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루뱅대학교 후설아카이브 연구원 이소 케른(Iso Kern)이 ‘상호주관성’이라는 주제와 관련 있는 후설의 유고를 편집해 1973년 출간한 후설전집 제13권(1905-1920년), 제14권(1921-1928년), 제15권(1929-1935년까지)에서 선별해 옮겼다. 워낙 분량이기 방대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부록은 제외하고 본문 가운데 길이가 짧아 전체 속에 그 위상과 의의가 다소 적게 드러나거나 다른 편과 내용이 상당 부분 중복되는 것은 제외했다. ‘상호주관성’(환원, 감정이입, 신체, 타자, 독아론 등의 문제)이라는 중심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정도를 기준으로 삼아 후설 현상학이 발전해나간 시기에 따른 다양한 논의를 총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목차
일러두기
선험적 현상학의 중심축인 상호주관성의 문제│이종훈
제1권 (1905년~1920년)
제1부 감정이입의 문제제기(1905년 여름~1911년 초)
1. 1909년 이전 감정이입에 관한 가장 오래된 원고의 개요
2. 감정이입. 1909년 본문
3. 감정이입의 단계
4. 순수 심리학과 정신과학, 역사와 사회학. 순수 심리학과 현상학
제2부 1910년 가을학기 강의 「현상학의 근본문제」
5. 현상학의 근본문제
1절 자연적 태도와 ‘자연적 세계 개념’
2절 근본고찰: 순수 체험을 향한 태도를 획득하는 현상학적 환원
3절 현상학적 환원의 의도에 대한 반론을 잠시 규명함
4절 현상학은 절대적으로 주어진 것의 영역을 넘어선다
5절 통일적으로 연관된 의식의 흐름 전체를 현상학적으로 획득함
6절 다수의 현상학적 모나드를 획득함
7절 현상학적 인식의 유효범위를 끝맺는 고찰
제3부 상호주관성의 문제(1914년경~1920년 6월)
6. ‘감정이입’과 ‘유비에 의한 전이’ 비판. 공감하는 통각의 ‘근원’
7. 자연화된 주관성과 순수 주관성. 상호주관성으로의 선험적 환원
제2권 (1921년~1928년)
제1부 타자의 신체(1921년 봄~1922년 봄)
1. 자신의 신체에 대한 지각과 타자의 신체에 대한 통각의 간접성
2. 모나드의 주관은 어떻게 명백하게 규정되고 인식될 수 있는가
3. 사물의 초재와 타인의 자아의 초재. 선험적 자아론의 확장
제2부 타자에 대한 경험(1923년~1925년)
4. 감정이입, 타자에 대한 경험. 신체성과 표현의 문제. 본능과 공허한
표상
5. 독아론이라는 반론에 대한 반박
제3부 「현상학 입문」의 제2부(1926년~1927년)
6. 다른 사람의 자아와 상호주관성에서 현상학적 환원
7. 내적 신체성. 원본적 경험에서 ‘심리물리적인 것’
8. 원본적 경험의 영역에서 공간의 구성
제3권 (1929년~1935년)
제1부 「데카르트적 성찰」의 생성과 1차 개작(1929년 3월~1930년 3월)
1. 『데카르트적 성찰』에서 상호주관성의 문제
제2부 ‘체계적 저술’의 준비(1930년 여름~1931년 봄)
2. 타자에 대한 경험의 이론
3. 정상성에서 세계를 선험적으로 구성하는 문제
제3부 「데카르트적 성찰」의 2차 개정(1931년 7월~1932년 2월)
4. 상호 모나드의 시간의 구성. 회상과 감정이입
5. 환원 이후에 모나드론까지의 체계적 기술
제4부 환원의 방법과 현상학(1932년 봄~1935년)
6. 원초성으로의 환원. 원초적 환원과 선험적 환원의 관계
7.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 고향세계와 타자, 동물을 이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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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에드문트 후설
출판사리뷰
상호주관성은 선험적 현상학이 주관적 관념론이라는
오해에 대한 단순한 반론인가
후설은 『이념들』제1권(1913년)에서 현상학의 원리와 규범, 문제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즉 현상학의 최고 원리는 ‘원본적으로 부여하는 모든 직관이 인식에 대한 권리의 원천’이며, 그 규범은 ‘의식 자체에서 본질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명증성만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 문제 영역은 순수 의식(이성)의 본질구조를 지향적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인식비판이다. 그 방법으로 ‘판단중지’와 ‘형상적 환원’ ‘선험적 환원’을 밝혔다.
결국 선험적 현상학은 궁극적으로 선험적 주관성을 해명하려 한다. 그렇다면 ‘주관’(Subjekt)과 ‘주관성’(Subjektivitat)은 어떻게 다른가? 요컨대 ‘주관’은 ‘객관’(대상)과 대립된 것으로 독자적인 실체의 개념이라면, ‘주관성’은 주관과 본질적으로 연관된 것을 추상화한 후설의 독특한 용어로, 의식의 다양한 작용과 그 대상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동일한 의미를 구성하는 원천으로서 의식이 끊임없이 체험(지각)하는 포괄적 흐름 전체를 뜻한다. 이러한 점은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의식이 항상 본질적으로 ‘무엇에 대한 의식’이라는 지향성과 함께 (선험적) 상호주관성에 대한 논의에서 후설 현상학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지극히 유념해야 할 핵심사항이다.
『이념들』제1권이 출간된 후 후설 현상학은 선험적 주관성(자아)으로 파고들어갔지만 빠져나올 길이 없는 주관적(절대적) 관념론, 즉 의식의 독아론으로 줄곧 왜곡되고 비난받았다. 그럼에도 1928년 봄 은퇴할 때까지, 후설은 부단히 자신의 문제의식에 몰두해 연구하고 강의하며 정진했다. 그러나 자신의 현상학에 대해 체계적으로 반박하거나 새롭게 제시할 어떠한 자료도 발표하지 못했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1929년 2월 프랑스학술원 주관으로 소르본대학교 데카르트적 기념관에서 선험적 현상학을 데카르트 전통에 입각해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강연을 했다. 프랑스에서는 그의 현상학을 방법론으로만 받아들인 셸러와 선험적 자아를 이념적 주체로 파악해 거부한 하이데거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파했다. 그는 특히 선험적 자아의 구성 문제를 다룬 제4성찰과 모나드론(Monadologie)으로 상호주관성을 해명한 제5성찰에 집중해 이 강연원고를 독일어판으로 완성해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부단히 수정하고 보완해갔다. 하지만 1935년 『위기』의 모체가 된 프라하와 빈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자료는 1950년에야 후설전집 제1권『데카르트적 성찰』로 출간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계에서는 후설이 상호주관성의 문제를 다룬 근본적 동기와 배경은 자신의 현상학이 주관적(절대적) 관념론 또는 선험적 자아의 생생한 발생을 분석한 자아론(Egologie)을 외부 세계와 단절된 독아론(Solipsismus)으로 오해받기 때문에 뒤늦게, 즉 1930년대에 들어와 비로소 이 문제를 해명하고자 착수했다고 파악하고 이해해왔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듯이, 후설은 1910년 이전부터 “감정이입은 그 자체로 완결된 (정신적 주체인 단자) 모나드(monade)가 상호주관성의 언어, 문화, 역사 공동체 사회 속에 서로 의사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는 창(窓)”이라 규정한다. 결국 선험적 현상학을 일종의 절대적 관념론으로 파악한다면 주객 이원론과 자연적 태도에 갇혀 현상학의 중심문제인 지향성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동의하지 않는 것이며, 의식 속에 폐쇄된 독아론으로 이해한다면 후설의 논의를 제대로 읽지 않은 결과로 전혀 근거 없는 공론에 불과할 뿐이다.
나의 주관성과 타인의 주관성 사이에서
발생하고 구성되는 선험적 상호주관성
후설과 칸트 및 신칸트학파의 관계를 연구한 스위스 출신의 이소 케른은 ‘상호주관성’이라는 주제 로 후설의 가까운 제자나 연구조교조차 전혀 몰랐던 새로운 내용과 다양한 형태의 방대한 유고를 세밀하게 분류하고 편집해 후설전집 제13?14?15권으로 출간했다. 그것의 작성 시기(1905~1935년)로 보아 후설은 1905년 스위스 제펠트에서 현상학적 환원의 방법과 대상의 구성 문제를 처음 다루며 선험적 세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즉, 1900년 출간한『논리연구』 이후 선험적 현상학을 새롭게 제시한 그의 마지막 저술인『위기』 바로 전까지 후설의 모든 관심사는 상호주관성이었다.
상호주관성은 개별적 주체인 나의 주관(자아)과 다른 주관(타자, 객관, 대상, 세계) 사이에 상호주관적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객관과 분리된 주관이 본래 독립해 존재한다고 전제한 바탕 위에 타인의 주관과 관련되는 2차적 사건이 아니라, 처음부터 주관(성) 자체가 타인의 주관(성)과의 불가분한 관계 속에 생성되고 발생하는 ‘지향성’, 즉 ‘주관-객관-상관관계’(Subjekt-Objekt-Korrelation)다.
결국 상호주관성 문제는 후설이 선험적 관념론을 추구하다 선험적(순수) 자아(주관성) 속에 갇혀 독아론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자기모순을 해결하려 고안해낸 임시방편이나 불가피한 문제가 아니었다. 옮긴이 이종훈은 “상호주관성은 후설이 처음부터 본질적으로 다룬 핵심주제이자 후설 현상학 전체를 관통해간 근본문제이며, 이러한 문제의식을 모르거나 외면한 어떠한 논의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