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까슬한 듯하지만 알고 보면 보들한,
하루키 특파원이 보내온 23일 동안의 시드니 체류기
올림픽 열기가 한창 달아오른 2000년, 일본의 유력 잡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의 요청으로 시드니행 비행기에 오른 ‘특별취재원’ 무라카미 하루키. 매일매일 400자 원고지 30매씩, 작가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기관총처럼 키보드를 따다다다 두드리며” 써내려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올림픽 관전기 및 여행기를 담은 《시드니!》가 비채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출간된다. 기존 번역본에서 누락되거나 축약되었던 100여 매의 원고가 새로 실렸으며 번역 또한 원문의 뉘앙스까지 우리말에 오롯이 담아냈다. ‘승리보다 소중한 것’으로 소개된 제목 역시, ‘시드니!’라는 원제로 되살려, 작가 특유의 문장과 호흡을 한층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인기 만화가 이우일이 그린 100여 컷의 일러스트를 수록하였는데, 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한국어판 최초로 시도된 컬래버레이션이다. 이우일은 재기 발랄한 그림체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함께한 안자이 미즈마루와 와다 마코토,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등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를 함께한 오하시 아유미에 이어 텍스트와 이미지의 환상의 궁합을 선보인다.
목차
1996년 7월 28일 애틀랜타 6
2000년 6월 18일 히로시마_올림픽 개막식까지 앞으로 89일 19
시드니 일지
2000년 9월 11일 월요일 시드니 도착 36
9월 12일 화요일 파라마타의 성화 릴레이 49
9월 13일 수요일 마라톤 코스를 돌아보다 65
9월 14일 목요일 철인3종 경기 자전거 코스를 자전거로 달려보다 78
9월 15일 금요일 개막식 88
9월 16일 토요일 여자 철인3종 경기 105
9월 17일 일요일 남자 철인3종 경기 118
9월 18일 월요일 전쟁이 끝나고 130
9월 19일 화요일 브리즈번까지의 긴 여정 142
9월 20일 수요일 브라질전 하는 날 밤 159
9월 21일 목요일 또 같은 길을 지나 시드니로 돌아오다 178
9월 22일 금요일 아주 유쾌한 포환던지기 189
9월 23일 토요일 보공 모스 이야기 201
9월 24일 일요일 드디어 여자 마라톤 217
9월 25일 월요일 다카하시 나오코의 기자회견, 캐시 프리먼의 우승 238
9월 26일 화요일 비 내리는 본다이 비치 253
9월 27일 수요일 마쓰자카로는 이길 수 없다 273
9월 28일 목요일 특별 코너 ‘오스트레일리아의 역사 등’ 285
9월 29일 금요일 시드니에서 보내는 편지 298
9월 30일 토요일 앞으로 하루 313
10월 1일 일요일 남자 마라톤과 폐막식 328
10월 2일 월요일 축제가 끝나고 345
10월 3일 화요일 굿바이, 시드니 360
10월 20일 도쿠시마 368
- 가와노 감독의 시점
- 악몽과의 레이스
11월 5일 뉴욕 384
작가의 말 403
문고판을 출간하며 406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사리뷰
TV중계와는 전혀 다른, 지극한 사견으로 똘똘 뭉친 올림픽 리포트와
소설가 하루키의 감성으로 전하는 낯선 도시 시드니의 매력!
기분 좋게 땀을 흘렸다. 다 뛰고 호텔로 돌아오니, “오늘 시합 나가세요?” 하고 도어맨이 물었다. 설마요._본문에서
세상에 올림픽만큼 지루한 것도 없을 거라고 툴툴거리면서도 올림픽 취재단의 일원으로 시드니로 날아간 무라카미 하루키. 《시드니!》는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드니에 머물게 된 하루키의 올림픽 리포트와 시드니 여행기를 한데 담고 있다. 평소 자타공인 달리기 마니아로서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으로 경기장 안팎의 분위기를 전하는가 하면, 짬짬이 지구 반대편 남반구의 낯선 도시 시드니의 매력을 소설가 특유의 풍부한 감수성으로 전한다.
특히 ‘시드니 일지’로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권두에 실린 저널 두 편이 인상적이다. 일인칭과 삼인칭을 넘나드는 뉴저널리즘의 기법으로 전개되는데, 작가의 시선이 마라톤 코스를 달리는 선수의 시선과 오버랩되기도 하고 다시 관찰자의 시선으로 분리되기도 하면서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물론 유머도 빠뜨릴 수 없다. ‘코알라 번식센터’를 마주하고서는 “코알라에게 포르노라도 보여줘서 욕정을 느끼게 하는 거냐”라는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개막식을 보며 “말이 대거 등장했는데, 그 긴 개막식 행사가 끝나도록 어떻게 한 마리도 똥을 안 싸는 거냐, 똥 참는 훈련을 받은 거냐?” 하고 인상적인(!) 관전기를 남기기도 한다. 한국 관련 내용들을 마주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드니 올림픽 공식후원사인 삼성의 휴대전화 이야기(그 전화기를 하루키가 잃어버리는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남북한 개막식 동시 입장에 대한 하루키의 인터뷰, 동메달로 결정된 한국 야구 경기 리포트 등의 대목에서는 또 다른 느낌으로 책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솔직한 에세이이면서 눈 밝은 여행기, 거기에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소설적 매력까지 차곡차곡 다채롭게 갖춘《시드니!》. 단, 책장을 덮고 나자마자, 급히 시드니행 항공편을 검색한다든지, 여행 가방을 꾸리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후유증은 다소 유의해야 할지도.
작가의 말
“덴마크가 입장할 즈음 경기장을 박차고 나와버리는 바람에 유감스럽게도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남북한이 손을 잡고 함께 개막식에 입장하다니 정말 잘된(‘원더풀’을 연발하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_무라카미 하루키 시드니 현지 인터뷰에서(200년 9월 27일자 중앙일보)
아테네 올림픽에 흥미가 있는가 하면 솔직히 별로 없다. 올림픽은 시드니에서 평생 볼 걸 다 보았다, 그만 됐다. 이게 솔직한 마음이다. 내가 올림픽에서 가장 쓸쓸하게 느낀 것은 획득한 메달 숫자만 날마다 화제가 되는 것, 다소 일그러진(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국가주의의 고양, 그리고 점점 더 돈으로 뒤범벅이 되는(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회 운영이다. 본문에도 썼지만, 이건 어떻게든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세계는 점점 일그러진다. ‘평화의 제전’이라는 표
현이 예전부터 널리 사용되었지만, 긴 역사를 통해 올림픽은 평화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나의 하찮은 생각이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 중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낸 3주는, 지금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사람들도 굉장히 친절해서, 나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완전히 홀딱 반해서 귀국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역사와 풍토에도 꽤 박식해졌다. 그때부터 와인도 오스트레일리아산을 즐겨 마시게 되었다. 이건 분명 올림픽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룬 몇 가지 ‘성과’일 것이다. 스포츠와는 별로 관계없지만.
이 책을 읽고, 그런 시드니에서의 나날을 독자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생생하게 체험해주신다면, 나는 무엇보다 기쁠 것 같다. _2004년 4월, 무라카미 하루키