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참여하여 지킬 것인가, 방관하여 자멸할 것인가!”
미래 사회의 정의, 윤리, 문화의 문제를 본격 거론한 심도 깊은 역작
끝없이 진화하는 기술과학 혁명은 인간의 정의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사이보그와 인간의 경계에 선 인간의 몸은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가. 우리는 인간과 사이보그의 권리를 공평하게 보호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도, 혹은 지상낙원을 만들 수도 있을 기술적 미래의 핵심쟁점들을 개인과 사회, 국가적인 전망과 상상력으로 정교하고 폭넓게 짜 맞춘 포스트휴먼 시대의 대표 필독서.
목차
해제 | 사이보그 사회를 해부한다
프롤로그 | 포스트휴먼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다
참고도판
part 1 포스트모던 정치학
chapter 1. 정치적인 사이보그의 몸
chapter 2. 전자복제 시대의 시민권
chapter 3. 사이버 정치, 중우정치 그리고 민주주의
chapter 4. 사이보그 전사들
part 2 널리 퍼져가는 사이보그들
chapter 5. 정보의료와 새로운 신체
chapter 6. 인공두뇌학과 생식
chapter 7. 살아 있지만 죽은, 생명조력장치 부착형 사이보그들
chapter 8. 유전공학의 괴물들
part 3 사이보그 사회
chapter 9. 인공장구의 영토들
chapter 10. 사이보그 가족
chapter 11. 섹스머신과 인간 그리고 그 중간에서
chapter 12. 테일러화된 삶들
part 4 사이보그학
chapter 13. 세 번째 천 년의 과학들
chapter 14. 포스트휴먼의 가능성들
감사의 글
참고문헌
색인
저자
크리스 그레이
출판사리뷰
‘번창하거나 죽거나’ 기술로 그려낸 인간의 미래
포스트휴먼 시대를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선택
[엑스마키나](Ex Machina, 2015)라는 영화를 보면, 사이보그를 창조한 인간은 인간 특유의 오만함으로 인해 결국 사이보그에게 조종당하고 죽음을 맞는다. 전기가 끊어진 밀폐공간에 갇혀 절규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곧 닥칠 인간의 음울한 미래에 대한 은유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사이보그에게 자비심과 같은 감정을 기대하는 것은 몹시 인간적인 행위임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사이보그’의 정의는 무엇인가. 그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인간의 정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책 《사이보그 시티즌》(원제: cyborg citizen)은 사이보그의 정의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한다. 독특하게도 저자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범위의 사이보그를 넘어, 예방접종을 한 사람부터 인공장기나 보철을 한 사람들까지 모두 사이보그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의 모두가 사이보그이며, 사이보그 사회 한가운데에 살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이보그 시티즌》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기술로 인해 인간과 사이보그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는 현실 속에서, 사이보그와 인간의 정의와 그에 따라 달라지는 정치와 사회, 문화, 성적 함의에 대하여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적 담론을 통해 논의한다.
사이버문화 전문가인 저자 크리스 그레이는 ‘나’라는 개인의 문제부터 성과 가족의 탄생, 포화가 쏟아지는 전쟁터까지, 사이보그화가 우리 인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또 어떤 분야에서 사이보그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를 토대로 이런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선명한 혜안도 보여준다.
‘누가 혹은 무엇이 시민인가’
이 책은 포스트모던 시대의 사이보그 정치학에 대한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한다. “1960년 맨프레드 클라인스와 네이선 클라인이 ‘사이보그’라는 용어를 만”(44쪽)든 이후 참여적 진화가 가장 먼저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무엇을 얻든 간에, 모든 개조과정은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성격을”(45쪽) 띨 수밖에 없다. 선과 악이 다스리던 이분법의 시대를 넘어 다종다양한 사이보그의 시대에 인간의 가치를 결정할 것은 바로 정치이기 때문이다. 도나 해러웨이를 위시한 일부 여성주의 철학자들은 “더 쓸모 있는 포스트모던 정치학을 계획”(56쪽)하며, 그런 것들이 ‘하나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들 간의 소통이 가능해야 함을 강조한다.
기술을 중심으로 한 시민의 정의와 역할 또한 정치적 사이보그 논쟁의 화두이다. “새롭고 강력한 기술과학의 시대와 그로 인해 가능해진 시스템들 안에서 개인에게 진정한 정치적 보호가 필요하다. 그런 보호가 없다면 기업, 정당, 경찰당국, 정부 그리고 부유한 일가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며, 우리 대다수는 모든 정치적 힘을 잃을 것이”(80쪽)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시민들의 ‘체화된 저항’을 요구한다. “우리는 우리의 몸으로 진실을 증언한다. 우리의 권리는 진정한 희생에 따라 주어지는 보답이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민권의 의무이다.”(106쪽)
정부가 사이보그화를 가장 활발히 추진하는 것은 전쟁의 필요성 때문이다. 포스트모던 전쟁은 사이보그 전사들에게 의존하게 되고, 미래 분쟁에서는 “대량살상 무기, 정보전의 고안 그리고 나노기술의 도래”(135쪽)가 특히 중요해질 것이다.
사이보그화는 얼마나 진행되었나
사이보그 기술은 의학 분야에서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장기 이식뿐만 아니라 인공안구, 인공신장, 인공간 심지어 인공심장까지, 인공장기에 의한 인간의 의학적인 개조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인간의 생식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늘날에는 난임인 여성도 기술의 도움으로 충분히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심지어 뇌사에 빠진 임산부에서 아이를 살려 낳을 수 있게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정치적인 의문을 불러온다. “이미 죽은 어머니를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 사이보그 자궁으로 계속 살아 있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태아의 권리와 비교했을 때 여성 권리에 대한 가치절하로 이어질 수 있다. 만일 법정이 죽은 어머니에게 사이보그 자궁이 되라고 명령할 수 있다면, 살아 있는 어머니를 우선 자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리 엉뚱한 소리가 아니다.”(191쪽)
장기 이식의 문제에서 ‘뇌사’는 매우 정치적인 이슈이다. “죽음의 정치학과 이식의 정치학이 밀접하게 뒤엉켜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이의 죽음이 다른 이의 생명을 결정”(223쪽)하기 때문이다. 장기 이식을 위해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고, 의사들이 생명, 의식과 죽음 그리고 비인간의 정의를 선택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죽음이 인간에게 유혹이자 가장 커다란 두려움이기에, 인간은 DNA를 조작하는 등 유전학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새로운 생명(복제)를 시도한다. 하지만 이것은 무서운 미래를 암시한다. 이런 발전은 “결국 평균 이하의 지능이나 신장 그리고 외모를 지닌 태아들은 낙태”(251쪽)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이보그 시티즌》은 오직 사이보그만이 갈 수 있는 사이버 공간, 수중공간, 외계공간의 세 공간에 대해서도 정치적 입장에서 면밀히 살펴본다. 사이버 공간의 재산권, 지적재산권의 문제와 더불어 물리적인 통제의 문제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갈등 요인이다. “인터넷은 미국의 군사 네트워크에서 유래한 것이기에, 미국 정부가 상당한 통제 권한을 갖고”(263쪽) 있지만, 컴퓨터에 능통한 사람들은 “그곳을 무정부 상태의 자치공간으로 만들어버렸다.”(263쪽) 이들이 할당 받은 일부 권한들은 “시장 독점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것들”(263쪽)이었고, 이것은 사이버 계급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또, 사이보그 기술이 대리모, 남성 출산 등의 가족 문제와 성전환 등의 젠더적인 문제, 미래의 섹스, 노동과 스포츠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과학이 나아갈 미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과학의 관점에서 인공두뇌학과 나노기술, 사이보그학을 다시 한번 정의하며, 사이보그 인식론과 윤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제 “좌파와 우파의 정치적 관점들만 가지고는 사이보그화를 향한 태도들”(368쪽)을 예측할 수 없다. 사이보그 카니발은 이미 시작되었고, 인간은 그것을 멈출 수 없다. 우리는 “다만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 나갈지 모를 뿐이다.”(384쪽)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저자는 기술이 정치적이라는 것을 알고, “우리가 선택한 기술들이 민주주의의 전망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잘 보여준다”(387쪽)고 요약한다. “시장이 사이보그화의 모순을 해소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389쪽)을 알고, 단지 현실을 좇는 변화가 아니라, 함께 노력해서 자유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큰 관료조직에 맞서 “장기적이고 정교하고 효과적인 저항운동을 조직”(392쪽)해야 함을 역설한다.
인간이 더 이상 자연 그대로의 존재로 남을 수 없는 시대, 사이보그를 이용해서 인간 이상의 존재로 진화를 시도하는 오늘날. 《사이보그 시티즌》은 이런 시대상을 정치,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하는 책이라고 하겠다.
추천의 말
“이미 우리에게 닥친 미래의 윤리적 도전들에 대한 매우 값지고 유용한 지침서.”
-캐서린 헤일스(듀크대학교 교수,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의 저자)
“그레이는 기술과 정치 사이의 이해의 간극을 잘 메워낸다. 그는 풍부한 역사적 관점을 활용하여 장차 사이버 기술로 증강될 문화의 미래를 고찰하며, 그러한 변화들이 개인으로서 그리고 하나의 사회로서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를 깊이 있고 명료하게 보여준다.”
-테리 위노그래드(스탠퍼드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