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공시생 40만 명 시대에 바늘구멍 뚫듯 힘겹게 입사!
…했지만 조직 문화가 극도로 경직되어 있다면?
퇴사보다는 슬기로운 대처를 택한 젊은 공무원의 기록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무려 40만 명을 넘어선 요즘(2019년 기준). 당당하게 합격하며 인생의 힘든 시기가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공무원 조직에 몸담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으니!
‘조직이 우선이다’ ‘튀면 찍히고 찍히면 끝이다’라는 말이 사훈처럼 떠돌며 조직을 위한 희생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부서장이 새로 부임할 때마다 수립된 ‘5대 사업 추진전략’ ‘○○기본계획’은 용두사미로 끝나기 십상인 이곳은 바로 대한민국 공무원 세계. 민원인들은 “공무원이 바쁠 이유가 뭐 있냐”며 느린 업무 처리를 답답해하지만, 공무원들은 내부에서 처리해야 하는 온갖 형식적인 일들로 업무 과부하에 걸린다. 줄간격과 띄어쓰기 등 형식이 굉장히 중시되는 보고 체계와 의미 없는 회의가 계속되는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리둥절한 젊은 공무원의 조직 생존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조직 생활로 고군분투하는 20·30세대 직장인이 공감할 일화가 여럿 담겼다. 브런치에서 [요즘 공무원 녀석의 고백]이라는 타이틀로 연재되며 150만 뷰를 기록한, 어느 젊은 공무원의 일상 에세이.
목차
프롤로그 저는 대한민국 공무원 스티브입니다
1. 소오속감을 가지라고 하시면
고백하자면 저는 공무원이 되기 두려웠습니다
전국의 상사분들께 드리는 글
소속감은 그렇게 생기지 않아요
업무수첩 대신 옥스퍼드 노트를 쓰겠습니다
“대체 공무원이 바쁠 이유가 뭐 있나?”
공무원에게 민원인이란
무얼 하기보다 무얼 안 할 수는 없을까
갑자기 첫 출장
재미와 B급 공무원
옷장에 검은 옷만 가득한 이유
무모했던 어떤 시도에 관하여
공무원인데 SNS를 해도 괜찮을까요?
상시학습과 벼룩과 물고기
나는 어떤 상사가 되고 싶은가
정시에 퇴근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2. 일단 버텨보겠습니다
적어도 3년
공무원의 월요일은 이렇습니다
밥을 마시는 습관 따위
건배사의 숙명
바쁜 자리는 없어도 바쁜 사람은 있다
칭찬은 공무원도 춤추게 한다
친구 이야기 : 초심을 잃지 않는 법
공무원, 텔레비전, 책임감
공무원에게 전문성이란 말이죠(흠)
이왕 직장생활 하는 거
맞벌이를 하기 전에 알면 좋은 한 가지
공무원 인사이동의 비밀
이번 주는 유연근무를 해도 될까요?
공무원이 공무원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3. 조직 밖에서, 나와 마주하기
커피를 얼마나 더 마셔야 정년이 올까
신림동을 지날 때마다 하는 말
공무원 시험과 그 후
자소서 포비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결혼생활이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1인 사회적 기업의 대표 해보길 잘했다
최고가 되는 삶이 최선일까
대체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이기에
공익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에필로그 글 써서 좋을 건 없지만 그래도 씁니다
저자
김응준
출판사리뷰
현실적으로 퇴사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 속에서
“슬기롭게 생존해나가겠습니다!”
처음 직장에 들어와 놀란 게 있다. “소속감을 가지세요”라고 말하면 소속감이란 게 으레 생길 거라 믿는 어른들이 너무 많아서다. 행여나 오해는 마시라. 여기서 말하는 소속감이란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가에 봉사하고 헌신하는 소속감이 아니라 조폭 세계의 상명하복 문화에 가까운 것이다. 이런 어른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내가 초임 시절에는 말이야”라는 말로 시작되는, 딱히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바빠 죽겠는데 브레인스토밍을 하자며 불러 모아놓고 말이다. 소속감을 가지라는 말이 ‘열심히 일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라’라는 말로 들린다면 좀 삐딱해 보이겠지만 그것도 현실(사무실)에서는 사실이다. 아무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시간이 가급적 빨리 끝날 수 있도록 표정은 자연스럽게, 고개는 가끔 격하게 끄덕이기다.
_「소속감은 그렇게 생기지 않아요」 중에서
대한민국에서 변화가 가장 느리다고 알려진 공무원 조직에서 저자는 자기만의 생존 방식을 만들어나간다. 소속감에 대한 일장 연설이 이어질 때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것처럼 말이다. 어김없이 월요일이 찾아와 월요병에 허덕일 때, 점심 한 끼는 정말 맛있는 메뉴를 택한다. 조금 비싸더라도, 그래야 오후에 조금 더 기분 좋게 업무를 해나갈 수 있으니까. 또한 불필요한 야근은 하지 않고 정시퇴근하여 오롯이 쉴 수 있는 4시간을 사수한다. 그래야 다음날 피곤하지 않은 상태로 일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조금은 덜 고통스럽게 조직 생활을 버텨나갈 방법을 하나씩 찾아 나간다.
소소해서 지극히 현실적인 조직 생존기를 읽으며 지어지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작정 조직이 싫은 것은 아닙니다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
저자는 단순히 ‘꼰대 문화’를 비아냥거리거나 투덜거리지 않는다. 이왕 하는 일, 좀 더 유의미하고 재미있는 일을 해나가고 싶다. 보여주기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대책 없이 추진하거나 형식에만 얽매여 무의미한 일만 반복하기보단, 사회에 진정으로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순 없을까, 하고 고민하기도 한다.
물론 내게도 새로운 일을 벌이라는 압박이 온다. ‘지금 하는 일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데…’라며 속으로 불만을 터뜨리다가도 일종의 의무감이나 ‘적어도 남들 하는 만큼은 하자’는 생각에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가 있다. 아무래도 조직에서는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며 자료를 만들고 보고하고 뛰어다녀야 “오, 저 친구 열정이 있군”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나도 그런 인간일 때가 있으니 일을 만들어내는 서로를 비난하거나 원망할 생각은 없다.
다만 조직 전체가 경쟁하듯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일이 반복되는데 그것이 장기적으로 괜찮을지 나로서는 고민하게 된다.
_「무얼 하기보다 무얼 안 할 수는 없을까」 중에서
또한 진심 어린 마음으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여러 동료의 모습을 접하며 저자는 ‘책임감’을 되새기기도 한다. 아무리 밥벌이라지만, 누군가에게, 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보람이 힘겨운 조직 생활을 버텨나갈 원동력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일상에 지쳐 무뚝뚝하게 업무를 하다가도 초심을 되새기게 하는 민원인과의 일화, 뉴스에 관련 분야 이슈가 보도되면 귀를 쫑긋 세우고 관심을 보이는 가족들의 모습 등. 저자는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의미를 되새기며 공익, 선과 악 등의 추상적인 개념들도 생각해본다. ‘철밥통’으로 일컬어지며, 불친절하고 무사안일한 모습으로만 비치던 공무원에게도 수없이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무원으로서의 4년이란 시간이 내게 준 선물이 있다. 사회를 전과는 다른 더 큰 맥락에서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일의 결과만 보지 말고 어떤 조건이 더해지고 덜어지는지 과정에 집중해야 개인의 개별적 삶이 고려될 수 있기 마련이다. 모든 일에는 사람의 이해와 욕망이 중첩되고 교차되어 있다. 그래서 공익을 하나의 절대적인 가치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 가끔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을 함부로 남용하거나 ‘공익’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며 일을 밀어붙이는 동료와 상사를 경계하게 된다.
_「공익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그 밖에도 인사이동을 비롯해 출장과 일과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공무원들의 일상 모습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 공직 사회에 입성하기 전 미리 알아두면 좋을 소소한 팁들도 얻을 수 있다. 젊은 공무원을 비롯한 여러 젊은 직장인들은 재미와 공감을, 중년 이상 관리자들은 젊은 조직원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는 단 한 권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