전략으로 제시된다. 역대 정권의 통일정책을 살펴보면서 결국 “비폭력은 단순하게 무기를 쓰지 않는 것을 넘어 자신과 상대의 대립을 초월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경쟁을 피하고 전쟁을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던 함석헌의 비폭력사상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비폭력통일을 통한 평화”의 길이 타당한 길임을 제시한다.
함석헌의 세계평화운동에 대한 역사인식론적 검토―"함석헌저작집 12 평화운동을 일으키자"를 중심으로(황보윤식)[219~273쪽]에서는 언젠가부터 민족이 갇혀온 당파성을 함석헌이 지적한 것을 두고 역사학계에서는 이미 수정된 관점임을 밝힌다. 그러면서 함석헌의 오해로 지적된 주장은, 역사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는 논리인데, 황보윤식은 역사에는 비약이 없다는 비판적 논증을 펴면서 역사는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발전된다고 주장한다. 이 쟁점과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것은 함석헌의 진화론적인 창조론의 입장인데, 이는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돌연번이, 돌변화가 때때로 발생하여 지금의 생물, 오늘의 인간이 나오게 되었다고 본다. 다른 생물처럼, 인류와 인류사회는 이성적물리적으로 측량할 수 없는 요인에 의해 변화되는 측면이 있다.
왜 남북경제협력이 필요한가(박영일)[275~293쪽]에서는 “우리가 ‘지금 여기’서 우리 민족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내고 궁극적으로 평화통일과 번영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경제라는 잣대로 고민하고, 북한에 대한 남한의 적극적인 경제협력이 그 유일한 길임을 주장한다.
한국 대학의 기업화, 학문의 시장화(박영일)[295~328쪽]는 일찍이 “한 가문의 생명이 어린이에게 있듯이 한 나라 한 민족의 생명, 누구나 그 정신적인 생명은 대학에 있다”고 하면서 “대학의 사명이 그렇듯 중대하므로 거기는 독특한 지위, 혹은 특권이 주어지지 않으면 아니 된다”고 갈파했던 함석헌의 말을 인용하면서 오늘날 위기에 처한 한국 대학의 현실을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문제점과 대안을 논한다. 오늘날 학문의 시장화가 가속화되어 공공재가 사유재로 전환되고, 재벌대기업이 대학을 점령하고 있다. 학문의 전당이 가장 비싼 취업학원으로 전락하고, 교수는 소유주와 기업에 예속되어 “논문을 양산하는 기계”가 되며, 재원은 수입자 부담원칙으로 학생의 등록금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대중매체 속의 함석헌―일제시기 1910~45를 중심으로(백승종)[331~342쪽]는 함석헌의 생애 중반기(20~40대 초반)에 해당하는 1923~43년까지의 활동과 직간접으로 실린 "동아일보" 기사를 엮어서 해설한 흥미로운 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