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일철학』(Erste Philosophie) 제1권과 제2권은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이 1923년 가을부터 1924년 봄까지 대학에서 강의한 자료를 바탕으로 저술한 책이다. 후설은 제1권에서 제일철학을 모든 형이상학이 가능한 조건이라고 명명한다. 이성비판(理性批判)의 근본과제인 인식론, 즉 선험적 현상학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더불어 이 이념이 생성되고 발전해온 철학사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를 통해 제2권에서는 형이상학에 이르는 길로 데카르트적 길뿐 아니라 현상학적 환원을 통해 드러나는 심리학을 통한 길, 상호주관성을 통한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목차
일러두기
엄밀한 제일철학을 줄곧 추구한 선험적 현상학│이종훈
제1부 비판적 이념의 역사
제1장 플라톤의 철학이념부터 데카르트가 이 이념을 근대에
실현하기 시작까지
1절 철학의 이념과 그 역사적 유래
1 제일철학의 발전된 형태를 현상학에 부여할 역사적 과제
2 플라톤의 변증술과 철학적 학문의 이념
2절 논리학의 정초와 형식적-진술논리 분석론의 한계
3 귀결이나 일치의 아리스토텔레스-스토아학파의 전통논리학
4 여론: 분석적 수학인 보편적 귀결논리, 이와 상관적 관계가 있는 형식적
존재론의 처리방식과 진리논리의 문제
3절 소피스트들의 회의가 계기가 된 인식하는 주관성에 대한 최초의
성찰
5 이념에 대한 인식의 발견과 그리스에서 철학이라는 이성적 학문의
시작
6 플라톤 변증술의 이념 속에 함축된 인식론에 대한 요청
7 인식하며 일반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주관성에 관한 학문으로서의
논리학, 즉 진리논리의 완전한 이념을 체계적으로 구상함
4절 주관성에 관한 학문의 역사적 발단
8 아리스토텔레스가 심리학을 정초한 것과 심리학 일반의 근본문제
9 회의론-철학사에서 회의론이 ‘불멸하는’ 원리적 의미와 데카르트의
단호한 조치
10 데카르트의 성찰
11 선험적 학문에 대한 최초의 실제적 조망. 데카르트의 성찰에서 로크로
넘어감
제2장 로크가 자아론을 시도한 기초와 그가 남긴 문제제기
1절 원리적으로 제한된 로크의 시야와 그 원인
12 객관주의의 소박한 독단론
13 경험론의 편견-인식론에서 심리학주의
14 진정한 직관주의적 의식학문의 형성을 억제하는 동기인 근대
자연과학의 전형
2절 로크의 탐구에서 은폐된 진정한 지속적 문제제기에 대한 비판적
해명
15 내재의 문제와 의식 속의 종합적 통일의 문제
16 의식의 종합에서 ‘자아-대상-극화(極化)’의 내재적 내용이 지닌
비실재성과 상호주관성의 문제. 버클리의 로크 비판에 대한 논평
17 ‘외적인 것’의 구성에 대한 의문: 지각에 사물이 스스로 주어져 있다는
데카르트의 명증성
3절 순수의식에 관한 형상적 학문의 이념을 간과한 지표로서
경험론의 추상이론
18 보편적 본질성이 직관적으로 스스로 주어져 있음을 오해함
19 직관의 이념을 확장할 필요성
제3장 버클리와 흄, 독단적 합리론을 통해 현상학이 회의적
형식으로 미리 형성됨
1절 순수내재의 철학이 로크에서 버클리로 급격하게 귀결됨
20 로크와 그 후계자들을 통해 회의론이 혁신된 긍정적인 역사적
의미
21 버클리의 발견과 실재 세계의 구성이라는 문제를 자연주의적으로
왜곡함
22 버클리의 모나드론적 단초: 라이프니츠와의 비교. 흄으로 넘어감
2절 흄의 실증주의-회의론을, 동시에 선험적 근본학문의 결정적
준비단계를 완성함
23 흄이 유명론의 견해에서 모든 이념을 인상으로 환원한 것과 이러한
원리가 이치에 어긋난 점
24 흄의 경우 의식에 관한 학문과 귀납적-경험적 객관주의에 필수적인
형상학(形相學)
25 흄의 경우 구성의 문제-그러나 그는 완벽한 회의론으로
끝났다
3절 근대의 합리론과 형이상학
26 근대의 합리론과 그 독단론을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계열의 특징
a ) 선 험적 근본학문이 결여됨으로써 미래의 진정한 형이상학을
준비하는 데 방해된 것을 살펴봄
b ) 기 회원인론 이래 합리론의 구축에서 소급적 절차에 대한 비판적
논평. 진보적 탐구의 과제
27 형이상학과 인식론. 라이프니츠 모나드론과 칸트 이성비판의 의미
보충 논문
1. 철학적 문화의 이념. 그리스 철학에서 그 이념이 최초로 싹틈
2.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과 이러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일반의
의미
3. 칸트와 선험철학의 이념
머리말
칸트와 선험철학의 이념
1) 자연적 사유방식의 혁명
2) 세계의 자명함과 의식 삶
3) 선험적 경험의 영역을 개척함
a) 순수한 주관적 의식과 상호주관적 의식
b) 선험적 본질탐구와 선험적 사실학문
c) 자연적 반성과 선험적 반성 그리고 지향성의 기반
d) 자연적 반성과 불충분한 심리학적 환원
4) 세계가 ‘의문시 되는’ 의미
5) 선험적 ‘관념론’의 정당화: 이 관념론을 체계적이고 학문적으로 수행함
6) 학문적 선험철학이 지닐 최초의 체계에 대한 칸트의 구상
7) 선험철학의 역사적 발전과 그 실천적 의미
8) 칸트를 계승하는 의미
4. 엄밀한 학문의 이념에 역사적 발생이 아니라 이상적 발생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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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에드문트 후설
출판사리뷰
* 한길사에서 번역해 출간한 에드문트 후설의 저작
『시간의식』, 이종훈 옮김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 이종훈 옮김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1·2·3, 이종훈 옮김
『현상학적 심리학』, 이종훈 옮김
『데카르트적 성찰』, 이종훈 옮김
『수동적 종합』, 이종훈 옮김
『형식논리학과 선험논리학』, 이종훈 옮김
『제일철학』1·2, 이종훈 옮김
후설은 1913년『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제1권을 발표한 후 1928년 봄 은퇴한 다음 해인 1929년『형식논리학과 선험논리학』을 출간하기 전까지 어떤 저술도 발표하지 않았다. 제1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많은 제자를 잃었다. 특히 차남을 잃은 아픔에다 전후에 겪은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그러나 후설은 그럴수록 연구와 강의해 몰두했다.
후설은 1923년 가을부터 1924년 봄까지 월, 화, 목, 금요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매주 4회에 걸쳐 강의했다. 이 원고자료를 편집한 후설전집 제7권(1956)과 제8권(1959)이 곧『제일철학』제1권(역사 편)과 제2권(체계 편)이다. 그가 속기로 작성한 이 초안은 그 당시 연구조교였던 란트그레베가 타이프로 친 것이며 후설은 그때마다 문체를 다듬었다. 후설은 1928년까지 이 자료를 다시 검토해 수정하고 보완해가는 작업을 여러 차례 거쳤다.
그러나 후설은 그 성과에 만족하지 못해 출간하지 않았다. 따라서『제일철학』의 내용을 알던 사람은 1923-24년 겨울학기의 수강생들과 그 당시 란트그레베의 필사본을 얻을 수 있었던 그의 친구들과 몇몇 제자에 한정된다. 그나마 후설은 제2권의 원고는 일체 열람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사유의 진행에서 드러나는 단절과 비약, 반복과 모순 때문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Selbstdenker)으로서 근본적인 것에 대해 부단히 성찰하는 자기비판적인 태도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당시 후설의 현상학은 의식 속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한 독아론이라고 비난받았다.『제일철학』은 후설의 현상학이 비난받는 가운데 후설 자신이 시종일관 자기 자신과 싸우며 모색해나간 길에서 모든 연구와 발전이 집약된 획기적 사건이자 정점(頂点)이다.
후설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부터 칸트까지의 철학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제일철학의 이념이 발생한 연원을 살펴본다. 이러한 시각은 곧『형식논리학과 선험논리학』에서 소박한 전통논리학에 대한 비판이나『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특히 제2부와 제3부 A)에서 물리학적 객관주의에 대한 역사적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 문제의식에 입각해『데카르트적 성찰』에서 제일철학에 관해 다시 성찰하게 된다.
특히 그가 ‘선험적’라는 용어를 칸트에게 이어받았지만 다른 의미로 발전시켜 사용하는 의의, 즉 칸트의 선험철학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선험철학을 밝히는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활세계’에 대한 논의(특히『제일철학』제1권의 「보충 논문 3」)도 등장하고, 충전적 명증성보다 필증적 명증성을 우선시해 선험적 주관성에 이르는 데카르트적 길(‘나는 존재한다’) 이외에 심리학을 통한 길이나 상호주관성을 통한 길 등 새로운 비-데카르트적 길(‘세계는 존재한다’)도 적극 모색한다. 더불어 감정이입과 타자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은 물론 스피노자의 자아론(모나드론)도 새롭게 논의한다.
이것이 곧 다양한 현상학적 환원을 통해 드러난 문제를 다루는 이론, 즉 현상학적 환원의 현상학이다. 물론 데카르트적 길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이 둘은 선험적 주관성(선험적 현상학)에 이르는 두 가지 출구일 뿐이다. 따라서『제일철학』을 통해 후설 현상학의 중기에 발표된『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제1권의 선험적 관념론과 후기에 쓰인『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이 서로 배척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는 1920년대 전후로 그의 사상에 전환(Kehre)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인식하는 주관과 인식되는 대상이 본질상 불가분의 관계인 ‘지향성’, 즉 ‘주관과 객관의 불가분한 상관관계’를 시종일관 분석해간 당연한 산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제일철학』1, 2는 후설 현상학을 ‘객관적 실재론 대 주관적 관념론’ 또는 ‘정적 현상학(분석) 대 발생적 현상학(분석)’, 더구나 ‘감성(pathos) 대 이성(logos)’이라는 단절된 도식의 틀로 이해하는 근본적 오류를 정확하게 바로 잡고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핵심적 연결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