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환대받지 못하는 자만이 잠든 세계를 깨울 수 있다!
낯섦을 경험하는 모든 이방인을 위한 탈주의 사회학
“세계 안의 존재는 세계 전체를 직시할 수 있는가?”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 그 자체가 이미 문제의 일부일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학자 김광기 교수의 신작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은 우리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도발적 질문을 던지면서 불길한 존재, 비주류, 불협화음 등 터부시되어 온 이방인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확장시킨다. ‘집단적 정신착란’에 빠진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을 하는 이 책은 이방인의 시선에서 익숙한 세계를 의심하고 낯설게 바라보면서 사회에 안주하는 가축에서 온전한 인간 존재로 사는 법을 알려준다. 이를 통해 존재하나 존재하지 못하는 약자들, 사회에 인정받기 위해 분투하는 젊은이, 그리고 고독을 느끼는 모든 현대인에게 ‘언제나 젊은 이방인’으로 남을 용기와 통찰을 전해줄 것이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완전한 타인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방인을 경계하라? / 이방인끼리의 조우에도 싹튼 교감 / 가깝고도 먼 존재 이방인
떠남
1.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자연적 태도 / 참나무와 갈대 / 익명성과 안전
2. 태초에 애씀이 있었다
평범하게 보이기 위해 / 자연적 태도의 부자연스러움 /피카소의 게르니카
3. 세상이라는 감옥에서
자유가 없는 곳에서 자유를 느끼는 / 터치다운 / 포획의 사슬을 끊고
4. 떠나는 자
별리(別離) / 세상의 모든 초짜 / 디아스포라 / 히브리, 이브리, 그리고 아바르 / 소외, 분노, 그리고 젊음 / 감행
5. 만남, 그것은 고통
이방인의 변태는 무죄 / 타인과 지옥 / 지연된 실감 / 인생은 영화가 시작된 후 늦게 들어간 영화관 / 디폴트와 레시피 / 어리바리 이방인 / 허상 / 비극은 타향살이 / 언어의 언저리 / 우리 모두는 통역자, 그런데 부실한 / 언어의 일반성과 구멍들
상처
6. 무관심, 세상에 대한 그리고 세상의
실체와 본질 / 아디아포라 / 뭣이 중헌디 / 카뮈의 이방인 / 아이러니, 뫼르소의 깨달음
7. 다르면서 같은 자
침소봉대 / 광인, 혹은 괴물 / 요주의 인물 / 과연 누가 미쳤나 / 집단적 정신착란
8. 왕따, 내 편이 없는
FOB와 조롱 / 합리성의 미명하에 자행된 / 패거리와 왕따 / 광대
9. 낯섦의 미학
두려워 말라, 약간의 낯섦을 / 인생이 예술이 되려면 / 낯섦과 마주하라
거리
10. 가장 작은 자
주변인 혹은 경계인 / 자발적 아웃사이더 / 아웃사이더의 운명 / 살아 있음을 느끼려면
11. 무너져 내린 자
질병불각증 / 바다가 된 사람 / 맷집 / 아웃사이더에게도 때로는 영광이
12. 광야로 나간 자
황무지 / 단산지 / 잠수 / 당신이 창의적이라면
13. 거리의 사람
고슴도치의 딜레마 / 만족을 모르는 / 거리둠의 귀재 / 천재와 광기 / 배신으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 진실은 두려운 것
14. 고독의 사람
외로움과 고독 / 군중 속의 고독 / 고독을 모르는 인간은 / 고독 속으로
15. 초월하는 자
손님 / 초월 / 데이논 / 이화 /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 / 패싱 어웨이(지나감)
각성
16. 사회란 세상은
깨어 있는 세계 / 데스모스 / 깨어 있으면서 꿈꾸고 있는 / 실제와 허 구가 뒤섞인 드라마
17. 나란 인간
타인의 그림자 / 가면 / 거부 / 왕자와 거지, 그리고 건초더미 위의 말 / 무채색 인간 / 반하다
18. 웃음의 효용
빵과 서커스 / 조롱의 철학 / 웃음, 그 초월의 사회학에 대하여 / 인 생을 재즈처럼
19. 소음과 침묵
시류 / 뻗댐과 파열 / 잠자지 않을 테야 / 남대문 시장
20. 그대, 고향을 꿈꾸는 자여
정금 같은 내면 / 멜랑콜리와 노스탤지어 / 귀향 / 환향 그리고 화냥 / 향수의 철학, 혹은 향수의 사회학 / 진정한 공부란
에필로그 코로나, 현대인 그리고 이방인
현대, 이산의 시대 / 코로나19, 모든 이에게 고향을 안기다 / 고향, 아 무나 갈 수 없는 곳 / 진짜 에필로그
저자
김광기
출판사리뷰
이산의 시대 정주하는 삶은 없다!
사회학자가 익숙한 세계에 던지는 불온한 질문 그리고 날카로운 통찰
이방인이란 존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때로는 괴물로, 때로는 우리의 안온한 삶을 위협하는 불길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우리가 사는 익숙하고 정상적인 세계에 등장한 낯선 존재는 비정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낯섦 없이 절묘한 미는 없다”는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문구처럼 이방인의 존재는 역설적으로 삶을 구성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익숙함과 낯섦이 조화될 때 아름다움이 완성되듯이 익숙한 세계의 낯선 존재 이방인을 마주할 때 비로소 삶의 숨겨진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은 이방인을 통해 세계와 개인의 관계를 밀도 높게 분석한 사회학 에세이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이 주제를 오랫동안 천착해온 김광기 교수는 자유로운 에세이 형식을 빌려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삶의 불완전성과 낯선 존재의 진실을 일상의 언어로 그려냈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 모두는 이방인strangers임을 선포한다. 여정(위)의 사람, 순례의 사람. 그는 이방인이다. ‘여기 사람 아니죠?’ 혹은 ‘손님’ 소리를 듣는 이들이 이방인이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인간은 모두 이방인에 속한다. 그는 낯익은 곳과 사람을 떠나 낯선 곳을 방랑하는 사람이다. 혹은 낯익은 곳에서도 낯섦을 간파해내는 예민한 사람이다. 그는 고독의 사람이며, 동시에 자유의 사람이다.”(8쪽)
이방인은 누구인가?
“우리 모두는 이방인이다”라는 명제에 관하여
사회학자에게 ‘이방인’은 구성원을 포섭하려는 사회와 이에 저항하는 개인의 탈주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알프레드 슈츠로 대변되는 현상학적 사회학의 전통을 이어받은 김광기 교수는 ‘이방인’을 우리 존재의 근원을 발견하는 열쇠로 삼아 소고를 풀어낸다. 지금까지의 연구가 이방인을 현실 속 이민자로 상정하고 분석한 데 반해 이 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현상학과 철학, 사회학의 개념을 인용하여 이방인의 특성을 인간 실존의 근본조건으로 확장시킨다.
이방인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떠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기에 주변에는 내 편이 아무도 없는 존재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진입하는 젊은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초짜처럼 삶이라는 여정은 무언가를 떠나서 새로운 만남을 갖는 과정의 반복이기에 결국 모든 인간은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라는 저자의 명제가 단단한 울림을 주는 것은 푸코, 데리다, 뒤르켐, 지젝, 파크 등 여러 사상가의 탄탄한 철학적 기반 위에 개인과 사회의 역학, 그리고 한국 사회에 대한 김광기 교수만의 날카로운 사유와 사회학적 통찰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방인은 익숙한 세계의 일상 속에 은폐된 진실을 들춰낼 수 있는 존재이자 우리의 세계 너머를 상기시키는 존재이다. 이 세계를 벗어난 적 없는 토박이인 우리는 지배적 존재이기에 우리가 속해 있는 현재의 세계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매트릭스」의 주인공이 자신의 사는 매트릭스가 진짜 세계라고 믿는 것처럼,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자신을 ‘True Man’이라고 믿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는 세계를 전부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이방인은 다르다. 이방인에게 이 세계는 자연스럽지 않다. 이방인은 이미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존재이기에 토박이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방인이란 낯선 존재는 단순히 나와 다른, 우리와 다른 존재이기에 꺼려지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를 근본적으로 전복시킬 수 있는 존재이기에 반드시 제거되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저자는 이런 사실을 통해 다시 묻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 세계가 이방인에게 자연스럽지 않다면, 이방인이 아닌 우리에게는 진정 자연스러운가? 자연스럽다고 믿는 것은 아닌가? 자연스럽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것은 아닌가?
“이미 자의든 타의든 그런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자가 떠남을 강행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한번쯤 망해본 자, 인생의 쓴 맛을 본 자, 뼈아픈 실패를 본 자, 막장에 가본 자들이 떠남을 쉽사리 강행할 수 있다. 그 정점에는 자기 자신을 버리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자기 자신을 버리는 것을 그리스어로 케노시스라 한다. 이 말의 뜻은 ‘자기를 비우는 행위’다. 자기를 비울 때만이, 즉 자신까지를 온전히 내려놓을 때만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성취할 최우선의 길은 바로 떠나는 것이며,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61쪽)
삶의 진실을 찾기 위한 익숙함과의 결별!
“만일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이
이미 문제의 일부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를 통해 김광기 교수는 우리가 느끼는 일상의 익숙함과 사회의 자연스러움은 결코 처음부터 익숙하거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자연스러움의 근원은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미쳐 있을 때 아무도 미쳐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듯이. 하지만 뒤르켐이 지적했듯이 집단적 정신착란에 빠진 것은 이방인이 아니라 사회 그 자체인 것이다.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가정하는 사회적 태도는 습득과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저자는 세계에 포섭되지 않은 이방인의 문제를 지젝의 질문으로 명쾌하게 정리한다. “만일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는 그 방식이 이미 그 문제의 일부분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일상과 자연적 태도에 젖어 있는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문제의 일부분이기에 문제를 문제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자연스러워서 문제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삶에 찾아오는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이다.
전세계를 휩씬 코로나19는 그 위기가 어떻게 실체화되는지 현재진행형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물리적인 동시에 심리적인) 거리 두기를 통해, 사람들이 사라진 거리 풍경을 통해, 세계곳곳은커녕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갈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해, 굳건한 실체라고 믿었던 사회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목도했다. 작은 바이러스 하나에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계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는 태어난 곳을 떠나본 적이 없는, 그래서 한 번도 자신을 이방인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이들조차 이방인이 되는 특별한 상황을 만들었다. 낯선 타인은 물론 낯익은 이들조차 의심하게 했다. ‘혹시 코로나에 걸린 것은 아닌가?’ 상대방이 기침만 해도 몸을 움츠리게 했다. 수시로 손을 닦고, 마스크를 끼고 아무리 잘 아는 이라고 하더라도 물리적 거리를 두었다. 결국 그 거리만큼 안전했던 일상이 뒤틀려 버렸다. 교란이 일어난 것이다. 평온했던 일상이, 일상 속 타인이, 종국에는 자기 자신이 낯설어졌다. 이화가 일어난 것이다. 모든 것이 괴이하게 보이고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262쪽)
내 안의 이방인과 마주하라!
세상의 모든 초짜와 가장 소외된 자들을 위한 사회학
저자는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해답으로 ‘우리 모두가 이방인이 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 모두는 이방인’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애초에 이방인이었다가 사회에 포섭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방인이 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방인이 되는 것은 고통스러운 진실을 마주하고 온전한 인간 존재로 사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격변하는 사회의 물살에 휩쓸려 허우적거리다 형체조차 남지 않고 사라지는 대신 정신의 자유를 얻고 오직 나 자신, “더 개화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이방인은 ‘일상을 비일상으로’, ‘자연스러운 것을 자연스럽지 않은 것으로’, ‘친숙한 것을 낯선 것으로’ 만든다. 결국 이방인으로 사는 것은 익숙한 세계에 고하는 의식적 결별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을 버리고 내가 아는 세계의 경계선을 넘어 탈주하는 것이다. 시류에서 비켜서 무엇에도 포획되지 않고 “단순하게 존재하기 위해” 이방인으로 남는 것이다.
사회는 우리에게 매 순간 사회의 규격에 맞게 길들여질 것을 요구한다. 이를 거부하는 자는 세계와 불화할 수밖에 없고 사회의 언저리로 밀려난다. 우리가 주변의 이방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들은 결국 선을 넘고 다른 세계로 탈주할 것이다. 그렇게 이방인이 사라진 사회는 더욱 안온하고 동질적인(homogeneity) 세계가 되어 천천히 소멸해갈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분석은 철학적 사유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사회의 폐부를 날카롭게 찌르는 얼얼한 사회학적 현실감을 획득한다.
‘이방인’으로 시작하여 실존적 문제에 대한 독창적 사유가 담긴 이 책은 독자에게 “신념의 가축에서 벗어나 온전한 인간 존재로 사는 법, 주류 사회의 허위와 진부함을 딛고 자유에 이르는 법”을 전해줄 것이다.
“당신이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보라. 아마도 당신이 가장 잘나간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행복할 때일 것이고 그때는 바로 당신의 주위에 사람들이 가장 많을 때일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럴 때 트웨인의 말처럼 멈추어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이방인은 대중과 고독 중 후자를 제대로 택한 이들이다. 세상의 환호와 응원, 칭찬과 격려를 우습게 아는 사람, 그가 이방인이며 고독을 즐기며 그것을 영광으로 아는 자다.”(1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