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네이버 10만 독자들이 선택한 고전!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잃어버린 참나를 찾는 동양고전의 세계!
물처럼 사는 리더의 일곱 가지 모습은 무엇인가? 노자가 꿈꾸던 소박한 이상향은 어떤 모습인가? 장애인 지리소는 어떻게 누구보다 행복하게 세상을 살 수 있었는가? 어떻게 형세와 허실을 이용하여 승리를 거머쥘 것인가? 향간에서 생간까지 인적 정보 전략들은 어떻게 현대에 활용되고 있는가? 상선약수上善若水에서 선승구전先勝求戰까지 3,000년 고전에서 캐낸 지혜의 보석,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잃어버린 참나를 찾는 동양고전의 세계!
목차
첫 번째 대문 성공한 자의 ‘신의 한 수’, 《도덕경》
공자와 노자, 라이벌의 만남 / 심장약허深藏若虛 용모약우容貌若愚 /
퇴직자의 인생 성찰, 《도덕경》 / 노자의 성지로 부활한 함곡관 /
당신은 도가인Taoist입니까? / 《도덕경》은 노자가 직접 썼다? /
서번트 리더십의 실천자, 성인聖人 / 길은 하나가 아니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
무위지사無爲之事 불언지교不言之敎 / 덕이 있는 사람은 덕이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 대문 《도덕경》과 역발상의 인생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 식모食母, 밥 퍼주는 어머니의 위대함 /
물처럼 사는 일곱 가지 리더의 모습 / 유약승강강柔弱勝强剛, 물이 돌을 뚫을 수 있는 이유 /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 거꾸로 가는 것이 도의 방식 / 유有와 무無, 어느 것이 더 강한가? /
대기만성大器晩成, 큰 그릇은 완성이 없다 / 배부르고 등 따신 세상 /
인간의 영혼을 망치는 다섯 가지 욕망 / 명예와 목숨, 뭣이 중헌디? /
하늘과 땅이 오래된 이유, 천장지구天長地久 / 사람의 마음을 얻는 다섯 가지 방법 /
생선은 자주 뒤집으면 먹을 것이 없다 / 때로는 사랑이 간섭이 됩니다 /
자신을 낮추는 하류의 철학 / 노자의 꿈
세 번째 대문 경계를 넘어서 유행遊行하라! 《장자》
나는 차라리 고독한 돼지가 되겠소 / 부인이 죽자 노래를 부른 장자 /
우물 안 개구리의 파괴적 혁신 / 소요유逍遙遊: 절대 자유의 경지에서 노닐다 /
제물론齊物論: 세상의 모든 경계를 허물어라! / 양생주養生主: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 /
장애인 지리소가 인간 세상을 사는 비결 / 심재心齋로 사람을 대하라! /
덕충부德充符: 덕이 충만한 자가 결국 매력 있다 / 대종사大宗師: 경계를 초월한 참사람 /
현해懸解: 삶과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 응제왕應帝王: 진정한 이 시대의 제왕은?
네 번째 대문 《손자병법》과 전략적 사유
손자와 오나라 왕 합려의 만남 / 백전백승은 없다! /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전략으로 승부하라! /
전략의 삼각축, Golden Triangle / 전략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
임무는 너무나 중하고 갈 길은 너무나 멀다, 임중도원任重道遠 /
장군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조건,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 / 승산을 만들어 승리하라! /
현장에서 병력과 식량을 만들어라 / 최고의 승리는 남들이 쉽게 생각하는 승리 /
지승지도知勝之道, 승리를 알 수 있는 방법 / 온전하고 완벽한 승리를 위한 전략
다섯 번째 대문 형세와 허실로 승부하라! 《손자병법》 2
형세를 만들어 승리를 확보하라! / 형形이 좋으면 승리는 너무나 쉽게 다가온다 /
세勢를 만들어 승리를 얻어라! / 형세를 만드는 네 가지 방법 / 주도권을 잡아라! /
분산과 집중의 미학 / 상황이 변하면 전략도 변한다
여섯 번째 대문 때로는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손자병법》 3
빨리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직지계迂直之計 /
풍림화산風林火山! 다양한 속도 변화로 경쟁하라! / 사기는 변한다! /
임금의 명령도 NO라고 할 수 있다 / 장군으로서 해서는 안 될 다섯 가지 행동 /
명령은 부드럽게, 처벌은 강력하게 / 칭찬을 얻고자 공격을 명하지 않는다, 진불구명進不求名 /
상산의 솔연처럼 / 위기가 아니면 싸우지 마라! 비위부전非危不戰 / 정보가 경쟁력이다!
저자
박재희
출판사리뷰
네이버 10만 독자들이 선택한 고전!
30만 베스트셀러 《3분 고전》 박재희 교수의 [고전의 대궐 짓기 프로젝트] 2탄!
나는 차라리 고독한 돼지가 되겠소
초나라 왕이 장자가 현명하고 지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신을 보내 장자를 재상으로 초빙하려고 하였다. 초나라 사신은 장자를 만나서 초나라 왕이 엄청난 돈을 주고 재상으로 초빙하려는 뜻을 전했다. 그때 장자는 그 제안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한다.
“많은 돈도 중요하고 재상의 자리는 참 존귀한 자리오. 그런데 당신은 저 제사에 쓰이는 희생의 소를 보지 못했소? 제사를 지내기 전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수를 놓은 비단 옷을 입히지만, 결국 제사에 희생으로 끌려갈 때는 외로운 돼지로 평범하게 살 걸 후회를 하지만 이미 그때는 늦은 때요. 어서 돌아가시오. 어떤 권력자에게 종속되어 내 삶의 자유를 저당 잡히고 싶지 않소.”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장자의 인생 기록이다. 출세를 하고, 높은 자리에 오르고, 사람들의 칭찬을 받고, 명예를 드높이는 것은 어쩌면 인간 세상에 제물로 바쳐지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 여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이루고, 인종, 브랜드, 민족, 제국, 이념 같은 각종 이데올로기에 목숨을 걸며, 화폐나 자본의 허위에 영혼을 매몰시키기도 한다. 강요, 굴종, 협박, 타율에 더욱 안정감을 느끼고 자율과 자유의지를 저당 잡히기도 한다. 전작 《고전의 대문: 사서四書》 편에서 동양문명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사서四書를 통해 유가의 뜰로 안내했던 박재희 교수가 이번에는 동양 정신문명의 한 축을 담당했던 도가와 병가의 철학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잃어버린 참나를 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노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도덕경》을 읽는 첫 화두는 ‘물’이다. 노자는 물의 속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가장 위대한 삶의 가치는 물처럼 사는 것입니다. 물은 모든 만물을 이롭게 도와주지만 자신의 공을 그들에게 과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들이 가장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임하지요. 그래서 제가 말하려는 삶의 길과 가장 가까운 것이 물처럼 사는 것입니다.
-《도덕경》 8장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삶의 가치는 물처럼 사는 것이다.’ 물은 공자나 맹자도 자주 비유하는 대상이다. 동양 농업 사회에서 물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였기에 물을 통한 많은 비유가 생겨났다. 노자에게 물은 부드럽지만 돌도 뚫을 수 있고, 약한 것 같지만 건물과 산도 허물 수 있는 강한 존재다. 노자가 말하는 물의 위대함은 간단하다. 세상에 모든 존재들에게 이익을 주지만 그 이익을 자랑하거나 과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남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임하기에 물은 위대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노자는 ‘부쟁不爭’의 정신이라고 말헌다. 부쟁不爭은 말 그대로 다투거나 경쟁하지 않는 것이다. 물이 하는 역할은 다양하다. 만물에게 수분을 공급해 성장을 도와주고 더러운 것을 씻어내기도 한다. 겨울에는 얼어서 강을 건널 수 있게도 해주고, 목마른 자에게 감로수가 되어 갈증을 풀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위대한 공덕이 있는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아낌 주는 능력이 있는 물이 자신의 공덕을 과시하거나 자랑하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르니 정말 위대한 속성이라는 것이다.
물처럼 사는 일곱 가지 리더의 모습
노자는 물의 속성 일곱 가지를 제시하며 리더가 닮아야 할 모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은 땅처럼 낮은 곳으로 임합니다. 물은 연못처럼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은 누구에게나 아낌없이 내줍니다. 물은 터진 방향으로 흐르는 믿음이 있습니다. 물은 공정하게 묵은 때를 씻어냅니다. 물은 어떤 일이든 능력을 보여줍니다. 물은 겨울에는 얼고 봄에는 녹는 때를 압니다. 물은 공을 남에게 과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원망을 받지 않습니다.
-《도덕경》 8장
첫째는 겸손함이다. 세상을 이롭게 해주지만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함이야말로 리더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라는 것이다. 공을 자랑하지 않고, 역할을 과대 포장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을 낮추며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다. 둘째는 깊은 마음이다. 연못의 물은 깊고 깊다. 그래서 깊은 연못 속은 겉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리더는 깊은 마음을 사람들에게 함부로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사랑이다. 물은 세상의 모든 만물을 고루 사랑한다. 누구나 원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는 것이 물이다. 리더는 조직을 운영하면서 내 라인을 만들고 지역적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넷째는 믿음이다. 물은 동쪽이 터져 있으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이 터져 있으면 서쪽으로 흐른다. 그래서 물은 믿음과 신뢰를 준다. 리더의 결정은 누구에게나 신뢰를 주어야 한다. 다섯째는 공정함이다. 물은 공정하게 묵은 때를 씻어낸다. 공정하게 돌을 자르기도 하고 공정하게 경계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여섯째는 능력이다. 물은 때로 물레방아를 돌려 곡식을 찧는 동력이 되기도 하고, 배를 움직이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리더는 조직의 어떤 사람보다 능력과 안목을 갖추었기에 리더가 될 수 있다. 일곱 번째는 때를 아는 것이다. 겨울에 되면 얼어야 될 때를 알아 얼고, 봄이 되면 녹아야 될 때를 알아 녹는다. 리더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사욕을 버리고 공익을 위해 진퇴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응제왕應帝王: 진정한 이 시대의 제왕은?
동양 고전들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리더십과 정치다. 이것은 노자 《도덕경》과 철학적인 기반을 같이하는 《장자》도 마찬가지다. 《장자》 [응제왕應帝王] 편은 이 시대 제왕帝王으로서 마땅히〔應〕 해야 할 것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감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은 간단하다. 무위無爲의 정치를 하는 사람이 마땅히 제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섭하고, 지도하고, 인도하는 타율의 정치가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고 결정하는 자율의 정치가 바로 노장의 정치 철학이다. 물론 인간이란 존재가 타율 없이 자율적으로 존립할 수 있다는 것에는 회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자가 살던 시대에 군주는 백성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여 전쟁에 동원하고, 부역에 혹사시키고, 세금을 짜냈다. 이런 엘리트 귀족 중심의 세상에서 개인의 삶과 자유를 존중해주는 지도자를 장자는 간절하게 원했다. 예의와 법률, 제도와 과학이 엘리트 권력의 손에 의해 지배당하면 그들의 목적에 따라 왜곡되어 쓰이게 된다. 그런 현실을 장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지도자의 너그러움, 관대함, 용서, 구제, 사랑 같은 것은 어쩌면 그들의 허위를 가장하는 윤리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위대한 지도자의 모습에 대한 질문에 장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명철한 왕은 자신의 공이 천하를 뒤덮을 만해도 자신이 했다고 자랑하지 않으며, 교화가 모든 만물에게 미쳐도 사람들이 군왕이 했다고 여기지 않으며, 어떤 좋은 일을 해도 그 누구도 그의 이름을 칭송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기뻐하게 만들고,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생각으로 어떤 것도 소유하려 하지 않는 경지에 노니는 사람이다.
노자 《도덕경》의 많은 구절과 일치하는 글이다. 백성들이 자신들의 군주가 누구인지 모르는 세상이 가장 명철한 왕이 다스리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군주는 백성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훌륭하다고 칭송하게 만들고, 존경하여 따르게 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자가 말하는 지도자의 네 가지 단계 중 최상의 단계는 백성들이 지도자가 있다는 정도의 존재감만 느끼게 하는 단계다. 그런데 노자의 철학에서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노자의 비움은 채움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채움을 전제로 비웠을 때 더 큰 채움이 이루어진다는 논리가 노자에게 늘 따라다닌다. 노자를 읽다 보면 천하를 다스리는 최고 권력자의 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도덕경》에는 천하天下라는 말이 61회나 반복해서 나온다. 천하天下는 글로벌한 제국이다. 조그만 지역이나 나라가 아니라 세상을 말한다. 황제나 천자 정도가 되어야 그들이 다스리는 제국을 천하라고 부를 수 있다. 조그만 조직의 리더가 되려면 억지로 하게 하면 되겠지만, 거대한 제국을 얻으려면 자율과 위임의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박감이야말로 전략의 시작점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전략의 시작이 절박감이라고 말한다. 더 절박한 자가 더 최적의 전략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2만 5,000의 병력을 이끄는 제갈공명은 절박했기에 동남풍이라는 타이밍을 찾아냈고, 70만 대군의 조조는 절박함이 덜했기에 그 바람의 타이밍을 놓쳤다. 이순신 장군은 13척 배로 싸울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명랑해전에서 울돌목이라는 공간을 찾아냈다. 문제는 어떤 절박감인가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를 위한 절박감이라면 그것은 공적인 절박감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절박감은 나가 아닌 우리를 위한 절박감이다. 리더로서 가지고 있는 보민保民과 보국保國의 철학이다. 나는 이 전쟁에서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일신의 영욕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과 조직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나를 믿고 의지하는 국민들의 목숨을 살려야 한다! 이런 절박감은 장군이 가져야 할 너무나 중요한 사명감이자 소명 의식이다. 《손자병법》 의 첫 구절은 이런 사명감의 내용으로 시작된다.
전쟁은 나라의 큰일로서 사람이 죽고 사는 땅이며 나라의 존망이 결정되는 곳이니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살피지 않아서는 안 될 것이다!
승리는 전략에서 나오고, 전략은 절박감에서 나오고, 절박감은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절박감이어야 한다는 것이 《손자병법》이 보여주는 승리의 프로세스다. 임중도원任重道遠. ‘나에게 맡겨진 임무는 너무나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너무나 멀다.’ 리더가 가슴에 새겨야 할 구절이다.
병법의 대가 손자가 꼽은 최고의 승리
그렇다면 병법의 대가 손자가 생각한 최고의 승리는 어떤 것일까? 손자는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긴다고 해도 상처뿐인 승리라면 아름다운 승리는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정말 위대한 승리라고 한다.
많은 피해를 입고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은 최고의 승리라고 할 수 없다. 피해 없이 싸우지 않고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있다면 최고의 승리라고 할 것이다!
백 번 이기는 것이 선善 중의 선善은 아니다.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다면 이것이 선 중의 선, 최선이다. 전쟁은 승부를 가리는 행위이지만 어떻게 이기느냐에 따라 승리의 가치가 달라진다. 서양 병법서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손자병법》의 차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전쟁론》은 싸워서 이기라는 것이고 《손자병법》은 싸우지 말고 이기라는 것이다. 손자는 전쟁의 네 가지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가장 최고의 승리 상대방의 싸우려는 의지를 꺾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고, 그 다음은 상대방의 주변을 끊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고, 그 밑이 싸워 이기는 것이고, 최악이 싸우지 않겠다고 성안에 틀어박혀 있는 적을 무모하게 공격하고자 성벽을 기어오르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형세가 좋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무심코 쓰는 ‘형세’라는 말의 개념을 제대로 알면 상대방과 싸워서 반드시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다. 형形은 조직의 구조이며 세勢는 조직의 분위기다.
승리하는 조직의 병사들은 마치 천 길 계곡 꼭대기에 물을 축적하였다가 일시에 한 방향으로 그 막힌 둑을 텄을 때 쓸려 내려가는 사기를 갖고 있으니 그것이 형形이다.
병사들이 용감한가 겁쟁이인가는 그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세勢에 달려 있다. 마치 둥근 돌이 천 길 꼭대기 산에서 굴러 내리는 것 같은 힘이 세勢다.
천 길 낭떠러지에서 갇혔던 물이 쏟아져 내리는 에너지의 근원이 형形이고, 천 길 낭떠러지 기울기가 가파른 곳에서 돌멩이가 굴러 내리는 에너지의 근원이 세勢다. 높은 데까지 물을 끌어올려서 깊게 담아놓고 일시에 터트릴 때, 엄청난 굉음을 내며 무엇이든 집어삼키는 물의 모습 뒤에는 형形이 있다. 이것이 싸움에서 이기는 군대의 병사들의 모습이다. 돌멩이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양이 100이라면 어떤 세勢에서 구르느냐에 따라 150이 될 수도 있고 50도 안 될 수도 있다. 돌멩이의 에너지를 병사들의 에너지에 비유하면 사기士氣다. 이런 형세에 들어가면 능력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나도 모르게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손자병법》에서는 병사 개인의 능력보다는 그를 어떤 구조에서 싸우게 만드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전쟁을 잘하는 사람은 애초부터 지지 않는 조직의 형세를 만들어, 질 수밖에 없는 상대의 형세를 깨고 들어가 승리한다. 여기서 유명한 ‘선승구전先勝求戰’이라는 구절이 나왔다. ‘먼저 승리를 만들어놓고 전쟁은 확인하러 들어가는 것’이라는 뜻이다. 손자가 꿈꾸었던 승리는 어쩌다 이기는 막연한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이기는 승리였다. 이길 수밖에 없는 형세를 만들어 싸우는 지혜로운 자들의 게임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