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도끼 ·더콰이엇 ·빈지노 ·팔로알토 ·제리케이 ·스윙스
허클베리피 ·산이 ·딥플로우 ·JJK ·타이거JK ·MC메타
최고가 만들어낸 최고의 것, 그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 12인이 말하는 “내 힙합의 모든 것”
힙합. 삶의 태도이자 방식으로서의 힙합.
그 멋과 맛, 무대와 일상, 베테랑의 작법과 영감의 원천들.
그리고 예술과 비즈니스 사이에서 독보적인 길을 낸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힙합, 그 밑바닥까지 파고든 유일무이한 인터뷰.
목차
추천의 글
INTRODUCTION
도끼
어린놈의 사치? 동심을 여전히 가진 것뿐
더콰이엇
단지 꾸민다고 나지 않아 멋은. 이건 내면의 깊이인 것을.
빈지노
잠시 떠들썩한 유행보다 어떤 유의 유형이 되는 것
팔로알토
균형의 감각, 나를 100퍼센트 표현하는 법
제리케이
난 한국 힙합의 유일한 독립변수
스윙스
꼴통이었던 새끼가 예술가가 될 수가
허클베리피
꿈을 이루지 못한 삶도 난 존중해
산이
배려는 하되 눈치는 보지 마
딥플로우
서른 넘어서 힙합으로 멋지게 산다는 것
제이제이케이
가족과 아들의 삶을 위하여
타이거JK
힙합의 첫 번째는 오리지널리티
MC메타
나는, 나의 탯말로 랩한다
저자
김봉현
출판사리뷰
자타공인 힙합 전문가와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의 예사롭지 않은 만남
힙합, 그 밑바닥까지 파고든 유일무이한 인터뷰
“12명의 래퍼를 선별하는 일은 차라리 고통이었지만 기준은 명확했다. 베테랑일 것. 부지런히 이 길을 걸어왔을 것. 자기만의 입장과 철학이 있을 것. 훗날 한국 힙합 역사에 기록될 성취를 가지고 있을 것. 무엇보다, 힙합을 ‘살아왔을’ 것.” _서문에서
래퍼 딥플로우는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에 대해 “래퍼가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힙합을 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저자 김봉현이 서문에서 밝힌 래퍼 12명의 선정 기준은 그런 의미에서 바로 김봉현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자 힙합과 관련된 책만 벌써 10여 권을 출간하며 리스너와 독자는 물론 힙합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자타공인 힙합 전문가로 통하는 김봉현이 또 하나의 사건을 냈다. 이 책은 “내공 있는 평론가와 야심 있는 창작자”가 만나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장르를 정리해낸 결과물이다.”(신기주 〈에스콰이어〉 편집장)
힙합이라는 강렬한 개성을 지닌 ‘음악 장르’ 혹은 ‘삶의 방식’을 두고 평론가와 아티스트가 한자리에 마주앉아 이토록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 적이 있었을까? 그들은 서로에게 묻고 답하고 토론하며 독자들에게 ‘힙합’을 손에 잡힐 듯 구체화시켜 보여준다. 다른 음악과 다른 힙합의 멋과 예술성은 무엇인가? 힙합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음악에 어떤 철학과 기술을 담아내는가? 힙합이 이토록 젊음을 사로잡고 뒤흔든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은 독자와 리스너들이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음악하는 사람들’이 터놓고 나눈 생생한 대화의 기록이다.
최고가 만들어낸 최고의 음악,
밀리언달러 힙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래퍼인 동시에 최전선의 젊은 예술가이자 청년 세대의 아이콘”(p.96)인 빈지노. 오늘의 그를 있게 한 히트곡 〈아쿠아맨〉의 톡톡 튀는 가사는 이를테면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 노래 가사는 무용과 여자애들을 생각하면서 쓴 거예요. 제가 예술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무용과 여자애들이 예쁘고 콧대가 높다, 뭐 이런 이미지가 떠올랐거든요. 원룸에 며칠 동안 박혀서 가사를 썼어요. 무용과 여자애가 단서 중 하나였으니까 어장관리라는 단어가 생각났어요. 당시 그 단어가 유행이었거든요. 그 말에서 어항이라는 단어가 생각났고, 어항 속에 갇힌 것부터 노래가 시작됐죠.” _p.119
딥플로우의 대표곡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두〉의 라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나는 랩을 뱉는다’라는 느낌보다 ‘나는 라이밍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랩을 설계한다는 딥플로우의 말이다.
“제가 싫어하는 몇 가지 규칙이 있어요. (…) 일단 라임이 보통 짝수로 한 묶음이 되는데 둘 다 명사면 안 된다는 기준이 있고요, 또 ‘뭐뭐했지, 뭐뭐겠지, 뭐뭐했어? 뭐뭐하겠어’ 이런 라임을 좀 싫어하는 편이에요. 반면 제가 베스트로 생각하는 라임은 이런 기준을 다 지키면서 라임만 읽었을 때도 내용이 다 머릿속에 들어오는 형태예요. 16마디 가사가 있는데 그중 라임만 읽어도 내용이 연상되는 거요. (…) (〈작두〉의 후렴에서) ‘작두’랑 ‘싹둑’이 라임을 이루는데 하나는 명사고 하나는 의성어잖아요. 라임도 맞고 단어 성분도 다르고 의미도 통하고. 이런 게 제가 생각하는 좋은 라임이에요. _p.354
저자 김봉현이 “한국 힙합에서 가장 나이 많은 래퍼가,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가장 많이 할뿐더러, 에너지 레벨은 하늘을 찌른다”(p.444)고 평가한 MC메타의 랩 작법은 그의 역사만큼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는 요새 이렇게 가사를 쓴다.
“요즘은 아예 스튜디오 안에서 즉흥적으로 가사를 써요. 일부러 생각을 많이 안 해요. 주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다보면 가사가 자꾸 안정적인 모양새가 되더라고요. 안정적인 건 좋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진부하기도 하잖아요. 반면에 실험적인 것은 불안하지만 신선하죠.” _p.455
래퍼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야기를 먼저 쓸까, 라임을 먼저 쓸까? 자기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개성 있는 랩톤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라임을 쓸 때 자주 활용하는 한국말의 법칙 같은 것이 있을까?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은 우리 시대의 흐름이 된 한국 힙합이 말 그대로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를 한국 힙합을 만들어온 최고의 아티스트들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최초의 시도이다. 이때 ‘밀리언달러 힙합’은 자기만의 세계와 철학, 그리고 음악성으로 한 세대를 열광시킨 힙합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로 작용한다. 힙합 아티스트들의 작업실과 공연장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창작의 비밀과 영감의 원천을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예술과 비즈니스 사이,
〈쇼미더머니〉에 대한 뒷이야기
힙합이 우리 사회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힙합을 소재로 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연달아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힙합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힙합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반론도 역시 존재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힙합 아티스트들은 어떤 생각들을 품고 있을까? 도끼, 더콰이엇, 팔로알토, 스윙스, 산이, 타이거JK 등 힙합 방송〈쇼미더머니〉에 프로듀서로 출연했던 래퍼들로부터 이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듣는다. ‘일리네어 레코즈’의 수장으로서 최근 방영된 〈쇼미더머니 6〉에도 프로듀서로 출연한 도끼는 일단 〈쇼미더머니〉라는 시스템을 인정하고 그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기로 한다.
“어차피 우리가 외친다고 방송국 시스템이 사라질 것도 아니고, 아무리 저항한다고 해도 〈쇼미더머니〉가 사라지지 않는단 말이에요. 대한민국 힙합 신에서 〈쇼미더머니〉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고. 그 와중에 우리가 제대로 한번 이용해보자, 이런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_p.27
〈쇼미더머니〉가 시작할 때 제작진의 요청으로 회의에 참여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는 타이거JK는 최종적인 프로그램의 모습이 자신의 생각과는 동떨어져 씁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전 〈쇼미더머니〉라는 이름 자체를 증오했었어요. 힙합 문화에는 더 중요한 게 많은데 이 모든 걸 다 돈이라는 단어로 말해버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프로그램에서 빠지기로 하고 〈쇼미더머니〉의 반대 방향만 보고 가자고 다짐했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착각이었어요. 힙합 팬들이 저를 지지해주고 따라올 줄 알았거든요.” _p.419
반면〈쇼미더머니〉가 시즌 6까지 진행된 아직까지도 이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거의 유일한 래퍼인 제리케이는 〈축지법〉이란 곡을 통해 〈쇼미더머니〉 현상을 날카롭게 꼬집기도 했다.
“〈축지법〉은 〈쇼미더머니〉를 비롯해 그 비슷한 콘텐츠에 나가서 짧은 시간 안에 유명세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노래예요. (…) 애들끼리 멋없는 싸움을 하고 그걸 통해서 버즈(buzz)를 얻고, 그걸 통해서 알려지고 하는 게 정말 축지법을 쓰듯이 무리해서 확 나가려고 하는 느낌이랄까.” _p.191
〈쇼미더머니〉에 대한 힙합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의견과 뜨거운 찬반양론은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타이거JK의 표현에 따르면 이제 〈쇼미더머니〉는 힙합 신에서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시스템에 합류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이러한 시스템이 사라진 한국 힙합 신은 앞으로 어떻게 존속될 것인가. 한국 힙합 시장을 움직이는 일련의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들에 대한 이들의 깊은 고민은 그 자체로 한국 힙합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하나의 시도이기도 하다.
힙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힙합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
이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스웨그(swag)’라는 단어는 힙합의 ‘자기과시’ 문화를 대변하는 표현으로 대중에게 소비된다. 공격적이고 거침없는 가사로 상대방을 누르는 ‘랩 배틀’의 규칙은 때론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힙합’이라는 독특한 음악 장르는 분명 다른 음악 장르와는 달리 대중의 편견과 몰이해를 낳는 지점이 있다. 저자 김봉현은 이를 화성인과 금성인의 차이로 표현한다.
“힙합의 팬들이 화성에서 왔다면, 다른 사람들은 금성에서 왔다. 화성에서 온 사람들에게 힙합이란 가장 혁신적인 음악이자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또 삶을 구원한 존재이자 존중받아 마땅한 고도의 예술이다. 그러나 금성에서 온 사람들에게 힙합이란 다른 장르에 비해 열등한 음악이자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음악이다. 또 세속적이고 물질만능적이며 올바르지 못한 음악이다. 화성인의 한 사람으로서 금성인의 말이 모두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힙합의 ‘본질’과 ‘진면목’은 그렇게 간단하거나 얕은 것이 아니다.” _p.7
이제 대세가 된 힙합을 음악으로서, 또 문화로서 자연스레 소비하는 우리는 힙합에 대해, 혹은 래퍼들에 대해 과연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힙합에 관해 시장에서 소비되는 몇몇 키워드들에 지나치게 큰 대표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래퍼들은 랩에 늘 자기만의 철학과 세계를 담는다. 랩 음악에 담긴 자기만 것이 진짜(real)인지 가짜(fake)인지는 항상 힙합의 ‘멋’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이처럼 ‘진짜’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힙합의 정신은 ‘건강한’ 자기표현의 방식이다. 그래서 힙합은 때로 한 사람의 삶을 구원하기도 한다.
“옛날에 어떤 의사 선생님도 저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지훈아, 음악이 널 살렸다. 너 음악 안 했으면 감옥 가 있거나 거지됐을 거야.’ 그래서 전 음악이 절 살렸고 음악이 제 구원자라고 말하는 게 전혀 오그라들지 않아요. 저 같은 사람들이 힙합 음악을 통해서 자기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고 기적이에요. 한때 되게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에너지를 이렇게 음악으로 배출할 수 있다는 것 말이에요.” _p.246
한국 힙합 신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몰고 다니는 래퍼 중 하나인 스윙스는 자신의 삶에서 힙합이 가지는 의미를 이렇게 풀어놓는다. 한국 힙합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타이거JK는 힙합에 대한 몰이해와 척박한 환경이 낳은 명곡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담히 들려주기도 한다.
“그때는 악밖에 없었어요. 말도 안 되는 일이 많았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랑 계약하고 싶다고 해놓고 춤을 춰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왜 춤을 춰야 합니까?’라고 하면 ‘춰봐. 정신 안 차려? 앨범 내기 싫어?’ 이런 걸 허구한 날 겪었어요. (…) 그래서 못 참고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고 해서 나온 노래가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예요. 오로지 랩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상하게 그때는 어떤 ‘믿음’ 같은 것이 있었어요. 공중파 방송에서 이 노랠 한 번 불러보겠다, 너희들의 시스템에 대해 완전히 까는 곡이라 그날 한 번 부르고 은퇴하더라도 어딘가에서 한군데만 불러주면 그때 이 노래를 부르겠다, 이런 생각을 했죠.” _p.423
타이거JK와 같은 선구자들이 닦아놓은 길을 통해, 혹은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힙합의 명제를 통해 숱한 오해와 편견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걷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래퍼 허클베리피와 같이 이렇게 말하곤 한다.
“힙합은 저에게 늘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도 돼’라고 말해준 유일한 음악이었어요. 아니, 음악뿐 아니라 모든 걸 통틀어서도 유일했죠. 교육과 미디어는 저한테 한 번도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없어요. 공익광고에서는 그런 말을 했을지 모르지만 정작 실제 사회에서는 튀는 걸 하면 죽도 밥도 안 되는 느낌이었죠.” _p. 286
과연 힙합이라는 예술은 누가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힙합은 왜 존중받아야 하는 예술인가. 그들은 어떻게 힙합의 길로 들어섰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가. 또 대한민국에서 힙합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래퍼 12명이 들려주는 음악과 삶을 통해 셀프메이드(selfmade), 리스펙트(repect), 킵 잇 리얼(keep it real), 허슬(hustle)과 같은 힙합 문화를 상징하는 다양한 키워드들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힙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겨내고 우리가 몰랐던 남다르고 깊이 있는 힙합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는 힙합이라는 매개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넓어진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