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피할 수 없는 질문과 마주하는 지적 습관
매거진 G의 네 번째 질문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변치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영원할 것 같던 행복한 순간도, 출구가 도통 안 보이던 괴로운 시간도, 모두 변하게 마련이다. 부단한 변화 속에서 쉼 없이 새로 시작하는 것. 잊고 살지만 우리 모두가 늘 하고 있는 일이다. ‘나’를 묻는 데서 출발해 ‘적과 친구’의 경계를 살피고, 여행을 주제 삼아 ‘이곳과 저곳’의 의미를 살핀 《매거진 G》의 네 번째 질문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다. 파도라는 경계를 매일 마주하는 서퍼의 경험담부터 댄스 신의 새 장을 연 [스트릿 우먼 파이터] 댄서들에게 보내는 팬레터까지, 인류의 오랜 편견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첨단 기술 담론부터 청년의 미래 상상력을 저해하는 주거 현실까지,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단일 언어 이데올로기’ 비판부터 ‘미루기 습관’의 원인과 해소법에 관한 고찰까지. 코로나19의 여파로 큰 변화의 물결이 계속되는 지금, 다양한 필자들과 함께 ‘시작’과 ‘변화’에 관해 다채롭게 묻고 답했다. 저마다의 대답이 새로운 시작과 변화의 계기로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는 마음’을 묶어 나눈다.
목차
프롤로그
다시, 시작_김대식
TENDENCY
그대, 패들링을 멈추지 말아요_안수향
나아가는 마음_휘리
장미들_김연덕
〈스트릿 우먼 파이터〉 댄서 선생님들께 보내는 감사의 편지_오지은
SURROUNDINGS
트랜스휴먼이라는 거울 속 우리의 미래_최석현
‘자연스러운’ 변화의 시작_김산하
과거를 돌파해야 만날 수 있는 미래_박정현
끝을 모르는 욕망과 저당 잡힌 시작 : 부동산과 청년 주거_마민지
INSPIRING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는다_조효원
잘됐네_김승일
다중 우주, 아니 다중 언어를 상상하라_백승주
[스트레인저 싱스] 기묘한 나와 더 기묘한 사회의 심리학 2 - 어린이와 어른의 경계_박한선
MECHANISM
메타버스, 새로운 현실의 시작_김대식
미루기의 심리학_김경일
왜 우리는 과거를 반복하는가 : 체르노빌의 교훈_우동현
건강에 대한 새로운 상상 : 혼자의 건강에서 여럿의 건강으로_홍종원
오랜 새로움 : 노포는 늙지 않는다_서진영 X 편집부
INNER SIDE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면_허휘수
상태가 형태_김혜연
자연은 말이 없다_이정화
에필로그
컨트리뷰터
별지 〈요즘것들의 의식주호好락樂〉_Trend Sticker Pack
저자
안수향, 휘리, 김연덕, 오지은, 최석현, 김산하, 박정현, 마민지, 조효원, 김승일, 백승주, 박한선, 김대식, 김경일, 우동현, 홍종원, 서진영, 허휘수, 김혜연, 이정화 (지은이)
출판사리뷰
“그대, 노 젓기를 멈추지 말아요.
새로운 출발점이 바로 저기에 있어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길고 긴 재난의 시대,
변화의 시작점을 모색하는 Good and General Questions
세상이 느려지고 좁아졌다. 발전보다 질서가, 혁신보다 안정이 우선한다. 예전과 같은 속도와 폭으로 일상을 누릴 날이 다시 찾아올까.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숨 돌릴 틈 없이 내달리던 사람들조차 자중하는 삶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코로나 2년 차, 끝 모를 재난 시대의 풍경이다.
그러나 세상이 멈춘 것은 아니다. 느리지만 꾸준히, 좁지만 단단하게 세상은 지금도 나아가고 있다. 제한된 여건에서조차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는 사람들, 지금의 답답한 상황을 재충전과 개선의 계기로 바꾸어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누군가에겐 일견 멈춘 듯한 세상에서도 다른 누군가는 다시 시작하길 멈추지 않는다.
《매거진 G》 4호는 이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는 마음’의 정체를 묻는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시작할까. 시작의 계기는 어디에서 찾아올까. 그릇된 습관과 관행, 반복되는 실수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오늘의 익숙한 나’를 경유해 ‘내일의 새로운 나’와 가까워지는 방법을 묻고 답한다.
서핑 보드와 〈스우파〉, 트랜스휴먼과 다중 언어 세계, N잡러와 미루기 습관
우리 곁의 변화를 포착하는 스무 가지 시선
끝과 시작이 명확히 나뉘는 경우는 드물다. 그 둘이 겹쳐 있는 상황이야말로 실제 우리 삶의 모습에 좀 더 가깝다. 경계선이 불분명한 파도를 타고 넘는 서퍼처럼 우리는 늘 끝과 시작 사이의 흐릿한 경계, 즉 변화 중에 놓인다. “버텼던 마음이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고, 끝이 다시 시작이” 되는 까닭이 여기 있다(사진작가 안수향, 17쪽). 멈추거나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새로운 시작의 계기는 언제고 찾아온다. 세간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스트릿 우먼 파이터〉 댄서들이 ‘각자의 방식이 모두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댄서 신을 새롭게 부흥시켰듯 말이다(뮤지션 오지은, 37쪽).
새로운 시작처럼 보이는 상황 속에 우리가 미처 끝맺지 못한 문제들이 담겨 있을 때도 많다. ‘모든 몸은 잘못된 몸’이라고 주장하는 트랜스휴먼주의자들이 실상 ‘덜 잘못된 정상인의 몸’과 ‘더 잘못된 장애인의 몸’을 차별한다는 과학학 연구자 최석현의 지적(49쪽)은, 더 나은 내일을 지향한다는 기술 담론조차 인류의 오랜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새로운 미래를 앞당기려면 오래된 과거를 돌파해야 한다. 1960년대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온 대단지 아파트 중심 건축의 폐해(건축비평가 박정현, 65~69쪽)와, 다문화·다언어 세상으로 가는 길을 저해하는 한국의 ‘단일 언어 이데올로기’(언어학자 백승주, 106~116쪽)가 바로 그런 과거들이겠다.
물론 모든 변화의 시작이 늘 거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미팅에 조금씩 적응하며 새로운 삶의 기준을 세우게 된 N잡러 허휘수의 경험담(179~180쪽), 신체의 미세한 움직임에서 비롯하는 마음의 변화를 포착하려는 무용가 김혜연의 관찰기(185쪽)는 일상의 작은 계기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작이 소박할수록 변화가 순조로울 수도 있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좌절도 빛의 속도로 일어나며, 이렇게 빨리 경험하는 좌절은 이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들까지도 전혀 시도를 하지 않게 하는 경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이 말하는 ‘헛된 희망 증후군’이다(147~148).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이번 호의 질문에는 주어가 없다. 주어 자리를 어느 명사로 채우느냐에 따라 질문의 초점도, 대답의 내용도 변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느 하나의 입장을 우선하는 대신에 각자의 관점을 자유롭게 나눌 때, 시작과 변화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이해력과 실행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나와 너, 이곳과 저곳, 과거와 현재와 미래
우리의 질문이 모두의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지길
이처럼 《매거진 G》 4호는 ‘시작’과 ‘변화’를 다양한 관점과 감각으로 이야기한다. 피고 지는 장미처럼 시작되고 끝나버린 지난 계절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시인 김연덕의 에세이(28~33쪽), 도무지 지속되지 않는 대화와 불안 속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새롭게 찾으려는 시인 김승일의 희곡(88~105쪽), 대중에게 우리말의 신선함을 전해주고 있는 청년 서예가 이정화의 글귀를 담은 미니병풍(187~189쪽) 등도 아울러 묶어 나눈다. 여기에 더해 별지 〈요즘것들의 의식주호好락樂〉에서는 최근의 트렌드 키워드 16개를 선별하여 ‘트렌드 스티커 팩’으로 제작해 선보인다.
‘나’를 묻는 데서 출발해 ‘적 혹은 친구’인 ‘너’를 묻고, 여행을 주제 삼아 ‘이곳과 저곳’의 의미를 살핀 《매거진 G》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질문하며 시즌 1을 마무리한다. 시작에 끝이 있듯 끝은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 《매거진 G》가 던진 질문들 또한 새로운 시작을 여는 질문들로 계속 이어지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