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길사는 2013년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적 심리학』을 출간했다. 이 책은 후설이 1925년 프라이부르크 대학 여름학기에 강의한 ‘현상학적 심리학’을 완역한 책으로 현대 심리학의 발전, 심리학과 현상학의 관계, 심리학으로부터 현상학적 선험철학에 이르는 도정 등을 살필 수 있다. 스승 브렌타노나 동료 딜타이에 대한 회고를 통해 후설의 현상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으며, 나아가 1920년대 중반 주도적 학문이었던 심리학과 연관된 문제를 그가 어떻게 고민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책이었다. 이에 한길사 45주년을 맞은 2021년 『현상학적 심리학』의 문장과 번역을 다듬어 재출간한다.
목차
현상학적 심리학
ㆍ925년 여름학기 강의
심리학을 통해 선험적 현상학에 이르는 길|이종훈ㆍ5
머리말
1. 현대 심리학의 발전.
딜타이의 결정적 비판과 개혁안(설명하는 심리학과 기술하는 심리학)ㆍ7
2. 딜타이가 동시대인에게 제한된 영향을 미친 근거.
동시대인의 이해가 부족함과 그의 단초가 지닌 한계ㆍ9
3. 『논리연구』의 과제와 의의ㆍ1
4. 새로운 심리학을 요약한 특성묘사ㆍ5
체계편
5. 현상학적 심리학의 한계설정. 그 밖의 정신과학이나 자연과학에서 부각시킴.
자연과 정신이라는 개념을 의문시함ㆍ03
6. 학문 이전의 경험세계와 이 세계가 주어지는 경험작용(경험의 일치성)으로
되돌아갈 필연성ㆍ07
7. 경험세계로 되돌아가는 가운데 학문들을 분류함. 학문들의 체계연관은 경험세계의
구조연관 속에 근거함. 보편적 세계구조에 관한 학문인 보편적 학문의 이념과
경험대상의 개별적 형태를 주제로 삼는 구체적 학문의 이념.
공허한 지평의 의미ㆍ19
8. 아프리오리한 학문인 보편적 세계구조에 관한 학문ㆍ27
9. 아프리오리를 파악할 진정한 방법인 본질직관ㆍ30
10. 직관적 일반화의 방법과 경험세계(‘자연적 세계개념’)에서 출발해
세계 그 자체의 일반적 구조개념을 획득하기 위한 도구인 이념화작용의 방법.
세계에 관한 학문들을 분류할 가능성과 정신에 관한 학문의 의미를
명백하게 제시함ㆍ50
11. 자연적 세계개념에 관한 학문의 특성묘사. 경험의 개념을 칸트의 경험개념과
구분함. 세계의 가장 일반적인 구조인 공간과 시간ㆍ58
12. 통일체가 생기게 되는 단일적 경험에서 수동적 종합이 필연적으로 출발함ㆍ64
13. 자립적 실재성과 비-자립적 실재성을 구별함.
인과성을 통해 실재적 통일체를 규정함ㆍ67
14. 세계에서 실재성의 등급ㆍ71
15. 경험세계의 심리물리적 실재성의 특성묘사.
영혼에 대립해 물체성의 더 높은 자립성ㆍ73
16. 정신적인 것이 경험세계 속에 등장하는 형태. 주체와 관련됨으로써
그 존재 속에 규정되는 문화의 객체에 특색ㆍ80
17. 전적으로 실재적 특성의 기체인 순수 실재성으로 환원함.
비-실재적 문화의 의미를 배제함ㆍ92
18. 자연과학자의 태도에서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을 대립시킴ㆍ94
19. 참된 세계 그 자체는 필연적 가정이다ㆍ00
20. 객관성은 상호주관적으로 일치하는 가운데 증명될 수 있다. 정상성과 비-정상성ㆍ05
21. 영혼적인 것의 단계구조ㆍ07
22. 인과적 규정의 항속하는 실체인 물리적 실재성이라는 개념ㆍ11
23. 귀납적 인과성인 물리적 인과성. 심리적으로 얽힌 특색ㆍ13
24. 영혼적인 것의 통일체ㆍ20
25. 보편적 자연과학의 이념. 자연주의적 편견의 위험ㆍ23
26. 객관적 주제인 세계 속의 주관적인 것ㆍ25
27. 주관적인 것을 배제함으로써 객관적 세계가 구성되지만,
모든 주관적인 것 자체가 세계에 속하는 어려운 문제ㆍ30
28. 주관적인 것으로 반성적 시선을 전환함.
반성의 태도에서 물리적 사물의 지각ㆍ34
29. 지각의 장(場). 지각의 공간ㆍ48
30. 공간적인 근원적 현존ㆍ51
31. 질료. 지향적 기능을 위한 소재인 질료적 자료ㆍ54
32. 대상이 자아와 관련해 주어지는 양상인 알아차리는 주어져 있음ㆍ56
33. 객관적 시간성과 흐름의 시간성ㆍ58
34. 지각에서 내재적인 것과 초월적인 것, 내실적인 것과 비-내실적인 것의 구별.
비-내실적 극(極)으로서 객체ㆍ61
35. 기체의 극과 속성의 극. 공허한 지평의 적극적 의미ㆍ72
36. 지각의 지향적 객체ㆍ76
37. 내재적인 것을 드러내 밝히는 방법인 현상학적 환원ㆍ81
38. 외적 지각에서 순수 주관성으로 들어감ㆍ88
39. 지각하는 자 자체의 관점에서 지각의 분석ㆍ93
40. 시간성의 문제제기. 현재화─과거지향과 미래지향
(지각의 정립적 변화와 유사-정립적 변화, 실천적 삶에 그 의의)ㆍ97
41. 인식대상의 태도에서 대상 극에 대한 반성과 대상 극의 기초가 되는 자아-극에
대한 반성. 자아-극의 보편적 종합. 활동성과 습득성의 극인 자아ㆍ05
42. 근원적으로 건립하는 자아와 추후에 건립하는 자아. 확신을 관철함에서 자아의 동일성.
자아의 개체성은 확신에 근거한 자신의 결정으로 드러난다ㆍ14
43. 모나드인 주체의 통일체. 모나드에 대한 정적 연구와 발생적 연구.
고립된 모나드에서 모나드 전체로 이행함ㆍ19
44. 심리에 대한 자연적 탐구뿐 아니라 인격적 학문과
이에 상응하는 학문의 기초인 현상학적 심리학ㆍ21
45. 회고해보는 자기성찰ㆍ28
보충 1 『브리태니커 백과사전』(Encyclopaedia Britannica ): 현상학ㆍ45
부록 1-1ㆍ78
부록 1-2ㆍ82
보충 2 「암스테르담 강연」: 현상학적 심리학ㆍ95
부록 2-1 현상학적 심리학과 선험적 현상학ㆍ55
부록 2-2 개체적 심리학과 상호주관적 심리학ㆍ67
후설 연보ㆍ79
후설의 저술ㆍ85
옮긴이의 말ㆍ92
찾아보기ㆍ97
저자
에드문트 후설
출판사리뷰
철학자로 살았고 철학자로 죽고 싶다
에드문트 후설은 1859년 독일의 메렌 주에서 태어나 1938년 프라이부르크에서 79세로 영면했다. 할레 대학강사, 괴팅겐 대학강사와 교수,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수, 그리고 은퇴 후 죽는 날까지 오직 강연과 집필에 몰두했던 그는, “철학자로서 살아왔고 철학자로서 죽고 싶다”는 유언대로, 진지한 초심자의 자세로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수행한 철학자 자체였다.
50여 년에 걸친 학자로서 그의 외길 삶은 보편적 이성을 통해 모든 학문의 타당한 근원과 인간성의 목적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궁극적 자기책임에 근거한 이론(앎)과 실천(삶)을 정초하려는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 즉 선험적 현상학(선험철학)의 이념을 추구한 것이었다. 이 이념을 추적한 방법은 기존의 철학에서부터 정합적으로 형이상학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편견에서 해방되어 의식에 직접 주어지는 ‘사태 자체로’ 되돌아가 직관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과 방법은 부단히 발전을 거듭해나간 그의 사상에서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와 직접적 또는 간접적 관련 아래 독자적인 사상을 전개한 수많은 현대철학자, 심지어 충실한 연구조교였던 란트그레베와 핑크까지 나중에는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선험적 현상학을 비판하고 거부했다. 후설은 이들이 거둔 성과를 높이 평가했지만, 결코 선험적 현상학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지했다. 그가 후기에 ‘생활세계’를 문제 삼았던 것도 선험적 현상학(목적)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길(방법)이었다. 방법(method)은 어원상(meta+hodos) ‘무엇을 얻기 위한 과정과 절차’를 뜻하듯이, 그것이 추구하는 목적과 결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후설 현상학과 심리학의 관계
후설의 현상학과 심리학의 깊고도 오랜 연관은 심리학주의의 시각을 견지했던 교수자격논문 『수 개념에 관해서』(1887)에서 『위기』(1936) 제3부 ‘선험적 문제의 해명과 이에 관련된 심리학의 기능’, 특히 ‘심리학으로부터 현상학적 선험철학에 이르는 길’까지 후설의 사상전개 전체를 지배했던 주제였다.
이것은 심리학주의를 철저히 비판한 『논리연구』 제1권, 다양한 지향적 의식체험을 분석한 『논리연구』 제2권, 순수 의식의 영역과 보편적 구조를 밝혀 이성의 현상학을 규명한 『이념들』 제1권, 정신적 세계의 근본법칙을 통해 그 구성의 문제를 다룬 『이념들』 제2권, 심지어 심리학과 현상학의 관련을 다루는 데 절반 이상의 분량을 할애한 『이념들』 제3권 등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후설이 명명한 용어를 보면, ‘경험적 심리학’ ‘실험적 심리학’ ‘외면 심리학’ ‘내면 심리학’ ‘지향적 심리학’ ‘현상학적 심리학’ ‘심리학적 현상학’ ‘형상적 심리학’ ‘아프리오리한 심리학’ ‘정신과학’ 등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뿐만 아니라 조금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선험적 심리학’이라는 용어는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후설이 궁극적으로 추구한 현상학의 이념은 ‘선험적 현상학’ ‘현상학적 철학’ ‘선험철학’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좀 더 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 이 용어들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해보자.
① ‘경험적 심리학’은 객관적 자연과학의 방법으로 의식을 자연(사물)화하는 인위적인 자연주의적 태도로 심리적 현상을 탐구한다. ② ‘현상학적 심리학’은 인격적 주체로서 주관으로 되돌아가지만, 여전히 세계가 미리 주어져 있음을 소박하게 믿고 전제하는 자연적 태도로 심리적 현상을 기술한다. ③ ‘선험적 현상학’은 세계가 미리 주어져 있다는 토대 자체를 철저하게 되돌아가 물어봄으로써 심리적 현상의 고유한 본질구조를 통해 선험적 주관성을 해명한다.
이것들의 관계를 ‘생활세계를 통한 길’과 대조해보면, ‘경험적 심리학’은 객관적 학문 또는 실증적 자연과학의 세계, ‘현상학적 심리학’은 객관적 인식이 되돌아가야 할 생활세계의 표층(경험세계), ‘선험적 현상학’은 이 세계가 미리 주어져 있음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드러나는 생활세계의 심층(선험세계)에 해당한다. 물론 이들의 정초관계를 분명하게 해명함으로써만 심리학주의뿐 아니라 주관과 객관이 분리된 이원론적 사고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선험적 현상학에 이르는 예비학인 순수 심리학
이 책은 후설이 실제로 강의한 자료를 편집해 출간했기 때문에 아주 생생한 현장감이 특히 돋보인다. 더구나 이미 고인이 된 브렌타노와 딜타이의 학문적 업적과 의의에 대한 진솔한 반성적 회고는 후설 현상학이 형성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1920년대 중반 학문적 문제제기를 이해하는 데 매우 소중한 자료이다. 또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현상학’ 항목을 통해 그가 왜 하이데거와 결별하게 되었는지를 추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약간 수정한 암스테르담 강연인 「현상학적 심리학」에는 전자에서 ‘제3부 선험적 현상학과 절대적 정초를 통한 보편적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17∼22항까지 제목만 밝혀진 채 빠져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선험적 현상학의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하는 일이 은퇴를 맞이한 그에게 얼마나 절실한 과제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 자체만으로 볼 때 문장과 구성이 다소 산만하고 선험적 현상학에 관한 분명한 주장을 담은 결론이 없기 때문에 미완성 저술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후설 자신도 이 강의를 그 자체로 완결된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는 현상학적 심리학이 선험적 현상학에 이르기 위한 예비단계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현상학적 심리학을 충실하게 그려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