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살아 있어서 고맙다,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김재진 시인 그림 에세이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사랑의 언어
깊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달을 향해 걷는 시인 김재진. 자신의 그림 속 달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처럼 때로는 시로, 때로는 소설로, 때로는 그림으로 삶의 슬픔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그려내어 수많은 이들을 위로해온 그가, 자신을 위로해준 상처와 위안의 기록을 담은 그림 에세이 『바람에게도 고맙다』를 출간했다. 시인은 오래 간직해 온 하고 싶은 말을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전하며,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로도 고맙고 벅찬” 순간들을 노래한다. 고요히 날아올라 묵직하게 내려앉는 시인의 독백은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깨달음이 되고, 서로를 일으키는 사랑의 마음이 된다. 정목 스님, 유경희 미술평론가가 추천의 글을 붙였다.
“세상에 저 혼자 살 수 있는 생명이 어디 있으며 서로 도움받지 않고 홀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눈을 감고 숨 쉬어 본다. 온몸이 더 먼저 느낀다. 존재한다는 것의 고마움을.” _정목 스님
목차
작가의 말
1부 하고 싶은 말이 있네
첫 생각 / 남은 거리 / 새벽에 용서를
반짝거리는 / 사람 / 불면
좋아한다 / 동백 낙화 / 음악에 붙여
에스프레소 / 인생의 나날 / 잠들기 전에
사계절 / 가을에 눕다 / 강
항구 / 편도 / 유배지에서
무심한 날들 / 단순한 삶 / 그림의 문장
고요한 기쁨 / 작가 / 고요의 깊이
망각 / 연민 / 돈
자유인 / 세상의 공격 / 존재할 수 있는 시간
나 / 밀레의 시간 / 기도
새봄 / 은발 / 그물코
낙서 / 간다 / 올리다
멘토도 멘토가 필요하다 / 물고기 풍경 / 바이엘 / 인생 여행
2부 사라져서 아름다운
혼자 가는 여행 / 해 뜨기 전 /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바닥 / 날개 / 전생
삶의 가르침 / 사라져서 아름다운 / 다른 별
배신의 드라마 / 상처와 이해 / 고통과 저항
우아하지 않게 / 기회 / 타인의 별
사랑이 끝날 때 / 이별 / 소유
무관심 / 치명적인 사람 / 상처의 향기
버림 / 적에게 감사 / 치통
이별 뒤 / 슬픔의 다섯 단계 / 둥근 평화
좌탈입망 / 결핍과 성취 / 부자
장작을 태우며 / 슬픔의 절제 / 존재의 표면 긁기
기다림 / 열탕과 냉탕 / 보석
양심과 등대 / 양치 / 통
나무와 그늘 / 버려서 얻는 만족 / 모르는 곳으로의 여행 / 산다는 것
3부 바람에게도 고맙다
아름다운 사람 / 무작정 용서 / 내 인생의 콩쿠르
부족한 사람 / 회귀 / 패랭이길에 살다
별 / 고전적인 사랑 / 바람에게도 고맙다
장미의 가치 / 부메랑 / 한 마디에 천 냥
봄눈의 커튼콜 / 언어의 옷 / 까뮈와 예술가
다 지나간다 / 무소유 / 마음의 온도를 올려라
보고 싶은 얼굴 / 위안 / 마음 배터리
책 향기 / 사랑받고 싶어서 / 일
고립과 연결 / 미래 / 영광의 그늘
달에서 비박 / 착각과 환멸 / 손가락질
중심 / 시간의 길이 / 희로애락
세라비c’est la vie / 건조한 영혼 / 인기
달콤한 치유 / 꽃이 다시 피듯 / 짐승
이익의 균형 / 화살의 방향 / 세월이 가면
사랑한다 / 간절함 / 완벽과 흠
가짜 메시지 / 없다 / 아끼고 싶은
수록작품 목록
저자
김재진 (지은이)
출판사리뷰
삶을 위로하는 시인 김재진이
그림으로 전하는 말
김재진 시인에게 슬픔과 상처는 아름다움과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그는 197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작가세계〉 신인상에 소설이 당선되며 40년이 넘는 시간 글을 썼다. 삶의 상처를 가장 간결하고도 아름답게 길어 올린 그의 작품은 많은 이들의 마음 깊은 곳을 파고들며 ‘가장 오랜 시간 읽히고 사랑받은 시집’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후 벽에 입을 그려 달라는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청을 계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인은 첫 개인전을 열어 ‘삶을 위로하는 그림’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전시한 그림이 전부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바람에게도 고맙다』는 시인이 쓰고 그린 134편의 글과 45점의 그림을 섬세하게 담아낸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무구한 아이처럼, 맹렬한 청년처럼 그림과의 사랑에 푹 빠져” 그려낸 그의 그림은 한계 없는 상상력과 자유로움을 증명하듯 눈부신 색채를 뽐내며 우리의 마음을 오랜 시간 일렁이게 한다. 슬프기도 때로는 그저 기쁘기도 했던 삶에게 고마움을 담아, 자신과도 닮은 자유로운 바람을 빌려 오래도록 하고 싶었던 말을 이 책으로 전한다.
“고맙다. 살아 있어서 고맙고, 밥 굶지 않아서 고맙고, 크게 노래를 불러도 방해받지 않는 외딴집이 있어서 고맙다.” _〈바람에게도 고맙다〉
마음의 폐허에
다시 샘이 솟을 때까지
시인의 그림에서는 유달리 ‘밝은 달’이 자주 모습을 보인다. 들판에 누운 채로 바라보기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자유로이 날아 향하는 대상이기도 한 이 달은, 시인의 간절한 마음처럼 모든 존재를 고루 밝게 비춘다. 시인은 “아무리 하잘것없는 인생이라 해도” “앵콜 한 번 받지 못한 객석의 삶이라도” 존재의 이유와 가치가 있음을 힘주어 말하며, 빈 몸으로 울고 있는 수많은 삶들을 묵직하게 위로한다. 삶은 때로는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 같을 때”도 있지만 “홀연 모든 것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때”도 있지 않냐며 자기 몫의 생을 버텨내는 이들을 고요히 응원한다.
시인이 하는 일, 그는 이렇게 정의한다. “마음의 폐허에 다시 샘이 솟고, 새가 돌아오도록 기다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그래서 그의 시에는 슬픔과 상처에 매달려 있던 마음을 쉬게 만드는 힘이 있다. 때로는 실패와 좌절에 주저앉기도 하지만 “굴곡 많은 인생에선 배울 것이 많”으니, 실패를 “삶의 방향을 수정할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인생의 나침반 삼아 남은 삶을 향해 걸어가자며, 우리의 삶을 빛나는 달에게로 이끈다.
“상처도 저토록 황홀한 것이 있다.” _〈기린과 황혼〉 그림에 붙인 말
바람에게도 고맙다,
사랑에 의해 세상은 유지된다
시인은 “깨어 있는” 모든 삶을 향해 자비와 연민의 마음을 보낸다. 그에게는 “개도, 고양이도, 들판의 풀과 꽃, 소낙비”도 살아 있는 것들로, 모두 “슬픔을 멀리하고 행복”을 구하는 존재이다. 시인은 “미움과 비난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아픔을 용서로 바꿀 수 있는”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의 에너지가 우리의 삶을, 생명력을 강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함께 존재하는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아무것도 아닌 자신이 아니라 마음에 “거인”이 있는 강인한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시인을 따라 두려움 없이 훨훨 세상 위로 날아가자. 슬픔도 아픔도 사랑도 아름다움도 있는 삶이라는 달을 향해. 겨울의 시련을 뚫고 솟아오르는 새처럼 자유롭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세상과 연결된 나를 잃어버렸을 때, 그때는 묵묵히 기도할 때다. 비로소 내 안의 거인을 부를 때가 된 것이다.” _〈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