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트럼프 시대의 혼란,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이 시대 최고의 통합사상가 켄 윌버의 논평을 통해
갈등의 ‘진짜’ 진원지를 찾는다
트럼프는 절대 악인가? 세상의 모든 분열과 반목은 그가 가져온 것일까? 힐러리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한심한 것들’이라고 불렀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것은 친 트럼프 세력이 아니라, 그들을 혐오하고 질타하던 반 트럼프 세력의 오만 때문은 아닐까?
세계적인 ‘통합사상가’ 켄 윌버가 트럼프 당선 이후 전 세계에 퍼진 ‘탈진실(post-truth)’과 ‘가짜뉴스’ 시대의 혼란에 대해 새로운 관점의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국민의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혐오하고 극단적인 탈근대주의자들이 대학과 학계를 장악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저자는 트럼프 시대의 혼란을 가져온 ‘진짜’ 원인을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반 트럼프 진영의 우월의식과 정치적 공정성이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멸시를 부추김으로써, 트럼프 시대의 갈등양상을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켄 윌버는 인간의 의식과 신체 수준이 특정한 패턴과 발달 단계를 따른다고 보고, 각 단계를 상징적인 색(color)으로 설명한다. 현대 인류가 가진 가장 앞선 단계의 수준은 ‘녹색(green)’이며 ‘포용성’과 ‘다양성’, ‘상대적 진리’ 등을 특성으로 지닌다. 그러나 이 수준이 자기반성과 교정을 중단하고 변질되면, 우월성과 위계주의를 가지는 ‘붕괴된 녹색’으로 왜곡될 수 있다. 이 ‘붕괴된 녹색’이 바로 앞서 말한 반 트럼프 진영의 성향이다.
세계의 지식인들이 트럼프 당선을 개탄할 때, 저자가 인터넷에 잠시 게시했던 글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탈진실 시대’에 대해 켄 윌버가 던지는 새로운 물음이자 해법이다. 이를 통해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가운데 하나로 추앙받는 켄 윌버의 통합이론이 정치·사회적으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볼 수 있다.
목차
해제
용어·개념 풀이
독자들께
1부 개관
1 탈진실의 시대
2 끝없이 확장되는 계단
3 탈진실 문화의 탄생
2부 영역
4 르상티망: 진실도 없고 일자리도 없다
5 반 녹색장의 파동
6 억압의 주요 원인과 치료
3부 가까운 미래
7 우리는 여기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8 지배자 위계와 성장 위계
9 녹색이 배워야 할 교훈
10 또 다른 길: 참된 통합
옮긴이의 말: 진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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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켄 윌버
출판사리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전후로, 정치·사회적인 온도가 급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에 격렬한 반목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적 성향만이 아니라 성별, 세대, 민족 및 인종 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결의한 ‘브렉시트’가 있었다. 그보다 앞서 스코틀랜드는 분리독립을 꾀했다가 실패했고, 최근에는 스페인 카탈루냐 주 분리독립이 진행중인 이슈다. 지금 세계에는 통합과 연대보다는 분열과 갈등이 넘쳐나고 있다.
트럼프와 탈진실의 세계
트럼프 시대를 가장 잘 묘사해주는 것은 아마도 ‘탈진실(post-truth)’일 것이다. ‘탈진실’은 2016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선정한 ‘올해의 단어’로, 실제 일어난 일보다 개인적인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현상이다. 곧, 진실과 사실이 이전보다 덜 가치 있게 되어버린 상황을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가짜뉴스’와 ‘대안적 사실’이라는 개념도 이해할 수 있다. ‘가짜뉴스’는 말 그대로 허위 사실이 뉴스의 형태를 빌려 신뢰성 있는 정보로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것도 가짜뉴스의 대표적인 예다.
‘대안적 사실’은 트럼프 취임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취임식 참석 인원이 오바마 때보다 훨씬 많았다는 미국 정부 발표의 신뢰성에 대해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고문이 내놓은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그는 거짓을 말한 게 아니라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을 제시한 것뿐.”
이러한 ‘탈진실’ 사태의 확산에는 글로벌 IT기업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검색엔진 등을 통해 하루에도 수십 만 건의 가짜뉴스들이 생산, 유통된다. 가장 큰 문제는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개인들의 접근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누구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진실처럼 포장한 가짜뉴스들을 만들고 확산시킬 수 있다. 트럼프 시대의 가장 큰 문제인 다양한 집단 간의 갈등과 혐오는 이러한 가짜뉴스를 바탕으로 더 심화된다.
이 책은 ‘탈진실 시대’에 대해 켄 윌버가 던지는 새로운 물음이자 해법이다. 다른 학자나 전문가들의 논평과는 사뭇 다른 그의 논지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붕괴된 녹색’의 인류
켄 윌버는 ‘통합이론’을 통해 독창적인 ‘발단 단계’를 선보인다. 이것은 인류 의식이 발달해 온 과정을 설명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의식 또는 사회의 각 발달 단계마다 상징적인 색(color)으로 특성을 설명한다. 원시 부족 사회의 단계는 ‘크림슨’, 봉건시대의 맹신적이고 권력지향적인 단계는 ‘적색’, 청교도 시대의 미국처럼 법과 질서가 강조되는 단계는 ‘청색’, 산업시대의 과학적, 성취 지향적, 물질적 성향의 단계는 ‘오렌지색’에 해당한다.
현대 인류가 도달한 의식 발달의 최첨단은 ‘녹색’이다. ‘녹색’은 ‘포용성’ ‘다양성’ ‘상대적 진리’로 표현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상징한다. 켄 윌버에 따르면 ‘녹색’ 포스트모더니즘 수준의 인류는 포용과 다양성을 통해 연대와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동시에 아집과 우월의식으로 다른 집단의 사람들을 억압할 수 있는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녹색의 순기능이 왜곡된 ‘붕괴된 녹색’이다.
붕괴된 녹색은 교조적이다. 세상의 모든 차별과 혐오를 철폐하라고 하지만, 동시에 자신들만의 새로운 위계질서를 구축한다. 이는 녹색의 본래 성향과 모순되는데, 모든 진리의 상대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오히려 하나의 도그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편견과 차별을 지양한다는 명목으로 ‘정치적 공정성’을 남용하거나, 특정 집단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낙인을 찍기도 한다. 왜곡된 녹색의 횡포는 또 하나의 ‘억압’이 된다.
무엇이 트럼프 시대를 불러왔는가
힐러리는 선거 유세장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을 ‘한심한 무리들(basket of deplorables)’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은 트럼프의 공약과 논리에 설득된 이들뿐만 아니라, 반 트럼프 진영의 ‘건강하지 않은’ 모습에 질린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힐러리 지지자들을 포함한 ‘녹색’ 사람들은 자신들만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면서 억압적인 태도를 취했다. 더불어 상대편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함으로써 포용성과 다양성, 상대적 진리를 상실한 ‘붕괴된 녹색’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결국 트럼프를 당선시키고 그에 따라 ‘가짜뉴스’나 ‘탈진실’이 만연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녹색의 붕괴였다.
트럼프 시대를 관통하는 모든 문제의 핵심에는 이 ‘붕괴된 녹색’이 존재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정치적 공정성’을 바탕으로 다른 견해를 가진 집단을 폄하하고 억압함으로써 갈등을 심화시키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오히려 문제의 핵심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류가 언젠가 진정한 통합을 이루고 영적인(spiritual) 성장의 혁명을 이루리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붕괴된 녹색’의 횡포를 즉각 중단하고, ‘녹색’이 지닌 진정한 가치, 즉 포용과 상대성을 되살려 집단 간의 화합을 이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회를 통해 보는 켄 윌버의 사상과 이론
이 책은 켄 윌버가 이룩한 장대한 사상을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른 저작과는 다르다. 학술서가 아니라 당면한 시국에 대한 논평과 권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이라 여기기 쉬운 그의 통합이론이 정치·사회적 사안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생생히 볼 수 있도록 해주며, ‘AQAL’과 ‘스파이럴 다이내믹스’라는 두 가지 기본 개념만 익히면 더욱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번역판에서는 국내 전문가가 따로 ‘해제’와 ‘용어풀이’를 추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