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바이러스가 만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근본적 성찰
‘고립하는 나’와 ‘연대하는 우리’가 함께 만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방역과 경제경영 분야의 관점을 넘어 코로나 시대를 역사적, 정치적, 사회학적, 철학적 관점에서 복합적으로 사유한 책. 인간 욕망에서 사회 시스템까지 전방위적으로 코로나 시대를 분석하고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위기와 변화의 본질을 꿰뚫으며 미증유의 팬데믹에도 지속가능한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 성찰한다. 팬데믹의 균열과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인문학적인 자세로 ‘고립하는 나’ 사이의 연대를 제안한다.
목차
들어가며-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인문학적 노력
1부 코로나 이전
1장 세계를 바꾼 전염병
흑사병 없이는 ‘로미오와 줄리엣’도 없었다
로마황제도 피해갈 수 없었던 대역병
역사의 변곡점이 된 흑사병
흑사병이 자본주의를 열었다?
2장 인간의 탐욕을 이용해온 전염병
‘마르세유 페스트’는 인재다
맬서스 트랩 vs. 페스트 트랩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출현
몽테스키외는 ‘맬서스 트랩’을 알았을까
2부 코로나 시대
3장 마스크는 보건용품이자 정치의 장이다
미국인이 마스크 착용을 기피하는 이유
마스크 잔혹사
마스크의 정치학
한국인 마스크 착용의 사회심리학
4장 코로나 블루와 ‘고립된 나’의 재발견
예배당이 바이러스의 온상이 되다
자기만의 방
코로나 블루와 ‘고립된 나’
타인이 지옥
타인을 위한 존재로서 ‘고립하는 나’
5장 약한 고리를 노리는 코로나
짐바브웨의 금수저와 한국의 취약계층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사회적 면역력이 낮은 계층에게 더 가혹한 코로나 시대
사회보험이라는 면역
6장 팬데믹이 창궐하면 인포데믹도 기승을 부린다
팬데믹 못지않게 무서운 인포데믹
바이러스처럼 인포데믹도 변이한다
언론 상업화와 ‘직접언론’
혐오와 무지를 먹고 자라는 인포데믹
7장 팬데믹 극복만큼이나 시급한 기후 위기 대응
위생에 필수품이 되어버린 일회용품
‘지평의 비극’을 부술 수 있을까
Z세대는 세계시민으로 각성할 수 있을까
8장 팬데믹 시대, 세계화는 멈출 것인가
자본의 세계화, 바이러스의 세계화
탈세계화와 역세계화
새로운 세계화를 모색할 때
고통을 분담하는 세계시민주의
9장 ‘콘택트’ 없는 ‘언택트’는 디스토피아
코로나로 기회 잡은 쿠팡
대세로 자리 잡은 브이커머스
얼굴인식으로 물건 사는 세상
드론에서 엿보이는 언택트의 딜레마
비대면 세계의 등장
언택트라는 콘택트
나오며-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류는 무엇을 희망해야 하는가
참고문헌
저자
안치용 (지은이)
출판사리뷰
코로나 사피엔스를 위한 인문학
바이러스가 만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근본적 성찰
“분명한 사실은 근대의 질주가 좌초하고 근대성의 패러다임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식의 한가한 기존 논의 틀로는 해명되지 않을 미래가, 공포영화의 괴물처럼 상상하지 못할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덤벼들고 있다는 뜻이어서, 인류는 수사修辭가 아니라 정말로 진화의 최종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들어가며’ 중에서, 5~6쪽)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치명적 일격을 가해 대전환이라고 불릴 만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눈에 보이는 변화뿐만 아니라 세계와 인간 존재를 지탱해온 가치, 사상,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다. 동시에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쌓인 모순이 한꺼번에 표출되어 인류는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곤경을 겪고 있다. 이제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수동적으로 견디고 빠르게 대처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근본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이번에 출간된 『코로나 인문학』은 팬데믹의 원인과 변화상을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팬데믹으로 드러난 균열과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인문학적인 자세를 제안한다. 방역과 경제경영 분야의 관점을 넘어 코로나 시대를 역사적, 정치적, 사회학적, 철학적 관점에서 복합적으로 사유한 최초의 책이다.
저자 안치용은 경제학, 경영학, 신학 등 여러 분야를 꾸준히 공부해왔다. 학문적으로 지식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을 깊이 응시하며 문학, 영화, 페미니즘, 현실정치 등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이자 한국 CSR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저자는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관련 의제로 토론하고 공유하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여왔다. 저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불가역적이고 세계사적인 사건이라고 정의하며, “인류는 근대를 넘어서는 획기적인 비약을 이루거나 아니면 근대 이전으로 추락할 것이며 극단적으로는 문명 종언의 길에 접어들 개연성을 배제하지 못한다”(6쪽)고 단언한다.
저자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 인간 욕망에서 사회 시스템까지 전방위적으로 코로나 시대를 분석하고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위기와 변화의 본질을 꿰뚫으며 미증유의 팬데믹에도 지속가능한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 성찰한다. 이 책은 코로나19라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는 우리의 의지를 다지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 면역력을 위한 비판적 사유
이 책은 총 2부 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코로나19 이전에 인류 문명에 변곡점을 만들어낸 전염병의 역사를 개관한다. 흑사병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지만 인류는 흑사병을 겪으며 종교개혁과 자본주의로 가는 문을 열어 근대로 진입한다.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인간의 탐욕은 전염병과 조우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생명을 잃게 만들었다. 18세기 마르세유의 권력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흑사병 지역에서 출발한 배를 격리하지 않아 도시가 초토화된 사건을 예로 들며. 타인의 목숨까지도 비용으로 계산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비판한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흑사병의 시대에도 있었지만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타인의 생명을 계량화하고 자신의 이익을 우선으로 여긴다.
2부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단초를 찾아내며 코로나 시대를 총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여 시위가 일어났다. 왜 미국인들은 마스크 착용을 기피할까?(3장) 한국의 확진자 이동 동선 공개를 비난했던 서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금지령과 봉쇄령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위했다. 선진국이라 불리던 나라가 방역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건을 위해 이동할 권리를 얼마나 제한할 수 있을까?(4, 5장) 초고도 연결사회에서 개별 국가는 탈세계화, 역세계화 등 한계가 드러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언택트는 어떻게 가능할까?(8장) 비대면 결제, 브이커머스 등 언택트 기술은 끝없이 진화하고 있지만 늘어난 택배 물량을 감당하다 택배 기사가 과로사하고 드론은 감정 없이 인간을 쏠 수도 있다.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킬 수도 있는 언택트의 딜레마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9장)
코로나19의 파괴력을 증폭시킨 주체는 바로 우리 인간이다. 40년 이상 세계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 가치는 국가를 허약하게 만들고 공공성을 허물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정부가 얼마나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 취약하고 다수를 지키기 위해 약자를 잔인하게 버릴 수 있는지 꼬집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국가와 세계체제를 완전히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팬데믹의 혼돈과 인간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때로는 전체 구성원의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주의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 사례로 전 세계에서 지급한 재난기본소득이나 한국의 공적 마스크 제도를 언급한다.) 치명적인 불평등의 요소를 끊임없이 제거하면서 사적 소유와 공공성을 균형 있게 지키는 건전한 시장자본주의를 제안한다.
이 모든 통찰의 기반이 되는, 진보와 몰락의 기로에 선 인간이 절대로 빠뜨리지 말아야 할 원칙은 우리는 “타인을 위한 존재”로서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좋은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지 말고는 나머지 모든 것이 좋은 변화에 적대적이다. 좋은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당장은 좋은 변화의 의지를 확인하고 다지는 일이 급선무이고, 의지의 연대, 글로벌하고 문명사적이며 세계시민적인 연대를 구축하는 데 진력해야 하지 않나 싶다. ‘타인이 지옥’일지 모르지만, 인간은 ‘타자를 위한 존재’로서 인간이라고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들어가며’ 중에서, 6쪽)
타인이 지옥이 되어버린 감염의 일상
미증유의 팬데믹에도 지속가능한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바이러스가 뒤바꾼 세상에서 우리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참석이 두렵고 가까운 지인을 만나 악수하는 일이 꺼려진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가 말한 ‘타인이 지옥’이라는 개념은 코로나 시대의 사회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타인이 지옥’이 된 코로나 시대에 일상적으로 강제되거나 권장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는 ‘고립된 나’라는 현대인의 숙명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한다. 그러나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고립하는 나’는 바이러스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고립된 나’와는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인간이다.
저자는 차분한 시선으로 ‘타인이 지옥’이 되어버린 세상을 들여다보고 팬데믹의 균열과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고립하는 나’와 ‘연대하는 우리’가 함께 만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말한다.
“코로나19를 통해 더 실감하게 되었듯, 물론 타인은 지옥이지만 공동체적 연대를 통해 인간이 타자를 위한 존재로 끊임없이 변신을 꾀한다면 ‘타인지옥’의 숙명론에서 탈피할 일말의 희망을 품을 수도 있지 않을까.”(102쪽)
바이러스를 물리치려면 백신과 치료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수다. 이는 ‘고립하는 나’를 전제로 하고 “‘타자를 위한 존재’로서 공동체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끊임없이 각인시키는” 논의를 통해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팬데믹을 받아들이는 인간이 어떤 의지를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감염과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좋은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다. 저자는 인간 존재의 최종 심급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는 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