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바흐부터 송창식까지, 재즈부터 국악까지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을 만큼 멋진 음악 이야기’
이 책의 저자 최정동은 꽤 오랜 시간 음악을 즐겨왔다. 정통 클래식으로 시작한 음악 감상은 점차 범위를 넓혀 이제는 국악, 재즈, 가요, 팝, 샹송 등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클래식’ 목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저자에게 클래식은 하나의 장르가 아닌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예술”이다. 소중히 간직해온 불후의 명반을 소개하며 직접 찍은 커버 사진도 모았다. QR코드로 음악 감상이 가능하고,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클래식 입문자뿐만 아니라 음악이 좋은 누구라도 쉽고 재밌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목차
내가 뮤즈를 만났을 때|프롤로그
1. 희망
촛불을 닮은 바이올린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시게티
‘고장난’ 음악으로 맞이하는 봄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혁명 또는 사랑 샹송 「버찌가 익어갈 때」
새벽 잠자리의 그녀 목소리 슈베르트 「바위 위의 목동」
천년의 슬픔 구스타프 말러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우리 곁의 프란치스코 프란츠 리스트 「두 개의 전설」
슈베르트에서 애국가로 음악 교과서의 변신
우상 바흐를 기리는 음악 쇼팽 「전주곡집」
방송에서 틀지 못한 이유 산울림 「그대는 이미 나」
무엇하러 슬픔을 숨길까 정경화의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무서운 연주 푸르트뱅글러의 베토벤 「합창」
여인의 뒤태 감싸는 아련한 첼로 영화 「화양연화」
사랑하면 온유해지나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조카의 선물 버스커버스커와 쇼팽
아름다운 고원, 젊은 사령관의 고향 캉틀루브 「오베르뉴의 노래」
같은 피아노, 다른 소리 글렌 굴드의 피아노
봄에 떠난 이별 여행 말러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음악을 꺼야 할 때 계곡이 들려준 것
2. 열정
장중한 가락에 감춰진 외설 조선 궁중음악 「수제천」
악기를 잊게 하는 소리 슈베르트 「환상곡」 D. 934
베토벤이 펼치는 비경 「디아벨리 변주곡」
자신이 작곡한 것처럼 피아니스트 마리아 유디나
베니스의 미로를 흐르는 정염의 선율 말러 「교향곡 5번」 아다지에토
여름밤 차가운 맥주와 그 리듬 속으로 『ELLA & LOUIS』
평범한 인간의 절망 모차르트 「그랑 파르티타」
‘한니발 루트’에서 만난 로드리고 「아랑후에즈 협주곡」
로마 황제의 무덤, 비극의 무대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드뷔시에서 바흐로 가야금 명인 황병기
둘이라야 행복하다 카를라 브루니 「Stand by Your Man」
글동무 손열음의 새로운 녹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내 음반을 연주해주세요, 나중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부탁
정밀하고 현대적인 연주 지휘자 조지 셀
베토벤의 달빛을 슬쩍 빌리다 쇼스타코비치 「비올라 소나타」
감당할 수 없는 열기에 뒷걸음치다 푸르트뱅글러의 슈만 「교향곡 4번」
잘 가요! 스코틀랜드 아가씨 턴테이블 린 손덱 LP-12
3. 사랑
우리를 위로하는 바흐의 슬픔 「바이올린과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
짧은 사랑, 영원한 이별 베토벤 「멀리 있는 연인에게」
귀신이 되살린 광인狂人의 음악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
병상의 진정제 마시티 「실내 소나타」
베토벤이 없어도 괜찮아 피아니스트 디누 리파티
순댓국밥집의 두 사람 윤정희와 백건우
칠레, 발레, 2박자 ‘운명의 여신’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우리가 몰랐던 헤르베르트 지휘자 헤르베르트 케겔
둘은 팍팍하고 넷은 산만하지만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대공」
두 악당이 만나면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영국해협의 악몽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은행나무가 보이는 카페에서 프랭크 시나트라의 「In the Wee Small Hours」
평생의 벗들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당송唐宋의 명시를 노래하다 덩리쥔의 『담담유정』
짧은 동행, 안타까운 기억 엘가 「첼로 협주곡」
옛 영국 민요가 조선 소년을 울렸소 본 윌리엄스 「그린슬리브즈」
붉게 물든 하늘, 가슴 시린 애잔함 언덕 위의 나팔소리
4. 우정
눈 내리던 그 겨울밤 속으로 송창식 「밤눈」
서소문에 울리던 비감한 선율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수호천사’에게 짜증이 난 걸까 리흐테르의 이탈리아 콘서트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함머클라비어」
때론 끌고 간다, 카라얀 스타일 베토벤 「삼중 협주곡」
피아노로 그린 인상印象 드뷔시 「영상」
영원한 이별의 예감 바흐 「사랑하는 형제와의 작별을 위한 카프리치오」
이베리아의 추억 에두아르 랄로 「에스파냐 교향곡」
동해 명태를 다시 먹고 싶다 우리 노래 「명태」
인간 예수의 외침 하이든 「십자가 위 구세주의 마지막 일곱 말씀」
용기를 내서 해야만 해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
사브, 볼보, 오베의 나라 스웨덴 음반사 프로프리우스
슬픈 모차르트를 위로하다 모차르트 「환상곡」 K. 475
잘 가라, 그대 김광석 「부치지 않은 편지」
책방의 방랑자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백악관 주인의 수준 파블로 카잘스의 백악관 콘서트
음악이 우리를 구원한다 모차르트 「론도」 K. 511
푸른 나무같이 순수한 아름다움 손열음의 편지
저자
최정동
출판사리뷰
최정동 기자님의 글은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처음 바흐 음악에 귀가 기울여지던 순간, 슈베르트와 계곡의 속삭임이 서로를 반주하는 것에 스르르 눈이감기던 순간, 시게티의 투박함에 왠지 마음이 이끌리던 순간들은 그림처럼 정지된 시간의 단면이 아닙니다. 마치 흐르는 음악과 같습니다.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가만히 멈춰 있는 줄 알았던 제 마음에도 작은 일렁임이 이는 것이 느껴집니다. 언제나 거기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그런데도 눈에 보이지 않는 순간순간마다 모습을 바꾸는 푸른 나무 같은 순수한 아름다움이 글 하나하나에 잘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그 아름다움이 따스한 햇살처럼 함께할 것입니다.
-손열음
음악의 여신 뮤즈가 내게 온 순간들
이 책은 저자가 수십 년간 수천 장의 LP 음반을 모으면서 음악을 즐긴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이 시간을 “음악의 여신 뮤즈를 만난 순간”이라고 표현하면서 그 순간들을 서정적이면서도 담백하고 위트 있는 에세이로 담아냈다.
책을 읽다 보면 음악이 궁금해질 독자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친절하게 QR코드를 삽입해 바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책을 읽는 동안 독서의 배경음악이 되어줄 것이고, 끝까지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가 완성될 것이다.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책이다.
여타의 클래식 음악책과 다른 점은 ‘클래식’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 틀을 넓히고 다양화했다는 점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클래식’은 “서양의 전통적 작곡 기법이나 연주법에 의한 음악으로 흔히 대중음악에 상대되는 말”로 쓰인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서양 전통 클래식으로 음악 듣기를 시작했지만 점차 그 범위를 넓혀 이제는 국악, 재즈, 가요, 팝 등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클래식’ 목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저자에게 클래식은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예술”이다.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언제나 사랑받아 마땅할 음악이 있을 뿐이다.
“클래식을 많이 듣지만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에 갇혀 있지는 않습니다.
클래식은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예술입니다.
송창식, 빌 에번스도 당연히 클래식입니다. 국악도 빼놓을 수 없지요.”_9쪽.
책에는 바흐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정통 클래식 작곡가들은 물론이고, 몇 백 년 후 ‘제2의 베토벤’으로 불릴 현대 작곡가와 지휘자, 연주자까지 망라하고 있다. 「화양연화」「붉은 돼지」등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미스터 션샤인」의 OST로 쓰인 뉴에이지, 샹송, 올드 팝도 함께한다.
음악가와 곡에 얽힌 이야기는 물론이고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겨 있다. 우리 가곡「명태?,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연주곡을 소개할 때는 개인적 추억담도 꺼내놓았다.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의 어디를 펼치더라도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을 만큼 멋진 음악 이야기’가 독자들을 기다린다. 클래식 입문자뿐만 아니라 음악애호가라면 누구라도 쉽고 재미있게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일간지 보도사진 기자인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은 사계절 분위기에 맞춰 희망, 열정, 사랑, 우정이라는 테마로 담겼다. 전국을 넘어 세계 곳곳을 오가며 찍은 생생한 사진은 글과 어우러져 마치 음악을 들으며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감성 충만한 LP의 세계로
최근 음악애호가들을 중심으로 LP(long-playing record) 바람이 불고 있다. 저자 최정동은 “LP는 가청 주파수 음역대만을 담은 CD보다 자연스럽고 풍성한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더 음악적”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오랜 시간 공들여 관리하며 들어온 불후의 명반을 소개한다. 직접 찍은 커버 사진을 모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음악다방을 드나들며 LP로 음악을 들었던 7080세대는 그 시절 추억에 젖어들 수 있고, 옛 음악이 궁금한 젊은 독자들은 레트로 감성에 빠져들게 된다. 모든 세대가 언제 들어도 좋을 음악을 듣다 보면 행복감에 미소 짓게 될 것이다.
역사와 음악의 환상적인 콜라보
저자는 오랜 시간 역사 기행과 음악 듣기를 즐겨왔다. “역사를 읽으면 현장을 거닐고 싶고, 음악을 들으면 예술가의 체온을 느끼고 싶다”고 한다. 그간 이 둘을 주제로 몇 권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으며, 이번 책에도 그 여정이 일부 담겼다. 아름다운 음악이 인문학적 지식과 어우러져 더욱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특히 로마제국에 특별한 애정이 있는 저자는 로마와 카르타고가 벌인 한니발 전쟁 루트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아랑후에즈 협주곡」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Joaquin Rodrigo, 1901-99)를 만난다(135쪽). 에스파냐 시골마을 사군토(Sagunto)는 한니발 전쟁의 방아쇠가 당겨진 곳으로 로드리고의 고향이다. 세 살 때 두 눈이 먼 로드리고는 「마법사의 제자」작곡가 폴 뒤카(Paul Dukas, 1865-1935)에게 사사받고 세계적인 작곡가가 된다.
카이사르가 건넌 도버해협을 체험하고 싶어 떠난 길에서는 영국의 ‘덩케르크 철수작전’과 영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 짓는다(235쪽).
당시 저자가 탄 배 이름은 프랑스 작곡가 이름과 같은 ‘베를리오즈’였다. 저자는 도버해협의 거친 파도를 만났을 때 ‘베를리오즈’ 갑판 위에서 그의 「환상교향곡」을 떠올린다. 지독한 사랑에 빠진 남자가 환각 상태에서 여자를 죽여 단두대에서 처형당하는 내용의 강렬한 곡이 눈앞의 넘실거리는 파도에 맞춰 귓가를 맴도는 듯하다.
독재자를 사로잡은 개성 강한 음악가
구소련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유디나(Maria Yudina, 1899-1970)는 자신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는 남자에게 권총 결투를 신청할 만큼 개성이 강한 음악가였다. 남자의 사랑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연주는 스탈린을 감동시켰다. 유디나의 모차르트「피아노 협주곡 23번」연주를 들은 스탈린이 음반을 원하자 지휘자를 세 번 교체하면서 하룻밤에 LP를 만들어낸 일화는 독자들의 가슴을 졸인다. 스탈린의 금일봉을 쿨하게 거절하는 유디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멋짐’ 그 자체다(119쪽). 스탈린이 죽은 채 발견되었을 때 그의 턴테이블에는 유디나의 음반이 올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밖에 나치 정권 하에서 살아간 지휘자 푸르트뱅글러(Wilhelm Furtwangler, 1886-1954)의 감동적인 베토벤 교향곡「합창」연주(63쪽)와 냉전시대 피아노 연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리흐테르(Svyatoslav Teofilovich Rikhter, 1915-97)의 흥미진진한 일화(279쪽)와 아름다운 음악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